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융위는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의 분리 문제를 ‘금융 행정 체계’ 문제라면서 여야가 합의한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대상이 아니라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의 분리 필요성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금융정책과 감독정책 간의 구분이 쉽지 않다”고 하면서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엄연히 금융위 설치법은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의 업무를 분리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3월 정부 조직 개편이 마무리되어 또다시 경제부처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한다. 정부 조직 개편은 언제나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인가. 문제가 있으면 고치는 것이 답이다. 과거 정부도 대통령 임기 중간에 정부 조직 개편을 한 사례가 있다. 못할 이유가 없다. 금소원 설립 방안도 문제투성이다.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논의에서 중요한 금소원 설립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급조된’ 방안을 내놓았으니 말이다. 금융기관은 이제 ‘두 시어머니’를 모시게 될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금소원에 금융기관 자료 제출 요구권과 검사 및 제재권을 부여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한 금융기관 영업행위 감독권을 금소원에 부여했으니 금감원과의 업무 구분이 모호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두 기관 사이에 긴밀한 업무 협조가 필요한데 잘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수시로 관할권을 갖고 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금융위는 국회가 내준 ‘숙제’를 마친 셈이다. 이제는 제출한 숙제를 검토해야 할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회는 현행 금융 감독 체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개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조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올바른’ 개편 방안을 마련할 좋은 기회이다. 국회는 지난 7월 4일 금융·경제 분야 학자와 전문가들 143명이 ‘올바른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사실을 주목하여야 한다. 핵심은 세 가지이다. 첫째, 금융위의 금융정책과 감독정책 업무를 분리하여 금융 감독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전담하는 기구를 금감원에서 분리하는 것이다. 셋째, 감독 관련 기관 간의 협력 체제 구축을 담당하고 체제적 위험(systemic risk) 관리를 하는 ‘금융안정협의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만들어 바람직한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전문가 143명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성명서를 내는 ‘극한’ 방법을 택했을까. 국회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올바른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3-08-07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