사설
  • [사설] 청문회 열자는 식 발상으로 민생 못 챙긴다

    오늘부터 한 달간 19대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4월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야가 ‘낡은 정치’를 답습하면서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책임을 나눠서 져야 할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감투를 쓰려다 망신살을 자초했다. 야권도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보수정권 청문회’를 선창하자 더불어민주당이 화답했다가 역풍이 일자 일단 꼬리를 내렸다. 이러다간 선거전에서 이구동성으로 했던 여야의 경제 살리기 약속도 자칫 공수표가 될 판이다. 여든 야든 차기 대선을 겨냥한 때 이른 권력 게임보다 민생을 먼저 챙기라는 총선 민의를 곡해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위기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예측한 2%대 저성장 국면이 고착되지 않도록 하려면 구조 개혁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서비스시장을 육성해 청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전자는 국제경쟁력 재확보를 위해, 후자는 내수 진작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런 면에서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본지 회견에서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노동개혁 등 모든 구조 개혁은 단기적으로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라 인기를 끌기도 어렵다
  • [사설] 나라 망신 해외 성매매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이런 나라 망신이 없다. 한국과 미국 경찰이 미국 뉴욕과 뉴저지의 성매매 업소 10곳을 덮쳐 한국인 관련자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우리 경찰은 두 나라가 성매매 단속에 합동으로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딱한 이야기다. 원정 성매매를 얼마나 단속하기 어려웠으면 미국 경찰 손까지 맞춰야 했을지 낯이 화끈거린다. 더군다나 이번 단속은 미국 쪽에서 먼저 공조 요청을 했다. 연방경찰(FBI) 250명이 투입돼 한국인 업주 등 48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 현지에 인력을 나눠 은밀하게 영업하는 조직 형태를 갖췄다. 미국 온라인 광고 사이트에 현지 한인 성매매 업소 수십 곳을 국내 체류 중인 피의자가 원격으로 관리하고, 현지의 조직책이 성매매 업소를 돌며 수수료를 받는 식이었다. 사이트 관리자가 미국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인 데다 이 사업으로 호화 생활을 누렸다는 사실도 혀를 차게 한다. 해외 원정 성매매로 우리나라가 오명을 뒤집어쓴 지 오래다. 한국 남성들이 머무는 곳이면 어디든 성매매 업소가 생긴다는 뒷말을 들을 정도다. 원정 성매매 행태는 갈수록 다양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해외 관광을 하면서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황제관광’이 덜미를 잡혀 수백
  • [사설] 재계 수사 법의 잣대로 환부만 도려내야

    검찰이 그제 한진중공업,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KCC건설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업체들은 내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된 원주~강릉 도시고속철도 공사의 구간별 사업자들이다. 검찰은 업체들이 4개 공사 구간을 ‘짬짜미’로 수주하려고 입찰가를 사전 합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처인 철도시설공단의 신고로 공정거래위원회도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검찰은 통상의 경우처럼 공정위 고발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일각에서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업 비리에 대한 사정(司正)이 본격적으로 재개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공교롭게 그동안 설(說)만 무성했던 부영그룹에 대한 수사 사실도 확인됐다. 국세청이 총자산 20조원 규모로 재계 순위 21위인 부영그룹과 이중근 회장의 조세 포탈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이 곧 고강도 수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임대주택 건설 사업을 통해 급격히 성장한 부영그룹은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외에는 특별하게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기업이다. 국세청은 이미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국세청 고발 전 이미 수사 착수에 대비해 관련 비리를 검토했다
  • [사설] 세계적 축제 부산영화제를 살려야 한다

    정치 외압 논란을 빚어 온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제작, 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 한국의 영화를 대표하는 9개 단체로 구성된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10월 열리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참가를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하면서부터다. 단체별 회원들은 영화제 보이콧 찬반 여부를 물은 비대위의 조사에서 90% 이상이 찬성하고 나섰다. 영화인들의 집단행동은 2006년 국산 영화의 보호를 위해 일정 기준 이상으로 상영토록 제도화했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이래 10년 만이다. 2014년 10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촉발된 부산시와 영화제 측의 갈등은 풀리기는커녕 법정으로까지 비화돼 훨씬 얽히고설킨 형국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2월 당연직인 조직위원장을 사퇴하고 민간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봉합되는 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최근 영화제 측이 새로 위촉한 자문위원 68명의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법원으로부터 받아 내면서 악화됐다. 비대위는 이에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 영화제의 독립성,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내세우며 보이콧으로 맞대응을 선언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06년 남포동에서 조촐하게
  • [사설] 로스쿨 입시 의혹 감사원이 감사 나서야

    로스쿨의 ‘불공정’ 입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교육부의 전수조사에서 전·현직 대법관과 검찰 간부 등 고위 법조인 자녀 40여명이 로스쿨에 ’불공정 입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에 변호사 133명과 전국법과대학원 교수회는 교육부에 관련자들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로스쿨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 문제는 이제 더이상 방치하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담당 부처인 교육부에만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감사원이 로스쿨 입시 전반에 대한 감사에 나설 때다. 교육부의 전국 25개 로스쿨 입시 과정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수백 건의 입시 비리 의혹이 있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고위 법조인들의 자녀를 포함해 사회지도층의 자녀 수백 명이 자기소개서에 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내용을 기재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전직 대법관 자녀는 아버지의 출신 학교에서부터 사법연수원 기수, 대법관 경력까지 빼곡히 적었다는 웃지 못할 소리도 들린다. 과연 로스쿨 입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과연 이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아버지 소개서’를 썼겠는가. 사실 자기소개서에 부모 스펙을 드러낸 것만으로 부정 입학이라고 몰고 갈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로
  • [사설] 구조조정 이번엔 확실하고 신속히 하라

    그동안 선거에 가려 논의조차 실종됐던 기업 구조조정이 4·13 총선 이후 최대 경제 현안으로 떠올랐다. 유일호 경제 부총리가 직접 나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고,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채권 은행장들에게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금융 당국은 늦어도 7월 말까지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10월까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진행할 정도로 어느 때보다 의지가 강한 것 같다. 지금 우리 경제는 말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어제 한국은행도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대에서 2%대로 낮췄다. 조선·해운·철강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은 줄줄이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한계 기업, 좀비 기업을 끌고 갈수록 자원은 낭비되고 산업의 효율은 떨어지며 신성장 동력마저 떨어뜨려 경제 전반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제때 정리하지 않으면 대외 신인도가 급락하고 장기 경기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구조개혁 지연으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성장 부진이 일시적인 경기 후퇴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구조조
  • [사설] “민의 받들겠다”는 朴대통령, 쇄신의지 보여 줘야

    4·13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닷새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어제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서다. 박 대통령은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선거 다음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길 바란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두 줄 논평보다 진전된 내용이다. 민의를 받아들이고 ‘심판의 대상’으로 몰아쳤던 국회에 협력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앞으로 국정이 상생의 기조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민의를 수용하겠다면서도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과 국정 쇄신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은 점은 참 아쉽다. 이번 선거 참패는 국정에 대한 국민의 실망에서 비롯됐다. 분명한 성찰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 청와대 참모들과 내각에 변화를 줘 국정 쇄신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야당에서 “총선 민의에 대한 인식이 안이한 것 같다. 청와대와 정부 전체가 확 바뀌었다는 것을 국민이 피부로 체감케 해야 한다”며 날을 세우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는커녕 1당 지위마저 야당에 내주고도 상황 인식이 한심한 지경이다. 박
  • [사설] 소규모 민간 건축물 지진 대책 마련하라

    지금 태평양 주변 국가는 지진의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일본 구마모토에서 지난 16일 규모 7.3의 강진이 일어난 직후 남미 에콰도르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다시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대만, 필리핀, 바누아투에서도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랐다. 이른바 ‘불의 고리’라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마모토 지진은 우리나라가 더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부산은 구마모토에서 불과 300㎞ 남짓 떨어져 있을 뿐이다. 한반도와 구마모토를 포함한 일본 규슈 지역은 같은 유라시아 지각판에 속한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는 최근 백두산 천지 아래 서울시 면적의 두 배가 넘는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진의 위협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일본은 1923년 간토대지진이 일어나자 내진 설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1924년 건축법에 관련 내용을 담았다. 1981년에는 ‘신(新)내진기준’을 채택하는데, 그 효과는 1995년 고베 대지진에서 입증됐다. 신기준이 적용된 건물의 80%는 피해가 없거나 가벼운 피해에 그친 반면 구(舊)기준에 따른 건축물은 80%가 피해를 보았고 대파된 건물도 상
  • [사설] 경제 외치며 대승한 거야, 경제 외면하는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다섯 번 대국에서 1승4패로 완패한 이세돌 9단은 매 대국 후 복기(復棋)를 거르지 않았다. 이미 끝난 승부, 무슨 후회가 저리도 클까 싶었지만 이 9단은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 어김없이 바둑돌을 들고 다음번 반상(盤上)의 전략을 구상했다. 처음부터 두었던 대로 다시 두면서 그날 바둑의 판세를 평가하고 다음 전략을 구상하는 복기는 비단 바둑에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정치에서도 복기는 필요하다. 총선을 정치의 중요한 대국이라고 본다면 더욱 그렇다. 총선 과정을 복기하면서 승자는 자만을 다스리고, 패자는 반성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두 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 줬고, 정당투표에서는 국민의당에 상대적으로 많은 표를 안겨 줬다. 국정 실패 원인을 야당 탓으로만 돌린 새누리당에는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두 야당이 승리한 연유는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선거운동 과정을 복기해 보면 두 야당이 정부·여당의 경제 실정을 혹독하게 비판하며 자신들은 잘할 수 있다고 약속한 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특히 더민주는 ‘문제는 경제다’를 캐치프레이즈 삼아 민생과 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제1당에
  • [사설] 여성 공학인재는 국가경쟁력의 바탕이다

    정부가 여성 공학 인재양성을 위한 지원 사업에 나선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교육부는 여학생들의 공대 진학과 이들의 취업에 힘쓰는 10개 대학을 선정해 3년 동안 150억원을 지원한다. 정부가 여성 공학도 육성을 위한 별도의 재정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여성 과학기술자의 육성·지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친 지 오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방침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잘한 일이다. 지금 청년 실업이 심각하지만 공학계열의 인력은 오히려 부족하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기존의 인문·사회 계열 등의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정원은 늘리도록 각 대학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프라임사업’을 추진한 것도 그래서다. 더구나 산업구조는 사물인터넷, 핀테크, 빅테이터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지만 인력은 더 부족한 실정이다. 이 분야는 창의성, 세밀함을 요구해 여성친화적 공학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프라임 사업과 별개로 여성 공학도 지원에 나선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현재 여성 기술인력은 산업기술인력의 11.6%, 공학계열 과학기술인력 중 여성은 10.7%에 불과하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늘지만 공학계열의 여학생의 비율은
  • [사설] 총선후 첫 3당 회동, 오직 민생만 생각해야

    오늘 여야 3당 원내대표가 4·13 총선 이후 처음으로 회동을 한다. 19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처리를 위한 자리다. 19대 국회에서 쟁점으로 남은 법안들은 그동안 여야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섰던 상황인데다 총선 결과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바뀐 까닭에 협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양당에서 3당 체제로 바뀐 상황에서 서로 각자의 주장만 하다가 공전과 파행이 거듭하지나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번 총선에서 성난 민심은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했다. ‘삼포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절망, 돌파구가 보이질 않는 어두운 경제 현실 등을 애써 눈감고 계파 싸움에 매몰된 정치권을 단죄한 것이다. 20대 국회를 구성할 4·13 총선은 막을 내렸지만 19대 국회의 임기는 다음달 29일까지 40여일이나 남았다. 이 기간 동안 국회의원들은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수천만원의 세비를 받는다.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19대 국회가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심정으로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엄혹하다. 국내외 권위 있는 기관들이 연이어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3년 연속 2% 성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출이 매달 두 자
  • [사설] 북, 핵 도발 중단하고 생존의 길로 나오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할 조짐이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최근 차량과 인력·장비의 활동이 급증하고 있는 게 그런 징후라고 어제 정부가 확인했다. 북측은 지난 15일 실패했다고는 하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서 ‘핵 도박’을 계속하려는 일련의 동향이다. 우리는 이런 무력시위가 김정은 체제를 지키려는 목적이라면 긴 눈으로 볼 때 과녁을 잘못 겨눈 자해 행위임을 지적해 둔다. 김정은 정권은 요즘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기세다. 어떻게든 장거리미사일 발사 및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해 이를 토대로 미국과의 핵 군축 협상을 하려는 낌새다. 북한이 김일성 생일인 지난 15일 그간 한 번도 시험하지 않은 무수단 미사일을 쏘아 올린 게 그 일환이다. 사거리가 3000∼4000㎞에 이르는 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은 태평양의 괌 미군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특히 북측은 5차 핵실험 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될 소형화된 핵탄두 폭발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정권의 이런 계산이 실제로 통할 리는 만무하다. 북측으로선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
  • [사설] 세월호 2주년, 여전히 세계 최고인 안전사고

    오늘은 304명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2년 전 오늘 아침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다’는 속보를 처음 접했을 때 우리는 승선객들의 무사귀환을 믿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준석 선장은 “가만히 있어라”라는 지시를 내렸고, 해경은 안전한 곳에 대피해 있던 선원들만 구조했다.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을 비롯한 304명의 희생자들은 오지 않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세월호와 함께 칠흑 같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렇게 세월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총체적 안전불감증을 참담하게 고발했다. 상처와 기억은 세월이 흐르면 아물고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월호의 상처와 기억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도 안 된다. 고작 2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는 안전한가”라는 물음에 우리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지 않은가. 세월호 참사 이후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매뉴얼을 정비하는 한편 예산을 크게 늘려 안전·재난 관리 시스템을 개선한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국가 차원의 종합 대책인 ‘안전 혁신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동으로 안전 실태를 점검하는 ‘국가 안전대진단’ 제도가 도입돼 올해
  • [사설]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재판 신속히 하라

    검찰이 제20대 총선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선거일인 13일 기준으로 당선자 104명을 포함해 선거사범 1451명을 입건했다고 그제 발표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당선자 가운데 1명은 이미 기소, 5명은 불기소 처분됐다. 수사 대상이 무려 98명인 것이다. 지역구 당선자 253명의 40%에 가깝다. 19대 때 당선자 79명을 비롯한 선거사범 1096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당선 무효와 함께 재선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까닭에 검찰에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수사는 신속하고 엄정해야 한다. 검찰의 처벌이 빠를수록 무자격 의원을 빨리 퇴출시킬 수 있다. 검찰은 오로지 법의 잣대로만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여소야대라는 정치 구도에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의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 선거사범 유형과는 별도로 정당별 선거사범 및 당선인 수도 확실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은 외견상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긴 하다. 당선 무효가 될 정도로 혐의가 짙으면 부장검사가 직접 수사를 지휘해 신속하게 수사를 마치도록 했다.
  • [사설] 여권, 선거 참패 책임 인정하고 협치 이끌어야

    4·13 총선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유권자들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우리 헌법 1조 2항의 가치를 제대로 깨우쳐 주었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오만에 사로잡혀 자행한 공천 학살을 거부했고, 민생 파탄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었다. 그럼에도 선거 참패 후 여권의 자세는 이들이 과연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만 갖게 한다. 여전히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선거 패배에 대한 친박, 비박 책임론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2년도 남지 않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떨쳐 버리기 어렵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민의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환골탈태의 각오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준엄한 뜻을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 참패에 대한 공동 책임을 져야 할 그가 비대위를 이끄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인지 묻고 싶다. 더구나 그는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치인이다. 물러난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다. 민의의
  • [사설] 박근혜 정부, 준엄한 심판에 쇄신으로 답해야

    20대 국회를 구성할 4·13 총선에서 여권이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의 152석에서 30석이나 줄어든 122석을 얻었다. 집권 여당이 과반수 의석은 고사하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에 원내 1당까지 내줬다. 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제심리 발동 차원을 넘어 청와대·정부를 포함한 범여권 전체에 국민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 형국이다.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재현됨에 따라 당장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당·정·청은 그저 국면 전환용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국정 쇄신으로 여권에 등을 돌린 민심에 답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어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총선 참패에 따라 대표직 사의를 밝혔다. 여당 내 공천 갈등 과정에서 ‘옥새 파동’으로 여권의 내분을 희화화한 그의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친여 무소속 당선자 복당을 놓고 당내 친박과 비박이 여전히 딴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여권이 패인을 제대로 직시하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표로 심판해 달라”고 했지만,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나온 유승민 의원이 당선되고 수도권의 친박 후보들이 대거 낙선한 사실은 뭘 말하나.
  • [사설] 살인 가습기 살균제 업체의 반도덕적 ‘만행’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문제의 업체 옥시레킷벤키저가 법적 책임을 피하려 온갖 계략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 간 제품을 팔았으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는 것이 순리다. 각성과 사태 수습은커녕 시종일관 ‘면피’할 속셈뿐이었다니 공분의 철퇴를 맞는 것은 당연하다. 한창 막바지 수사 중인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2011년 12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 형태를 바꿨다. 임신부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으로 사망하면서 진상 규명 여론이 뜨겁던 시점이었다. 누가 봐도 옥시 측이 형사 처벌을 피하려고 부린 빤한 꼼수로 읽힌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않으면 공소 기각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처벌을 피하겠다고 느닷없이 신분 세탁을 했던 셈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할 말이 없을 옥시의 겁없는 ‘만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상품 후기 수백 건을 홈페이지에서 무더기로 삭제했다.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뒤늦게나마 시작된 검찰 수사조차 무력화하려 한 심각한 범죄 행위다. 100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업체의 의도된 결과였을
  • [사설] 국민의당, 민생국회 선도하는 큰 역할 기대한다

    총선 민심이 만들어 낸 새로운 정치 구도의 중심에 국민의당이 있다. 38석을 차지해 단숨에 원내교섭단체를 이룬 ‘녹색 바람’의 발원지가 호남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 지지율 26.74%는 제1당으로 도약한 더민주 지지율 25.54%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역구에서 25석에 그친 정당이 비례대표에서 13석을 차지한 것도 우리 정치사에서 유례가 없다. ‘건강한 제3당’의 출현을 바라는 유권자의 기대가 특정 지역의 지지에 머물지 않는 전국적인 교차투표로 이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민의당이 ‘호남당’에 그치지 않고 ‘전국정당’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는 작지 않다.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에 굳건한 제3당의 지위를 부여한 이유는 자명하다. 국민의당이 그렇게 외쳤던 글자 그대로의 ‘새 정치’를 해 달라는 것이다. 뒤바뀐 제1당과 제2당이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무엇보다 민생은 안중에 없고 정쟁에만 매몰된 국회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주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그동안 새 정치를 말하면서도 그 실체가 무엇인지 보여 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히려
  • [사설] 투자는 늘렸지만 고용은 줄인 30대 그룹

    지난해 30대 그룹의 투자는 크게 늘어난 반면 고용 인원은 7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고 한다. ‘고용 없는 투자’가 현실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쳐 버릴 수 없다. 더구나 정부·여당이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런 결과가 나와 걱정이 더 크다. 그제 기업경영성과 분석사이트(CEO스코어)가 30대 그룹 계열사 272개사의 사업보고서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총 고용 인원은 101만 3142명이다. 전년도 101만 7661명보다 4519명 줄었다. 30대 그룹의 고용 감소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8년부터 관련 수치를 공개한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고용 인원이 감소한 그룹은 12곳, 증가한 그룹은 18개다. 삼성을 비롯해 포스코, 현대중공업, 두산, 금호아시아나 등 5개 그룹은 고용을 1000명 이상 줄였다. 그나마 30대 그룹에 새로 진입한 하림이 2000여명을 더 뽑은 덕에 감소폭이 줄었다. 이번 고용 감소는 30대 그룹이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심각성을 더한다. 앞서 지난 6일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261개 계열사들의 투자액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투자 총액이 76조원
  • [사설] 총선 마친 정치권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라

    4·13 총선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다시 한번 예상을 뛰어넘는 역동성을 보여 줬다. 유권자 각자의 한 표가 마치 집단지성처럼 거대하게 뭉쳐져 생산성 제로의 기득권 정치를 엄중히 심판한 동시에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와 여야 정치권 전체에 전해진 국민들의 이 같은 경고와 주문은 실로 준엄하다. 불통과 대립의 정치를 걷어치우고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일으켜 민생을 돌보고, 경제살리기에 나서라는 뜻과 다름없다. 여야 정치권은 이 같은 민의를 똑똑히 새겨 지금부터라도 즉각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이제 곧 20대 국회가 출발하게 된다. 또한 내년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집권 세력 내부의 권력 누수는 점점 현저해질 것이 확실하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으로선 국회 운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의석 반수를 훌쩍 넘긴 상황에서도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사사건건 발목이 잡혔는데 이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여소야대가 됐으니 야권의 위세에 눌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처리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 하지만 언제까지 ‘야당책임론’만 외칠 텐가. 국정 운영의 잘잘못 책임은 오롯이 집권 세력의 몫일 수밖에 없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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