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 [오늘의 눈] 경고음 울리는 원전 수출, 정말 이상 없나/황비웅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경고음 울리는 원전 수출, 정말 이상 없나/황비웅 경제부 기자

    “바라카 원전 장기정비계약(LTMA)이 수의계약이었다가 경쟁입찰로 전환했다는데 맞습니까?”(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 “그건 맞습니다.”(김형섭 한국수력원자력 경영관리부사장) 지난달 30일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에서는 정부의 원전 수출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최근 원전 수출 전선에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의 직접 운영권과 관련한 의혹은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2016년 한국전력이 UAE 원전 사업과 관련해 향후 60년 동안 494억 달러(약 54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갈 수도 있다. UAE 원전의 직접 운영과 관련된 계약은 준공 후 10년 동안 300명의 운영인력을 파견하는 운영지원계약(OSSA)과 장기정비계약 두 가지다. 문제는 10년간 2조~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원전의 핵심 운영 계약인 장기정비계약이다. 당초 수의계약으로 추진될 예정이었지만, UAE 측은 내년 상반기까지 경쟁입찰로 진행하는 것으로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장기정비계약은 2017년 상반기부터 경쟁입찰 절차에 들어갔던 계약으로 당초
  • [오늘의 눈] 가벼운, 한없이 가벼운 기관장의 입

    [오늘의 눈] 가벼운, 한없이 가벼운 기관장의 입

    지난 23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통합 관리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원광연 이사장이 취임 1년만에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던 이사장과 공식적으로 첫 만남인데다가 최근 출연연 자율성 부여나 과제중심시스템(PBS) 개혁 등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관련한 다양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많은 과학관련 취재진이 모였다. 그렇지만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던 이들 대부분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질문에 대해 모호하고 장광설을 늘어놔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자간담회 이후 당시 오간 이야기를 풀어낸 녹취록을 다시 봐도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된 것은 기관장이 돌연 사퇴한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관한 것이었다. (이사장)“원자력연구원이 국민의 신뢰를 상당부분 잃었고…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가 나서야 했다. 시민단체고, 대전지역 이슈 당사자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을 제가 만나 빌다시피 했다. 시민단체들은 원자력연구원이 너무 불통이었다고 이야기하더라. (원자력연구원 원장) 취임 이후 소통이나 문제 대응이 사임의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기자)“연구용 원자로와
  • [오늘의 눈] 책임 전가 점입가경… 철도는 누구겁니까?/박승기 정책뉴스부 부장

    [오늘의 눈] 책임 전가 점입가경… 철도는 누구겁니까?/박승기 정책뉴스부 부장

    “수탁 사업은 철도공단이 관리합니다.”, “작업을 위한 절차와 업무는 코레일이 담당합니다.” 지난 20일 오후 5시 발생한 오송역 전차선 단전에 따른 열차 120여편 지연 사고를 놓고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해명이 ‘점입가경’이다. 누구 탓이라고 대놓고 지목하지 않았지만 “내 책임은 아니다”라고 에둘러 강조한다. 철도공단은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철도시설을 건설·관리하는 주체이고, 코레일은 실제 시설을 사용하는 철도운영자다. 오송역 장애는 지방자치단체인 충북도가 시행하는 고가도로(다락교) 건설에서 촉발됐다. 선로를 넘어가는 도로다 보니 안전을 위해 지난 20일 오전 일반 조가선을 절연 조가선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됐는 데, 연결(압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빠진 조가선이 전차선을 끊고, 열차에 전원을 공급하는 팬타그라프까지 파손되면서 고속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고장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장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열차 운행 차질은 불편하지만 감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정이다. 양 기관은 지자체가 시행하는 공사에 심각하게 무관심했다. 누구 책임을 떠나 열차 운행과 직결된 시설 개량이 앞마당에서 이뤄지고 있었지만 누구도 나서서 검증이나 확인
  • [오늘의 눈] 주민 눈높이 전시는 없다…그들만의 북서울미술관/강국진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주민 눈높이 전시는 없다…그들만의 북서울미술관/강국진 사회2부 기자

    지하철 7호선 하계역 옆에 위치한 지상 3층, 지하 3층의 북서울미술관 건물은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다. 미술관 앞엔 널찍한 광장이 있고 계단을 통해 미술관 옥상을 산책할 수 있다. 미술관 옆 버스정류장은 1년에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만 120만명이 넘는다. 미술관은 물론 주변과 옥상까지 사람들로 붐빈다. 카페 두 곳과 레스토랑만.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전시공간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하기만 하다. 2013년 완공된 북서울미술관은 애초 설립 취지가 번듯한 전시회 한번 보려면 지하철로 한 시간가량이나 움직여야 하는 서울 북동부 지역 주민들에게도 문화생활을 누리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미술관 운영은 이런 설립 취지를 철저히 배신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서울미술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공무원을 만나 봤다. 그가 가장 놀란 건 1년 내내 현대미술 전시만 이어진다는 점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지역 연계가 부족하다는 것도 개선이 시급한 대목이다. 노원구에서 활동하는 지역 미술가들과 노원구에 위치한 대학 9곳 등에선 북서울미술관 문턱이 너무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원미술협회는 최근 북서울미술관에서 작품전을 열려다가 ‘미술관 품격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적도
  • [오늘의 눈] 시간에 쫓기는 ‘자치경찰제’ 현장 목소리 듣고 있습니까/김헌주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시간에 쫓기는 ‘자치경찰제’ 현장 목소리 듣고 있습니까/김헌주 사회부 기자

    올해 6월쯤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자치경찰 도입 초안이 지난 13일에야 공개됐다. 5개월이나 미뤄진 배경에 대해 초안을 준비한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여러 요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문제는 초안 발표가 늦어지면서 현장 의견 수렴 기간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전체 경찰의 36%인 4만 3000명을 자치경찰로 편입시키고, 국가공무원에서 지방공무원으로 신분을 바꾸는 큰 변화를 예고하면서도 분권위는 의견 수렴 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못박았다. 이달 안에 심의·의결까지 마쳐야 하는 시간표에 따른 것이다. 경찰관들은 앞으로 보름 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영영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경찰관 입장에서는 자치경찰이 됐을 때 처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중요한데 정작 이런 내용은 없어 의견 수렴이 요식행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초 청와대는 권력기관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면서 지난 5월 한 달간 의견 수렴을 거쳤다. 정부 합의문은 그로부터 정확히 21일이 지난 뒤에 발표됐다. 그런데도 양측 기관의 불만 기류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보름 동안만 의견을 내라고 하는 것은 수많은 경찰공무
  • [오늘의 눈] 그때 그때 다른 기준의 ‘과알못’ 국감/유용하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그때 그때 다른 기준의 ‘과알못’ 국감/유용하 사회부 기자

    “내가 산업 연구개발(R&D)을 해 봐서 아는데.” “내가 SCI급 논문을 써 봐서 잘 아는데.” 올해는 다를까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다. 지난 10일부터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하 연구기관들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이야기이다. 국감이라는 외부 동력을 통해 과학계 변화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은 올해도 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맹탕 국감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하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많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과방위 소속 21명 의원 중 이공계 출신은 물리학 박사출신 신용현 의원과 학부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한 송희경 의원 2명뿐이다. 이들과 과방위의 오랜 터줏대감 의원 몇 명을 제외하고는 과학기술 연구환경과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욕먹는 것보다 무관심을 더 무서워하는 의원들 특성상 과학보다는 주목도가 높은 통신비 인하나 단말기 자급제, 가짜뉴스 같은 이슈에 눈길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런 태생적 한계 때문에 매번 ‘과알못’(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로 국감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올해 주목받은 것은 지난 22일 정부출연연구기관 대상
  • [오늘의 눈] 하늘만 바라보는 기상청/유용하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하늘만 바라보는 기상청/유용하 사회부 기자

    현대판 신문고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상청’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면 253건의 관련 글이 뜬다. 대부분이 ‘기상청을 없애 달라’, ‘눈 감고 예보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일본이나 미국에 외주를 주는 것은 어떠냐’는 등 비난 일색이다. 청원이 올라온 날짜를 보면 6년 만에 한반도를 관통한 제19호 태풍 ‘솔릭’이 지나간 지난주부터 전국이 물폭탄 세례를 받은 이번 주에 급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풍 솔릭은 제주와 전남 지역에는 상당한 피해를 입혔지만 정작 내륙으로 상륙한 시점에는 힘이 빠져 기상청의 예측과 같은 강풍과 폭우는 없었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하루이틀 새 여름 장마철 강수량을 훌쩍 넘겨 때아닌 수해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예보의 변수는 점점 늘어나 예측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솔릭 때부터 밤샘 작업을 이어 가고 있는 기상청 예보국 직원들이 잇따른 예측 실패로 인한 국민적 비난에 집단 우울 증상을 보인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노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실 국민적 분노의 이면에는 ‘예보의 부정확성’보다 정확도 향상을 위해 기상청이 어떤 노력을 하고
  • [오늘의 눈] 국민 내팽개쳤던 경찰이 해야 할 일/김헌주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국민 내팽개쳤던 경찰이 해야 할 일/김헌주 사회부 기자

    백남기 농민이 숨진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주최자 등에 대해 국가(경찰)가 제기한 3억 8000만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하라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이 27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민 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백남기씨의 사망과 폭력 행위로 인해 경찰 기물이 파손된 데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법 질서 확립이란 관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 취하 권고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 청장이 이 같은 답을 내놓은 이유는 지난 21일 진상조사위가 소 취하 권고를 내린 이후 경찰 내부에서 “절대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강력한 반발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관을 폭행해도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경찰의 우려가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가 소 취하를 권고한 목적은 폭력 시위에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다. 정부 정책에 저항하는 집회 참가자들을 반정부 세력으로 규정하고 집회가 열리기 전부터 ‘불법 집회’라는 프레임을 씌운 뒤 과도한
  • [오늘의 눈] 안희정 판결, 사법부는 한발 더 나아갈 수 없었는가/김지예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안희정 판결, 사법부는 한발 더 나아갈 수 없었는가/김지예 사회부 기자

    “피고인 무죄.” “이런 쓰레기들.” 지난 14일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던 서울서부지법 303호 형사법정에 울려 퍼진 목소리들이다. 엘리트 판사로 알려진 조병구 부장판사는 판결에 논리적 흠결이 없었음을 강조하듯 차분하게 선고문을 읽어 내려갔지만, 여성 방청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법조인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대체로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위력에 의한 간음 입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와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로 현행법 체계의 미비를 꼽았다. 유죄를 선고하고 싶어도 현행법에서는 처벌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 판사가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예스 민스 예스 룰’(Yes Means Yes rule)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 민스 노 룰’은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성관계를 한 경우 이를 강간으로 간주하고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 기준으로 강간 여부를 가린다. 여기에서
  • [오늘의 눈] 혼란만 부른 공정위·한전의 ‘검침일 변경’/황비웅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혼란만 부른 공정위·한전의 ‘검침일 변경’/황비웅 경제부 기자

    최근 한국전력공사 지사와 고객센터로 전력사용량 검침일 변경 전화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침일에 따라 전기요금이 ‘복불복’이 될 수 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다. 공정위는 한전의 기본공급 약관이 불공정 약관이라면서 “원격 검침은 고객 요청에 따라 검침일을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일반(방문) 검침은 한전과 협의해 정기 검침일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원격 검침은 스마트계량기(AMI)를 단 가구에 해당한다. 오는 24일 이후 한전(국번 없이123)에 검침일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 달았다. 하지만 공정위의 설명은 잘못된 것이다. 한전은 이미 2016년부터 희망 검침일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24일 이전에도 검침일 변경이 가능할 뿐 아니라 방문 검침 선택제에 따른 변경도 이미 가능하다. 한전에 따르면 희망 검침일을 신청한 가구수는 2018년 8월 현재(누적) 기준으로 51만 1640가구다. 한전 관계자는 “원격 검침과 아파트, 방문 검침 가구수까지 포함된 수치”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전 고객센터에서는 최근 검침일 변경 문의가 폭주하자 공정위 발표대로 안내 메시지를 통해 “원격 검침이 아닌 방문 검침 선택제는 한전과 협
  • [오늘의 눈] 차라리 ‘로보트 태권V’나 만들지/김동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차라리 ‘로보트 태권V’나 만들지/김동현 사회부 기자

    법조 출입을 시작하면서 법원에 대한 첫 느낌은 우리나라 수재들이 다 모인 곳 같다는 것이었다. 판사들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 전교 1등은 기본이어서 이들의 등수 기준은 ‘전국에서 몇 등’이었다. 이렇게 똑똑한 판사들이라면 세상의 온갖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억울한 이들의 마음도 풀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로보트 태권V’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인재들이 법원에서 법리에만 몰두하는 것이 과연 나라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판검사나 의사가 되고 싶어 하지만, 미국에선 공부를 잘한다는 청소년들이 정보기술(IT) 분야를 지나 이제 바이오 쪽으로 진로를 정한다는 한 교수님의 이야기가 떠올라서다. 한마디로 선진국들은 ‘미래 먹을거리’를 만드는 곳으로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들이 법원에 배치돼 ‘공명정대’하게 시민들의 다툼을 해결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부족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튼실하게 할 것이란 생각에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런데 그 최고 엘리트가 국민을 배신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
  • [오늘의 눈] 그때그때 다른 ‘교육소통령’ 대입 철학 유감/박재홍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그때그때 다른 ‘교육소통령’ 대입 철학 유감/박재홍 사회부 기자

    31일 서울교육청은 기자들에게 A4 용지 7장짜리 보도자료를 보냈다. ‘대입제도는 공교육 정상화를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과 ‘조희연 교육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입장 표명’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요지는 ‘오는 3일 발표될 대입 공론화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정시(수능) 확대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수능 전형을 확대하는 건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안 될 일’이라는 것이다. 또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더 나아가 내신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육감 의견에 동의 여부를 떠나 구체 내용과 발표 시점을 보면 의아한 대목이 많다. 조 교육감의 주장을 요약하면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는 시대에 뒤떨어지니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는 불과 5개월 전 조 교육감이 발표했던 ‘대입 제도 개편 제안’과 다르다. 그는 당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대수술’을 제안하면서 “서울 주요 대학의 학종:학생부교과(내신):수능 선발비율을 1대1대1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고3이 치르는 2019학년도 대입 기준으로 수능 중심의 정시 비율은 23.8%다. 조 교육감 주장대로라면 정시 비율이 33
  • [오늘의 눈] ‘열쇠’ 없는 중기부…홍종학의 딜레마/장진복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열쇠’ 없는 중기부…홍종학의 딜레마/장진복 경제부 기자

    “성공한다면 경제학 교과서에 나올 이야기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평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이렇게 소개한다. 진보 경제학자이자 현 정부의 정책 밑그림을 그린 홍 장관으로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또 다른 한 축인 공정경제를 이끄는 수장 입장에서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홍 장관을 만난 중소기업가와 자영업자는 “당장 회사가 문 닫게 생겼다”, “(최저임금법을 어기는) 범법자가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울부짖는다. 문제는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가 요구하는 후속 대책 대부분이 중기부 소관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 업종별·규모별 차등 적용 제도화’는 고용노동부 소관 사안이다. 홍 장관은 “현실적인 한계로 쉽지 않다. 차등 적용에 준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달랠 뿐이다. ‘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 확대’는 금융위원회가, 소상공인 임대차 및 영업권 보호 강화는 법무부와 국토교통부가 각각 열쇠를 쥐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중기부가 청에서 부로 승격됐지만,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기부
  • [오늘의 눈] 태국 동굴 5㎞와 세월호 40m…기적 만든 건 어른들의 책임감/안동환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태국 동굴 5㎞와 세월호 40m…기적 만든 건 어른들의 책임감/안동환 국제부 기자

    명상으로 두려움 떨치게 한 코치 동료 순직에도 포기 없던 구조대 보고보다 안전 최우선한 주지사 헌신이 일군 기적은 자부심으로 부럽고 아프다, 4년 전 그날 탓에 태국 치앙라이 유소년 축구팀 ‘무빠’(야생 멧돼지) 소년들과 코치 등 13명의 전원 구조에 전 세계가 아낌 없는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 태국 정부와 구조대는 작전명 ‘멧돼지를 집으로’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치앙라이 교민 권영진씨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태국 국민들이 “뿜짜이”(자부심)라고 외치며 환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굴 속에서 조난된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지켜냈다는 자부심일 것이다. 전원 구조라는 말이 기쁘고 감동스럽지만 우리에게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4년 전 4월 세월호 참사 당일 우리들도 그토록 듣고 싶었던 소식이 아니었던가. 칠흑 같은 5㎞ 거리의 동굴 내부나 수심 40m 시계 제로의 해저 모두 인명을 구조하기 쉽지 않은 극한 상황이다. 자력으로 숨쉴 수 있는 지상의 동굴이라고 다르지 않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깜깜한 동굴 내부 물속은 깊이조차 가늠되지 않았다. 태국 구조대원들은 흙탕물이 넘치는 최장 800m에 이르는 네
  • [오늘의 눈] 과학기술은 잊은  ‘홍보’통신부 장관/유용하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과학기술은 잊은 ‘홍보’통신부 장관/유용하 사회부 기자

    지난 5일 경기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취임 1주년 워크샵을 열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부처 명칭을 변경한지도 1년이 되가면서 그동안 성과도 홍보하겠다는 취지의 자리였다. 유 장관은 본격적인 간담회가 시작되기 전 인사말을 통해 “과학기술 대중화, 5G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조만간 차관은 물론 실·국장들이 스피치 교육을 받기로 했으며 전국을 다니며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과학행정가와 과학커뮤니케이터가 하는 일은 엄연히 다른데 장관이 좋은 정책이 아닌 홍보를 잘 한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은 너무 충격적”이라며 “과학기술 주무부처 장관으로 취임 1년이 되가는데도 자신의 롤(역할)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조직법 제29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직과 장관의 역할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법 조항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과학기술정책의 수립·총괄·조정·평가, 과학기술의 연구개발·협력·진
  • [오늘의 눈] 우리가 두려운 것은 정말 난민일까/김지예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우리가 두려운 것은 정말 난민일까/김지예 사회부 기자

    ‘세계 난민의 날’이었던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난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민단체 관계자 중에는 난민 ‘당사자’도 있었다. 그는 회견이 끝날 때쯤 앞으로 나와 서툰 한국말로 난민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아랍권 난민에 대한 혐오 분위기 탓에 이름과 국적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 한 주간 수많은 ‘제주 예멘 난민’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말레이시아의 로힝야 난민촌 사진과 함께 “난민을 돕자”는 글을 올렸다가 호된 비난 세례를 맞았다.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30일로 예정된 ‘난민수용 반대 광화문 집회’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난민을 혐오하는 사람들 가운데 직접 난민을 만난 이는 별로 없다. 그저 낯선 상황에 대한 공포를 토로하는 데 가깝다. 난민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두 가지다.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두려움과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늘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일자리’와 ‘성폭력’이라는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문제가 난민으로 투과되는 셈이다. 그러나 두 문제는 난민 탓으로 돌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으며, 3%의 난민을 0%로 만든다고 해서 우
  • [오늘의 눈] 재판 개입·법관 사찰 의혹 청문회로 풀자/김동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재판 개입·법관 사찰 의혹 청문회로 풀자/김동현 사회부 기자

    지난달 31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활동 과정에서 드러난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담화문에는 국민에 대한 사과와 함께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의혹 관련 검찰 고발에 대해선 전국법관회의 등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옛말이 또 틀리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의 담화문에서 “조사 수단이나 권한 등의 제약으로 그 조사 결과에 일정한 한계가 있었고, 모든 의혹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고 한 것을 보면 사법부 스스로도 의혹 해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는 것 같다. 보통 제 머리를 못 깎으면 이발소나 미용실을 이용한다. 국민들은 그곳이 검찰이라고 보는 것 같다. 재판 흥정의 피해자로 추정되는 KTX 해고 승무원들이 요구한 것도 검찰 고발 등을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다. 사법부는 검찰 고발만은 피하고 싶은 표정이다.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형사조치를 하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가 공식 입장이지만, ‘어떻게 법원이 검찰 수사를 받느냐’는 정서적 거부감도 큰 이유다
  • [오늘의 눈] 아웃링크 시대가 오면…/김민석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아웃링크 시대가 오면…/김민석 산업부 기자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 방식에 관해 문제의식을 일깨웠다. 지금처럼 네이버뉴스 안에서 뉴스 소비가 이뤄지게(인링크) 하지 말고 포털에서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링크 기사에 댓글과 공감·비공감 등 기능을 붙이고 기사의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드루킹 김모(49)씨 같은 세력이 악용해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네이버 측은 “과거에 아웃링크 방식으로 뉴스 서비스를 운영할 때 고객 불만이 하루에 수십개씩 접수됐다”고 말한다. 언론사마다 다른 화면 구성과 선정적인 광고 배너 등 때문이라고 했다. 급기야 네이버는 최근 124개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아웃링크 방식 전환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아웃링크가 전환하면 ‘기사 전재료’가 없어진다는 점도 은근히 언급하면서 말이다. 실제 모바일에서 네이버를 거치지 않고 한 뉴스 사이트의 기사를 클릭했더니 온갖 바로가기 배너와 광고창이 동시다발로 떠서 기사를 가렸다. 아웃링크 방식으로 뉴스서비스가 바뀌어도 그에 따라 어뷰징(부정사용) 방법도 진화할 것이다. 네이버의 모니터링을 피해 자극적인 ‘낚시’ 제목을 다는 언
  • [오늘의 눈] 장애인들이 싫다는 수억원짜리 장애인 전수조사/이범수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장애인들이 싫다는 수억원짜리 장애인 전수조사/이범수 사회2부 기자

    지난해 7월 서울시는 ‘장애인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2016년 발달장애인 단체들이 서울시청 로비를 점거 농성한 게 계기가 됐다. 장애 유형별로 3년마다 전수조사를 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들어갔다. 두 달 뒤 시는 성인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 전수조사를 시작해 3개월간 진행했고,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로 홍보했다. 들어간 돈은 2억 5000만원이다. 시는 복지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현장에서는 전수조사의 실효성을 놓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분위기다. 조사를 진행한 자치구의 한 주무관은 “우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발달장애인 전체를 조사했는데도 40%밖에 만나지 못했다. 집에 없거나 조사를 꺼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만나더라도 중증인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단어 뜻을 하나씩 설명해야 할 정도였다. 사실상 부모 의견이 반영된 조사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동주민센터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보통 전수조사는 발달장애인들의 개인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동주민센터에서 진행한다. 최근 복지수요 증가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업무가 이미 많은 상황에서 3개월
  • [오늘의 눈] 정보 유출에 악성코드까지… ‘위기의 페북’/김민석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정보 유출에 악성코드까지… ‘위기의 페북’/김민석 산업부 기자

    최근 페이스북 친구 여럿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사과 글을 올렸다. “본의 아니게 악성코드를 심는 동영상 형태의 메시지를 보내게 돼 죄송합니다.” “메시지 오면 클릭하지 마세요. 저는 메시지로 영상 보내지 않습니다.” 기자에게도 페이스북 메시지가 왔다. 몇 년 만에 온 지인의 메시지엔 기자의 계정 프로필 사진이 붙은 동영상 링크가 걸려 있었다. 클릭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악성코드라는 것을 알았기에 꾹 참았다. 구글링을 해 보니 놀랍게도 이런 유의 동영상 스팸은 수년 전부터 종종 돌고 있었다. 사용자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도 자세히 나와 있었다. 악성코드는 페이스북 계정이 아닌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 심어진 확장 프로그램이었다. 메시지 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브라우저에 설치돼 친구들에게 똑같은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크롬 설정에서 ‘도구 더보기’, ‘작업관리자’를 차례로 누르고, 작업 목록에서 ‘Time2DO’라는 앱을 끈 뒤 다시 도구 더보기, ‘확장 프로그램’에 가서 이 앱을 지워 버리면 해결된다. 구글링으로 해결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얘길 뒤집어 보면 이런 문제가 계속돼 왔는데 페이스북이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페이스북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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