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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아프리카와의 동반성장/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열린세상] 아프리카와의 동반성장/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인류의 고향인 아프리카가 인류의 미래로 재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대륙 면적의 20%와 총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 최고의 인구 증가율을 보이며 인구의 40% 이상이 15세 이하인 미래 인구 대국이라는 점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 동반성장 대상으로 아프리카를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미 아프리카는 아랍, 유럽, 인도에 이어 중국이 물밀 듯이 진출하고 있다. 서구 수출로 다져진 중국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은 소비재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벌어들인 외화로 다시 아프리카의 인프라 구축용 초대형 경제 원조를 하고 있는 중이다. 4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 보유고를 무기로 아프리카의 도로, 항만, 통신 등 사회 인프라를 휩쓸고 있다. 예를 들어 시진핑 주석은 탄자니아 방문 시 항만 건설에 3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는 탄자니아 국민총생산의 15%가 넘는 규모다. 금년도 리커창 총리의 에티오피아 방문 시 아프리카에 대한 차관 규모를 20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 더 늘리기로 하고, 직접투자 규모를 오는 2020년까지 1000억 달러로 4배 늘리기로 했다. 시진핑
  • [열린세상] ‘말뫼의 눈물’ 이후 12년/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말뫼의 눈물’ 이후 12년/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노후 소득보장 분야에서 재정적·사회적인 측면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 국가가 스웨덴이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환경변화를 연금제도에 자동으로 연동시킨 안정장치를 도입해서다. 이러한 안정장치를 1999년에 도입했으니 벌써 15년이나 지났다. 필자의 연구분야가 소득보장이다 보니, 자동안정장치를 확보한 스웨덴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여름 스웨덴 말뫼에 가 본 것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기상이변 속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 보니,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도시 말뫼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다. 덴마크 코펜하겐공항에서 외레순 대교를 건너는 기차를 타면 스웨덴 말뫼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직접 기차를 타보니 바다 위에 놓인 다리와 해협 사이에 건설된 풍력 발전소가 눈길을 끈다. 인구 30만명의 도시 말뫼의 이른 아침은 너무나 평온했다. 날씨에 적응하기 어려운 겨울철과 달리 쾌적한 7월의 날씨가 말뫼에 대한 인상을 더욱 좋게 한 것 같다. 최근 들어 말뫼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 도시가 친환경을 모토로 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어서다. 우리에게는 ‘말뫼의 눈물’로 인해
  • [열린세상] 애틋한 사랑이 그립다/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애틋한 사랑이 그립다/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최근 우스개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중년 부부가 있는데, 동창회 갔다 온 아내가 집에 와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자 남편이 불안해하면서 왜 그러냐고 물었다. 아내는 남편을 째려보면서 다들 남편이 없는데 자신만 남편이 있다면서 이제부터 집안에서 숨조차 쉬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함께 듣던 내 또래의 남자들은 웃기는커녕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남의 일 아니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에서 한 끼도 안 먹으면 ‘영식님’, 한 끼 먹으면 ‘일식이’, 두 끼 먹으면 ‘두식놈’이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한마디씩 덧붙였다. 농담 속의 살벌한 중년 부부도 젊은 시절엔 애틋한 사랑을 했을 것이다. 벚꽃이 눈처럼 내리는 길을 걸으면서 남자는 애인에게 꽃보다 예쁘다고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을 것이고, 노을 지는 여름 바다를 보면서 서로 마음속으로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을 것이고, 떨어지는 낙엽에 눈물짓는 애인의 어깨를 감싸면서 남자는 여린 여인을 평생 지켜주리라 다짐했을 것이고, 눈 내리는 겨울날 남자는 여인의 어깨에 자신의 외투를 둘러주고 혹시나 여인이 미끄러질까 봐 손을 꽉 쥐고 조심조심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렇게 애틋한 사랑을 나누던 젊은 연인이 살벌
  • [열린세상] 잠든 북한인권법 이젠 다시 깨워라/윤지원 평택대 교양학부 교수

    [열린세상] 잠든 북한인권법 이젠 다시 깨워라/윤지원 평택대 교양학부 교수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나라 살리는 통일, 이 겨레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우리에게 익숙한 이 노랫말은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의 소망을 담은 것으로 필자를 비롯해 많은 국민이 즐겨 부르던 동요다. 또 오늘날까지 남북한 통일을 염원하는 가장 대표적인 민족적 애창곡으로 작사자는 고 안석주씨이고 작곡자는 그의 아들 안병원씨다. 이들 부자(父子)가 1947년 3월 이 노래를 발표할 당시 가사는 “우리의 소원은 독립, 꿈에도 소원은 독립”이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교과서에 노래가 실릴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바뀌었다. 오는 15일 광복절(제69주년)을 앞두고 있고, 이 통일노래가 불린 지도 어느덧 66년이 지났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국이다. 그래서 올해 초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은 중요한 실천적 의미를 내포한다. 역대 정부와 달리 강력한 통일 의지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북한과 전 세계에 선포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후속책은 남북한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 [열린세상] 정부, ‘신뢰적자’ 회복이 우선이다/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부, ‘신뢰적자’ 회복이 우선이다/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우리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월호 참사 이전에 조사하고 5월 8일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에 의하면 조사 대상에 포함된 우리나라 국민들 중 정부를 신뢰한다고 한 응답자는 겨우 23%에 불과해 조사 대상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수준은 더욱 낮아졌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있어 국민안전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하거나 자율규제로 몰고 간 책임자가 누구이고, 침몰의 직접적 원인 제공자, 침몰 후 구조에 있어 누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는가를 명백하게 밝히지 못하면 정부 신뢰는 금이 간다. 또, 이 모든 일에 관련하여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부처와 관련 기관이 어딘지도 밝혀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있어 우리 정부기관의 부실한 대응 이외에도, 사고를 둘러싼 전관예우, 민관유착,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아산정책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은 10점 만점 기준 4.1점으로 참사 이전
  • [열린세상] 연명의료 중단, 선의를 믿을 수 있어야/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열린세상] 연명의료 중단, 선의를 믿을 수 있어야/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2012년 5월 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에서, 4년간 폐암으로 투병해 오던 70대 아내의 인공호흡기 연결튜브를 칼로 잘라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80대 할아버지가 살인죄를 선고받았다. 할머니가 집에 돌아가 편안하게 임종할 수 있도록 인공호흡기 중단을 요구했으나 병원 측에서 거절하자 돌발적으로 일으킨 일이었다. 병원이 할머니가 회생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할아버지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 배경에는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이 있었다.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던 환자가 부인의 요구로 퇴원 후 사망하자 환자의 부인과 담당 의사는 살인죄, 살인방조죄가 각각 적용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후 보건복지부는 ‘의료서비스의 단절로 사망의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 퇴원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고시했다. 이 결정은 급성질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개발된 연명장치를 만성질환이나 고령으로 임종기에 접어든 환자까지 적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우리 사회에 새로운 윤리적 갈등을 가져왔다. 일단 연명의료를 시작하면 회생가능성이 없어도 병원은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중단에 동의하지 않는 관행이 생긴 것이다. 연명의료 중단
  • [열린세상] 시진핑의 한국 방문이 남긴 여운/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시진핑의 한국 방문이 남긴 여운/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다녀갔다. 한국은 지정학적 여건상 주변 국가들 모두와 화평스럽게 지내는 것이 상책이라서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이 한국을 다녀가고 나서 머리는 이래저래 복잡해진 느낌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역사상 가장 가까운 한·미동맹으로 발전한 지금 한국은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역사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국제적 위상도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고 평화의 60여년을 지날 수 있었기에 한국은 세계의 무역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에 성공하고 막강한 경제력을 근간으로 동북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자 하는 야망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한국 주변의 안보 역학구도는 빠른 속도로 대립의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이 이제 때가 됐다는 결심을 하고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가쿠 열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본격적으로 거론하자 일본은 집단자위권을 해석변경하며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은 센가쿠 열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 [열린세상] 문화파워 시대의 문화행정/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부 차관

    [열린세상] 문화파워 시대의 문화행정/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부 차관

    지금 우리는 문화파워 시대를 살고 있다. 개인 일상은 물론 기업과 국가경영에 이르기까지 문화를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시대다. 지난 20세기가 자본, 노동, 기술에 기초한 표준화된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시대였다면 자본, 노동, 토지, 기술의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진 21세기 글로벌 시대는 문화가 핵심 생산요소가 되고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화시대다. 문화파워의 원천은 무엇일까. 필자는 융합에 있다고 본다. 1994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실시된 이후 지난 20년 동안 기술·산업·문화 간 융합은 전대미문의 속도로 진행돼 왔다.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소득계층이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해 문화향유 기반이 넓어졌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문화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화와 제조업 등 여타 부문과의 융합도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웬만한 산업제품은 디자인 등 문화를 입히지 않고서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기업으로서는 ‘문화 입히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융합현상은 의식주, 여가, 관광, 스포츠를 넘어 의료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지역개발도 ‘문화마을 만들기’와 같이 문화 가치를
  • [열린세상] 규제로는 대학교육의 미래 못 연다/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규제로는 대학교육의 미래 못 연다/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혹시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가 가까운 장래에 인간이 아닌 자동화기기, 즉 로봇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걱정해 보신 경험이 있는가.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해 오던 작업들이 점차로 인간의 힘이 아닌 기계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이렇게 인간이 하던 작업들이 기계나 로봇의 업무로 전환되는 과정은 지금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년간의 전환과 지금부터의 전환이 다를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전환은 대부분 인간의 물리적인 힘이 기계의 물리적인 힘으로 전환되어 온 것에 비해 앞으로는 인간의 지적인 작업 또한 기계나 로봇 또는 컴퓨터의 지적인 작업으로 전환되는 작업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 사회의 지적인 생산 과정의 중심이 되고 있는 대학 사회만큼 이러한 변화를 실감하고 있는 곳이 없지 않을까 싶다. 전 세계적으로 대학 사회를 크게 흔들어 놓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변화가 바로 온라인 교육이다. 지금까지 몇 천년 동안 지속됐던 교실에 학생들을 앉혀 놓고 칠판에 교수들이 강의하던 형태의 대학교육이 인터넷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전에 의해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컴퓨터 모니터에서 강의하는 교수는 한국에 거주하는 교수가 아니
  • [열린세상] 귀농에도 전관예우라니/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귀농에도 전관예우라니/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국토교통부 통계 자료에 의하면 그간 상승곡선을 그리던 귀농 인구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다. 덕분에 전 국민의 91.58%가 전 국토의 16.58%에 해당하는 도시 지역에 밀집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적으로 귀농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건 “부부 나이를 합산하여 100살이 되면 라이프스타일 이주를 시작하라”던 고령사회 전문가의 충고 덕분이었다. 고령사회 및 초고령사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이 분명한데, 길고 긴 노후를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며 지나갈 것이냐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음에랴. 한데 막상 주말농장의 어설픈 초보 농부가 돼 보니, “왕년에 한자리했음”을 내비치는 건 귀농인들의 첫 금기사항이란 세간의 충고가 무색할 정도로 귀농에도 전관예우(?)가 작동하고 있음을 경험하곤 씁쓸함에 무력함이 밀려왔다. 2년여 전 처음 농장을 시작하면서 과수농사 경험이 전무했던 탓에 인근 블루베리농장을 찾아갔던 적이 있다. 농장주는 공직을 끝내고 철저한 준비 끝에 농장을 시작했다는데, 배수로 및 진입로 공사를 군(郡)에서 지원해주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저장성이 약한 블루베리는 수확기엔 필히 저온 창고가 필요한데 그 또한 군의 지원으로
  • [열린세상] 간과하기 쉬운 통일의 토대, 일기예보/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열린세상] 간과하기 쉬운 통일의 토대, 일기예보/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신문사에 미안한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어찌 보면 소소한 이야기일는지도 모른다. 신문을 읽다 보면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 종종 있다. 바로 ‘일기예보’다. 신문사가 아까운 지면을 할애해 일기예보를 하고 있지만 거의 모두가 한반도의 허리를 싹둑 잘라내고 우리 국토 반쪽 지도에 남한만의 날씨를 알려주고 있다. 지상파 텔레비전의 일기예보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매 뉴스 시간 말미에 일기예보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방송사 역시 한반도 남쪽의 기상상황만을 알려준다. 못내 아쉬운 마음에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중고등학교나 대학 때는 국토 전체가 나오는 텔레비전 일기예보를 보았고, 그 때문에 일기예보를 통해 북한의 지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백두산은 물론이고 주요 도시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신문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찾아보니, 2000년대 초까지도 유력 일간지나 주요 방송사들은 국토 전역을 대상으로 일기예보를 해왔다. 평양의 기온이 몇 도이고 중강진의 날씨가 어떻고 하면서…. 그러다 2003~4년 즈음부터 남한 지역에 한정한 일기예보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방송국과 신문사에 그 이유를 알아보니 여행 등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이동이
  • [열린세상] 금융기관 임직원 제재 절차, 법으로 정해야/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금융기관 임직원 제재 절차, 법으로 정해야/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융사고에 연루된 금융기관 임직원 200여명 무더기 징계 사태 예고.’, ‘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통보’ 등 요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기사를 보면서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절차에 관심을 갖게 된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등을 통해 금융기관 임직원의 위법, 부당행위 등이 발견되면 금융감독원의 내부 심의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감독당국이 최종 제재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제재 대상 관련자는 제재심의위에 출석해 의견 진술을 할 수 있다. 제재조치는 해당 당사자의 권리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다. 중한 제재조치를 받은 자는 금융기관의 임원에 일정 기간 선임될 수 없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다. 재산권 행사의 제한도 받게 된다.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조치인 셈이다. 감독당국에 의한 제재조치 결정 과정에 적법 절차가 요구되는 이유다. 부당한 제재에 의한 ‘억울한’ 당사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재 절차에서 공정성·적법성·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행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절차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현행 제재 기준과 절차에 관한 내용은 명확한 법적 근거
  • [열린세상] 나라꽃 무궁화/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나라꽃 무궁화/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무궁화 무궁화 우리 나라꽃, 삼천리강산에 우리 나라꽃~’ 음도 쉽고 가사도 간단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동요 ‘무궁화’의 한 구절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 한 번도 불러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라꽃을 이렇게 찬양하며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나라가 또 있을까. 그 애정이 남다르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랫말처럼 삼천리강산에서 나라꽃을 쉽게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며, 어린 학생들의 경우 무궁화에 대한 인식 자체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최근 산림청이 조사한 ‘나라꽃 무궁화 교육 강화를 위한 기초연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설문에 참여한 전국 초·중·고교 학생 1300여명 가운데 54.7%가 ‘1년에 한두 번 이상 무궁화를 보기 힘들다’고 대답했다. 또 설문 학생의 43.1%가 ‘무궁화는 나무가 아니라 1년생 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궁화는 높이 6m까지 자라는 낙엽활엽소교목(葉闊葉小喬木)으로, 7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8월 15일 광복절 즈음 절정을 이루다가 10월 초까지 100일 정도 그 화려함을 뽐낸다. 심지어 무궁화는 이 기간 동안 한 나무에서 무려 3000여 송이까지 꽃을
  • [열린세상] 수사권, 공유해야 한다/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수사권, 공유해야 한다/김정현 소설가

    뇌물인지 후원인지, 거래인지 알 수 없는 돈거래 끝에 한 재력가가 피살되고 정치인이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되는 막장드라마가 펼쳐졌다. 사건이야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겠지만, 곁가지로 또 다른 막장드라마가 시작되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바로 그 재력가의 장부를 두고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재력가의 장부에 돈을 건넨 현직 검사와 경찰 등 공무원의 이름이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경찰은 장부를 압수하지 않고 유족에게 돌려주며 사본을 확보해 두었고, 뒤늦게 제출받은 검찰은 검사 이름이 수정액으로 지워져 있어 오해를 받았다. 지운 것은 유족으로 밝혀졌는데, 검찰은 경찰이 사본이 있음을 밝히지 않은 사실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살인사건 수사가 끝나면 경찰을 제대로 한 번 손보겠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설마 그처럼 졸렬할까 믿고 싶지 않지만 기왕 말이 나왔으니 돌아보자. 지금 대한민국 검사는 범죄를 수사하는 ‘수사권’과 공소를 제기하는 ‘기소권’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비틀어 말하자면 경찰이 아무리 범죄혐의를 밝히려 해도 검사가 수사지휘권으로 제한하면 중단하거나 검찰에 넘겨야
  • [열린세상] 지역주민의 손으로 여는 주민행복시대/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열린세상] 지역주민의 손으로 여는 주민행복시대/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빅토리녹스’(Victorinox)라는 회사명은 익숙지 않지만, 맥가이버 칼이라고 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스위스 아미 나이프’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빅토리녹스는 1884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스위스 중부 슈비츠주 이바흐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창업자 칼 엘스너는 스위스 군용 칼을 독일에서 수입하는 것에 착안해 빅토리녹스를 설립했다. 특히 그는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위해 지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길 원했다. 당시 스위스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고, 스위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로 대거 이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맥가이버 칼이 유명세를 타면서 지역 매출이 급증한 것은 물론이고, 주변 지역의 관광 산업까지 발달하게 됐다. 2014년 현재의 빅토리녹스는 그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스위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시대를 뛰어넘어 지역민의 삶과 밀착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빅토리녹스는 창업주의 뜻을 계승해 현재까지도 해외에 생산 공장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전라북도 임실군은 치즈로 유명한 곳이다. 1967년 벨기에 출신 디디에 세스테벤스(한국이름 지정환) 신부가 생활고에 시달
  • [열린세상] 1인가구가 보편화되는 시대의 주거와 산업/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열린세상] 1인가구가 보편화되는 시대의 주거와 산업/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우리나라의 1인가구 증가 추세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수준이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생활하는 20대의 젊은 층부터 고소득의 경제능력을 갖추고 당당히 사는 30, 40대의 골드미스, 골드미스터 그리고 배우자와 사별한 70대 이상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 층이 다양하다. 1인가구 비율은 2000년 15.6%에서 2035년에는 34.3%까지 늘어날 전망이어서 다양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혼자 산다고 할지라도 자존감을 잃지 않으며, 외로움에 고통받거나 고독사하지 않으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엮어 나갈 방안에 대한 해법이 중요하다. 독거노인으로 살다 외롭게 혼자 죽었다는 이야기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1인가구 시대가 보여주는 주거 측면의 여러 특징을 생각해보자. 첫째는, 네오 페밀리(Neo-Family) 현상으로 인한 소형주택 선호 성향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그에 따른 소량 포장 식재료, 소형 가전제품 등의 싱글산업이 부상하면서 주택시장도 소형 평형대가 청약경쟁률 및 가격에서 대세로 등장하고 있다. 둘째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추구로 인한 멀티 해비태이션 등장이다. 주택시장을 이끌어 온 베이비붐 세대
  • [열린세상] 의지의 기억/이정옥 대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의지의 기억/이정옥 대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선량한 일본인 아주머니가 조선인 이웃을 향해 부엌칼을 휘둘렀다.’ 관동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에 대한 불안을 사회적 범죄인 조선인 학살, 제노사이드‘로 도피한 것이다. 가해자의 잠재적 불안이 피해자에 대한 과잉방어로 나타난 것이다. 학살의 피해 기억이 생생한데도 도쿄 공습의 공포로 피난 온 일본인들을 ’조선인‘들은 품에 안아 주었다. 피해자의 관용으로 만들어진 평화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최근 관동 대지진 때를 연상시키는 혐한(嫌韓)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다가와는 해수면보다 낮은 쓰레기 매립지였다. 도쿄 올림픽 개최를 이유로 도심에 살고 있던 조선인들이 1941년 강제이주됐던 곳이다. 해수면보다 낮은 쓰레기 매립지를 삶터로 바꾸면서 끈끈한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공동체의 저력으로 1945년 3월 도쿄공습 때 쏟아지는 소이탄을 보이는 대로 꺼버리면서 그곳은 공습의 피해를 가장 적게 받은 피난처가 되었다. 소문을 듣고 피난을 왔던 일본인들을 조선인들은 관동 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의 기억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맞아들였다. 이런 이야기를 묻은 채 2014년 일본에서는 재특회의 ’혐한‘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헌법 재해석을 통한 재무장이 시도되고 있다. 물론
  • [열린세상] 진실과 거짓, 잘못된 믿음/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진실과 거짓, 잘못된 믿음/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인간의 삶이란 결국 진리,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현실의 삶에서 우리는 크든 작든, 선의든 악의든 적지 않은 거짓말을 하게 되고, 또 의식하든 못하든 많은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산다. 수많은 생의 마지막을 지켜봤던 정신과 의사 퀴블러 로스는 ‘인생수업’이라는 저서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순간에서야 진짜 내가 누구였던가를 발견한다고 안타까워한 바 있다. 결국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이란 진짜 내가 누구인지를 좀 더 일찍 깨닫고 내 안의 거짓을 가려내고 진실된 삶을 살아가려는 지난한 노력의 과정이 아닐까 한다. 한 사회가 행복한 사회, 좋은 사회가 되려면 결국 거짓을 물리치고 제대로 진실과 진리를 추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때 가능할 것이다. 진실추구 능력이 부족할 때 사회는 부패로 빠져들고, 잘못된 정파적 믿음들만 난무하여 분열되기 십상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진실추구의 가치를 공유하고 진실과 거짓, 잘못된 믿음을 가려내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거짓을 멀리하고 진실을 추구한다는 구성원 간의 신뢰 자산이 없이는 선진국형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열린세상] 정치 적폐가 투표율 하락의 원인이다/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열린세상] 정치 적폐가 투표율 하락의 원인이다/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7·30 재·보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역대 최대 규모인 15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만큼 ‘미니 총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무승부로 끝난 6·4 지방선거의 연장전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따라 정국이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정치적 중요성이 큰 데도 불구하고 선거가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당장 이번 재·보선 투표율이 30%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선거와 휴가철이 겹쳐 있고, 지방 선거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선거 피로감이 쌓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본질은 그게 아니다. 정치가 엉망진창이고 선거가 선거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당시 “희망의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야권에서는 “희망은 멈추고 분노만 쌓이고 있다.” “‘절망의 구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긍정적 이미지의 핵심이었던 원칙과 신뢰는 온데간데없고 불통과 교만만 남았다는 비난마저 대두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과거 적폐를 해소하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대통령이
  • [열린세상]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가 지난 7월 1일 출범 1주년을 맞이했다. 더불어 작년 7월 코넥스에 상장했던 벤처기업이 이달 하순쯤에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할 예정이어서 ‘코넥스 1호 졸업생’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해당 벤처기업은 물론이고 코넥스 시장에도 박수로 축하해줄 만한 일이다.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육성정책에 따라 1996년 7월에 개장한 코스닥은 그동안 회수시장으로서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 다만 코스닥에의 상장 요건이 매출액 50억원, 자기자본 15억원 이상으로 강화됨에 따라 2012년 코스닥 상장기업의 경우 창업 후 코스닥 상장까지 평균 14.3년이 소요되고 있다. 따라서 규모가 작거나 업력이 짧은 기업은 사실상 코스닥 상장이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작년 7월 중소기업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를 개장했다. 코넥스는 코스닥의 전 단계 주식시장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코넥스를 오픈하면서 정책자금이나 벤처캐피털 자금을 받은 초기 벤처기업의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또한 코넥스에 상장한 벤처기업들은 3~4년에 걸쳐 공신력과 성장성 등을 확보한 다음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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