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칼럼
  • 세금철·지옥철 안 되려면… 수요예측 다각화로 승객 늘릴 공약 고민을 [전경하의 실패학]

    세금철·지옥철 안 되려면… 수요예측 다각화로 승객 늘릴 공약 고민을 [전경하의 실패학]

    ‘세금 먹는 하마’ 경전철 부산김해부터 우이신설선까지 수요예측 실패… 年 수백억 지원 용인은 시행사에 소송당하기도 수요 예측 여전히 사업자에게 유리한 예측 제대로 했는지 검증 절차도 없어 김포는 예상 승객수 맞았지만 몰리는 시간대·구간 고려 못 해 공약의 방향 출퇴근 맞춤형 버스 운행처럼 유연하고 지속될 방안 따져야 관광지 연계·셔틀 승차장 등 이용객 늘리는 방법 제시 필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6월 1일 실시되는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 공약 중 대중교통 개선은 ‘약방의 감초’다. 공약은 치명적인 유혹이지만 실행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전국 곳곳에 운영되고 있는 경전철이 대표적인 예다. 중앙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시작했건 해당 지자체장의 공약으로 출발했건 애물단지가 된 경전철이 더 많다. 대중교통 개선 공약이 표를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 한다. ‘지하철보다 작은 차량에 무인 운전’. 전국에 운행 중인 경전철의 특징이다. 여기에 ‘세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이 붙어다닌다. 국내에서 경전철이 처음 논의된 것은 1992년 정부시범사업으로 추진된 부산김해경전철이다. 부산김해경전철은 이용승객이 예측치를 밑
  • [데스크 시각] ‘200조’ 저출생 대책,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200조’ 저출생 대책,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지난해 0.81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이제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미끄러졌다. 내년엔 0.6명대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한다. 인구 소멸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자연 감소한 인구는 5만 7280명으로, 전년보다 75.6% 늘었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너도나도 위기대응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인구를 늘릴 목적으로 출산장려금과 정착지원금을 준다고 손을 내민다. 1000만원의 거액을 내거는 곳도 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지만, 청년층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줄어드는 인구를 서로 빼앗기 위한 애처로운 몸짓일 뿐이다. 2003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킨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저출생은 반전의 기미가 없다. 그동안 200조원을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청년들이 기억하는 예산 항목이 많지 않다. 요란한 홍보 자료는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정부도 매년 새로운 대책이라고 내놓지만, 눈곱만큼의 반전도 없으니 자포자기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좀더
  • [진경호 칼럼] 오늘, 우리의 절반이 운다/수석논설위원

    [진경호 칼럼] 오늘, 우리의 절반이 운다/수석논설위원

    전쟁 같은 20대 대선을 상징하는 기호는 단연 ‘40%’다. 가는 대통령과 오는 대통령이 모두 이 40%로 수렴된다. 19대 대통령 문재인이 마냥 흐뭇해하는 임기말 국정 지지도가 40% 어름이고, 내일 새벽 가려질 차기 대통령의 득표율도 40%대를 넘어 50%를 넘기긴 어려워 보인다. 절반에 못 미치는, 불행하고 불길한 수치다. 극단의 분열과 배격이 뒤엉킨 우리 정치의 폭력성과 불안정성은 결국 이 ‘40%’를 연원으로 한다. 40%의 독식과 독주…. 60%의 갈라진 다수가 40%의 뭉친 소수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민주정치 체제의 이 반민주적 모순 구조 속에서 우리는 5년을 보냈고 새 5년을 맞는다. 부동산 정책 실패, 빈부격차 심화, 저출산 악화, 연금개혁 외면, 코로나 방역 실패 등 책잡힐 일이 수두룩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도 40%의 미스터리를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10개의 ‘비결’로 촘촘하게 짚었다. ‘편가르기 정치’, ‘정권비리 은폐 시스템 구축’, ‘긍정 이미지 정치’…. 이들 꺼풀을 하나씩 벗기고 들어가면 결국 단단히 똬리를 틀고 있는 ‘진영’을 만나게 된다. 그를 대통령에 앉힌 41.1%의 ‘집토끼’가 여전히 임기말 지지도 40%를 떠
  •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그 섬에 가고 싶다/작가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그 섬에 가고 싶다/작가

    오후 4시, 어김없이 출출해지는 터라 늘 가던 우리 동네 김밥의 천당으로 갔다. 들어가서 보니 옆 테이블에 한 고1이나 고2 정도 돼 보이는 청춘들 네 명이 앉아서 라면과 김밥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있다. 모두 철근이라도 반으로 접어서 씹어 먹을 시절. 여자 친구 한 명도 딴 남학생들에 지지 않고 걱실걱실 아주 잘 먹는다. 아마 처음으로 알바 면접을 본 모양이다.  “나 오늘, 처음으로 빵집 알바 면접 봤는데, 바로 됐어.”  “와, 진짜? 언제부터 나가는데?”  “바로 올 수 있냐고 하는데, 내가 호구냐? 다음주부터 나간다 그랬지.”  이때 여학생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다. 갑자기 당황하며 엄마 전화라고, 쉬! 다들 조용히 하라고 하는 여학생.  “아아, 복잡하게 됐네. 집으로 들어오래.”  전화를 끊더니 난감해한다. 안 들으려야 안 들을 수 없는 대화. 아무리 봐도 딸 또래의 아이들이었기에 아무 상관없는 이 아줌마에게도 왜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지냈는지 궁금함과 걱정스러움이 교차한다.  “엄마가 처음에는 ×× 뭐라 하더니 그냥 들어오래. 그럼 나 알바 안 해도 되는 건가?”  “빵집에 지금 전화해. 못 나간다고.”  엄마께서 따님을 굉장히 강하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내일을 향해 쏴라/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내일을 향해 쏴라/미술평론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클레는 삼십대 중반이었으나 군에 징집됐다. 막사 한구석에서 그린 몇 점 안 되는 그림에는 절망과 죽음의 그림자가 일렁거린다. 전쟁이 끝나고 클레는 바우하우스 교수진에 합류했다. 진보적인 분위기 속에서 클레는 마음껏 예술적 실험에 몰두했다. ‘꿈의 도시’는 이 시기의 작품이다. 파랑, 녹색, 연보라색 도형이 리드미컬하게 겹쳐진 그림에서 희망찬 기분이 느껴진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선거는 평범한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정치에 반영하는 수단이다. 선거는 근대 사회와 함께 등장했지만, 일정한 나이 이상의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한 표를 행사하는 보통선거의 역사는 길지 않다. 초기에는 재산 유무, 교육 정도 등에 따라 선거권을 제한했다. 사람들은 투표권을 얻기 위해 부단히 투쟁했다. 영국 노동자들은 19세기 중반 투표권을 얻기 위해 차티스트 운동을 벌였으나 실패했고 1918년에야 투표권을 얻었다. 프랑스는 1848년 처음 대통령을 선출했으나 일정 수준 이상의 납세자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해 노동자를 선거에서 배제했다. 1871년 제3공화국이 들어선 뒤에야 모든 성인 남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늦게 선거권을 얻었다
  • [특파원 칼럼] 북중러 연대의 딜레마/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북중러 연대의 딜레마/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경제 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러시아를 편들며 공고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세 나라가 ‘반미’를 매개로 전선 확장을 모색하는 ‘북중러 연대’ 구도다. 북한은 끝없이 이어지는 유엔 제재로 ‘더는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2일 유엔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킨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이번 사태에서 당신을 응원한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앞으로 당신도 우리를 지켜 줘야 한다’는 속내다. 중국은 같은 날 러시아 결의안 표결에 기권한 데 이어 4일 ‘우크라이나 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결의안’에도 찬반 의사를 내보이지 않았다. 더 나빠지면 안 되는 서구세계와의 관계 등을 감안해 ‘깐부’(같은 편)인 러시아에 나름의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중러 간 ‘3각 공조’가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특히 북한은 핵무장에 속도를 내고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러 양국에 외교 역량을 ‘올인’(다걸기)할 것으로 보인
  • [마감 후] 지도자의 독서/하종훈 문화부 기자

    [마감 후] 지도자의 독서/하종훈 문화부 기자

    “모든 독서가가 다 지도자가 될 수는 없지만, 모든 지도자는 독서가가 돼야 한다.” 해리 S 트루먼(1884~1972) 전 미국 대통령의 이러한 말은 대통령의 독서가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수립한 트루먼은 평소 정치사상의 근본인 플라톤의 ‘국가’를 비롯해 마크 트웨인의 문학작품을 즐겨 읽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널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나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통해 혜안을 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최근 여야 대통령 후보자에게 ‘인생의 책 또는 젊은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 세 권’을 물어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눈 떠보니 선진국’(박태웅),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윤흥길),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을 꼽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선택할 자유’(밀턴 프리드먼)와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대런 애스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를 추천했다. 두 후보가 고른 책들은 후보 개인 및 해당 진영의 색깔, 방향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 후보가 추천한 ‘눈 떠보
  • [2030 세대] 우크라이나의 교훈?/임명묵 작가

    [2030 세대] 우크라이나의 교훈?/임명묵 작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인에게 그야말로 충격으로 다가왔고, 한국에서도 그랬다. 자연히 전쟁의 원인부터 우크라이나의 역사에, 푸틴의 정신 건강까지 수많은 주제가 언론 지면과 정치인은 물론이고 거리의 시민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바로 ‘우크라이나의 교훈’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자는 말이다. 이런 주장은 얼핏 보면 굉장히 그럴싸하다. 혹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경솔한 행보를 비판하며 한국도 현명하고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말한다. 다른 이는 우크라이나가 비핵화에 협조했는데도 주권 보장이 안 되니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졌다고 안타까워한다. 또 누군가는 소련군의 유산을 이어받아 강력했던 우크라이나군이 약체화된 것을 지적하며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문제는 이런 주장에 언급되는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되는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의지로 봤을 때 젤렌스키의 외교로 전쟁을 피하기는 아주 어려웠다. 시작부터 정상국가를 지향한 우크라이나가 핵을 유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소련이 무너진
  • [이해영의 쿠이 보노] 우크라이나 전쟁, ‘정치의 계속’인가/한신대 교수

    [이해영의 쿠이 보노] 우크라이나 전쟁, ‘정치의 계속’인가/한신대 교수

    영국의 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지난 세기를 ‘짧은’ 20세기라고 했다. 그것은 일종의 3부작 같은 것이었다고 했다. 1914년 1차대전에서 시작해 1945년 2차대전 종전까지의 ‘파국의 시대’, 1945년에서 1970년대 초까지의 냉전, 그리고 1989년까지, 즉 사회주의 붕괴까지의 시기로 이어져 ‘단기’ 20세기는 수명을 마쳤다. 이 ‘극단의 시대’의 극단인 1989년 마침 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고, 또 그 광경을 알리느라 열심히 배경을 추적하기도 했다. 독일 통일에 소련의 동의를 매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이 흘러가는지도 궁금했고,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소련의 안보 이익도 관심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 출신 언론인 크리스 헤지스의 최근 기사를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봤다. 당시 미 레이건 행정부는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나토가 기존 국경선을 넘어 확장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소련의 지도부에 약속했다. 여기에는 당연히 당시 서독은 물론이고 영국도 프랑스도 다 동의한 바 있다. 헤지스 기사에 따르면 그 이후 클린턴 행정부는 1997년 ‘상호관계, 협력 및 안보에 관한 기본협정’에서 다시금 동구권에 지상군을 주
  • [세종로의 아침] 대선 그리고 대통령의 경제/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대선 그리고 대통령의 경제/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대선이 이틀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유권자 대다수는 숙고 끝에 지지 후보를 결정했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을 위해 차기 대통령을 선택할 기준 한 가지를 전한다. 혹자는 이번 대선은 공정, 다른 이는 개혁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모두 일리 있지만, 우리의 절박한 문제를 위임하기에는 이런 주장은 단편적이어서 미덥지 못하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다. 선택의 기준은 경제를 누가 가장 잘 풀어 갈 수 있느냐로 좁힐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는 입에 풀칠하는 차원을 넘어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는 유무형의 자산을 쌓는 일이다. 국가적으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면 안보가 튼튼해지고, 복지도 풍성해지고, 사회 안전망도 견실해진다. 개인적으론 남들 눈에는 비루하게 보일지라도 먹고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자신과 가족,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일이자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갸륵한 행위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국민 1인당 총소득(GNI)이 3만 5000달러를 넘었고, 보릿고개나 굶주림이 사라졌다고 먹고사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착각이다. 우리의 경제 여건은 너무 취약해 대외 관계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과욕이 자식도 죽이고, 제 무덤도 파헤쳐지게 하고/전 국립고궁박물관장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과욕이 자식도 죽이고, 제 무덤도 파헤쳐지게 하고/전 국립고궁박물관장

    다름 아닌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 이야기다. 고려시대에는 고향에서 혼인한 조강지처를 향처, 중앙 관직으로 나가 개경에서 얻은 처를 경처라 했다. 경처인 강비는 꿈에서나마 두 아들이 자신의 무덤을 옮기는 이장군에게 죽고, 자신의 능마저 파 헤쳐 옮겨지는 수모를 짐작이나 했을까. 태조는 강비의 공을 거론하며 개국공신 배극렴과 조준 등을 불러 누구를 세자로 봉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배극렴이 적장자를 세우는 것은 고금을 통한 의라고 하자 태조는 언짢아하며 조준에게 종이를 내밀며 강비의 맏아들 방번의 이름을 쓰게 했다. 하지만 조준은 시국이 태평할 때에는 적장자를 먼저 세우고, 세상이 어지러울 땐 공이 있는 자를 세워야 한다며 쓰지 않았다. 강비가 이를 엿듣고 통곡했는데 그 소리가 내전까지 들렸다. 다시 세자 책봉을 논했지만, 두 사람은 자기 아들을 세자로 옹립하려는 강비의 과욕을 알고 더이상 적자나 공 있는 자를 세워야 한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성격이 광패한 방번보다 순한 막내 방석을 세자로 봉하도록 했다. 조준의 ‘공이 있는 자’란 방원(태종)을 이른 말이다. 강비가 방원의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면 ‘어찌 내 몸에서 태어나지 아니 했는가’라며 탄식할
  • [데스크 시각] 노무현, 윤석열 그리고 서초동의 비극/이제훈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노무현, 윤석열 그리고 서초동의 비극/이제훈 사회부장

    유난히 햇살이 강했던 2009년 5월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2층 예식장. 친구의 결혼식이 예정돼 있었는데 아침부터 들린 비보에 예식장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친구에게 얼굴을 비추곤 서둘러 아래층에 있는 기자실에서 전직 대통령의 충격적인 선택과 검찰 수사를 조명하는 호외 기사를 만들어야 했다. “이쯤하면 막가자는 거죠?”라며 시작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찰의 인연은 결국 악연으로 마무리됐다. 그 과정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전달한 돈으로 미국 뉴욕에 있는 아파트를 노 전 대통령 측이 구매했다는 의혹도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잊고 있었던 ‘슬프지만 냉정한 현실’이 다시 수면으로 올라온 것은 2012년 1월 미국 코네티컷주 폭스우드 카지노 매니저 출신인 이모씨와 그의 동생이 한 폭로가 계기였다. 보수단체가 노 전 대통령의 딸인 정연씨를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잊혀졌던 과거사가 다시 관심을 받았다. 마침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당시 야권은 검찰이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허드슨클럽 아파트 435호를 구매했고 이 과정에서 2009년 1월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제/김범 · 어머니 말씀/나종영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제/김범 · 어머니 말씀/나종영

    한국 작가 11명의 단체전 ‘하이브리드 바톤: 비정형의 향연’이 미술의 통념을 거스르는 비정형화된 작품을 선보인다.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갤러리바톤. 어머니 말씀/나종영 배고플 때 양손에 든 떡 가운데 오른손에 더 큰 떡을 동무에게 내밀어 주거라 한여름 동무랑 먼 길을 갈 때 동구 앞 우물에 달려가 네가 마시기 전에 물 한 바가지 동무에게 떠다 주거라 머리 위에 따라오는 뭉게구름의 그늘도 내어주고 나뭇잎 사이로 부는 시원한 바람 한 자락도 양보하거라 아가, 동무 간의 우정은 그런 거란다 성동교 다리 아래 비둘기들에게 귀리를 줍니다. 이 친구들 귀리를 좋아해요. 고원역 플랫폼에서 쩔쩔 끓는 귀리 차를 마시는 백석의 시를 이 친구들이 알고 있다는 생각 들 적 많습니다. 다들 열심히 모이를 쪼는데 순둥이가 다리 상판 쪽으로 날아가는군요. 몸이 하얗고 붙임성 좋아서 내 어깨 위로도 스스럼없이 올라오는 친구입니다. 순둥이가 다른 비둘기 한 동무를 데리고 돌아옵니다. 둘이 무리와 함께 모이를 먹는 모습 보기 좋네요. 나는 동무(同舞)를 같은 춤을 추는 이라 생각해요. 함께 소꿉놀이하고, 아플 때 등 두드려 주고, 밤새 쓴
  • [마감 후] 정말 서울 집값은 떨어졌을까?/백민경 산업부 차장

    [마감 후] 정말 서울 집값은 떨어졌을까?/백민경 산업부 차장

    “정말 서울 집값이 내려갔나요?” 10여년 넘게 주택시장 상황과 통계를 분석한 부동산 전문가 A, B씨와 건설사 임원 C씨를 최근 만난 자리에서 물었다. 그들은 되레 반문했다. “모두가 선호하는 서울 집값이 그렇게 쉽게 확 내려갈까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몇몇 강남 집값 하락 사례를 들어 “하향 안정세가 뚜렷하다”고 강조한 것과 달리 민간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예단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맞다. 지금 서울 아파트시장은 거래 자체가 쪼그라든 탓에 집값 하락도, 상승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미친 집값을 ‘영끌’해서 산 이들은 손해 보고 팔 생각이 없고, 집값 내려간단 소리에 “그 돈 다 주고는 못 산다”는 매수자가 줄다리기 중이다. 거래절벽에서 돈 급한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급매를 내놓고, 살 사람은 웃돈 주고도 사는 ‘가격 양극화’만 나타나며 혼조세를 이어 가고 있다. 대선 이후 변화가 있겠지 싶어 들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다. 서울 개포동에 있는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84㎡만 해도 얼마 전 20억 8273만원에 팔렸다. 몇 달 전보다 3억원 넘게 낮은 금액이다. 그런데 지난달 6일 삼성동 동일파크스위트 전용 17
  • [전의찬의 탄소중립 특강(5)] 시행 눈앞에 둔 ‘탄소중립기본법’/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전의찬의 탄소중립 특강(5)] 시행 눈앞에 둔 ‘탄소중립기본법’/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오는 25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약칭 ‘탄소중립기본법’)이 발효되고 시행된다.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법에 명시한 14번째 국가가 되는 것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의 목적은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불평등 해소, 그리고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 세대의 삶의 질 제고, 생태계와 기후체계 보호,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이바지함이다. 이를 위한 기본원칙으로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가능발전,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오염자 부담의 원칙,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의 확대, 모든 국민의 민주적 참여 보장, 지구온난화 1.5℃ 제한 등을 제시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다. 기본법에서는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이었으나 시행령에서 감축 목표를 ‘40%’로 강화했다. 제조업 비중이 30% 가까이 되고 매년 5% 이상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도전적인
  • [이종수의 헌법 너머] 불문율이 아쉬운 사회/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종수의 헌법 너머] 불문율이 아쉬운 사회/연세대 로스쿨 교수

    1980년 5월 광주 현지에서 어렵사리 취재한 한츠 페터 특파원의 기사를 받아서 독일의 여러 공영방송이 “남한, 광주에서 심각한 소요 발생”을 뉴스로 보도했었다. 이로써 광주의 참상이 처음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2017년에 개봉된 영화 ‘택시운전사’의 말미에도 이 뉴스 꼭지가 잠시 나온다. 믿기 힘들겠지만 당시에 광주의 참상을 보도한 독일 방송의 뉴스 앵커들이 2000년 전후까지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정년이 다 돼서야 수십 년을 내내 지켜 온 앵커 자리에서 물러났다. 본래의 뜻 그대로 마치 붙박이처럼 뉴스 프로그램에 굳게 닻을 내린 셈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에는 수년 동안 장수하는 뉴스 앵커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이 자리가 자주 바뀐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독일 방송의 이 같은 인사 행태가 다소 의아했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의 언론계에서는 방송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현직 언론인이 곧바로 정계로 옮겨 가는 게 금기시되고, 그것이 일종의 불문율로 확고하게 지켜지고 있다. 기자들 대다수도 선임기자나 원로기자로 정년까지 현직에서 활동한다. 그리고
  • [데스크 시각] 예기치 않은 구원이 올까/박상숙 부국장 겸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예기치 않은 구원이 올까/박상숙 부국장 겸 산업부장

    얼마 전 동해안 쪽을 다녀왔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읍내를 조금 벗어나자 길에서 개미 한 마리 보기 힘들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간혹 마주치는 이들은 대개 노인들. 이곳의 노인인구 비율이 40%에 달한다고 하니 청년 보기가 별따기 수준이다.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인데, ‘초초초’고령사회라고 해도 무방하다. 허름한 빈집들도 눈에 띄었다. 나 홀로 살던 어르신들은 조만간 지자체가 지은 공동주택으로 옮겨 갈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81. 매년 바닥을 치는 수치에 그러려니 했지만 막상 폐가와 폐촌을 접하게 되니 인구절벽이 가져올 미래에 마음이 써늘했다. 전북에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에 공장을 마련한 음료업체 대표는 청년 채용이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고 했다. 근무환경과 사원복지 등은 여느 기업 못지않지만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청년의 외면을 사고 있단다. 통계에 따르면 25~34세 인구의 6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이 중 절반이 서울에 모여 있으니 대표가 인력난을 모면할 길은 요원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방소멸 현장을 직접 보고 들으면서 이번 대선을 보는 마음이 더욱 착잡하다. 10년 뒤면 현재의 부산시 인
  • [황성기 칼럼] 그래도 한 걸음은 나아가야 할 대선/논설실장

    [황성기 칼럼] 그래도 한 걸음은 나아가야 할 대선/논설실장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나라를 들썩이게 한 힘찬 기운들을 기억한다. ‘문민’, ‘국민’, ‘참여’, ‘실용’, ‘신뢰’에 이어 ‘촛불’까지 새 대통령은 그 시대 정신에 맞는 이름을 걸고 등장했다. 유권자 성향이나 지지 여부를 떠나 정권 재창출이든 교체든 새 대통령의 리더십에 거는 국민들 희망이 컸고, 그런 기대는 득표율을 뛰어넘는 정권 초기의 높은 지지율로 나타났다. 20대 대통령은 뭘 들고 나올지. 3·9 대선이 딱 일주일 남았다. 최후의 승자는 오리무중이다. 단일화가 극적으로 이뤄지든, 무산되든 양강 구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대선에 시동이 걸린 작년 이후 선거가 주는 감동 하나 없이 대선날 밤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감동의 이유는 여럿 있다. 먼저 민주화 이후 7차례 대선이 보여 준 역동성, 스케일이 이번 대선엔 없다. 거기에 침을 뱉고 싶을 만큼 혐오와 증오로 얼룩진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였다. 대선이 5년에 한 번 있는 축제라는데 관중의 수준을 낮춘 허접한 축제였다. 그래서 부정적인 순간들밖에 기억에 안 남는 대선이다. 그렇지만 찾기로 마음먹으면 아주 의미가 없는 선거는 아니다. ‘원래 보수’ 민주당, ‘처음부터 보
  •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빵지순례/전곡선사박물관장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빵지순례/전곡선사박물관장

    지금은 거의 없어진 경양식집이 성업하던 시절 경양식집에는 예의 ‘정식’이라는 메뉴가 있었다. 아마도 경양식집의 대표 메뉴인 돈가스며 햄버그스테이크를 한꺼번에 내준다 하여 뭔가 그럴싸한 ‘정식’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나 싶다. 그 시절 어쩌다 경양식집에서 미팅이라도 하게 되면 호기롭게 정식을 주문하고 밥으로 드릴까요, 빵으로 드릴까요라는 웨이터의 마지막 질문에 늘 빵을 먹는다는 듯한 여유로운 목소리로 빵을 주문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그때 우리에게 빵은 특별한 음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빵을 먹은 사람은 1720년 베이징에 외교사절단으로 갔던 이기지라는 분이라고 한다. 그는 가톨릭 성당에서 처음 빵을 맛보았다고 하는데 그 빵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이기지는 무려 9번이나 성당을 찾아갔다고 한다. 이기지는 빵을 처음 먹어 본 소감을 “부드럽고 달았으며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았으니 참으로 기이한 맛이었다”라는 기록을 남겼는데 그때 이기지가 처음 맛본 빵은 카스텔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인류가 빵을 처음 먹을 수 있게 된 때는 밀농사가 시작된 신석기시대부터다. 약 1만 2000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안정되면서 비로소 밀의 재배를 포함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인문 정책의 실종/우석대 명예교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인문 정책의 실종/우석대 명예교수

    ‘논어’의 ‘태백(泰伯)편’에는 ‘민가사유지 불가사지지’(民可使由之 不可使知之)라는 말이 있다. “백성을 이치에 따르게 할 수는 있으나, 그 이치를 다 이해시킬 수는 없다”는 말이다. 공자(기원전 551~479)는 도덕(道德)과 명령(命令)과 정교(政敎)로 백성을 인솔할 수는 있어도 백성에게 일일이 이유를 알려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한다. 공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구절을 근거로 공자가 우민(愚民)정치를 옹호했다고 공격한다. 과연 그럴까. 자구(字句) 풀이에서 벗어나 세계사를 바라보면 다른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공자는 기원전 5세기 사람이다. 인쇄혁명이 15세기에 있었으니 공자는 그보다 무려 2000년 전 사람이다. 인구 대부분이 문맹자였던 시대다. 활자 미디어를 통한 지식 확산이 불가능한 역사적 조건이다. 공자도 시대의 아들이다. 제아무리 공자라도 극복할 수 없는 시대적 한계가 있다. 공자는 지도자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음을 고심 끝에 털어놓은 것 아닐까. 이끌고 갈 수는 있되 일일이 이해시킬 수 없는 답답함을 토로한 건 아닐까. 언론학자와 역사학자들은 인쇄혁명 없이는 루터의 종교개혁도, 프로테스탄티즘과 ‘근대적 개인’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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