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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한국형 우주발사체/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국형 우주발사체/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 번 만에 성공한 나로호를 역사의 시간 속에 흘려 보내고 한국은 75t 트럭의 한국형 로켓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75t 엔진을 네 개로 묶어 총 300t의 엔진 추력을 얻으면 지구 300~400㎞ 상공 저궤도에 약 1.5t의 인공위성을 올린다는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엔진 개발이 가장 중요한데 엔진연소실험 시설을 건설해야 하는 등 갈 길이 아직 멀다. 자주적인 우주 개발에 있어 한국의 입장은 우주선진국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거의 모든 분야를 독립투사처럼 홀로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기술은 곧바로 대륙간탄도탄 기술과 연결되기 때문에 우주선진국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주기술을 전수하려 들지 않는다. 다행히도 한국의 경우는 우주 개발 후발국이기 때문에 유리한 환경도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우주 관련 기술이 전무하던 시절에 맨땅치기로 우주기술을 개발하던 때와는 달리 한국은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정밀기계기술 기반이 만들어져 있고 철강, 석유화학 등 소재 관련 기술들이 발달해 있다. 그리고 한국 최고의 강점인 정보기술(IT)이 우수해서 우주기술이 여타 분야에 기술 파급효과를 일으켰던 시대와는 달리 우주기술 이외의 분야의 우수한 기술들이
  • [열린세상] 창조경제는 규제완화부터/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창조경제는 규제완화부터/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해마다 상당수의 한국 학생들이 미국 유명 대학의 박사과정에 진학한다. 그런데 매해 정성껏 학생들을 교육시켜 미국의 박사과정에 보내는 내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다. 대개 한국의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미국의 대학원에 진학하면 모든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고 대부분 큰 문제없이 박사학위를 받곤 한다. 반면 미국의 학부를 나온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에 비해 시험에 떨어져서 결국 박사학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을 잘 보는 우수한 한국 학부 출신 학생들 대신에 시험을 잘 보지도 못하는 미국 학부 출신들을 많이 뽑는 것이 너무 의아해 미국 교수에게 그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그 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미국의 유명 대학 입장에서 보면 그럭저럭 공부해서 평범하게 박사학위를 받는 학생이나 애초에 시험에 떨어져서 학위도 못 받는 학생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이 오로지 원하는 학생은 몇 년에 한번 나오는 기가 막히게 우수한, 거의 노벨상 후보라고 할 수 있는 졸업생들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학년 박사과정의 신입생은 20명 중에서 20명 모두 그럭저럭 박사학위를 받고 어디선가 생활하는 수준이라고 할 때, 이는 미국 대학의
  • [열린세상] 공공갈등 해결 위한 국가공론위 설립 필요하다/정정화 강원대 행정학 교수·서울행정학회장

    [열린세상] 공공갈등 해결 위한 국가공론위 설립 필요하다/정정화 강원대 행정학 교수·서울행정학회장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주민 간 갈등이 8년 동안 지속되자 국회가 중재에 나서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했으나 여기서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사실상 공사 재개로 결론을 내리자 반대주민들은 ‘전국 송전탑 반대 네트워크’를 결성해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민들은 TV 공개 토론과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해 재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실질적인 보상을 전제로 공사를 강행키로 해 또다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한전과 밀양시는 지난 5일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를 발족해 직접 개별보상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반대대책위원회는 협의회 참여를 거부함에 따라 파행운영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론기구 구성에 대해서도 정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양측이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는 합의 도출이 어려운 구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한 측면이 없지 않다. 새만금간척사업, 경부고속철도(천성산), 경인운하, 사패산터널, 한탄강댐 등 최근에 발생한 대규모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찬반 단체들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민관위원회
  • [열린세상] 도시 숲에서도 산림복지 혜택 누려야/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도시 숲에서도 산림복지 혜택 누려야/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도시를 벗어나지 않고도 쾌적한 환경에서 이 무더운 여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유례 없이 길었던 장마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수많은 도시민이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향한다. 올해 국민을 대상으로 여름철 휴가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2.7%가 ‘여름휴가를 다녀왔거나 다녀올 예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여행계획이 없다’는 응답자 또한 37.3%에 달했는데, 그 이유 중 1위는 ‘여가 및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다. 이 조사에서 보듯 많은 도시민이 재충전의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무더운 여름을 나고 있다. 도시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즉 도시 숲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도시 숲이 잘 조성되면 청주의 플라타너스 길,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 광릉 숲이나 울진의 소광리 숲과 같은 자연풍경을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생활주변에서도 유럽의 여느 도시 부럽지 않게 다람쥐가 뛰노는 모습이 일상이 되고, 굳이 힘들게 주말마다 도시를 빠져나가지 않고도 숲에 온 듯한 휴양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도시 숲은 심리적 안정감과 스트레
  • [열린세상]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독립성이 관건이다/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독립성이 관건이다/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7월 23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 신설을 골자로 하는 ‘금융 감독 체계 선진화 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는 지난 3월 국회가 여야 합의로 정부에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문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금융 감독 체계 개편’에 관한 계획서를 올 상반기 중에 국회에 제출하도록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 감독 체계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시켰고, TF는 지난 6월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내부 준독립기구화하는 방안이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하게 되자, 한 달 만에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설립 방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위 안이 현행 금융 감독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금융정책 업무와 감독정책 업무 둘 다 수행함으로써 금융 감독의 독립성 확보가 되어 있지 않다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즉, 금융위의 금융정책 업무는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정
  • [열린세상] ‘친구 사이’도 있어야 할 정치/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친구 사이’도 있어야 할 정치/김정현 소설가

    이제는 세상을 버렸지만 고향을 지키던 아주 소중한 친구가 있었다. 고향에 내려가면 아무 때고 친구의 집을 찾았고, 만나면 그저 소주잔을 나누며 허튼소리나 하다가 헤어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문득 친구가 생각나 고향을 찾는 때도 있었고, 몹시 마음 상한 날에는 불쑥 전화를 해 넋두리를 하기도 했다. 친구가 떠나고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며 알았다. 우리가 나누었던 소주잔과 허튼소리가 아무런 의미 없는 삶의 낭비가 아니었다는 것을. 만날 때마다 진지하게 인생과 세상 이야기만 했더라면 아마 그처럼 편안하게 마음을 열지 못했을 것이고 소중한 친구의 연으로 남지도 않았으리라. 오히려 인생에도, 세상에도 초연한 듯 그저 마주보고 허허롭게 웃는 가운데 마음이 통해 흘리듯 내 뱉은 한 마디로 그 속을 알아 다독여주고 답을 주던 친구 사이…. 민주당은 서울광장으로 나섰고, 새누리당은 민생현장을 찾는단다. 참으로 꼴불견이고 복장 터지는 노릇이다. 정치를 한다는 이들이 그처럼 밴댕이 속이 되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입만 벙긋하면 앞세우는 국민을 분열로 내몰다니. 뭐 그렇더라도 저마다 속이 빤히 보이기는 하지만 명분을 내세우고, 살아보려는 발버둥이니 두 눈 질끈 감고 말아야
  • [열린세상] 금융 감독과 소비자 보호/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금융 감독과 소비자 보호/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담하게 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독립하는 형태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가닥이 잡힌 것 같다.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안은 현재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감원 안에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결론이었다. 이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최종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금융위원회 안에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감원과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금소원이 병렬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쌍봉형 모형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둘러싼 행정체계는 변화를 겪으면서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지만 아직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 국내금융정책은 금융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 찬반이 있지만 글로벌 시대에 국제금융정책과 국내금융정책이 분리될 수 있는가는 생각해봐야 할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정책기능과 금감원을 통한 감독기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금융위원회가 정부행정조직인 반면에 금감원은 민간조직이면서 정부조직의 기능을 하는 복잡한 조직이다. 이렇게 다소 기형적인 체제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접근 대신에 금감원에
  • [열린세상] 쉴 때는 확실히 비우세요/최흥집 강원랜드 대표

    [열린세상] 쉴 때는 확실히 비우세요/최흥집 강원랜드 대표

    휴가철이다. 올여름은 여느 해보다 장마가 길고, 더위가 심할 것이라고 한다. 장마가 끝나가자 고속도로에는 정체 구간이 늘어나는 등 더위를 피하고자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 우리 사회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았다. 휴가를 반납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휴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제 일을 잘하는 것만큼 잘 쉬는 것이 중요하고, 제대로 쉬는 것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기업들도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휴가를 잘 쉬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열심히 일한 사람의 하나로 제갈량을 들 수 있다. 그는 ‘후출사표’(後出師表)에서 ‘국궁진췌 사이후이’(鞠躬盡瘁 死而後已)의 각오를 말했다. 나랏일에 몸과 마음을 다 바치고, 죽은 뒤에야 일을 그만둔다는 말이다. 얼핏 과장이라고 느껴질 이 표현이 천하의 명구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이 말을 한 사람이 제갈량이었고, 그의 삶이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갈량을 추앙하는 많은 현대의 지도자들도 그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근면함과 충성을 표현하고 있다. 제갈량이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것은 유비의
  • [열린세상] 격전지에 핀 라벤더 꽃/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격전지에 핀 라벤더 꽃/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초여름에 고성에 다녀왔다. 가는 길마다 라벤더 꽃축제 간판이 눈에 띄었다. 동쪽 끝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 라벤더 꽃축제라니? 안내판을 따라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찾아가니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건봉사 자락 넓은 벌판에 라벤더 꽃과 호밀 밭 그리고 메타세쿼이아 숲이 어우러져 있었다. 산골 마을의 라벤더 꽃 농장이 반가운 것은 이곳이 격전지 인근지역이기 때문이다. 피비린내 났던 전쟁터가 이제는 보랏빛 라벤더 꽃으로 뒤덮이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편안한 얼굴을 보니 사람과 땅이 품는 평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농장을 일군 젊은이들은 이곳을 유럽의 평화로운 들판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격전지에 라벤더 꽃향기가 퍼지면서 바다에 쳐진 철조망도 조금씩 걷히고 평화의 기운이 소리 없이 뿌리내리고 있다. 60년이라는 세월의 힘, 더 나아가서는 전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의 새로운 기운이 전쟁의 기운을 평화의 기운으로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하루 전날에 장벽을 넘다가 총살당한 동독의 젊은이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장벽이 무너지기 일주일 전 서독의 콜 총리는 빨라도 10여년이 지나야 동서독 국가연합 형태나마
  • [열린세상] 정부가 공정해지려면/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부가 공정해지려면/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나라 살림을 하는 행정과 개인과 기업의 살림을 하는 경영은 그 본질이 다르지 않다. 조직, 인사, 예산 등 이론은 같다. 다른 게 있다면 행정은 주어진 세금으로 살림을 꾸리고, 개인과 기업은 돈을 벌어 살림을 한다는 점이다. 행정의 재원은 개인과 기업의 세금에서 조달되고, 개인과 기업의 재원은 그들의 경제활동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타인의 주머니에 의존하는 행정은 공정성이 존중되어야 하고,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개인과 기업은 이윤 창출, 즉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공정성을 저버려도 행정은 망하지 않고, 사회갈등만 심화될 뿐이다. 행정의 주체인 정부는 대기업이 가진 대마불사보다도 더 질긴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윤 창출을 못 하는 기업은 망하고, 개인은 파산의 길을 걷는다. 따라서 행정을 하는 사람과 기업을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행정을 하는 사람은 잘못해도 망하지 않기 때문에 나태해지기 쉽고, 기업하는 사람은 잘못은 곧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한다. 나태해도 생존이 가능한 집단과 나태하면 생존이 불가능한 집단의 관계는 매우 역설적이다. 나태해도 되는 집단이 우위에 있고, 치열한
  • [열린세상] 국민 눈높이 태극기/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열린세상] 국민 눈높이 태극기/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나라의 상징이 사라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국경일 국기게양 비율은 10%에도 못 미칠 정도로 하락했고,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근년에는 전국 국기게양률이 8%에서 3%로 급감했다니 예사로운 현상이 아니다. 과거 초·중·고 교실 앞 벽면에 걸려 있던 태극기도 대부분 사라지고 있고, 국경일이면 신문들이 태극기 없는 아파트 풍경을 취재하며 국기의 실종을 개탄한다. 국민의 가슴에서 멀어진 태극기, 어디서 어떻게 찾아올 수 있을까? 해마다 7월로 접어들면 정부 및 여러 단체들이 국기게양 운동에 나선다. 연중 공식 국기게양일의 86%가 하반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에서는 한국자유총연맹의 ‘나라사랑 공감 한마당, 전 국민 태극기 게양 확산운동’이 시작되었고, 안전행정부는 광복절을 앞두고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국기게양일 지정’ 조례를 추진하고, 국경일은 물론 도에서 의결한 날도 국기를 달도록 정하며, 복지보육시설과 취약계층에게 국기게양대를 설치해 주고 태극기를 지원할 계획이란다. 이 부산한 움직임들은 국민의 태극기에 대한 무관심이 갈 데까지 갔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캠페인은 태극기 보급과 게양 확
  • [열린세상] 회의록 정국 바라보며/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회의록 정국 바라보며/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회의록에 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고 있으면 정말 가관이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은 대선 정국에서 불거진 것이므로 그렇다 치자. 정상적인 국가라면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나온다. 이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공방이 시작되고, 실제로 그러한 취지였는지 설전이 오고 간다. 급기야는 문서를 확인하자고 하는데, 이번에는 회의록이 아예 없단다. 이제 공방은 대통령의 비밀문서가 왜 없어졌는지로 넘어간다. 이보다 더 웃긴 코미디가 있기 어렵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는 정말 슬픈 코미디다. 국정원이 선거 개입을 해서도 아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해서도 아니고, 회의록이 없어져서도 아니다. 이런 아무 실익도 없는, 조선시대 예송(禮訟) 논쟁에서나 있었을 법한 당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정상 간의 대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으면 어떤가. 회의록이 없어졌으면 또 어떤가. 어차피 원래 그 문서는 당분간은 아무도 보지 못할 운명
  • [열린세상] ODA를 한국의 상징으로/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 교수

    [열린세상] ODA를 한국의 상징으로/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 교수

    아프리카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동쪽으로 약 80㎞ 떨어진 진자. 이 지역 지방공무원 키웸바(56)의 시계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로고가 빛을 발하며 6시간 빠른 한국 시간을 표시하고 있었다. 작년 6월 국제협력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한국에 초청돼 새마을운동중앙회 등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때의 인상과 감격을 한국 시간 유지로 지속하고 있었다. 교육 동기생 20여명과 함께 우간다에서 한국과 관련된 일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원조가 일으킨 작은 한류였다. 한국은 원조 관련 수원국(受援國)에서 공여국(供與國)이 된 세계 유일의 국가다. 세계 유일이라는 점을 살려 ODA와 결부해 홍보한다면 ODA는 한국의 좋은 상징이 될 수 있다. 한국은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2015년까지 국민소득의 0.25% 수준만큼 ODA 규모 확대를 약속했다. 국민소득의 0.14%로 약 15억 5000만 달러(약 1조 7000억원) 규모인 현재도 국내 ODA 사업은 폭발적이다. 여러 대학은 전공을 설치하고 많은 공공·민간 조직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ODA 중심 전후방 연관 산업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
  • [열린세상] 상상력은 자유롭지 않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상상력은 자유롭지 않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요즘 상상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처세나 경영을 다룬 서적에서 특히 창조적 아이디어를 강조할 때 꼭 빠뜨리지 않는 언급이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동 교육에서는 상상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당부가 필수적이라 할 정도이다. 모두 지당한 의견들이라 하겠다. 그러나 ‘상상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과거에는 상상력보다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더 바람직하게 여겨졌다. 이제 바야흐로 이성보다는 감성, 논리보다는 상상력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류에 맞추어 ‘상상하는 동물’이 되고자 할 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흔히들 상상력은 자유롭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하는 문제이다. 내가 마음대로 머릿속에서 그리고 꿈꾸는 것이 자유롭지 않으면 무엇이 자유롭단 말인가? 머리를 열심히 굴리면 내가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으니 바로 이것이 상상력의 자유로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상상력에도 정치학과 경제학이 작동한다. 상상력은 이제 중요한 산업적 자원이 되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력을 담은 스토리를 가공하
  • [열린세상] ‘착한 한국사람’ 프로젝트/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착한 한국사람’ 프로젝트/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최근 미국에서 몇 년간 살아본 경험이 있는 지인들과 이야기 도중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화제가 됐다. 한국 사람들은 착한가. 모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다지 착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듯했다. 최소한 자신들이 경험한 미국 사람, 미국 사회에 비해 한국 사람, 한국 사회는 그다지 착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마침 한국전쟁 종전 6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한국전 참전 미국 병사가 전쟁고아가 된 한국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가 자신의 아들로 입양해 미국인으로 키워낸 사례들을 보고 감동과 반성을 했다는 이도 있었다. 한국전을 치른 지 60년이 지나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는 적지 않은 동남아 사람들을 노동자로, 신부감으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다문화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처지에 놓인 필리핀이나 캄보디아 아이들을 내 자식으로 삼아 아낌없이 후원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통계를 찾아 보니, 한국은 여전히 미국으로만 연간 700여명의 아이를 입양시키는 입양 수출국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우리를 과연 착한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한국 사람들이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착하지 못하
  • [열린세상]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아베 읽기/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열린세상]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아베 읽기/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이번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승리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반면 선거 이후 아베 총리가 어떠한 정책 노선을 취할지는 누구도 섣불리 진단할 수 없었다. 아베가 전후 체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우파의 독선과 경제 회복을 염원하는 서민의 모습 중 어디를 택할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는 자민당이 65석, 공명당이 11석을 차지함으로써 자민, 공명 연립정권이 정국운영에서 절대 안정다수를 확보하게 되었다. 중의원은 지난해 12월 총선거에서 이미 자민, 공명 연립정권이 3분의2 이상 의석을 확보한 상태이다. 반면 자민당 정권으로부터 정권교체를 이룩했던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공명당과 비슷한 소수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양당시대의 문을 닫는 운명이 되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일본 정치에서도 보기 드문 자민당 일강 권력시대를 연 것이다. 현재 일본 정치권에서는 난립하는 야당으로 인해 자민당 정권은 더욱더 강해졌다. 더욱이 파벌의 기능이 약화된 자민당은 이제 아베 총리를 견제할 수 있는 반주류 세력조차 없어졌다. 앞으로 일본 정치권에서 ‘아베의 독주’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아베가 2016년 12월에 임기가 끝나는 중의원을 도중에 해산(
  • [열린세상] 하반기 경제전망과 세수부족/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하반기 경제전망과 세수부족/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 17일 양적 완화 조치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양적 완화 규모의 축소와 중단 등 ‘출구전략’ 일정을 제시한 이후 시장의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경제가 부동산경기 회복과 소비 지출 호조 등의 효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버냉키로 하여금 ‘출구전략’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게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버냉키의 ‘양적 완화 축소’ 발언 이후 세계 주요 자산의 수익률은 연초 대비 크게 떨어졌다. 귀금속(-28.4%), 산업용 금속(-16.3%), 브릭스 주식(-12.9%), 신흥국 채권(-6.4%), 선진국 채권(-5.7%), 그리고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6.7%였다. 반대로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아세안지역의 주가는 연초 대비 8.0% 상승했다. 이는 버냉키 발언 이후 국제자금 흐름이 브릭스·한국 등에서 상대적으로 주식이 오르지 못한 아세안 각국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일본의 내각부는 지난 5일 경기기조 판단을 ‘상승세 국면변화’로 조정한 바 있다. 일본은 경기기조 판단을 악화, 하락세 멈춤, 국면
  • [열린세상] 행복주의 교육의 성공조건/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열린세상] 행복주의 교육의 성공조건/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끌어 가는 키워드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이다. 행복교육의 핵심은 스트레스로 가득 찬 교육현장을 활기로 가득 찬 교육현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추진되어 좋은 성과를 내야 하리라. 교육현장을 개혁하려는 정부차원의 노력은 그동안 수없이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교육현장은 아직도 교실 붕괴, 학교 붕괴 및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니 행복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의 노력도 함께 어우러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교육개혁들이 성공하지 못한 까닭은 아마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학벌주의 때문이리라. 학벌주의는 입시교육열을 부추긴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출세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소를 팔아 대학에 보내는 우골탑을 쌓았고, 최근에는 엄마를 딸려 유학 보내놓고 홀로 돈 벌어 보내는 기러기 아빠들이 부지기수로 생겼다. 산업화 시기에 우리 사회는 학벌주의로 발전동력을 얻었다. 학벌주의로 대량 양성된 산업인력이 적재적소에 제때 공급되었다. 그러나 학벌주의의 시효는 이제 끝나 가고 있다. 당시에는 대학을 나오면 누구나 좋은 직장을 얻었지만, 지금은 그러기가
  • [열린세상] 文·史·哲(문학·사학·철학)이 홀대 받는 야만의 나라/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文·史·哲(문학·사학·철학)이 홀대 받는 야만의 나라/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경기도 남양주 두물머리 쪽에 다산 정약용 유적지와 실학 박물관이 있다. 책을 읽다가, 혹은 글을 쓰다가 생각이 막히면 가끔 이곳에 들른다. 팔당호를 바라보고, 다산 유적지를 거닐다 보면 답답한 속이 확 트이고 헝클어진 실타래 같던 머릿속도 말끔하게 정리된다. 며칠 전에도 다산 유적지를 찾았다. 입구에는 다산의 ‘목민심서’ 내용이 새겨진 동판이 있다. 관리의 폭정을 비판하면서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힌 이 저서에는 다산의 애민(愛民) 사상이 잘 집약되어 있다. 아마 다산 선생께서 요즘 정치꾼들을 보면 “쓰레기 같은 놈들. 모두 사라져 버려”라고 불호령을 내리리라 생각하면서 다산 묘소 입구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았다. 바로 옆쪽 의자에서 40대로 보이는 아버지와 초등학생 딸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부녀는 다산의 일생, 다산이 살았던 조선 후기 사회상, 다산의 실학사상, 다산의 문학관 등에 대해 스크랩한 자료를 뒤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주 좋아 부녀의 대화가 끝날 무렵 다가가 인사를 했다. 부녀가 답사 여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아버지의 교육관이 궁금해졌다. 공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어느 날 딸이 한국의 위인에 대해 물어보
  • [열린세상] 중소유통 경쟁력, 협동과 차별화의 조화가 중요/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중소유통 경쟁력, 협동과 차별화의 조화가 중요/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국내 중소유통업체는 종사자 없이 점주가 혼자서 경영하는 업체이거나 4인 미만의 소상공인에 해당되는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업태를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자본력, 인력, 경영능력 등 모든 면에서 열세에 놓여 있는 영세한 유통업체가 각개전투 방식으로 경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규모가 매우 영세하기 때문에 점주가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도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화를 통해 공동구매, 공동물류 그리고 공동판매사업을 장려하고 있으나 업체 상호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조직화와 협업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비록 조직화되어도 결속력이 약해 조직화를 통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1996년 유통시장 전면 개방 이후 중소유통업 경쟁력 증대를 위해 변하지 않고 추진되고 있는 중소유통 정책기조는 조직화와 협업화이다. 그동안 조직화와 협업화를 위한 정부지원정책을 보면 공동물류센터, 중소 도소매업 협동조합, 공동브랜드화, 나들가게, 전통시장 공동마케팅 등의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조직화와 협업화의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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