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금기(禁忌)/진경호 수석논설위원
가진 건 좀 차이 나도 나이 먹는 건 절대적으로 평등한 친구들끼리 나이 들어 해선 안 될 금기(禁忌) 동작들을 나열해 봤다. 하나, 핸드폰 글자 키우지 않기. 곁들여 멀찍이 떼어 보지 않기. 노안 탓에 글자가 흐릿해 안 보여도 참으란다. 바로 ‘꼰대’ 소리 듣는다고. 둘째, 손가락에 침 묻혀 책갈피 넘기지 않기. 뭐, 당연해 보인다. 셋째, 식당에서 숟가락 젓가락 떨어뜨리지 않기. 나이와 무슨 상관이냐 싶지만, 아닌 게 아니라 어쩌다 젓가락이라도 놓치면 ‘아, 이거 치매 전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섬뜩하기도 하다.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개탄한 건 네 번째로 등장한 이것, ‘씹기’다. 특히 아랫사람과 청년은 그가 무슨 일을 해도 절대 ‘지적질’ 해선 안 될 대상으로 꼽혔다. ‘나땐 말이야’ 식의 ‘라떼’와도 맥이 닿는 말인데, 제아무리 옳은 소리라 해도 이들을 씹는 순간 바로 쉰내 나는 꼰대가 된다.
여의도 정치판이 한 ‘청년’의 파열음으로 시끄럽다. ‘청년’이 벼슬이 된 듯싶다. 씹지 말자. 눈 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