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사람의 도리와 일본인의 의식구조/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사람의 도리와 일본인의 의식구조/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입력 2011-08-05 00:00
수정 2011-08-0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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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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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도리란 육신의 원초적인 욕구에 매달려 가지 말고 마땅히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아니될 것을 가려서 행동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치에 맞게 살라는 의미다. 도리의 도(道)는 육신의 명이 다하는 날까지 가야 하는 삶의 길을 말하며, 리(理)는 육신 속에 깃들어 있는 사람의 주관자, 즉 마음이다. 서양에서는 초자아(超自我) 또는 양심이라고 한다. 사람의 행동은 사전에 마음 또는 양심에 의해 통제됨으로써 절제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때 비로소 사람으로서 진면목이 나온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하고 사람답게 살려고 한다면 마음의 분별에 따라 선택된 행동으로 길을 걸어가야 도리를 지킨다고 할 수 있다. 왜 사람은 도리가 필요할까?

얼마 전 어느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누군가 만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뒤에 초등학교 2학년쯤으로 보이는 학생이 뒤따라 들어왔다. 나는 무심코 안쪽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런데 내려야 할 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내리려고 하는데 앞에 서 있는 어린아이가 문 가운데 서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비켜주지 않았다.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이면서 꼬마에게 조금만 옆으로 비켜줄 것을 주문했지만, 아이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양보해줄 기색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고 필자는 어린아이에게 “만약 네가 내리려고 할 때 앞에 서 있던 내가 비켜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대뜸, “아저씨가 알아서 내려야지 그게 내 책임인가요?”라고 오히려 나를 나무란다. 옳고 그름을 떠나 어울려 사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인식이 없다. 아이에게서 사람의 체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있는 것인지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다. 우리들은 이런 행태들을 여러 곳에서 무수히 목격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잡아준 이 없이 지금까지 지나쳐 왔다. 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 잊어 버리고 살았던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으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는 지구상의 어떤 생물도 DNA 속에 스스로 자살하도록 명령하는 체계적 유전인자는 없어 이기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럼에도 사람이 자기 목숨을 스스로 버리거나, 때로는 타인을 위하여 기꺼이 몸을 던져 희생하는 행태는 동물과 구별되는 부분이라고 이야기한다. 동양적 관점에서 볼 때, 이타심이 스스로 육신을 포기토록 하는 것은 분별력을 가진 마음이 삶의 가치 이상의 무엇을 선택한 경우 일어난다. 사람이 도리를 다해야 하는 이유는 동물과 달리 본능적 욕구를 제어하여 사람으로서 인격을 갖추고자 함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회의원들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그곳에 가겠다고 입국하면서 나라가 온통 시끄러웠다. 우리 국민들은 저들이 성인이고 배운 자임에도 양심의 가책이 없는 막가파식 떼거지에 다시 한번 아연실색하고 있다. 우리가 분개하는 이유는 그들이 어린 학생처럼, 어울려 사는 이치를 모를 뿐만 아니라 도리를 벗어나 벌이는 한심하고 유치한 작태 때문이다. 인품은 사람이 도리를 다했을 때 다가온다. 애당초 그들의 기운은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사람다움이나 국가다움의 도리를 기대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말과 행동이 반드시 일치해야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여겨왔기 때문에 항상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속마음을 보여주었고, 그들은 이 점을 악용하여 왔다. 그러나 저들은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까지 모두가 이중적 기질과 잣대를 갖고 있어 언제든지 우리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을 과거 36년의 역사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명분을 중요시하는 우리와는 달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흔적을 남기고 흠집을 만들어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행태를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그들의 얕은 꾀에 속거나 끌려가서는 안 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우리가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 나라를 바른 길로 이끈다면 이 땅에 다툼과 반목은 잦아들고 나라는 더욱 강대해져 다시는 저들이 우리를 무시하고 우습게 보는 일이 없을 것이다.

2011-08-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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