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오래된 식당/이도운 논설위원
용금옥, 청진옥, 하동관, 한일관, 열차집, 진주회관. 신문기사에서 낯익은 식당들의 이름이 보였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식당의 목록이었다. 회사가 시내 중심가에 있다 보니 주변에 전통적인 맛집이 많다. 대부분 입사 이후 자주 갔던 음식점들이다.
얼마 전 함께 밥을 먹으러 가던 20대 후배에게 “뭘 먹을까.” 물었다. “옥, 관, 집으로 끝나는 ‘식당’만 아니면 됩니다.” 맛집을 사랑하는 한국인에는 40대, 50대만 포함되는 모양이었다. 20대, 30대 후배들은 샐러드, 스파게티, 피자, 카레, 타코 같은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을 더 좋아했다.
나 역시 최근 들어서는 전통 맛집을 찾는 발길이 꽤 잦아들었다. 왜 그럴까. 우선 다른 먹거리가 너무 많아졌다. 다양하게 먹다 보니 식당 한 곳을 찾는 빈도는 자연히 줄었다. 술을 적게 마시는 것도 이유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해장국이나 곰탕을 찾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맛집의 맛이 변했다는 사람도 있다. 그건 잘 모르겠다. 맛이 변한 건지, 입맛이 변한 건지.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