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숙 논설위원
최근 한 가정부가 뉴스의 인물로 떠올랐다. 혼외아들 의혹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로 보도된 임모씨의 집에서 약 4년 7개월 동안 그의 아들을 키우며 살림을 도왔다고 주장하는 한 보모 겸 가정부 이모씨의 인터뷰가 그제 TV조선 보도를 통해 나왔다. 이씨는 채 전 총장으로부터 “이모님, 어린 ○○를 친조카처럼 보살펴줘 고맙다. ○○아빠 올림”이라는 감사의 연하장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진짜 이모인 양 같이 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시시콜콜한 가정사를 깨알같이 쏟아냈다. 이에 대해 채 전 총장은 “다른 사람을 착각한 것 같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지는 당장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만에 하나 가정부의 발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제 부인과 딸까지 참석한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다”고 말한 채 전 총장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이번 일도 사회지도층의 일탈행위는 결국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는 이들을 통해 폭로된 과거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지난해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의 돈 공천 의혹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구속으로 이어진 파이시티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운전기사였다. 이상득 전 의원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구속에도 이들의 운전기사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에 가정부 이씨의 폭로로 뒤가 구린 사회지도층들에게는 이제 ‘운전기사 주의보’에 이어 ‘가정부 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정치권에는 그간 ‘운전기사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누구는 운전기사에게 억대의 퇴직금을 주며 입막음을 했다는 등 운전기사들에 대한 특별관리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앞으로 가정부에게 빌린 돈을 떼먹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운전기사나 가정부는 그들과 매일 생활을 같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그들이 아무리 ‘가면’을 써도 그 밑의 민낯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아무리 운전기사나 가정부에게 돈다발로 공을 들인다 해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지도층 인사들이 앞으로 망신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누가 봐도 한점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사는 길밖에 없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3-10-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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