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제/김범 · 어머니 말씀/나종영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제/김범 · 어머니 말씀/나종영

입력 2022-03-03 20:38
수정 2022-03-04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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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 11명의 단체전 ‘하이브리드 바톤: 비정형의 향연’이 미술의 통념을 거스르는 비정형화된 작품을 선보인다.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갤러리바톤.

어머니 말씀/나종영

배고플 때 양손에 든 떡 가운데

오른손에 더 큰 떡을

동무에게 내밀어 주거라

한여름 동무랑 먼 길을 갈 때

동구 앞 우물에 달려가 네가 마시기 전에

물 한 바가지 동무에게 떠다 주거라

머리 위에 따라오는

뭉게구름의 그늘도 내어주고

나뭇잎 사이로 부는 시원한 바람 한 자락도

양보하거라

아가, 동무 간의 우정은 그런 거란다

성동교 다리 아래 비둘기들에게 귀리를 줍니다. 이 친구들 귀리를 좋아해요. 고원역 플랫폼에서 쩔쩔 끓는 귀리 차를 마시는 백석의 시를 이 친구들이 알고 있다는 생각 들 적 많습니다. 다들 열심히 모이를 쪼는데 순둥이가 다리 상판 쪽으로 날아가는군요. 몸이 하얗고 붙임성 좋아서 내 어깨 위로도 스스럼없이 올라오는 친구입니다. 순둥이가 다른 비둘기 한 동무를 데리고 돌아옵니다. 둘이 무리와 함께 모이를 먹는 모습 보기 좋네요. 나는 동무(同舞)를 같은 춤을 추는 이라 생각해요. 함께 소꿉놀이하고, 아플 때 등 두드려 주고, 밤새 쓴 시 같이 읽어 주고, 마음 아픈 동무를 위해 새벽까지 함께 술 먹어 주죠. 세상에서 제일 순수하고 따뜻한 말, 동무입니다.

곽재구 시인
2022-03-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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