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 [사설] ‘눈먼 돈’ 국고보조금, 지원체계 확 뜯어고쳐라

    국고보조금은 역시 ‘눈먼 돈’인가. 검·경이 어제 발표한 국고보조금 비리 내용을 보면 “보조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란 세간의 말이 결코 틀린 게 아니었다. 국고보조금을 받을 자격을 거짓으로 꾸미거나 지정한 용도 외에 사용한 사례들이 부지기수였다. 이 과정에서는 어김없이 공무원의 ‘검은손’과 결탁돼 있었다. 그 유형과 규모가 예상을 훨씬 초월해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대검과 경찰은 지난 6월부터 국고보조금이 지급된 모든 분야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서 비리에 관련된 3349명을 입건하고 이 중 127명을 구속했다. 부당하게 받고 유용한 금액만도 1700여억원에 달했다. 복지 분야 부정 수급액이 40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보조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산업의 육성과 기술 개발 등을 목적으로 시설 및 운영자금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자금이다. 지난 해에는 모두 46조 5000억원이 지원됐다. 비리 유형은 ‘천태만상’이라 표현할 만했다. 한 사업자는 복지시설 지원용 보조금 160억원을 받는 과정에서 공무원과 짜고 공사 기성률을 조작해 18억여원을 빼돌렸다. 그는 이 돈으로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 월세를 내고 고급 외제차를 굴리며 떵떵거리며 지냈다.
  • [사설] 만델라는 떠났지만 용서·화합 정신은 남았다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으로 전 세계인으로부터 추앙받던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5일 ‘자유를 향한 길고도 먼 여정’을 마치고 95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무려 27년 동안 수감 생활을 견디면서 남아공의 악명높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켰던 그다. 그에 대한 세계인의 사랑은 남아공 최초로 흑인 대통령의 지위에 올랐기 때문은 아니다. 백인정부에 저항하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 활동에 동참한 투사였기 때문도 아니다. 1994년 총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된 뒤 용서와 화합으로 불행한 과거사를 정리하고 남아공의 미래를 설계했던 덕분이다. 지구촌 모든 이들이 국적과 인종을 떠나 그의 서거를 애도하는 이유다. 그는 백인 독재정부에서 벌어졌던 추악한 반인도주의적 범죄행위에 대해 정치적으로 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의 이름으로 흑인과 백인이 용서하고 화합할 방안을 마련했다. 증오와 반목으로는 국민을 통합시키고 나라를 발전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1955년 ‘국민통합 및 화해촉진법’을 제정하고,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설립해 과거의 인권침해 사례들을 낱낱이 밝혔지만 국민 앞에서 자신의 범죄행위를 고백한
  • [사설] 중국발 발암성 미세먼지 대비책 속히 갖추라

    올겨울 들어 부쩍 잦아진 ‘중국발 회색 공습’이 예사롭지 않다. 봄철이면 겪는 황사 피해에 이어, 이젠 발암성 미세먼지가 한반도 하늘을 뒤덮고 있다. 기준치를 초과한 미세먼지는 지난해 3차례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벌써 20여차례 발생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중국발 미세먼지 고통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반도의 미세먼지 발생은 중국의 대기오염이 직접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지속된 오염 미세먼지는 중국의 겨울철 난방용 석탄 사용(전체의 70%)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풍이 불면 한반도의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44.5%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베이징과 톈진 등 중국의 스모그 다발지역에서 올해 발생한 스모그 발생 일수는 52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물론 한반도 미세먼지의 급증이 중국 탓만은 아니다. 우리의 미세먼지 농도는 그동안 크게 줄었지만 아직도 독일, 일본 등 상당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두 배 수준이다. 미세먼지에는 질소산화물 등 발암성 물질이 포함돼 있어 직·간접적인 피해는 매우 크다. 지난 5일 발생한 미세먼지에선 발암성물질 농도가 평소의 6배를 넘었다고 한다.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
  • [사설] 저성장 늪 벗어나려면 고령화문제 해결해야

    인구 고령화가 경제 재도약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그저께 서울대 강연에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25년에 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노동·서비스업 부문에서 과감한 개혁을 시도한다면 3.5~4%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고령화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에 차별화된 대책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통계청의 인구 전망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5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 수준으로 평균 5%대의 성장을 한 2000~2005년에 비해 3% 포인트 낮을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고령화가 급속한 성장 둔화의 요인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로 인한 충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연금제도가 발달하지 않은 데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26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년으로 일
  • [사설] ‘행복주택’ 보완하되 님비현상도 걷어내야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정을 연기했다.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자 의견을 더 수렴하기 위해 잠정 연기한 것이다. 대상지는 서울의 공릉·잠실·송파·목동과 경기 안산 고잔 등 5곳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일 목동지구를 찾아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재확인한 채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도심의 철도 및 유휴부지를 활용해 임대주택을 짓는 행복주택사업 취지에 대한 여론은 그리 나쁘지 않다. 입주자의 60%가 신혼부부와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젊은층으로 잡혀 있어 저소득층 대상의 공공임대주택과 취지가 조금 다르다. 젊은층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주변의 시세보다 60~70% 싼값에 공급한다. 지구별로는 입주자 특성 등에 맞춘 복합문화시설도 들어서게 된다. 목동은 ‘물과 문화’를 주제로, 대학을 낀 공릉은 학생 위주의 타운을 만든다는 게 그 틀이다. 향후 주택 개념이 소유에 따른 시세차익이 아니라 임대방식으로 이동될 것이란 점에서 그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임대단지가 더 건설돼야 한다고 본다. 행복주택이 랜드마크 단지는 아니라도 명품단지가 될 가능성은 없지
  • [사설] 채동욱 혼외자 정보유출 靑 개입설 규명해야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휩싸인 채모군의 인적사항을 불법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조 행정관을 직위해제했다. 그러나 아직 전말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조 행정관은 안전행정부 김모 국장의 요청을 받았다고 했지만, 김씨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말이 엇갈린다. 단지 행정관의 일탈로 치부하는 청와대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 앞으로 규명해야 할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분리해서 봐야 한다. 하나는 채군이 채 전 총장의 실제 혼외자가 맞는지 여부다. 채 전 총장은 이미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맞다면 도덕적인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유전자 검사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또 하나가 채군의 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열람하려 했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어떤 사람이 채 전 총장의 비밀을 캐서 총장직에서 물러나도록 음모를 꾸몄다는 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 청와대 행정관이 서울 서초구청 국장에게 채군의 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까지는 밝혀졌다. 이를 청와대는 단지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슈 인물의 정
  • [사설] 국민 절반이 하층민이라는 한국 사회

    국민 절반이 자신을 하층민으로 여긴다는 통계청의 ‘2013 사회조사 결과’는 우울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통계청의 조사가 객관적인 소득 수준이나 직업 등을 떠나 자신이 생각하는 잣대를 적용하는 정성적 지표임을 감안하더라도 절반의 가장(家長)이 스스로를 밑바닥 인생으로 여긴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허리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를 여실히 말해 준다. 이는 곧 경제 성장을 떠받치고 사회 갈등을 흡수할 국가 안전판의 위기를 의미한다. 중산층의 복원이 절실하다. 통계청이 19세 이상 1만 7664가구주를 조사해 그제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46.7%가 “나는 하층민”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 조사를 처음 실시한 1988년만 해도 3분의1 정도(36.9%)였던 하층민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보다도 1.4% 포인트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중산층(51.4%) 응답비중을 역전할 듯싶다. 우리나라의 실제 중산층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적용할 때 지난해 말 현재 65%다. 소득으로 따지면 월 354만원이다. 그런데도 스스로를 하층민으로 여기는 사람이 절반에 이른다
  • [사설] 학원비 세제 혜택 확대 신중히 접근하길

    정부가 학원비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미취학 아동이 있는 근로소득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는 학원비 세액공제를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구로까지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초등학생의 방과후교실 프로그램은 세금 혜택 대상이지만 일반 학원비를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과후교실 수강료는 학교에서 받고 있지만 외부 사설학원이나 프리랜서 강사에게 돌아가기에 학원비와 다를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국세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지하경제 양성화다. 학원비에 세금 혜택을 확대하면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 사용이 많아져 줄어드는 세수(稅收)보다 걷히는 세금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세청이 세수 확보를 위해 머리를 짜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국세청은 최근 정기 세무조사 대상 기업을 연매출 5000억원 이상에서 3000억원 이상으로 늘렸다. 올해 세수 결손 예상액은 7조~8조원이지만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올해 세수 목표액에서 10월 말 현재 32조원이 부족하다. 지난해 11~12월 걷힌 세금은 21조원이었다. 세수 부족분을 메운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원비 세제 혜택 확대는 신중히 접
  • [사설] 빚 권하는 부동산정책 궤도 수정하라

    정부가 그제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를 내놓았다. 행복주택의 공급 물량을 6만 가구 줄이고 집주인이 신청해야 하는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을 사실상 포기한 것은 잘한 일이다. 행복주택의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대선 공약을 포기했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애초부터 현실성이 떨어졌던 대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다. 직장과 가까운 도심에 집을 공급하겠다는 직주근접(職住近接) 개념의 행복주택은 취지는 좋으나 도심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비싼 공사비 등으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착한 집주인을 만나야 가능한 ‘목돈 안 드는’ 대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가장 큰 궤도 이탈을 수정하지 않은 데 있다. 8·28대책에 이어 이번 보완책의 핵심도 대출 활성화를 통한 부동산경기 부양이다. 집값 변동에 따른 손익을 나눠갖는 대신 대출이자를 대폭 낮춘 공유형 모기지의 반응이 좋자 대상 가구를 3000가구에서 1만 5000가구로 늘리고 전세 반환을 보증하는 ‘전세금 안심대출’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자 부담을 낮춰 주고 떼일 위험을 덜어주며 집값 하락분은 국민세금으로 메워줄 테니 안심하고 빚을 내 집을 사고 전세를 구하라는 주문이다. 그러
  • [사설] 요동치는 北 권력 재편 면밀히 대비해야

    북한의 권력 지형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국가정보원은 그제 북한 노동당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이자 2인자로 꼽히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을 제기했다. 노동당 행정부 내 장의 핵심 측근인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 등 2명이 지난달 공개 처형당했고, 장이 6일 이후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해외 대사로 나가 있는 장의 친·인척에 대해 급거 소환령을 내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폐쇄적인 북한 체제의 속성상 장의 실각 여부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련의 첩보를 종합하면 북의 최고 권력층 내부가 요동치고 있고, 이는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임이 분명하다. 장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김정은의 ‘후견인’역할을 해왔던 최측근이다. 그렇기에 그의 실각설은 뜻밖이다. 과거처럼 일시적 퇴장일 수도 있지만 2인자 자리를 놓고 군부 대표격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의 파워 게임에서 밀렸다는 권력 투쟁설이 나돈다. 핵심 측근 외에도 매형인 전영진 쿠바대사와 조카 장용철 말레이시아 대사 등 장의 패밀리까지 줄소환되면서 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친중파이자 개방적 성향인 장
  • [사설] 여야, 늦었지만 민생 살리기 경쟁 속도 내라

    여야가 어제 가까스로 정국 정상화에 합의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최경환 새누리당,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오후 국회에서 ‘4자회담’을 갖고 진통 끝에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방안 등에 합의한 것이다. 이로써 여야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강행처리 등으로 빚어진 대치 정국에서 일단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여야는 협상의 최대 쟁점인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도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해 향후 여야 간 정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여야가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 도입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니 일단 무한 정쟁을 접고 정기국회에서 민생문제를 본격 심의하는 모멘텀을 이어 가기를 기대한다. 여야가 어제 오전에 열린 4자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는데도 밤늦게까지 회담을 재개해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든 야든 그만큼 국회 파행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초 여야는 특위에 입법권을 부여하는 문제와 위원장을 어느 당 몫으로 할 것인지 등 세부 구성
  • [사설] 여전히 부패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한국사회

    이명박 정부 때 떨어지기 시작했던 우리나라 청렴도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하락했다. 3년 연속 순위 하락이다. 어제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3년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176개국 중 45위에서 올해는 177개국 중 46위로 한 단계 떨어졌다. 독립적 반부패기관의 복원, 검찰개혁 등 반부패정책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어야 할 때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는 2011년 네 단계, 2012년 두 단계 추락한 데 이어 3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4개국 중에서도 지난해와 같은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부패인식지수는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 부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말한다. 조사대상 국가들에 거주하는 전문가를 포함해 전 세계 기업인과 애널리스트 등의 견해를 반영한다. 현 정부 들어서도 공공부문 부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권력부패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 비리, 국정원의 대선 및 정치개입 의혹사건 등 권력형 비리는 ‘현재진행형’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다. 국무총리 후보자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 [사설] 김진태호 검찰, 정치적 중립 시험대 올랐다

    어느 때보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김진태 신임 검찰총장이 엊그제 취임했다. 혼외 자녀 의혹에 휘말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와 국정원 댓글 수사 항명 파동으로 검찰 조직은 조타수 없이 표류하는 배처럼 혼돈에 빠져 있다. 이런 시점에서 키를 잡은 김 신임 총장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구심점을 잃고 비틀거리는 조직을 일으켜 세워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개혁을 이뤄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치적 중립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는 일이다. 정치 검찰이란 소리를 들었던 뼈아픈 과거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김 총장 앞에는 두 가지 시험지가 놓여 있다. 하나는 국정원 댓글 수사를 엄정하게 마무리짓고 공소유지를 빈틈없이 하는 것이다. 혹여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한 치라도 보였다가는 특검의 명분만 제공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또 하나의 시험지는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한 정보 유출 수사다. 청와대 행정관까지 연루되었다는 정황까지 나온 이 사건 수사에서 한 점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1년 전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 [사설] 연봉삭감 등 꼼수로 보수공개 회피할 텐가

    기업체 등기임원의 연봉이 5억원 이상이면 반드시 대상자 이름과 금액을 공개해야 하는 법안이 지난달 29일 시행에 들어갔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내년 3월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때 이를 지켜야 한다. 금융감독 당국은 약 200개 기업의 600여명 임원이 공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려는 행태가 곳곳서 감지된다. 미등기 임원이라도 회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너 일가는 공개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제도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지난해 등기임원 보수가 평균 5억원 이상인 12월 결산법인 219곳 가운데 올해 1~9월 지급 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곳이 123곳이나 된다는 소식은 영 뒷맛이 개운찮다. 2곳 가운데 1곳이 올해 등기임원의 보수를 삭감했다는 얘기다. 경제가 작년 대비 2%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도 소폭이나마 올랐는데 기업체 임원들의 보수가 줄줄이 깎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그중에는 작년 연봉의 절반 이하로 대폭 삭감된 곳도 20곳이나 된다고 한다. 연봉을 ‘5억원’ 밑으로 미리 끌어내려 공개 잣대에서 빠져나가려는 꼼수라는 의심이 나올 만도 하다. 대기업 오너들
  • [사설] TPP협상, 돌다리 건너듯 신중히 진행하길

    정부는 오늘부터 국제무역기구(WTO) 제9차 각료회의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기존 참여국과의 예비 양자협의 절차에 들어간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9일 “TPP 참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이후의 후속 조치다. TPP 참가는 기존 교섭국 12개 국가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득보다 실이 크지 않도록 가입 조건을 타진하기 바란다. TPP는 미국이 주도하는 12개 태평양 연안국들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모든 무역상품의 100% 관세철폐를 목표로 한다. 애초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이 시작한 협상에 2010년 미국이, 2011년 멕시코와 캐나다가 참가한 데 이어 올 3월에 일본이 가세했다. 12개 참여국 국내총생산의 총합이 26조 6000억 달러로, 세계경제의 38%를 차지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매력적 협정으로 보일 수 있는 측면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TPP에 참가하면 향후 10년간 2.5~2.6%의 추가적인 경제성장이 예상되지만 불참하면 0.11~0.19%가 줄어든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TPP 참여국 중 한국과 FTA를 맺지 않은 나라는 일본, 멕시코, 호주, 뉴질
  • [사설] 벌써 혼탁 조짐 지방선거, 감시망 강화해야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터진 한동주 서귀포 시장의 ‘제주도지사의 시장 자리 보장’ 발언이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한 시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즉시 직위를 해제하고, 선거관리위원회는 그의 발언이 공직자선거법에 저촉되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발언의 위법 여부는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지방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불거졌던 ‘매관매직’과 ‘정치권 줄대기’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아 참으로 개탄스럽다. 한 시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있은 재경 서귀포고의 송년모임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나에게 시장을 더하라고 했다”며 우 지사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어 서귀포 시청 내의 서귀포고 출신 공무원의 인사와 관내 사업자의 계약에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지사만 선출직이고 도지사가 기초단체장인 제주와 서귀포 시장을 임명한다. 한 시장의 발언은 내년 6월 4일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의 정치권 줄대기 등 탈·불법 행위가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을 개연성을 확인시키는 사례로 보기에 충분하다. 벌써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법 위반사례가 20
  • [사설] 교과서 수정명령 법정 가는 불상사는 막아야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우 편향 논란으로 시작된 역사교과서 수정 논란이 법정소송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교육부와 관련 교과서 집필진은 국론분열과 학교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명백한 사실관계 오류는 필자들이 수용하고, 사관 해석에 대해서는 교육부 수정심의위원들과 필자들이 머리를 맞대 절충점을 찾기 바란다. 교육부는 내년도 고교 신입생이 사용할 한국사 검정교과서 7종에 대한 829건의 수정보완 사항 중 수정보완된 788건을 제외한 41건의 수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반영한 수정·보완 대조표를 내일까지 제출할 것을 해당 출판사와 집필진에 통보한 상태다. 교육부는 학계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수정심의회’를 구성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집필진들은 수정명령 가처분 금지신청 등 소송까지 불사할 태세다. 수정명령 거부 시 발행정지를 예고한 교육부와 저자 간 실랑이로 교과서 배급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들만 피해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수정명령한 41건 중 사실관계 오류가 있는 대목은 수정해도 문제없다고 본다. 일본시각이 반영된 ‘한일합방’이라는 표현을 ‘한일병합’으로 수정하는
  • [사설] 11년 연속 예산시한 위반, 국민이 무섭지 않나

    오늘은 헌법이 정한 새해 예산안 처리 시한이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지금 새해 예산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연말까지 처리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2003년 이후 11년째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넘기는 부끄러운 국회를 질타하기 전에 당장 준예산 편성으로 ‘한국판 셧다운(shut down)’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연말까지 하루하루 여야의 드잡이 상황을 지켜보며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 할 판국이다. 최악이 아닌 국회가 없었다지만, 이번 19대 국회 두 번째 정기국회는 역대 최악의 맨 앞에 세워도 손색이 없다. 지난 9월 1일 회기가 시작돼 오늘로 93일째를 맞았건만 지금껏 단 하나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았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던 지난해 이 시점까지만 해도 119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싸우면서도 최소한의 할 일은 했던 셈이다. 그러나 올해엔 오로지 싸움뿐이다. 이대로 가다간 100일 회기 동안 단 1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는 헌정사 초유의 진기록을 세울 조짐도 엿보인다. 국회의 직무유기를 넘어 국민에 대한 정치적 배임이다. 하루속히 관련 법안이 처리돼 일자리가 늘어나고 전셋값이 안정돼 가계빚을 줄이고 경제에 활력이 되
  • [사설] 지자체들 장애인 콜택시 외면말라

    지방자치단체들이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장애인 콜택시 운영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어제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운행 중인 장애인 콜택시는 전체 법정 장애인 콜택시 대수의 62%밖에 안 된다. 경남만이 유일하게 법정 도입 대수보다 1.5배 많은 297대를 운영하고 있다. 경남을 제외한 대다수의 지자체들은 법정 도입 대수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서 장애인 콜택시가 한 대도 없는 곳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휠체어를 장착한 장애인 택시를 구입하는 지자체에 국고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런데도 지자체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장애인 콜택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교통 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과 ‘장애인 복지법’에 따라 지자체는 1, 2급 장애인 200명당 1대꼴로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전남·충남은 법정 도입 대수의 23%, 24%만 운행 중이다. 전남의 해남·완도 등 8곳에는 아예 장애인 택시가 한 대도 없다. 이들 지역의 장애인들에게 외출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강원·경북·제주· 경기 등도 31~44
  • [사설] 격랑의 동북아, ‘균형추 한국’ 입지 세워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과 이에 따른 동북아의 갈등은 우리에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어도를 자신들의 방공구역에 포함시킨 중국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당면 과제를 넘어 항차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 패권 경쟁이 군사적 대결로까지 치닫는 상황을 포함한 다각도의 시나리오 앞에서 어떤 외교 항로를 택할 것이냐의 중장기 난제까지 아우르는 고차 방정식을 제시한 것이다. 북의 무력도발 위협 앞에서 미국과 중국, 나아가 일본과의 협력을 필수 불가결의 안보 조건으로 삼고 있는 우리로서는 바로 이것이라고 내세울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역사가 말해주듯 국제 질서는 오로지 힘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그 힘의 핵심은 군사력과 경제력이다.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두 거대 강국이 외교적 대립을 넘어 군사적 대치로까지 치닫는 상황에서 우리의 운신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두고 샌드위치 신세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상황이라느니 하는 자조적 인식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교안보 당국을 향해 이어도를 진작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금껏 뭘 하고 있었느냐고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