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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경호의 시시콜콜] 2024년 헬스아바타 시대의 추억

    [진경호의 시시콜콜] 2024년 헬스아바타 시대의 추억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가들과 의료계가 그리는 10년 뒤 의료시장의 모습은 대강 이렇다. 구글안경과 갤럭시 기어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차원을 넘어 이때쯤이면 몸 안에 센서 칩이 이식되거나 부착된다.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잠은 어떻게 자는지, 혈압은 어떻고 혈당이 어떤지 등등 일상의 모든 생체정보가 이 칩을 통해 기록된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 생체정보는 손에 쥔 스마트폰과 병원 전산망의 내 헬스아바타에 저장된다. 내 일상의 모든 정보가 기록되는 라이프로그(lifelog)의 시대에 걸맞게 내 생체정보 또한 모바일과 의료기기 간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통해 기록되고 저장되고 이동되고 분석된다. 실시간 점검과 진단, 처방이 원격으로 이뤄지는 M(모바일)헬스케어 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이다. 개인 맞춤형 의료뿐 아니라 축적된 각 개인의 건강정보를 취합한 바이오 빅데이터를 분석해 국가적, 아니 지구촌 차원의 선제적 질병 대응도 가능해진다. 공상 속 세계가 아님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가전전시회 ‘CES 2014’가 말해줬다. 심박수를 재는 이어폰(LG), 뇌파 측정 헤어밴드(인터라쏜), 혈압과 운동량을 재는
  • [박홍환의 시시콜콜] 레미제라블과 변호인, 그다음에는?

    [박홍환의 시시콜콜] 레미제라블과 변호인, 그다음에는?

    이변이 없는 한 영화 ‘변호인’이 이번 주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한다고 한다. 제18대 대통령선거 1주년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개봉했으니 한 달여 만이다. ‘변호인’의 흥행 성공은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감동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마디로 착잡하다. 2010년대 중반을 살고 있으면서도 ‘혁명의 시대’인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1000만명, 아니 그 이상의 사람들이 감동하는 까닭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1년 전에도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감동했다. 대선 당일인 2012년 12월 19일 개봉한 레미제라블은 3시간짜리 뮤지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580만명이라는 기록적인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엔딩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모든 출연진이 ‘삼색기’를 흔들며 합창하는 ‘그대 민중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에 전율하며 속으로 따라 부르는 관객들이 많았다. 1년 차이로 개봉한 두 영화의 흥행 성공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상당수 관객이 야권 지지층인데다 이례적으로 40~50대 중년층을 대거 스크린 앞으로 끌어냈다. 많은 관객들이
  • [박찬구의 시시콜콜] ‘거리의 사회학자’가 쓰는 우리시대 연대기

    [박찬구의 시시콜콜] ‘거리의 사회학자’가 쓰는 우리시대 연대기

    1980년대 일선에서 뛰었던 기자들은 당시 우리 사회를 ‘민주화의 시대’로 정의한다. 최루탄과 화염병의 중간 지대에서 기자들은 물 묻힌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아가며 현장을 기록했다. 시위대와 전경 사이에 끼여 골목길에 갇히기도 했다. 민주화 구호를 외치는 대학생도, 이들을 막아선 전경도 목마름을 호소하긴 마찬가지였다. 현장 기사가 톤다운되거나 주어가 시위대에서 경찰로 뒤바뀌는 아픈 기억도 남아 있다. 1990년대는 ‘붕괴의 시대’로 기록된다. 하늘과 땅, 지하에서 모든 게 무너지고 떨어졌다. 압축성장기에 쌓아올린 부실과 부정, 부패의 탑들이 한순간에 허망한 최후를 맞는 듯했다. 청주 우암상가 붕괴(1993년 1월), 부산 구포역 열차 전복(1993년 3월), 목포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1993년 7월), 성수대교 붕괴(1994년 10월),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1994년 12월),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1995년 4월),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6월), 씨랜드 화재 참사(1999년 6월)…. 사고 현장에서 취재 수첩에 기록한 사망자만 1000명을 훨씬 넘는다.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로 희생된 초등학생의 영결식장에서는 눈물로 취재수첩이
  • [문소영의 시시콜콜] ‘정상화로 가는 길’은 왜 이리 어려운가!

    [문소영의 시시콜콜] ‘정상화로 가는 길’은 왜 이리 어려운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2년 만의 첫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474비전’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대박 통일’ 등의 약속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국민도 있겠으나 기대했던 만큼 실망하고 착잡했다.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시대를 준비한다고 제시한 ‘474비전’은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처럼 들렸다. 경제성장 7%와 4만 달러 시대, 7대 강국 도약과 같은 ‘747공약’은 5년 뒤 공허했음을 입증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노무현 정부의 4.3%에 못 미친 2.9%였고, 국민소득은 2만 달러에 그쳤다. 오히려 국가채무를 노무현 정부의 299조원에서 433조원으로 44.8%나 늘려 현 정부에 부담을 떠넘겼다. 그래도 ‘474비전’은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반박이 있겠다. 그러나 근로자의 절반가량이 연봉 2000만원 미만인 나라에서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된다고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질까에 대해 의문이다. 재벌기업들이 사고를 쳤던 외환위기를 극복하고자 세금으로 조성한 공적자금을 밀어 넣는 등 국가와 국민이 고통을 분담한 지 16년 만에 관계가 역전됐다. 500조원대의 국가채무와 1000조원대의 가계부채로 국가와 국민은 부실해졌
  • [진경호의 시시콜콜] 지방도, 자치도 없는 지방자치선거

    [진경호의 시시콜콜] 지방도, 자치도 없는 지방자치선거

    오는 6월 4일 우리는 다시 투표를 한다. 이번엔 국민이 아니라 주민 자격이다. 나라가 아니라 우리 동네를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다,고 치고 투표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거룩하기조차 한 이름 아래 우린 그렇게 1995년 이후 여섯 번째로 지방자치선거를 맞는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처럼 신성한 내 주권을 달랑 투표용지 한 장에 담아 던지는 걸로 끝내지도 않는다.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투표용지만 무려 7장이다. 제법 주권을 행사한다. 한데, 고백하건데 난 지금 우리 동네 구청장 이름을 모른다. 지난 선거 때 흘끗 보고는 바로 잊었다. 구의원 이름?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3년 반을 지내고도 구청장 이름을 모르는 죗값은 치르지 않았다. 아니, 치르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산다. 내겐 차라리 대통령이 가깝지, 구청장은 정말 먼 동네 사람이다. 자책하진 않는다. 얼마 전 지방자치 토론회에 가보니 패널로 나란히 앉은 교수들도 5명 모두 제 동네 구청장 이름을 몰랐다. 그런 전문가들끼리 지방자치의 내일을 걱정했다. 지방도, 자치도 없는 지방자치선거를 우린 또 치른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 하고, 간판도 없는 안철수당 지지율이 어떻
  • [정기홍의 시시콜콜] 전철 승객과 택시기사의 묵언

    [정기홍의 시시콜콜] 전철 승객과 택시기사의 묵언

    ‘수서발 KTX법인 설립’을 둘러싼 철도 파업이 끝났다. 노조와 정부의 극단 대립으로 불안감을 감내하며 5년 전 ‘광우병 촛불’을 떠올리던 국민들로선 큰 걱정거리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파업의 여진으로 제법 시끄럽다. 정부의 불통을 봤느니, 노조의 투항이라느니, 정치권이 공기업 개혁을 무산시켰다는 등 제각각의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철도파업은 22일간의 긴 기간 만큼이나 전에 없던 풍경을 연출했다. 노조와 정부는 한 치의 양보 없는 평행선을 그어왔지만 정작 국민은 무덤덤했다. 운행 횟수의 감축으로 불편을 겪은 전철 1호선의 승객들에게서도 불평하는 것을 듣기 힘들었다. 여론의 바로미터라는 택시기사들의 반응도 묵언(默言)에 가까웠다. 승객들이 파업에 동조해서일까, 먹고살기 바쁜 시대 탓일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 이웃의 싸움과 불구경이라는데···. 무슨 이유 때문일까. 정부가 우려했던 철도파업 괴담도 기승을 부리지 못했다. KTX법인이 설립되면 철도 민영화로 인해 지하철 요금이 5000원이 되고, 서울~부산 간 KTX요금도 28만원으로 오른다는 괴담이 활개를 쳤지만 큰 힘을 쓰지 못했다. 그동안 목도했던 시위 현장에서의 일방적인 주장도 그
  • [서동철의 시시콜콜] ‘7성급 문화도시’ 개발 사례 보고 싶다

    [서동철의 시시콜콜] ‘7성급 문화도시’ 개발 사례 보고 싶다

    경복궁 동쪽 송현동의 옛 미국 대사관 숙소 부지에 ‘7성급 호텔’이 들어서는 것이 절대적으로 반(反)문화적인 것은 아니다. 오피니언 리더급의 외국 관광객이 많이 드나들 테니 한국의 문화 수준을 홍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저런 국제 행사도 자주 열릴 것이고, 고급 식당도 여럿 들어설 테니 문화적 기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더욱 근사한 개발 방안이 있는데 호텔 개발에만 ‘올인’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경제를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당면 과제인 정부의 약점을 거액의 투자 계획을 미끼로 파고드는 모습도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송현동 부지는 그저 비어 있는 집터가 아니다. 서울이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느냐를 가름할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중요한 땅이다. 그 남동쪽에는 인사동이 있다. 전통문화 중심지로 인사동이 갖고 있는 중요성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 인사동의 폭발하는 문화 수요를 물리적으로 감당하지 못해 대안으로 떠오른 공간이 삼청동 아닌가. 삼청동은 지난 10년 사이 인사동과는 다른 현대적 문화 양상을 과시하며 새로운 문화중심으로 떠올랐다. 송현동은 인사동과 삼청동을 잇는 문화적 연결 고
  • [최광숙의 시시콜콜] 성형 수술 부추기는 나라

    [최광숙의 시시콜콜] 성형 수술 부추기는 나라

    요즘 우스갯소리로 ‘누구 누구 연예인은 아빠가 같다’는 얘기가 있다. 그 아빠란 다름 아닌 뛰어난 손 기술로 얼굴을 예쁘게 만들어준 성형외과 의사를 말한다. 성형으로 인해서 똑같아진 여성들의 얼굴을 빗대 ‘의란성 쌍둥’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가끔 TV 드라마를 보다가 시어머니 역을 맡은 실제 노년의 여배우 얼굴은 빵빵하니 주름살이 하나 없는데 중년의 며느리가 오히려 더 늙어 보이는 경우도 있다. 놀라운 의학 기술이 주는 ‘역차별’이 아닌가 싶어 쓴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의학의 도움을 살짝 받아 외모 콤플렉스에 싸인 이들이 자신감을 찾고 당당히 살아간다면 성형 수술대에 오를 만하다. 하지만 성형 수술로 돌이킬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않은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성형 열풍’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한 40대 여교수는 수면마취 상태에서 모발이식 수술을 받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사지가 마비돼 11개월째 병원에 누워 있다고 한다. 양악수술 등 성형 수술 후유증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하는 이들까지 있다. 심지어 양악수술 후 며칠 만에 숨진 젊은 여성들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너도나도 성형 미인을 꿈꾸면서 한국은 인구 10
  • [오승호의 시시콜콜] ‘금융산업의 삼성전자’는 왜 요원한가?

    [오승호의 시시콜콜] ‘금융산업의 삼성전자’는 왜 요원한가?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잘못된 관행을 확 뜯어고칠 테니 참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한다. 은행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줄 방안을 찾고 있지만 고민이 많다. 웬만한 대책으로는 고객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다. 또 다른 금융 CEO는 “다른 유수 은행에서 이탈한 고객들이 적잖다”고 귀띔했다. 그는 고객 충성도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확고한 선도은행이 없는 가운데 이뤄지는 시장의 판도 변화가 의미 있을까. 금융인들의 기세가 확 꺾여 있다. 부당 대출이나 고객 정보 유출, 횡령은 물론 극단적인 행동에 이르기까지 금융 신뢰를 떨어뜨리는 사고가 많은 탓도 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금융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월가의 탐욕 이후 국내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는 안 된다는 올가미에 걸려 있는 듯하다. 번 돈은 기부나 출연, 협찬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는다. 한 금융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 스포츠 행사에 수백억원의 협찬을 요청받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 관계
  • [정기홍의 시시콜콜] 단말기유통법 입법화와 제조사들의 속내

    [정기홍의 시시콜콜] 단말기유통법 입법화와 제조사들의 속내

    단말기 시장에 ‘폰테크족’이란 말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재테크를 하는 이를 일컫는다. 싼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해서 ‘보조금 원정대’로도 불린다. 이들은 통신업체를 바꿀 때 특정 대리점에서 단말기 값을 최대로 할인받은 뒤 거래사이트를 통해 되팔아 수익을 챙긴다. 100만원짜리를 60만원 할인받은 뒤 60만원에 되팔아 20만원을 남기는 식이다. 어지간한 아르바이트보다 낫다고 한다. ‘호갱님’도 있다. 어수룩해 보여 보조금 혜택을 적게 줘도 되는 손님을 말한다. 이른바 ‘호구’다. 두 사례는 현행 단말기 보조금제의 폐해를 빗댄 말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 같은 뒤틀린 단말기 유통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준비 중이다. 보조금 내용을 공시토록 해 소비자가 미리 알도록 하고, 새 단말기를 사지 않아도 단말기에 책정된 보조금으로 통신료를 할인받는 내용도 들어 있다. 단말기 가격이 장소 등에 따라 2~3배 차이 나고, 더 많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고가의 요금제에 줄지어 가입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제조사와 통신업체, 소비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이 법안엔 ‘제조사가 단말기 판매량과 판매장려금 규모
  • [서동철의 시시콜콜] 문화유산의 정치적 오용을 막으려면

    [서동철의 시시콜콜] 문화유산의 정치적 오용을 막으려면

    경복궁 창건은 조선 태조 3년(1394) 신도궁궐조성도감(新都宮闕造成都監)을 열었고, 바로 이듬해 완성했다고 하니 엄청난 속도의 공사였다. 물론 당시는 근정전과 편전인 사정전을 비롯해 당장 필요한 390칸의 전각만 서둘러 지었다. 광화문을 비롯한 궁성의 4대문과 담장은 1398년이 돼서야 착공할 수 있었지만 이것도 이듬해 완공했다. 대원군 시대의 경복궁 중건 역시 속전속결이었다. 고종 2년(1865) 영건도감(營建都監)을 설치하고 공사를 시작해 1868년에는 새 전각으로 임금이 옮겨갔다. 이듬해는 영건도감을 철폐했으니 불과 4년이 걸렸다. 당시 세워진 전각은 5792칸이라는 엄청난 규모였다. 숭례문은 2008년 2월 방화로 타버린 뒤 2013년 5월 준공식까지 복원에 만 5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그러니 복원에 필요한 시간이 짧아 부실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무엇보다 숭례문은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복원되지 않았다. 단청과 기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옛 기술을 잃어버려 문제가 생긴 단청은 시간을 두고 해결책을 찾으면 될 일이다. 갈라진 기둥 역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목재는 철근이나 콘크리트처럼 균질한 재료가 아니다. 아
  • [최광숙의 시시콜콜] 무엇이든 물어보라면서요?

    [최광숙의 시시콜콜] 무엇이든 물어보라면서요?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는데 신촌역 부근 맛집을 알려주세요.” 서울시 민원상담 전화서비스 ‘120 다산콜센터’로 걸려온 내용이다. 이 정도의 질문에는 상담사도 웃어넘긴다. “어디로 가는데 그 경로의 모든 버스와 지하철 이용 방법을 문자로 보내달라”는 황당한 시민도 있다. 이마저도 견딜 만하다. “넌 속옷을 뭘 입냐”는 남자들의 노골적인 성희롱에는 결국 여성 상담사들의 자존심은 일순간 무너지고 만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건 다산콜센터 덕분에 시민들 가운데 세금 낸 보람을 느낀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여권발급, 혼인신고, 전입신고 등 서울시나 구청과 관련된 430개의 업무가 이곳에 전화하면 다 해결된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의 ‘개념 없는’ 전화로 상담사들은 자존감 상실, 우울감 등 여느 감정노동자들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질문에 “상담할 수 없다”고 하면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했잖아”라고 오히려 큰소리친다고 한다. 24시간 운영되다 보니 밤 근무는 지옥이다. 전화 거는 절반은 술에 취해 있다. 욕설은 기본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상담사들은 부글부글 끓어 오르지만 바로 전화를 끊을 수 없다. 3번 정도는 받아줘야 한단다.
  • [오승호의 시시콜콜] 한국 국제 위상 높아지고 있다는데…

    [오승호의 시시콜콜] 한국 국제 위상 높아지고 있다는데…

    미국에 유학한 한국 학생들 가운데 졸업 후 취직 계획을 물어 보면 “한국에 있는 좋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라고 하는 이들이 적잖다. 교수가 되고 싶어하는 유학생들도 우리나라 대학 교단을 동경하곤 한다. 미국 대학으로부터 교수로 채용하겠다는 제안을 마다하고 일부러 우리나라 대학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유학생 출신들이 우리나라에서 취직할 때 영어를 잘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기업체에서 외국어를 잘하는 지원자들에 대한 수요가 적을 뿐만 아니라 외국어 실력에 대한 희소성이 낮아졌다. 우리나라에 있는 좋은 대학으로 편입하기 위해 외국 대학을 가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한국의 국제 위상이 높아지는 것에 따른 신(新)풍속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에 임명된 것은 우리나라의 바뀐 국제 위상이 반영된 예다. IMF 아·태국이 어떤 곳인가.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다. 휴버트 나이스 당시 아·태국장은 재정 긴축과 고금리 극약 처방을 들이미는 등 혹독하게 대했다. 지분율 1.4%로 회원국 가운데 발언권 순위 1
  • [정기홍의 시시콜콜] ‘그림자 회계’로는 검은돈 흐름 못막는다

    [정기홍의 시시콜콜] ‘그림자 회계’로는 검은돈 흐름 못막는다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에는 접대비 항목이 없다고 한다. 급여에 접대비가 들어 있다. 한 명당 한 달에 수백만원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금액은 판공비 명목으로 주지만 사실상 ‘언더테이블 머니’(Under table Money)로 사용된다. 일종의 기밀비다. 업무상 이해관계인의 경조사비와 휴가비 등에 지불하며 대체로 70~80%는 쓴다고 한다. 증빙서류를 갖춰야 해 돈을 쓰는지 안 쓰는지가 체크된다. 일부 일반기업도 비슷한 형식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검찰이 최근 KT가 1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지자 KT는 경조사비 등으로 지출한 정상적인 업무활동비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 자금이 순수한 업무활동비로 사용됐는지,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쓰였는지는 곧 전말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임원들에게 준 상여금에서 일부를 되돌려받는 방식을 취했다니 돈의 흐름이 꺼림칙하다. 최근에 대기업 총수들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줄줄이 불려가는 것도 KT의 사례와 무관찮아 보인다. 대기업의 비밀 보고서와 회계장부는 회계사의 손을 거친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이 작업은 팀장급 회계사가 주도하고 비공식 라인으로 운영돼 일반 직원이나 외부에는 잘
  • [안미현의 시시콜콜] 신형 제네시스가 대박나길 바라며

    [안미현의 시시콜콜] 신형 제네시스가 대박나길 바라며

    오래전 재벌가(家) 이야기를 취재할 일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공식석상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 그룹 총수인지라 동고동락한 주변 사람의 얘기를 많이 들을 수밖에 없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에 관한 얘기 가운데 지금도 기억나는 표현이 있다. “곰 같은 외모에 뱀 같은 머리를 지녔다.” 너무 입에 발린 소리 아니냐며 시큰둥해 하자 많은 이들이 “사실상 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방목 속에 갤로퍼(현대차의 첫 지프) 신화를 탄생시켰는데 머리도 (외모처럼) 곰이면 그게 가능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어눌한 말주변 탓에 진면목이 가려서 그렇지, 알고 보면 아주 무서운 장사꾼이라는 주장이었다. 정 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하얏트호텔 행사장에 섰다. 신형 제네시스의 출시를 알리는 행사였다. 정 회장은 가벼우면서도 충격에 강한 초고장력 강판을 절반 이상(51%) 썼다며 세계 최고 품질을 자신했다. 성공하면 현대차로서는 대중차 이미지를 벗고 고급차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예약 대수가 벌써 6000대를 넘었다고 하니 출발은 순조로운 듯싶다. 하지만 출시를 앞두고 벌인 4행시 짓기 이벤트에서 가장 많은 지지 댓글을 얻은 작품은 아래와 같다.
  • [박현갑의 시시콜콜] 한반도를 엄습하는 중국발 미세먼지

    [박현갑의 시시콜콜] 한반도를 엄습하는 중국발 미세먼지

    2006년 이래 감소하던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가 올 들어 급상승하고 있다. 도시를 뿌옇게 뒤덮은 미세먼지로 앞을 보기가 힘들 정도다. 중국에서 난방용 석탄 사용을 늘리면서 생긴 유해한 미세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는 스모그에 실려 우리 상공을 뒤덮으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무연탄을 태울 때 나오는 신경계 독성물질인 납이나 비소, 아연 등 유해 중금속 농도가 높은 미세먼지를 마시면 멀쩡하던 사람도 기침하게 되고 목이 아프고,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호흡곤란이나 두통도 생긴다. 임신부가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태아 성장이 지연되고 태어나도 지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인하대 임종한 교수는 수도권에서만 미세먼지로 연간 2만명 정도가 기대 수명보다 일찍 사망하고 폐 질환자도 80만명이나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12조 3000억원이나 된다. 한·중·일 과학자들이 참여한 장거리이동 오염물질 조사연구에서 수도권 미세먼지의 30~40%가 중국에서 오는 것으로 분석된 상태다. 환경부가 2011년 백령도 측정소에서 분석한 결과, 서풍이나 북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 때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44.5% 증가한 것으로 나왔
  • [문소영의 시시콜콜] 천장 무너졌던 샹쉬르 마른 성의 교훈

    [문소영의 시시콜콜] 천장 무너졌던 샹쉬르 마른 성의 교훈

    프랑스의 루이 15세와 코르티잔이던 퐁파두르 부인이 사용한 ‘동쪽의 베르사유’로 불린 샹쉬르 마른 성(Chateau de Champs-sur-Marne)은 지난여름 관람객에 재개장됐다. 흔히 ‘샹성’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성은 ‘태양왕’ 루이 14세 통치시기인 1699년 착공돼 1706년에 완공됐다. 18세기 초반의 건축·미술 양식과 프랑스식·영국식 정원을 잘 보여주는 곳으로 베르사유의 축소판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 이곳을 방문해 17세기 말부터 유럽 궁전과 귀족 대저택에서 유행했던 중국풍의 장식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시누아즈리(Chinoiserie)로 불리는 이 유행 덕분에 궁전은 대형 청화백자와 일본의 이마리 자기 등과 옻칠 가구, 중국인 상상벽화 등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최근 6년여 동안 폐쇄됐는데 2006년 9월 21일 밤 ‘중국인의 방’으로 칭하던 방의 천장 일부가 무너져내린 탓이다. 정확하게는 시누아즈리 화풍의 대가인 크리스토프 유에 2세(Christophe Huet, 1700~1759)가 천장에 석회를 바른 뒤 프레스코기법으로 천장화를 그렸는데, 그 일부가 훼손된 것이다. 드골 대통령 시절 해외 국빈의 숙소로 사용하던 곳이자, 19
  • [진경호의 시시콜콜] 응답하라 2003, 데자뷔 정치

    [진경호의 시시콜콜] 응답하라 2003, 데자뷔 정치

    “정국 파행의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 철학과 방식에 있다. 이를 바꿔 국정을 쇄신하는 것이 새해 예산안 편성보다 더 중요하다.” 누구의 말일까. 김한길 민주당 대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아니다. 꼭 10년 전인 2003년 11월 26일 야당인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가 한 말이다. 최도술 등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수사를 위한 국회의 특검법을 노 대통령이 거부하자 최 대표는 단식투쟁에 돌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특검 및 국정쇄신을) 받아들이면 전폭적으로 국정을 돕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고도 했다. 서울광장에서 노숙하는 등 101일간 장외투쟁을 벌였고, 지금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특검을 촉구하며 이를 새해 예산안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민주당 김 대표의 언사와 비슷하지 않은가. 이 말은 어떤가. “특검은 검찰이 수사를 회피하거나 수사 결과가 미진할 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게 사리에 맞다.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권력으로부터뿐 아니라 국회 다수당의 횡포로부터도 보호돼야 한다.” 누구 말일까. 박근혜 대통령? 아니다. 10년 전 노 대통령의 말이다. 측근비리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법
  • [안미현의 시시콜콜] 옐런은 ‘비둘기’라는데…

    [안미현의 시시콜콜] 옐런은 ‘비둘기’라는데…

    오늘 새벽 세계 금융시장의 눈과 귀는 일제히 미국 상원에 쏠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를 이끌어갈 재닛 옐런 의장 지명자가 인사 청문회에 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차기 의장에 지명했을 때 국내외 언론은 일제히 그를 ‘비둘기파’라고 표현했다. 평소 “고용시장이 불안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장은 옐런이 물가 안정보다 일자리 창출을 중시할 것으로 해석했고, 양적 완화 축소 시기도 늦춰질 것으로 봤다. 그런데 지난달 미국의 고용지표는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3분기 성장률도 2.8%나 됐다. 호전된 지표 속에서도 옐런은 과연 ‘비둘기 본색’을 유지할 것인가. 청문회장에서도 “(미국 경제가) 갈 길이 멀다”며 소신에 변함이 없음을 드러냈지만 아직 링에 공식 오른 것은 아니어서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비둘기가 매로, 매가 비둘기로 오인되기도 한다. 금융시장에서의 비둘기파란 물가보다 성장을 중시해 금리를 내리려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반대로 매파는 물가가 먼저여서 금리를 올리려 한다. 최도성 전 금융통화위원은 임명장을 받은 뒤 처음 참석한 2008년 5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
  • [박현갑의 시시콜콜] 게임 중독 논란으로 뜨거운 사회

    [박현갑의 시시콜콜] 게임 중독 논란으로 뜨거운 사회

    프랑스의 문화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는 서구중심주의 인류학을 비판하며 ‘야만의 사고’라는 책을 통해 사회를 ‘뜨거운 사회’, ‘차가운 사회’로 나눈다. 차가운 사회는 인간과 자연을 동일시하는 자연과 교감하는 세계관을 가진 사회다. 뜨거운 사회는 인간이 자연을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문명화된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게임 중독법’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우리 사회는 너무 뜨거운 사회다. 이 법안의 정식 명칭은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다.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게임을 중독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 법안을 반대하는 서명자가 24만명을 넘었다. 이들은 이 법안이 게임산업을 규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하고 그 수준의 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법리에도 맞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온 국민이 숨쉬기 운동을 하니 10분 단위로 숨쉬기 규제를 해야 한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찬성 측은 관리 및 치료대상을 의학적 진단을 받은 중독자로 제한한다며 선동행위를 중지하라고 반박한다. 게임중독으로 살인 등 사회적 폐해가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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