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 [세종로의 아침] 린뱌오 죽음과 음모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린뱌오 죽음과 음모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1971년 9월 13일 새벽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식 후계자 린뱌오(林彪), 그의 부인 예췬(葉群)과 아들 린리궈(林立果), 수행원 등 9명을 태우고 가던 비행기가 몽골 사막에 추락, 전원 사망했다. ‘황위’를 물려받을 황태자의 갑작스런 죽음은 중국 현대사의 최대 미스터리로 떠올랐다. 중국 당국은 사고 3주가 지난 뒤에야 “린뱌오가 비행기를 타고 소련으로 도망가다 연료 부족으로 추락사했다”며 “그는 마오 암살 계획을 세웠다가 사전에 발각됐다”고 밝혔다. 소련 당국은 비행기가 원인 불명으로 추락했는데, 시체와 서류 등이 모두 불타 버리는 바람에 탑승객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일각에서는 중국군이나 소련군의 미사일 발사로 비행기가 격추됐다는 음모론이 무성했다. 음모론은 요즘도 유령처럼 떠돈다. 천안함 폭침과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굵직굵직한 사건에 해명되지 않은 의문이 생길 때마다 고개를 쳐든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수년 전 ‘세계 10대 음모론’을 소개했다. 9·11테러 미국 정부의 자작극설, 미 공군기지 ‘에어리어 51’ 외계인 거주설, 엘비스 프레슬리 생존설, 아폴로 11호 달 착륙 연출설, 셰익스피어 가공인물설, 예수 결혼설,
  • [세종로의 아침] “수미산은 없다”/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종로의 아침] “수미산은 없다”/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지금 한국불교 맏형 격인 조계종이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신자·출가자의 급격한 감소며 수행체계의 혼란 때문이다. 신자·출가자 감소야 조계종단만의 일은 아닐 터이다. 하지만 수행체계의 혼돈은 이제 지나칠 수 없는 ‘발등의 불’이란 의식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기초 의식을 진행할 스님조차 모자랄 지경이란 귀띔이 부쩍 늘고 있다. 조계종단의 위기를 놓고 많은 이들은 대중 소통을 들먹인다. 왜 산중에만 머무는 고립 수행을 고집하느냐의 의문 표출이다. 조계종 근간인 화두 수행법 간화선(看話禪)을 겨냥한 말들일 것이다. 그 한편에선 간화선 대신 위파사나를 비롯한 대안의 초기불교 수행을 공부하고 실참하는 스님과 일반 신도들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달 인도 다람살라 남걀사원에서 만난 달라이라마의 법문은 충격이었다.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3000명의 청중에게 티베트 불교의 ‘살아 있는 부처’라는 달라이라마는 벼락처럼 “수미산은 없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불교에서 수미산이라면 모든 세상의 중심으로 통하며 경전 곳곳에 관련 대목이 전한다. ‘과학적 증거가 있는데도 지구가 바닥이 평평한 사각형이며 수미산이 그 중심’이라 주장함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 [세종로의 아침] 인어동상 뒤편의 ‘썩소’와 조소들/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인어동상 뒤편의 ‘썩소’와 조소들/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얼마 전 경남 거제의 지심도를 찾았을 때 일이다. 선착장에 내려서자마자 파란색의 청동 인어상이 외지인을 맞았다. 신기해서 그랬는지, 이 사람 저 사람 ‘인증샷’ 찍느라 동상 앞이 붐볐다. 하지만 그도 잠시,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서둘러 시선을 거둔 뒤 자리를 떴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억지춘향으로 세운 조형물에 금세 싫증이 난 거다. 이 장면에서 의구심이 생겼다. 왜 지심도에 인어동상을 세워야 했을까. 예부터 섬에 전해지던 인어 전설 하나 없는데 말이다. 뚜렷한 근거 없이 세워진 인어상을 본 관광객들 입가엔 하나둘 ‘썩소’와 조소가 피어올랐다. 당시 선착장 끝자락엔 자리그물이 세워져 있었다. 이름 그대로 자리돔을 잡는 그물이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비켜난 곳이어서 처음엔 관심이 뜸했지만, 한 주민이 그물을 손질하기 시작하자 여럿이 몰려들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이 모습을 지켜봤다. 이들이 몰려든 건 대략 두 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우선 제주에서나 보던 자리그물이 거제에 있다는 것이 희한했을 것이고, 둘째는 어떤 식으로 자리돔을 뜨나 궁금했을 것이다. 대개의 그물이 수면 아래 넓게 펼쳐져 물고기를 잡는 것과 달리 자리그물은 군집한 자리돔 무리의 위 혹
  • [세종로의 아침] 와이어 공장에서 문화가 피어오를 때/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종로의 아침] 와이어 공장에서 문화가 피어오를 때/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런던의 템스 강변에 위치한 테이트모던은 연간 5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런던의 명소이자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요람이다. 미술관이 되기 전 이곳은 영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였다. 2차 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런던을 상징하는 사회기간시설로 쓰이다 공해 문제가 대두되면서 1981년 문을 닫은 뒤 도시의 흉물이 됐고 주변은 우범 지역으로 전락했었다. 공장의 굴뚝을 그대로 둔 채 발전소의 터빈을 들어내는 리모델링을 거쳐 2000년 테이트모던이 개관했다. 검은 연기를 뿜던 공장에서 예술이 뿜어져 나오고 템스 강변에 문화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의 풍경이 확 바뀌었다.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2400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연간 8억 달러 이상의 관광수입을 올리며 직접적인 경제활성화에 기여했다. 낙후된 템스강 남쪽 지역을 활성화하는 역할까지 했다. 테이트모던 외에도 역사적인 산업유산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재창조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오래된 것을 일단 부수고 고층 아파트를 세우는 것을 개발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이런 외국의 사례를 볼 때마다 너무 부러웠다. 하지만 2016부산비엔날레 취재를 위해 ‘F1963’을 방문한 뒤 이런
  • [세종로의 아침] 이제는 ‘인비 키즈’가 보고 싶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이제는 ‘인비 키즈’가 보고 싶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다. 최근 20년 새 가장 빈곤한 ‘메달걷이’에 실망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벅찬 감동의 여운이 남아 있는 건 박인비가 여자 골프에서 거둔 귀중한 금메달 덕분이었다. 11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여자 골프 경기에서 박인비는 나흘 내내 선두권을 달린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도 골프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온 국민들의 눈과 귀가 박인비의 샷 하나하나에 쏠렸던 것을 리우 현지에서 전해듣고 언제 골프가 이렇게 따듯한 눈길을 받았던 적이 있었나를 생각했다. 박인비와 박세리는 정말 닮은꼴이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양말 자국이 생생한 까만 종아리를 걷고 물에 들어가 멋진 샷을 날린 끝에 우승하고 촌스럽게 활짝 웃던 박세리의 모습은 지금도 한국 골프 역사의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박인비는 그때의 박세리의 투혼을 보고 골프에 입문한 이른바 ‘세리 키즈’ 였다. 이번 박인비의 우승도 박세리 못지않게 특별했다. 그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모두가 예단했던 것들을 ‘가능’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어느 날 찾아온 왼손
  • [세종로의 아침] ‘부산행’과 ‘터널’이 주는 교훈/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부산행’과 ‘터널’이 주는 교훈/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올여름 영화 ‘부산행’과 ‘터널’이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인간의 내면을 잘 그려 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2009년 상영된 영화 ‘해운대’도 떠오른다. 이들 영화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희망을 이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휴머니즘 영화인데, 필자에게는 왜 재난 영화로 받아들여질까. 아마도 직업병인 듯싶다. 터널. 주인공이 집으로 가는 길에 터널이 무너져 홀로 갇히고 만다. 콘크리트 잔해물 속에 갇힌 뒤 연락이 여의치 않다. 지지부진한 구조작업, 구조를 놓고 벌어지는 여론 분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대형 재해 위기관리 대처 능력을 보는 듯하다. 부산행. 위기 상황에서 자신만 살아남기 위해 주변 사람의 생명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상황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떠오른다.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으니 동요하지 말라고 방송하는 부분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침몰하는 선박과 승객을 버린 채 달아나던 선장, 선박이 가라앉고 있는 위급한 상황을 빤히 지켜보면서도 적극 구조에 나서지 못했던 당국의 안이한 대처로 연결된다. 반면 기관사가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학생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사방
  • [세종로의 아침] ‘필부의 복수’와 ‘시정잡배의 복수’ /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필부의 복수’와 ‘시정잡배의 복수’ /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 원나라 때 기군상(紀君祥)이 쓴 희곡 ‘조씨고아’(趙氏孤兒)는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 스테디셀러다. ‘복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이 희곡은 2013년 개봉된 영화 ‘천하영웅’과 TV 드라마 ‘조씨고아’, 지난해 국내 연극상을 휩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2500여년 전인 춘추시대 진(晋)나라 때 간신 도안고(屠岸賈)와 현신 조순(趙盾)에 관한 비극적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의 줄거리는 이렇다. ‘도안고는 권력을 오로지하기 위해 영공(靈公)의 총애를 받던 정적 조순을 모함해 그와 가문을 멸족했다. 이때 태어난 그의 손자 조무(趙武)의 존재를 알게 된 도안고는 그마저 죽이려고 한다. 하지만 조씨 집안의 식객 떠돌이 의원 정영(程?)이 친아들을 희생시키고 천신만고 끝에 조무를 구해 낸다. 다 자라 멸문의 진상을 알게 된 조무는 마침내 도안고를 죽여 집안의 원수를 갚는다.’ ‘좌전’ ‘국어’ ‘사기’에 기록된 역사적 사건에 허구를 적당히 뒤섞어 사실인 양 버무려 놓은 작품이다. 중국처럼 복수가 일상화한 나라도 없다. 중국인을 사로잡고 있는 진융(金庸)의 ‘소오강호’와 ‘의천도룡기’, 하이옌(海宴)의 ‘랑야방’ 등 무협소설은 강호의 은
  • [세종로의 아침] 아차! 리우올림픽/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아차! 리우올림픽/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보면서 ‘아차’ 싶은 것들이 적지 않았다. 우선 놀기만 좋아하는 것으로 알았던 브라질 국민들이 ‘감비아하’(Gambiarra)란 훌륭한 기질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고쳐 쓴다’는 뜻이라는데 지난 6일 제31회 리우올림픽 개회식을 보며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4시간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출연자들, 얄미울 정도로 계산된 연출, 돈 안 들이고 축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 2년 뒤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우리로선 배울 바가 적지 않았다. 체면 차리는 데 급급해하는 우리네 기질을 억누를 명분을 보여 줬다. 지난 9일에는 미국의 19세 수영 선수 릴리 킹 때문에 적잖이 놀랐다. 여자 평영 100m 금메달을 목에 건 킹은 기자회견 도중 도핑 징계가 풀려 돌아온 선수단의 15년 선배 스프린터 저스틴 게이틀린의 대회 출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킹은 “스포츠끼리, 국가끼리 이런 일들에 얽혀 있는 것을 지켜보는 건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확실한 원칙을 정립해 이를 종식할 필요가 있다. 왔다 갔다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 [세종로의 아침] 현각의 가출/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종로의 아침] 현각의 가출/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돈 밝히는 기복 한국불교를 떠나려 한다.” 현각스님이 지난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외국인은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며 밝힌 충격선언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뒤늦게 한 일간지에 전한 “한국불교와 한국을 떠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해명에도 관심이 확산되는 추세다. ‘도대체 왜 떠나는 걸까’ ‘정말 떠나는 거야?’…. 외국인 스님의 ‘한국불교 절연’ 소식에 왜 이렇게 흥분해 관심을 쏟는 걸까. 그 관심과 화제의 중심은 ‘왜’ 라는 이유보다 ‘현각’에 치우친 것 같다. 미국 예일대 철학과를 나와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미국인. 로마 가톨릭 신부가 되려다 숭산 스님 강연에 감동하여 조계종에 귀의한 푸른 눈의 납자(衲子). 한국사찰 주지와 화계사 국제선원장을 지낸 인물…. 현각스님의 벽력같은 선언 이후 처음 입장을 낸 조계종 스님의 전언도 일반인의 심중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각 스님은 제대로 한국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버드라는 유교문화 속에 존재하는 사대주의와 학벌주의에 의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분이다.” “한국을 선택한 외국인으로서 25년 이상을 산 분의 비판으로는, 이것이 자기 우월주의와 문화적 독선에 빠져
  • [세종로의 아침] 도계의 눈물/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도계의 눈물/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오겐키 데스카?’란 문장 기억하시는지. 한국말로 ‘건강하시지요?’쯤 될까. 일본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 레터’(1995년)에 나오는 명대사다. 이 대사를 들으면 가슴 설렐 ‘아재’들 꽤 많지 싶다. 영화의 주무대는 일본 홋카이도의 항구도시 오타루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꽤 많이 찾는 곳인데, 이 오타루의 주력 관광상품 중 하나가 유리공예다. 1970년대쯤 유리공예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하니 얼추 40여년 만에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된 셈이다.  국내에도 오타루의 유리공예를 벤치마킹한 곳이 있다. 강원 삼척시 도계읍의 ‘유리마을’이다. 탄광마을인 도계가 유리공예에 눈을 돌린 것은 풍부한 재료 때문이다. 세 단계로 나뉘는 석탄 채굴 과정의 첫 번째 단계에서 ‘경석’이 나오는데, 이게 유리공예의 재료가 된다. 탄광이야 지척에 널려 있으니 재료 확보와 운송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일 터. 한데 아쉽게도 오타루만큼 성장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관광객은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유리마을 앞엔 철길이 지난다. 2012년 폐선된 철길이다. 지금은 마을 위 ‘하이원 추추파크’에서 관광객을 실은 증기기관차가 하루 한두
  • [세종로의 아침] 44세 올림피언 오영란의 꿈/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44세 올림피언 오영란의 꿈/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오영란. 올해 나이 44세. 여자핸드볼 훈련장에서 무뚝뚝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나기 슈팅을 막아 내는 그의 이름 석 자는 올림픽 때만 되면 새록새록해진다. 올해도 어김이 없다. 열흘 남짓 뒤 지구 반대편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제31회 하계올림픽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을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까지 네 차례의 올림픽에 출전한 그녀의 마지막 올림픽이다. 지난 5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D-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오영란은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 그게 내 희망이고 목표”라며 마지막 투혼을 예고했다. 대체 올림픽이 무엇이길래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이 ‘올림피언’을 또 핸드볼 코트로 인도했을까. 오영란은 지난 3월 22일 2016 리우올림픽 1차 강화훈련 소집 때 ‘우생순’의 신화를 함께 쓴 임영철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앞서 올림픽 전초전으로 치러진 지난해 덴마크세계선수권에서 쓴맛을 본 그로서는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 줄 ‘큰언니’가 필요했다. 임 감독의 느닷없는 ‘러브콜’에 고민하던 오영란은 결국 다섯 번째 올림픽을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
  • [세종로의 아침] 위작의 메커니즘과 과학적 진실/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종로의 아침] 위작의 메커니즘과 과학적 진실/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살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은데 또 한가지가 추가됐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우환 화백이 경찰이 압수한 그림 13점에 대해 “모두 내가 그린 것 맞다”고 말한 것이다. 국과수의 과학 감정, 미술 감정 전문기관의 안목 감정 결과 위작으로 판명났고 체포된 위조범이 범행을 시인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림의 주인인 작가 자신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고 자격 없는 사람들이 위작 판단을 내렸다”며 울분을 토했다. 심지어 경찰이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는 발언까지 서슴없이 했다. 경찰이 압수한 그림들이 이 화백이 그린 1970년대 후반의 그림들과 다르다는 것, 그러니까 위조범들이 그린 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40년 전 그림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증거는 여러 가지 있다. 굳이 수억원짜리 장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육안으로 쉽게 가짜임이 드러나는 것들이었다고 경찰 감정에 참여했던 복수의 감정위원들은 전한다. 이 화백은 이런 모든 증거들을 부정하려 하고 있다. 나아가 국가기관의 권위와 과학적 판단 자체를 무시하려 들고 있다. 이런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경찰도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은가 의심스럽게 보고
  • [세종로의 아침] 수도권 규제 완화와 ‘제로섬 게임’/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수도권 규제 완화와 ‘제로섬 게임’/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4·13 총선을 거치면서 수도권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후보들이 한결같이 부르짖은 공약은 수도권 규제 완화였다. 새로운 국회가 열리면 수도권 규제 완화 주장이 밀물처럼 닥쳐올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예상대로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수도권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졌다. 수도권 규제의 핵심은 입지 규제와 공장 총량제다. 업종에 따라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 공장 면적을 일정 면적 이하로 묶는 규제다. 수도권 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러 차례 규제를 풀어 첨단 산업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허용했고, 공장 총량제도 상당 부분 완화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입장은 다르다. 지역구가 수도권인 한 국회의원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아예 폐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많은 수도권 여야 의원들이 이에 동조하며 수도권 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들은 “균형 발전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수도권을 지나치게 약화시켜 놓는 것은 하향 평준화”라며 수도권 규제 혁파를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를 풀자는 쪽에서 내놓는 근거는 국가 경쟁력 약화다. 수도권 규제가 기업 유치를 막고, 투자를 늘리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규
  • [세종로의 아침] 리우올림픽 힘 빼는 얘기/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리우올림픽 힘 빼는 얘기/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제대로 대회가 열리기는 할까요?” 신문사 안에서도 이런 질문을 곧잘 받고 있다. 8월 5일 막을 ‘올려야 하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얘기다. 사람들은 늘 올림픽이 열리기 전 성공 개최를 의심하는 기사들을 봐 왔지만 이번은 완전히 다르다고 느끼는 것 같다. 워낙 부정적인 기사들이 넘쳐나서다. 어제 아침 영국 BBC는 리우의 갈레오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벌어진 시위 사진을 게재했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버젓이 펼쳐 보인 시위자들은 다름 아닌 경찰·소방관 노조원이었다. 봉급을 제대로 못 받아 리우에 오는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미국 남자농구 스타들과 골프 톱 랭커들이 걱정하는 지카바이러스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심의로 촉발된 정정 불안, 뒤늦은 경기장과 도로 건설 등이 문제가 아니다. 프란시스쿠 도르넬리스 리우 주지사 대행은 엊그제 안전과 교통, 시설을 보강하기 위한 연방정부의 자금이 지원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림픽 때문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방정부는 경찰 임금을 6개월째 지급하지 못한 리우 주에 8억 5000만 달러(약 9953억원)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이런 창피스러
  • [세종로의 아침] 불편한 염화미소/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종로의 아침] 불편한 염화미소/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간에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제를 둘러싼 관심이 적지 않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그리도 대단한 자리인가.”, “도대체 염화미소법이 뭔가요.”…. 지인들이 자주 던져 오는 질문들이다. 종교기자랍시고 내막을 들춰 나름 설명해 보지만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을 만나기 일쑤다. 그 어색한 표정은 세간, 출세간의 차이가 뭐냐는 의문 표출쯤으로 읽힌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해 일반에게서 읽히는 ‘이해불가’의 기류는 조계종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혼탁한 분위기는 대체로 직선제와 간선제의 충돌로 압축된다. 자세히 말하면 조계종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종회와 25개 교구 대표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뽑는 현 제도를 유지하자는 측과 출·재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종도들이 함께 선출하자는 직선제의 대립이다. 그 간극을 채워 종단 차원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게 ‘염화미소법’이다. 선거인단이 후보자 3명을 뽑아 종정이 추첨으로 가린다니 간선제의 변형쯤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따져 보면 세간의 ‘납득불가’ 표정이나 종도들의 직선제 요구 목소리는 한 가지로 얽힌다. 출가자는 달라야 한다는, 같은 심중의 다른 표현이다. ‘내려놓고 비우라’는 방하착(放下着)이며 집착을 떨치라는 ‘무소유’ 실천 대신
  • [세종로의 아침]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가 심상찮다. 그의 배지가 등장하고, 그에 대한 ‘충성서약’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그를 이상적인 남편상으로 꼽는 찬양가도 나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개인 숭배가 최고조에 이른 1960년대 중반 문화혁명을 연상시킬 정도로 ‘용비어천가’가 넘쳐난다. 이런 흐름은 시 주석의 권력체제 확립과 궤를 같이한다. 9년 전인 2007년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전만 하더라도 ‘떠오르는 샛별’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그늘에 철저히 가려 있었다. 당시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현 국가주석, 쩡칭훙(曾慶紅) 부주석 등 최고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극히 제한된 인사들 외에는 후계자 경쟁에서 그가 리커창을 앞설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5년 뒤 제18차 당대회에서 당총서기 및 당중앙 군사위 주석직을 한꺼번에 물려받았지만, 권력 기반이 취약해 리커창과 권력을 양분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시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해 권력 기반 강화에 나섰다. 당총서기 취임 직후 “호랑이부터 파리까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깡그리 척결하겠다”며 사정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듬해 국가주석까지 승계한 그
  • [세종로의 아침] ‘호국’에 대한 짧은 생각들/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호국’에 대한 짧은 생각들/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떠날 때 ‘밝은’ 장소를 찾기 마련이다. 예쁘고 아름다운 관광지, 활기 넘치는 축제장 등을 주로 찾아간다. 한데 ‘어두운’ 장소를 돌아보는 여행도 있다. 참사 현장, 전쟁 유적지 등이 주요 대상이다. 이를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부른다. 여행의 즐거움을 포기하면서까지 어두운 장소를 찾아가는 것엔 분명 이유가 있다. 다시는 불행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 더 나아가 아픔을 공유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통한의 장소를 직접 찾는 것이 무엇보다 유효하기 때문일 터다. 그런 점에서 며칠 전 다녀온 경북 칠곡은 ‘다크 투어리즘’의 의미와 목적에 딱 맞는 여행지였다. 칠곡은 예부터 크고 작은 전쟁이 잦았던 곳이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비옥한 도시라 그랬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는 ‘호국의 성지’로 부각됐다. ‘낙동강 전투’ ‘다부동 전투’ 등을 통해 패전의 위기를 딛고 반전의 기틀을 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지 찾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목에 작은 가시가 걸린 듯한 묘한 거리낌, 근원을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뒷덜미를 낚아채고 있는 듯했다. 국립4·19민주묘지 같은 곳을 찾을 때는 분명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
  • [세종로의 아침] 미술계의 외우내환/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종로의 아침] 미술계의 외우내환/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화랑가에서 ‘핸드폰 갤러리’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전시공간을 유지하기가 힘들지만 화랑 문을 닫을 수는 없으니 사무실만 두고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곳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꽤 활발하게 활동하던 P갤러리는 아트펀드를 시작했다가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파산선고를 앞두고 있다. 몇 년째 국내 경기가 얼어붙고, 미술거래 시장이 경매회사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파산하거나, 죽지도 못하고 겨우 버티는 화랑들이 부지기수다. 이어지는 위작 스캔들에 조영남 대작(代作) 사건까지 터지면서 미술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점점 더 멀어지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해외 유명 갤러리들과 미술관이 서울에 속속 분점을 내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서울 팔판동에 페로탱 갤러리 서울분관이 문을 열었다. 프랑스 국적의 화상 에마뉘엘 페로탱이 세운 페로탱 갤러리는 파리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뉴욕, 홍콩에 이은 세 번째 분관으로 서울을 선택했다. 파리에서 지난 연말 한국의 단색화 기획전을 가졌고 지난 3월 아트바젤 홍콩 기간 중에는 홍콩점에서 단색화 1세대 대표작가 박서보의 개인전을 여는 등 한국의 단색화 화가들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 프랑스의 현대미술가 로랑 그라소의 개인전으로 개
  • [세종로의 아침] 또다시, 최강희와 퍼거슨/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또다시, 최강희와 퍼거슨/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한 팀에서 무려 11년이나 지휘봉을 잡은 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은 종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에 비유된다. 장기 집권의 화려한 경력도 그렇거니와 각자가 풍기는 캐릭터 또한 워낙 독특하기 때문이다.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껌을 씹어 대는 퍼거슨 감독을 두고 유럽축구 좀 안다고 하는 국내 중고생 축구팬들은 그를 ‘껌거슨’으로 부른다. 최강희 감독은 시골 아저씨 같은 독특한 외모 덕(?)에 ‘봉동 이장’이라는 별명을 일찌감치 얻었다. 자신들만의 확고한 축구 철학으로 팀을 이끌어 나가는 추진력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를 처음 맡은 뒤 팀의 전권을 장악했다. 규율과 원칙을 바탕으로 팀의 기강을 바로잡았다. 두 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10위 밖을 맴돌면서 경질설이 고개를 들었지만 부임 4년 만에 FA컵을 제패하면서 곧바로 수그러들었다. 최 감독은 더했다. 당시 전북은 지방의 비인기 구단에 불과했던 터라 마음에 둔 선수를 들이기도 쉽지 않았다. 성적 부진 끝에 목이 달아날 뻔도 했지만 2009년 이동국, 김상식을 영입해 팀의 두 기둥을 세우면서 축구 명가의 틀을 잡아 가기 시작했다.
  • [세종로의 아침] 국회의원, 예산정책처 본받자/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국회의원, 예산정책처 본받자/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최근 행정부는 국회 결산심의를 앞두고 있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결산심의다. 결산은 크게 3단계 심의를 받는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 상임위, 예결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로 넘긴다. 예산과 마찬가지로 결산심의에서 지역구 살림만 챙기는 국회의원들의 구태가 눈에 선하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윽박지르거나 고압적인 자세로 훈계를 일삼는 국회의원들 말이다. 그런데 예정처 공무원들에 대한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의 평가는 한결같이 칭찬 일색이다. 공무원들이 국회를 칭찬하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세종청사 고위 공무원들을 통해 국회 상임위, 예결산위원회와 예정처 직원의 결산심의 비교 평가를 들어 봤다. 먼저 예정처 직원들은 공부를 충실히 하고 심의에 임한다고 전했다. 중구난방 질문이 아니라 핵심만 콕 찍어 질문한다고 한다. 수백 건에 이르는 질문을 해당 부처에 미리 보내 줘 공무원들이 충분히 준비하게 배려해 준다는 것이다. 사전 심의 준비가 완벽하고 전문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정책 대안을 놓고 격의 없는 대화도 가능했다고 한다. 질의도 정책질의, 대안을 찾는 방향으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부처 간 이해 다툼이나 할거주의로 예산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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