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갑 논설위원
무연탄을 태울 때 나오는 신경계 독성물질인 납이나 비소, 아연 등 유해 중금속 농도가 높은 미세먼지를 마시면 멀쩡하던 사람도 기침하게 되고 목이 아프고,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호흡곤란이나 두통도 생긴다. 임신부가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태아 성장이 지연되고 태어나도 지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인하대 임종한 교수는 수도권에서만 미세먼지로 연간 2만명 정도가 기대 수명보다 일찍 사망하고 폐 질환자도 80만명이나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12조 3000억원이나 된다.
한·중·일 과학자들이 참여한 장거리이동 오염물질 조사연구에서 수도권 미세먼지의 30~40%가 중국에서 오는 것으로 분석된 상태다. 환경부가 2011년 백령도 측정소에서 분석한 결과, 서풍이나 북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 때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44.5%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중국발 미세먼지 배출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는 중국발 미세먼지 배출량이 최소한 2022년까지, 최악의 경우 2050년까지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석탄사용 증가로 인한 중국발 스모그 현상을 방치하면 한반도 환경 피해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정부는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국내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미세먼지 예·경보제 조기시행 등 국내 대책부터 꼼꼼히 챙겨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개인택시 물량 축소에 따른 지원 방안의 하나로 검토 중인 경유택시 도입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경유 차량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도 중요한 대기오염원인데 LPG 차량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50배라는 분석도 있다.
동북아 대기질 보호 및 개선을 위한 한·중·일 3개국 협력체계 구축에도 앞장서야 한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최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9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중국, 일본 장관과 양자회담을 갖고 대기 분야 협력강화를 촉구했단다. 삼국 간 외교 갈등이 있으나 대기오염물질 이동에 따른 환경 문제는 함께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과거 대기 질 개선 경험을 전수하고, 중국은 이를 통해 자국의 대기 질 개선을 앞당기도록 해야 한다. 중국 언론도 한반도 미세먼지 문제가 중국과 무관하다는 궤변만 펼칠 게 아니라 자국의 대기 질 개선을 위한 정부 노력을 촉구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2013-11-27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