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 [진경호의 시시콜콜] 세상은 군인에게 ‘말’을 배우라 한다

    [진경호의 시시콜콜] 세상은 군인에게 ‘말’을 배우라 한다

    “미군 빼고 북한과 1대1로 맞붙으면 우리가 진다.” 창군 이래 군 수뇌부에서 이런 용감무쌍한 발언이 나온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지 싶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보근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지금 남북이 싸운다면 누가 이기느냐’는 경기 용인시의원 출신 초선 김민기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고, 학생 시절 반미 운동을 벌였고 최근 미국으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같은 당 소속 정보위 간사 정청래 의원이 친절하게 공개했다. 그의 ‘임전필패’ 발언이 알려지면서 야당은 물론 네티즌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났다. 방송인 김제동 같은 트위터리안들은 앞다퉈 “대체 어느 시대의 장수가 맞짱 뜨면 우리가 질 거라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코미디다. 초등학생 정도가 할 법한 질문에다 파놓은 정치인의 함정과, 그 함정을 미처 가늠하지 못한 군 간부의 돌직구 답변, 이런 성실한 우답(愚答)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거두절미해 공개하는 정략이 나라의 최고 군사정보를 다룬다는 국회 정보위 국감장을 개그콘서트 무대로 만들었다.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배제한 비현실적 질문에, 완성 단계의 핵과 2500t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등 북
  • [문소영의 시시콜콜] 불법선거 엄단 ‘0순위’는 국정원이다

    [문소영의 시시콜콜] 불법선거 엄단 ‘0순위’는 국정원이다

    65세면 요즘 팔팔한 장년이다. 간암이 발견됐다. 자각 증상이 없어 뒤늦게 발견되기 십상인데, 운 좋게 발병 초기에 발견했다. 그에게는 무좀 등 질환도 있다. 치료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길고 긴 침묵 끝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마침내 입을 열어 국정원 등 국가 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의혹들을 정확하게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선진국인 유럽 순방을 이틀 앞둔 날로, 가뭄 끝 단비처럼 느껴졌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후 국정원에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라는 가이드처럼 전달됐을 것이다. 그 덕분인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혐의를 부인하다시피 해 온 남재준 국정원장이 4일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대북심리전단 소속 여직원 김모씨의 댓글작업에 동원된 민간인 조력자(알바)에게 월 280만원씩 11개월 동안 3080만원을 국정원 특수활동비에서 지급했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 국정원은 또한 검찰이 추가공소 제기한 트위터 글 5만 5600건 중에서 일부가 국정원 직원이 작성했다고 확인했다. 국정원 직원의 계정으로 확인된 것이 2300여건이고, 2만 6000여건은 확인 중이라는 것이다. 야당 대선 후
  • [서동철의 시시콜콜] 가나에서 온 선교사의 편지

    [서동철의 시시콜콜] 가나에서 온 선교사의 편지

    물리학을 전공하고 국방 관련 정부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오랫동안 일한 선배가 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것은 알았지만, 50세가 훨씬 넘어 아프리카 가나에 선교사로 갔다는 소식을 몇 년 전 듣고 그 용기가 몹시 부러웠다. 얼마 전부터는 현지 활동을 담은 뉴스레터를 보내주어 흥미롭게 읽고 있다. 그럴수록 아프리카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헌신하는 그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했다. 한편으로 그마저 우리 기독교의 잘못된 선교 행태를 답습하는 것은 아닐까 내심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보내온 이메일을 읽으면서 걱정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눈길을 끈 것은 해외 선교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었다. 서구 열강은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는데, 식민 지배를 용이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선교사였다는 반성에서 글은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 같은 신(新)식민주의가 아직도 일부 선교단체와 선교사들의 사고에 자리 잡고 있다는 현실인식으로 눈을 돌린다. 우리 선교단체조차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현지 상황은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방식으로 세계를 복음화할 계획을 세
  • [최광숙의 시시콜콜] 황혼 이혼과 퇴계의 아내 사랑

    [최광숙의 시시콜콜] 황혼 이혼과 퇴계의 아내 사랑

    지난해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한 부부의 황혼 이혼이 처음으로 결혼 4년 미만의 신혼 이혼을 앞질렀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혼한 4쌍 가운데 1쌍이 황혼 이혼이라고 한다. 최근 한 방송사 여성 앵커의 진흙탕 이혼소송 소식도 들려온다. 이런 이혼 뉴스를 들으면서 조선시대 유학자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퇴계는 당대 최고의 학자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첫 번째 부인 허씨는 다섯 살, 한 달 된 어린 자식을 남겨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 둘째 부인 권씨는 정성 드려 차린 제사 음식에 먼저 손을 대고, 남편의 흰 도포 자락을 빨간 헝겊으로 꿰맬 정도로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할 수 없었을 만큼 모자랐던 부인을 말없이 품었던 이가 바로 퇴계다. 퇴계의 부부관은 제자 이함형에게 보낸 편지에 잘 나타난다. 이함형은 부인과 금실이 좋지 않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안 퇴계는 어느 날 제자가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슬며시 편지를 건넸다. “나는 두 번 장가를 들었지만 내내 불행했다. 그렇지만 결코 마음을 박하게 먹지 않고 노력해 온 것이 수십 년이 된다. 그동안 몹시
  • [오승호의 시시콜콜] 세네갈 갈치가 요즘 웃는다는데…

    [오승호의 시시콜콜] 세네갈 갈치가 요즘 웃는다는데…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8월 이후 체중이 3~4㎏ 빠졌다. 특별한 운동을 한 결과가 아니다. 수산물 위주의 식단을 꾸리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생선을 더 많이 먹기 시작했다. 외부인들과의 약속도 메뉴를 생선 위주로 했다. 정 처장은 “정부 대책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안심시키는 소통의 방법으로 생선을 많이 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산 수산물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것은 과학적인 안전을 넘어선 안심의 문제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열심히 소통을 하면 소비자들의 마음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에 있는 재외제주특별자치도민회총연합회 사무실에는 제주 어민들의 어려움을 도와달라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한다. 갈치 등의 생선 소비가 크게 줄어들면서 어획량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30~50% 떨어져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어서다. 도민회는 제주 출신 탤런트 고두심씨를 내세워 수산물 소비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양원찬 회장은 “오죽하면 도민회까지 나서겠느냐”면서 “곤경에 처해 있는 어업종사자들을 살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제주 갈치가 아프리카 세네갈에
  • [정기홍의 시시콜콜] 한 주민의 3년간 ‘층간 민원’ 일기

    [정기홍의 시시콜콜] 한 주민의 3년간 ‘층간 민원’ 일기

    “오늘은 이상하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고함을 지른 효과일까.” “또 시작인가. 오늘만도 벌써 네 번째다. 일부러 이러는 것인가. 영하 5도에 창문도 열었다. 화가 치민다.” 지인이 최근 아랫집 주민의 흡연으로 인한 3년간의 고통을 깨알같이 적은 A4용지 20여장을 내밀었다. 2011년 11월부터 1000여일간 날을 거의 거르지 않고 기록한 ‘아파트 층간민원 일지’였다. 구구절절하게 써 내려간 내용은 적이 놀라웠다. 장장 3년간의 일기 같은 그의 기록은 어느 날 욕실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독한 담배냄새가 코를 쏘았다. 득달같이 인터폰을 들고 아랫집에 고통을 알렸다. 아랫집 주민은 시치미를 뗐지만, 오래지 않아 욕실의 담배 냄새가 그의 행위임을 알 수 있었다. 열불이 난 초기 몇 달간은 경비원과 함께 찾아가 자제를 부탁했단다. 시간 낭비였다는 것을 안 것은 분노의 시기가 끝날 쯤이었다. 경비원은 통보의무만 있지 제재할 권한이 없었다. 직접 아파트단지 관리실을 찾아 민원을 제기하고, 이웃집과 공동 대처를 논의했지만 그마저 흐지부지됐다. 두 집 간의 감정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지인의 행동이 과격해졌다. 인터폰을 드는 경우는 뜸해지고 말수가 적어졌다. 담배냄새
  • [서동철의 시시콜콜] 경복궁 자연 해자(垓子)의 복원을 위하여

    [서동철의 시시콜콜] 경복궁 자연 해자(垓子)의 복원을 위하여

    조선은 왕조를 열면서 지금의 충남 계룡시 3군사령부 터를 도읍으로 점찍고 궁궐공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곧 한양의 북악산 아래로 수도의 위치를 바꾸게 된다. 풍수지리를 공부했다는 사람 가운데 몇몇은 이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계룡산을 버리고 한양을 택한 것이 잘못이고, 인왕산을 버리고 북악산을 택한 것도 잘못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선의 서울이 계룡산 어귀였다면 지금쯤 우리나라와 중국의 국경선은 임진강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렇다 해도 수도의 위치 문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양을 설계한 사람들이 궁궐 자리를 북악산 아래로 선택한 것은 그들이 옳았다고 본다. 흔히 경복궁은 해자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해자란 외적의 방어를 위해 성의 둘레를 파놓은 시설이다. 중국 베이징의 쯔진청(紫禁城)과 일본 도쿄의 왕궁에는 모두 해자가 있다. 반면 지금 경복궁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해자는 찾을 수 없다. 그것이 아쉬운 듯 경복궁 금천을 일종의 해자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담장 안에 있는 것을 해자라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경복궁에는 자연의 조화를 거스르지 않고 실용성이 뛰어난 자연 해자가 있었다. 궁궐 동쪽의
  • [최광숙의 시시콜콜] 죽어가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최광숙의 시시콜콜] 죽어가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친정 어머니는 두달여 동안 한 대학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계시다 돌아가셨다. 암 선고를 받고도 10여년 동안 텃밭을 가꾸며 건강하게 생활하셨지만 말년에 찾아온 통증을 견디기 어려워하셨기 때문이다. 말기암 환자들의 통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통증 완화 주사를 맞지 않으면 그 고통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절감했다. 지금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연간 7만 5000명인데 전국의 호스피스 시설은 55곳 정도다. 병상은 다 합쳐 880개밖에 안 된다. 어렵사리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해도 일부 시설에서는 4주 이상 머물기 어렵다. 대기자가 100여명씩이나 되니 병상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앙상하게 마른 암환자들이 링거병을 달고 다른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은 호스피스 시설이 1만 5300곳이 넘는다고 한다. 미국의 암 사망자 10명 중 6.5명이 호스피스에서 통증관리를 받으면서 여생을 마친다. 반면 우리의 경우 암환자 8명 중 1명 정도만 호스피스의 혜택을 누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우리는 시설 부족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 [오승호의 시시콜콜] 중국인 제주 투자붐 명암

    [오승호의 시시콜콜] 중국인 제주 투자붐 명암

    제주 출신의 시중은행 간부인 한 지인은 “중국인들이 제주도 땅을 마구 사들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졸부라도 상관없지만 중국인들이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초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실감하지 못했다. 추석명절 연휴를 맞아 제주에서 초등학교 동창 녀석과 소주 한 잔 하다 “중국인들이 제주 땅을 많이 매입한다던데 어떠냐”고 물었더니 “부동산투자 영주권 제도가 잘못됐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5억원 이상 부동산에 투자해 5년 이상 보유하면 영주권을 주는 투자이민제 때문에 중국인들이 설쳐댄다는 것이다. 고향 땅을 외지인들, 그것도 외국인들이 잠식해 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고 있겠지만, 제주도민의 배타성도 중국인들의 투자 붐을 곱지만은 않은 시각으로 보게 하는 한 요인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올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3만여명. 이 가운데 중국인은 146만여명으로 전체의 79%가량을 차지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2000년대 초 연간 10만여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폭증하고 있다. 비자를
  • [정기홍의 시시콜콜] 창조경제 포털의 오픈과 ‘후츠파 정신’

    [정기홍의 시시콜콜] 창조경제 포털의 오픈과 ‘후츠파 정신’

    창업아이디어 제안 플랫폼인 ‘창조경제타운’ 포털사이트가 오픈된 지 오늘로 꼭 10일째다. 8일까지 제안된 창업 아이디어가 1200여건에 이르는 등 순항을 하면서 일단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고 있다. 가입 회원이 1만명에 이르고, 하루에 8000명이 이곳을 들른다고 한다. 멘토를 자청한 1000여명의 전문가 움직임도 활발하다. 창조경제의 개념 논쟁으로 곤혹스럽던 정부로선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동안 예비 창업자와 중소벤처기업들이 변변한 창업정책을 얼마나 목말라 했는가 싶기도 하다. 알려진 대로 창조경제타운은 개인의 아이디어가 창업에서부터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전반의 도움을 받는 포털용 프로그램이다. 개념상으로 보면 실패할 이유가 없고 실패해서도 안 되는 정책이다. 이 포털은 정책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해 관심에서 멀어져 흐지부지된 기존의 정책 사이트와 구별된다. 외국의 기업사례를 벤치마킹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제안이 샘물처럼 솟고 ‘창업 광장’의 역할을 다한다면 대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운영 초기여서인지 부족한 게 더러 눈에 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자료에 따르면, 이 포털에 창업아이디어를 낸 수치를 보면 40대가 32%(3일 기준)인 반면, 주된 타깃인 20
  • [최광숙의 시시콜콜] 가정부와 운전기사

    [최광숙의 시시콜콜] 가정부와 운전기사

    성(姓)을 같이 쓰는 고모보다 성이 다른 이모가 더 친근한 이유는 날 낳고 애지중지 키워주신 어머니의 가장 가까운 피붙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일가친척 가운데 어머니를 닮은 이모는 누구보다 남다른 친척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가짜’ 이모들이 너무 많다. 식당의 주인 아주머니도 이모라 불리고, 가정부도 이모라 불린다. 어머니를 대신해 이모처럼 밥도 차려 주고 이것저것 챙겨주기 때문이리라. 최근 한 가정부가 뉴스의 인물로 떠올랐다. 혼외아들 의혹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로 보도된 임모씨의 집에서 약 4년 7개월 동안 그의 아들을 키우며 살림을 도왔다고 주장하는 한 보모 겸 가정부 이모씨의 인터뷰가 그제 TV조선 보도를 통해 나왔다. 이씨는 채 전 총장으로부터 “이모님, 어린 ○○를 친조카처럼 보살펴줘 고맙다. ○○아빠 올림”이라는 감사의 연하장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진짜 이모인 양 같이 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시시콜콜한 가정사를 깨알같이 쏟아냈다. 이에 대해 채 전 총장은 “다른 사람을 착각한 것 같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지는 당장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만
  • [안미현의 시시콜콜] 관료와 풍수

    [안미현의 시시콜콜] 관료와 풍수

    금융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에 있던 시절, 위원장 집무실은 무지 컸다. 맨 처음 금융위가 출범했을 때는 금감원장을 겸직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금감원장 방은 작았다. 지난해 금융위가 태평로로 이사 나가자 당시 권혁세 금감원장은 냉큼 널따란 금융위원장 방으로 짐을 옮겼다. 풍수에 관심이 많았던 권 전 원장은 유명 풍수가를 불러 전임자들이 해놓은 ‘인테리어’를 검증받았다. 집무실은 북쪽으로 난 대형 유리창 너머로 국회의사당 돔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였다. 진동수, 김석동 등 전임 위원장들은 이 창과 평행으로 책상을 놓고 앉았다. 이 책상 위치가 풍수대가의 눈에 딱 걸렸다. 풍수가는 집무실 공간에 대각선을 그어 보인 뒤 “이쪽 절반은 흉지, 저쪽 반은 길지”라고 진단했다. 이어 “길한 쪽에 책상을 놓되, 국회를 바라보지 않고 등지고 앉아야 한다”고 훈수했다. 그런데 훈수대로 책상 위치를 바꾸면 출입문을 바라보고 앉게 돼 부하직원들이 들어올 때마다 빤히 눈을 마주쳐야 하는 민망함이 따랐다. 고심 끝에 생각해낸 묘수는 차단막. 문 바로 앞에 차단막을 설치해 직원들이 돌아 들어오게 한 것이다. 한편, 방을 빼주고 광화문 한복판으로 옮겨온 김석동 당시
  • [박현갑의 시시콜콜]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박현갑의 시시콜콜]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어떻게 해야 하나

    추석 등 명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유료도로법 개정안이 얼마 전 국회에 제출됐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이 법안을 포함해 통합채산제 적용 제외, 통행료 감면 및 면제 등을 골자로 한 유료도로법 개정안 13건이 계류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통행료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유료도로법을 살펴봤다. 법리 구성이 엉성한 부실 법안이다. 이 법 16조 3항은 통행료 총액이 도로 건설유지비 총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같은 법 시행령 10조는 한국도로공사가 30년의 범위 안에서 통행료 수납기간을 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법 18조는 전국을 하나의 노선으로 간주, 모든 고속도로 이용자에 대해 동일한 요금체계에 따라 수납기간에 관계없이 통행료를 거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통합채산제다. 이에 따라 통행료를 징수한 지 30년이 지난 경인선·경부선·울산선 등 8개 노선 이용자는 지금도 통행료를 내고 있다. 제대로 된 법이라면 16조 3항과 18조 중 하나는 없어야 한다. 상충적 법 조항으로 인해 13건의 개정안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행료 인하 여부에 관계없이 이 법을 손질해야 할 이유다. 사용료·수수료
  • [문소영의 시시콜콜] “표적수사가 어때! 진실이 중요하지?”

    [문소영의 시시콜콜] “표적수사가 어때! 진실이 중요하지?”

    “채동욱이 잘못한 것이 없으면 왜 사표를 써?” 지난 13일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례를 만들 수 없다며 사표를 썼을 때 “수상쩍다”며 한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의 독립성 훼손 등을 이유로 동요했고, 청와대는 이틀 동안의 침묵을 깨고 “채 총장 사표를 수리 안 했다”고 반격했다. 하지만 사표를 반려하지도 않았다. 청와대의 이 발언에 일부 국민은 “출근해서 공직자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청와대와 법무부에 ‘디스’(disrespect)를 당하고 사표도 반려받지 못한 검찰총장이 복귀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이면 금방 알 수 있다. 작금의 정치 상황을 보고 있으면 국민 중에 “표적수사가 뭐 어때서? 진실이 중요하지!”라는 분위기가 있다. ‘진실 규명’이 금과옥조다. 이것은 군부독재 등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정의에 목마르고, 은폐된 진실로 억울했던 분노들이 DNA에 새겨진 탓이리라. 그런데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당하지 않으면, 그 진실을 진실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 드라마 CSI를 보면 분명히 범죄자인데도
  • [진경호의 시시콜콜] 윌슨 센터가 전직 장관 K씨를 부른 사연

    [진경호의 시시콜콜] 윌슨 센터가 전직 장관 K씨를 부른 사연

    30년 묵혔다 꺼내 놓는 것 하면 뭐가 떠오를까. 위스키? 와인? 아니면 간장? 여럿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외교문서다. 정부는 매년 30년 된 외교문서들을 공개한다. 정상회담에서 오간 대화는 물론 일선 대사관과 외교부가 주고받은 전문, 하다 못해 협상장 뒤로 오간 메모쪽지 같은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죄다 내놓는다. 20년 전인 1993년 7월 ‘외교문서 보존·공개 규칙’을 만들면서부터 해오고 있다. 1948~1959년의 외교문서를 1994년 1월에 처음 공개한 뒤 올해 김정일 조카 이한영씨 망명 관련 등 1982년 생산 문건까지 19년간 1만 5800여권, 194만여쪽을 내놓았다. 외교문서를 30년간 꽁꽁 숨겨놓는 이유는 전략 노출에 따른 국익 훼손 가능성 때문이다. 부부 간에도 지켜야 할 비밀이 있는 마당에 국가 관계에서 이런 것 저런 것 다 까발리면 외교는 성립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30년 지난 얘기를 새삼 꺼내놓는 이유는 또 뭘까. 하나는 당연히 역사이고, 또 하나는 계율이다. 후대에게 가감 없이 지금의 모습을 기록하고 전함으로써 올바른 역사를 세우자는 뜻이고, 눈 부릅뜨고 돌아볼 후대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국익 신장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하라는
  • [안미현의 시시콜콜] 취업준비생들의 기업품평 들어보니…

    [안미현의 시시콜콜] 취업준비생들의 기업품평 들어보니…

    얼마 전 만난 지인에게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아들의 직장 선택에 얽힌 뒷얘기였다. 이른바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인 아들은 기특하게도 네 군데 기업의 입사시험에 합격했다고 한다. 요즘의 인기 트렌드를 반영하듯 네 곳 모두 업종만 다를 뿐 금융회사였다. 고민 끝에 최종 낙점한 곳은 현대가(家) 계열 금융사였다. 막판까지 치열하게 저울질한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금융권 위상으로 보나, 급여 수준으로 보나 낙점대상은 신한은행에 견줄 게 못 되었다.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신의 직장’을 왜 스스로 내쳤을까. 이유인즉 노동 강도였다. 삼성이 많이 주는 만큼 많이 부려먹듯 신한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신한은행이 ‘심한’은행으로 불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얹어졌다. 우수 인재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내부 경쟁이 치열한 것도 기피 요인 중 하나라고 한다. 결국 지인의 아들은 스트레스 지수가 덜한 직장을 선택했다. ‘한마디로 널널한 데 찾아간 게 아니냐’고 핀잔을 줬더니 “그게 아니라 아직 정(情)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을 찾아간 것”이라고 반박하더란다. 이런 이유로 현대 계열사를 선
  • [박현갑의 시시콜콜] 바닥 드러낸 지방재정 채울 방안 찾아야

    [박현갑의 시시콜콜] 바닥 드러낸 지방재정 채울 방안 찾아야

    “정부는 2011년 취득세 감면액을 보전해 준다고 했지만 235억원이 보전이 안 되고 있다. 이번에도 보전해 준다지만 믿을 수 없다.”, “자치권을 침해할 때, 중앙정부를 제소할 수 있어야 한다.”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한국지방세연구원 등의 주최로 열린 ‘취득세 인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목소리다. 지방의 중앙행정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줬다. 지방살림이 이중고에 빠졌다. 취득세 인하로 세입은 줄고, 무상보육 확대로 세출은 느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8월 22일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영구인하를 결정했다. 동시에 결손액 보전도 약속했다. 하지만 과거 감면액도 다 보전해 주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영유아 무상보육 재원 문제로 서울시는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근본대책을 세울 때다. 언제까지나 지방채 발행 후 국가 인수, 추경 편성 등의 땜질식 살림을 되풀이할 순 없다. 출발점은 정부의 약속 이행이다. 2009년 지방소비세를 올해까지 5% 포인트 올리기로 했다면 지켜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보육료·양육수당 문
  • [문소영의 시시콜콜] 18세기 선비 이옥과 21세기 한국의 지식인

    [문소영의 시시콜콜] 18세기 선비 이옥과 21세기 한국의 지식인

    같이 어울려 다니는 무리나 짝을 ‘동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단어는 남한에서 금기어다. 북한이 쓰기 때문이다. ‘인민’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1945년 해방 전후에 백성, 인민, 국민 등이 혼용되다가 북한에서 인민을 애용하면서 기피 단어가 됐다. 1948년 5월 개원한 제헌의회에서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Republic of Korea)라는 영문 국호와 달리 ‘공화국’을 적시하지 않고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한 이유도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김진배 전 언론인이 쓴 ‘헌법의 두 얼굴’에 나온다. 북한 관련 드라마를 보면 “우리 공화국에선~”이 자주 나와 공화국도 왠지 불온한 듯해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화국이란 ‘주권을 가진 국민이 직·간접 선거에서 일정한 임기를 가진 국가원수를 뽑는 국가형태이자 세습 군주를 부정’하는 민주주의적 제도를 말한다. 글을 쓰다 사전을 찾아보면 알게 모르게 북한어를 사용해 깜짝 놀란다. 근대문학 등에서 일종의 사투리로 표현된 단어들이 무의식 속에 저장된 탓일 게다. 뜨락이나 쪼각, 누에벌레, 등멱을 하다, 멍멍하다, 또아리, 그러매다 등등은 북한어다. 뜰, 조각, 누에, 등물(목물)을
  • [오승호의 시시콜콜] 지표물가 안정 틈탄 가격인상 엄정 대응해야

    [오승호의 시시콜콜] 지표물가 안정 틈탄 가격인상 엄정 대응해야

    루피화 가치 추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는 양파가 소비자물가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양파값이 폭등하면서 ‘양파 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인도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양파값이 90%가량 올랐다고 한다.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인도 북부 지역의 집중호우 영향 때문이다. 장관들이 양파비상회의를 열기도 했다. 인도는 12억명의 인구 중 3분의1이 빈곤층이다. 이들은 양파가 곁들여진 빵이 주식이어서 양파 가격은 서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80년 이후 치솟는 양파값을 잡지 못해 두 차례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양파 총선’이라는 말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현지시간) 양파가 내년 5월 인도 총선을 판가름할 중대 변수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물가 당국은 생필품 가격이나 공공요금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담뱃값도 인도의 양파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서민층 부담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등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인상을 추진해 왔으나 2004년 500원을 올린 이후 9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에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논의만 하다 끝났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담뱃값을 2500원에서
  • [정기홍의 시시콜콜] 감사원의 영혼과 감사원장 품격

    [정기홍의 시시콜콜] 감사원의 영혼과 감사원장 품격

    양건 감사원장이 그제 ‘역류와 외풍’을 언급하며 직(職)을 내려놓았다. 그는 끝내 두 실체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대선때의 캠프 출신 감사위원 제청 문제로 불거진 내부 알력이 표면적인 사퇴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정권 핵심의 압력설도 암시되고 있다. ‘감사원의 영혼’까지 들먹였으니 이임사가 정쟁의 판을 꽤 키웠다. 그가 말한 영혼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올곧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역류와 외풍 논란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 그의 재임 중 감사원에서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청와대로부터 유임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게 불과 넉달 전이었다. 양 전 원장이 말한 ‘역류’(逆流)는 물이 거꾸로 흐른다는 뜻이다. 이는 조직 장악력을 의미하며, 그동안 추상 같은 원장에게 ‘맞서 대든’ 이들이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헌법학자였던 그는 이명박 정부시절 관직에 몸 담기 전 두루 알려진 명망가는 아니었다. 학자였던 그가 감사원 조직을 속 깊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을 법하다. 감사관을 직접 불러 지시한 것은 그 한 사례다. 감사관은 현장에 가기 전에 원장과 대면하지 않는 게 감사원의 불문율이다. 이런 일련의 행보가 감사원의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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