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다짐/주병철 논설위원
얼마 전 병문안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병실용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데 낯선 사람이 대뜸 “병원에 오면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지.”라고 말을 건넨다. ‘병원에는 아픈 사람이 너무 많네.’라며 생각에 잠겨 있던 참이었다. 순간 멍했다. 이 사람이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예”라고 얼버무렸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서도 그는 중얼댔다. “병원에 오면 환자가 많고, 술집에 가면 술꾼이 많고, 노래방에 가면….”
초면에 만난 그 사람이 툭 던진 몇 마디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병원에 와서 아픈 사람들을 보노라면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 해두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경고성 메시지로 와 닿았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뜨끔했다.
올해는 나름대로 보람차게 보냈다. 올 초 시작한 금연 다짐은 초심을 잃지 않았고, 살을 빼겠다는 다짐도 약간은 이뤄진 것 같다. 그래서 내친김에 내년에는 술을 확 줄여볼 생각이다. 늘 하는 게 다짐이라지만, 제대로 다짐하면 실행되지 않을까 싶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