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청출어람 청어람/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학문이 추구하는 바는 해당 학문 분야의 이론적 혹은 실용적 발전이다. 학문적 발전은 간혹 혁명적일 때도 있지만 대개는 누적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누진적 변화는 다른 맥락에서 사용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온고지신이나 청출어람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둘 다 원래 것보다 더 나은 변화를 가리키지만,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차이가 있다. 공자가 이야기한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는 그 출발점이 과거다.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가르치는 사람은 단순히 지식을 재생산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주장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청출어람은 순자의 권학문(勸學文)에 나오는데, 전문을 보면 학불가이이, 청취지어람이청어람, 빙수위지이한어수 (學不可以已 靑取之於藍而靑於藍 氷水爲之而寒於水)다. 학문은 멈추어서는 안 되고, 청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보다 더 푸르고, 얼음이 물에서 나왔지만 물보다 더 차갑다는 말이다. 청출어람은 온고이지신보다도 도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새로운 것을 깨닫는 것도 어려운데 그 깨달음을 뛰어넘는 제자를 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