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칼럼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폴란드로 간 전쟁고아들/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폴란드로 간 전쟁고아들/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추상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2018)을 봤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북한군은 38선 넘어 낙동강까지 물밀듯이 쳐들어왔다가 9·28 서울 수복 이후 유엔군에 쫓겨 북으로 퇴각했다. 후퇴하던 인민군은 점령지 곳곳에서 거둔 전쟁고아 1500명을 북으로 데려갔다. 전쟁고아 중 절반은 남한 출신이었다. 1951년 김일성은 폴란드 정부에 이들을 맡아 키워 달라고 비밀리에 요청했다. 부모를 잃고 전쟁 트라우마로 고통받던 아이들은 폴란드 프와코비체 양육원에서 만난 교사들을 선생님이 아닌 ‘엄마, 아빠’로 부르면서 8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1950년대 말 북한에서 천리마운동이 진행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아이들은 1959년 갑작스러운 송환 명령을 받는다. 고아들은 한꺼번에 간 게 아니고 순차적으로 비행기에 태워 북으로 보내졌다. 먼저 간 아이들이 폴란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연일 동원돼 중노동을 하고 있다는 아픈 소식이었다. 폴란드에 남아 있던 아이들은 이 소식을 듣고 북에 돌아가지 않게 해 달라고 울며 사정했다. 그들은 한겨울 눈밭에 뒹굴기도 했다. 몸이 아픈 환자가 되면 폴란드에 남을 수 있으리라는 실낱같은
  • [장인주의 춤추는 세상] 세계의 문을 연 사람들/무용평론가

    [장인주의 춤추는 세상] 세계의 문을 연 사람들/무용평론가

    발레리나 박세은이 장안의 화제다. 최근 들려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승급 소식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발레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전통과 권위 또한 으뜸인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동양인 최초로, 최고 높은 자리 ‘에투알’에 올랐으니 그럴 만도 하다. 타고난 재능, 각고의 노력 그리고 천운까지 따라야 오를 수 있는 귀한 자리이기에 무대 위에서 승급 소식과 함께 솟구친 박세은의 눈물이 더욱 값져 보였다. 골프계에 ‘박세리 키즈’가 있듯이 발레계에는 ‘강수진 키즈’가 있다. 축구 스타 손흥민의 활약을 보면 그보다 앞선 박지성, 더 앞선 차범근이 떠오른다. 우상을 바라보며 꿈을 키운 후배들이 활약하는 시대, 아무도 가지 못한 세계 정상의 길을 향한 선구자의 도전과 노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10년 전 박세은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제안에도 불구하고 파리오페라발레단 준단원 1년 계약을 선택했다. 주인공 시켜 준다는데 엑스트라를 택한 꼴이니 프랑스 발레를 춤춰 보고 싶다는 열망이 꽤나 컸던 모양이다. 그녀를 사로잡았던 프랑스 스타일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금은 그 매력의 주인공이 됐지만, 당시로서는 그저 이끌렸
  •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원자력발전 활용의 선결조건/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원자력발전 활용의 선결조건/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양의 오염수 처리 문제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새삼 원전 효용성에 대한 논쟁도 커졌다. 원전을 둘러싼 오래된 논쟁은 효율성과 위험성의 대립으로 요약된다. 원전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원자력발전은 청정에너지 발전 방식이고, 에너지 자원 부족 국가에서 많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값싸게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원자력발전 소요 비용에는 방사능 폐기물 처리 비용, 원자로 폐로 비용과 환경 복구 비용이 추가돼야 하고, 사고 발생 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있어 결코 싸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에너지 생산방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원전 효용성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과학적ㆍ사회적ㆍ경제적 요소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요소의 사실관계부터 올바르게 정리돼야 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는 지진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원전의 취약성을 설명하는 사례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사전 대비를 할 수 없었던 이유와 피해 원인 분석은 중요하다. 원인을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해당 지역에 동일본 대지진 같은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했고,
  • [정형준의 희망의 의학] 보건의료정책 논의 구조 정상화해야/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정형준의 희망의 의학] 보건의료정책 논의 구조 정상화해야/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얼마 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가 공공의료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중기 공공보건의료계획을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해서 결정했다는 사실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 보정심을 공공의료를 제대로 논의할 수 있도록 구성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보정심은 모든 보건의료정책을 심의하는 기구이지만 실제 위원 면면을 보면 의료기기, 제약업체, 보건의료공급자와 이들의 대변인인 전문가들이 대다수다. 전체 위원 25명 가운데 가입자위원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은 4명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위원회에서 ‘공공’ 보건의료 정책까지 의결했다는 점이다. 제약업체, 의료기기업체 대표들이 공공 보건의료정책을 논의하는 선진국은 없다. 이들 업체가 영리기업이란 점을 생각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제대로 된 공공의료정책이 나올 리가 없으니 한국의 공공의료가 보건산업의 부속물로 전락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입자 몫으로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대표가 참석하는 것도 선뜻 이해가 안 된다. 최근 들어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결정에 구색을 맞추려 의료소비자를 대변하는 대표들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운동의 긍정적 취지와 달리 보건의료는 결코 소비자 중심이 될 수 없다. 의료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다시 강준만의 ‘인물과사상’을 읽으며/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다시 강준만의 ‘인물과사상’을 읽으며/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16년 만에 복간된 강준만 교수의 계간 사회비평서 ‘The 인물과사상’을 통독했다. 강준만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전개된 논쟁문화와 비판적 글쓰기, 정치비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저술가이자 늘 한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문제 제기를 수행해 온 치열한 논쟁가다. 고백하건대 그의 문제의식과 글쓰기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과 자극을 받았다. 20여년 전 강준만이 토로한 발언을 기억한다. ‘정년 보장을 받은 국립대 교수인 내가 이 발언을 하지 않는다면 누가 과연 이런 민감한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곤 한다. 늘 사회에서 혜택받았다는 생각을 하며 소신껏 발언하려고 노력한다’는 취지의 고백이었다. 운 좋게 대학에 취직해 몇 년이 흐른 무렵 접한 강준만의 이 발언이 뇌리를 관통했다. 살아오면서 이런 태도를 늘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강준만의 인상적인 발언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항상 마음에 새겨 두고 있다. 비판, 논쟁, 발언에 대한 소명감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강준만은 실명 비판과 성역 없는 논쟁을 모토로 한 ‘인물과사상’을 복간했을 테다. 긴 세월이 흐른 만큼 비판과 논쟁에 임하는 강준만의 태도도 여러 면에서 변했다. 그는 이제 신랄한 비판과 투철한 논쟁
  • [데스크 시각] 출판계는 예나 지금이나/김기중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출판계는 예나 지금이나/김기중 문화부 차장

    20년 전쯤 일이다. 컴퓨터 활용 방법을 주제로 책을 쓴 친구가 출판사에 같이 가 달라고 했다. 책은 나왔는데 인세 소식이 없다는 거다. 함께 출판사에 갔더니 “책이 팔려야 돈을 줄 거 아니냐”는 직원의 윽박이 돌아왔다. 빈손으로 출판사를 나왔다. 친구는 한 달 뒤 혼자서 또 출판사를 갔다가 똑같은 타박만 받았다. 그가 받은 건 계약금 30만원이 전부였다. 지난 5월 소설가 장강명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됐다. 출판사가 인세와 계약금 일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협의 없이 오디오북을 발행했다는 내용이었다. 출판사 협의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즉각 “일부 출판사의 예외적인 일탈행위”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말은 곧 ‘변명’ 신세가 돼 버렸다. ‘90년대생이 온다’ 저자 임홍택씨가 출판사를 상대로 인세 일부를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출판사 측은 “전산 시스템이 미비한 중소 출판사 여건상 계산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나마 이들은 스타급 작가여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출협 변명과 달리 출판사에 돈을 떼인 작가 사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찾으려면 얼마든 찾을 수 있다. 출판사가 서점에서 밀린 대금을 못 받는 경우
  • [박철현의 이방사회] 아날로그 감수성의 백신 접종/일본 테츠야공무점 대표

    [박철현의 이방사회] 아날로그 감수성의 백신 접종/일본 테츠야공무점 대표

    언제나처럼 현장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사진 한 장과 함께 ‘페이스북 소재’라는 짤막한 메시지가 왔다. 사진은 내가 살고 있는 도쿄 고가네이(小金井)시에서 도착한 백신 접종권 우편물이었고, 메시지는 이걸 소재 삼아 보나 마나 페이스북에 올리겠지라는 내 생각을 미리 읽은 것이다. 아내의 예언(?)대로 페북에 올리자마자 댓글들이 주르륵 달린다. ‘축하한다’는 댓글이 가장 많지만, 항체가 있으니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지 않으냐는 내용도 있다. 나는 5월 한 달 내내 코로나19 바이러스 투병 생활을 했다. 이런저런 연유로 PCR 검사는 못 했지만 격리가 끝난 후 항체 키트로 검사해 보니 선명한 두 줄이 나왔다. 이른바 ‘오개닉 항체’가 형성된 것이다. 즉 그 댓글은 항체가 형성돼 있는데 백신을 또 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조건 맞아야 한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유명한 생화학자 남궁석 박사는 “오개닉 항체가 이미 몸 안에 있으니 이제 백신 맞으면 천하무적”이라고까지 말해 줬다. 생화학 분야의 전문가가 추천하니 나도 무조건 최대한 빨리 맞을 생각이다. 그런데 같은 도쿄라도 천차만별인 것 같다. 도쿄도 고토구에 사는 지인은 원래 접종
  • [이종수의 헌법 너머] 과거의 거울에 비춰 본 형사사법의 현재/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수의 헌법 너머] 과거의 거울에 비춰 본 형사사법의 현재/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에 1751년 조선조 영조 때에 벌어졌던 안음현 살인사건을 다룬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안음현은 지금의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죽은 이들은 외근 중이던 기찰군관과 수행원인데, 이들이 도적떼에게 살해당했다며 변고를 처음 알려 온 동료 기찰군관들이 범인인 것으로 추후 판명이 났다. 특히 흥미를 끈 대목은 “네 죄는 네가 알렷다”며 그저 자백을 다그치는 ‘원님 재판’이 아니라 당시에 이미 현장검증 및 부검 등에서 나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형사사법제도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검시 과정에서 망자의 시신을 만지는 오작인과 더불어 전문가인 여러 참검인들이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확한 검시를 위한 원칙과 표준이 실무책자를 통해 마련돼 있었다. 살인이 의심되는 사건에서는 초검에 이어 복검까지 최소한 두 번의 부검을 거치도록 하고, 중형이 예상되는 범죄인의 신문에는 관리 두 명이 함께 진행하는 ‘동추’(同推)가 적용됐다. 사형이 집행될 범죄의 경우에는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세 번의 심리(三覆)를 거쳐 국왕의 명령으로만 사형이 가능했다고 한다. 나름 전문성과 객관성이 담보되는 형사사법제도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범인들 중에 한 명이
  • [세종로의 아침] 정책 가는 길의 반대편/이지운 국제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정책 가는 길의 반대편/이지운 국제부 전문기자

    청와대와 정부를 놀라게 할 조사다. ‘주변국에 대해 느끼는 감정 온도’ 측정. 미국 57.3도, 일본 28.8도, 북한 28.6도, 중국은 맨 꼴찌로 26.4도였다. 다음은 ‘주변국 국민에 대한 감정 온도’. 미국사람 54.6도, 북한 사람 37.3도, 일본 사람 32.2도, 중국 사람 26.3도. 조사를 수행한 주간지 ‘시사인’은 “중국 싫고, 중국인은 더 싫다”로 정리했다. 코로나19 이후 대중국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는 건 주지된 일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10월 그래프로 보여 줬다. 주요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역대 최고치였다. 조사 대상 14개국 가운데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모두 70%가 넘었고 호주·일본·스웨덴은 80% 이상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사랑받을 만하고 신뢰할 만하며 존경받을 수 있는 외교”를 언급했을 때, 이런 점들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평가했다. 한국인이 느끼는 온도는 그때나 이때나 비슷했는데, 눈길을 끄는 건 그 이유다. ‘중국 관련 역사적 사건 12개, 행위(이슈) 14개’ 등 26개 문항 가운데 부정적 인식을 갖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황사·미세먼지 문
  • [가꾸고 나누고 다듬는 우리말] 단어만 바꿔도 이해되는 투자/김기중 문화부 기자

    [가꾸고 나누고 다듬는 우리말] 단어만 바꿔도 이해되는 투자/김기중 문화부 기자

    말은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소통의 통로이며, 생각의 도구입니다. 그런데 최근 어려운 외국어와 정체불명 신조어가 우리말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은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이런 말들을 쉽게 바꿔 봅니다. 우리말을 가꾸고, 좋은 생각을 나누고, 잘 다듬어 쓰면 우리 국어생활도 좀더 나아질 겁니다. <1> 경제의 언어 “자녀의 연금보험 및 예금에 대한 증여세 탈루 의혹, 자녀의 이중국적, 더불어민주당 당원 논란,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위장전입, 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 논문 표절 등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됐다.” 투자 분야 용어들 중 외국어와 한자를 섞어 쓰는 사례가 많다. 영단어 ‘다운’(down)과 한자어 ‘계약’을 결합한 ‘다운 계약’은 실제보다 금액을 줄여 거래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일상에서 흔하게 쓰는 단어들이라 이해하기가 어렵진 않으나, 될 수 있으면 ‘축소 계약’으로 바꿔 쓰는 게 좋다. ‘리츠 투자’도 부동산 관련 기사에 많이 나오는 합성어다. 임대수익 등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배당수익과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이다. ‘리츠’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 [특파원 칼럼] G7이 찬사 보낸 바이든 민주주의, 문제는 미국/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G7이 찬사 보낸 바이든 민주주의, 문제는 미국/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미국이 (민주주의로) 돌아왔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처음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이 한마디로 정리될 것이다. 영국 콘월에서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과 양자회담을 가졌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냐”는 질문을 받고 “분명히 그렇다”고 답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초대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했던 이들은 바이든식 ‘민주주의 연합’에 기꺼이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보여 줬던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도 1941년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대서양헌장을 80년 만에 새로 쓰며 적극 공조했다. G7 정상들은 중국을 정확히 조준한 일련의 결과물을 발표했다. 새로운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인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구축에 합의했고, 전 세계 성인의 80%에 이르는 10억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풀기로 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공격적인 백신 외교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G7 공동성명(코뮈니케)은 중국 신장자치구 주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홍콩에 대한 고도의
  • [2030 세대] 아주 작은 성취감/한승혜 주부

    [2030 세대] 아주 작은 성취감/한승혜 주부

    폴댄스를 배운 지 3개월이 됐다. 체력도 떨어지고 기분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운동이라도 해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집 근처 폴댄스 학원을 알게 됐다. 체험 수업은 무료라길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용 ‘인증샷’이라도 건져 보려는 충동적인 마음이었는데, 이리 빠지게 될 줄 미처 몰랐다. 첫 주에는 팔과 어깨가 아파서 수저도 잘 들지 못했다. 둘째 주에는 허벅지 안쪽이 온통 새카맣게 피멍이 들었다. 셋째 주에는 손바닥 껍질이 벗겨졌다. 넷째 주에는 근육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밤새 끙끙 앓으며 대체 몸이 왜 이렇게 아픈 것일까 고민하는데, 생각해 보니 안 아프면 더 이상한 것이었다. 쇠몽둥이로 두들겨 맞다시피(?) 했으므로. 여전히 전신을 바짝 긴장시킨 채로 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나는 왜 고통을 자처하고 있는가. 이처럼 폴댄스에 빠져 지낸 이후로는 만나는 지인들마다 물어본다. “그게 그렇게 재밌어요?” “엄청 힘들 것 같은데 왜 재밌지?” “아플 것 같은데 어떻게 참고 해요?”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네! 재밌어요!” 하고 확신에 차서 대답하곤 했지만, 솔직
  • [금요칼럼] 자연의 법, 인간의 법/황두진 건축가

    [금요칼럼] 자연의 법, 인간의 법/황두진 건축가

    쓰고 싶은 글이 있고 써야 하는 글이 있다. 이 글은 후자다. 지난주 세상을 놀라게 했던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에 대한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주제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비책 같은 것을 제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무엇이 문제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자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공유하는 것은 일간지의 기고자로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학생 시절 읽었던 구조 관련 책 중에 ‘건축물은 어떻게 해서 무너지는가’라는 것이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구조공학자인 마리오 살바도리가 쓴 것인데 서문에 그 책을 쓰게 된 배경이 적혀 있다. 원래 ‘건축물은 어떻게 해서 서 있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썼는데 이를 접한 집안 어른이 ‘그 반대 제목은 어떠냐’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12년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등장한 이 두 권의 책은 아직도 구조공학자가 일반인들을 위해 쓴 것 중에 가장 탁월한 양대 명저로 꼽힌다. 읽기 쉬운 입문서이면서 통찰력 가득한 전문서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다른 제목이지만 이 두 권의 책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것은 결국 구조공학이라는 ‘자연의 법’이다. 건물이 서 있는 이치도 자연의 법이지만
  • [데스크 시각] 롯데의 면세점 왕국이 무너진다는 것은/주현진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롯데의 면세점 왕국이 무너진다는 것은/주현진 산업부장

    “홍콩으로 쇼핑 가는 외국인 관광객을 돌려세울 만한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을 유치하라.” 재계 5위 롯데그룹의 면세점 왕국은 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이 같은 한마디 지시로 시작했다. 그는 일생을 통해 호텔(1973년), 백화점(1979년), 면세점(1980년), 놀이공원(1989년), 타워(2017년) 등 관광산업 인프라 구축으로 ‘관광입국’의 토대를 닦았다. 그리고 일찌감치 면세 사업의 핵심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타깃 브랜드 확보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나라가 올림픽 개최(1988년)도 못 하던 시기에 명품의 대명사가 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유치를 이뤄 냈다. 시대를 앞선 통찰력과 남다른 열정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은 1980년 롯데백화점 본점 건물 8층에 1490㎡(약 450평)의 공간을 빌려 ‘호텔롯데 면세점’으로 처음 영업을 시작했다. 개점과 함께 신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라 명품 유치 팀을 꾸리고, 1984년 루이비통 입점을 성사시킨 것을 계기로 에르메스(1985년)와 샤넬(1986년)까지 끌어들였다. 면세점 업계 최초로 명품 대표 3인방인 ‘에루샤’ 진용을 갖춘 것이다. 다른 명품 브랜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웃는 사람/박주하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웃는 사람/박주하

    웃는 사람/박주하 당신은 역경이 많은 사람입니다 말도 없이 자꾸만 웃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오는 것은 오게 두고 가는 것은 가게 둡니다 당신의 입안으로 구름이 흘러 다닙니다 내장 속에 흘러든 구름마저도 환해집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발견되지 않을 것이므로 영영 끝나지 않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삶을 한 번도 떠나지 않았으나 우리는 여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산제이는 주방장입니다. 그가 만든 칠리치킨을 삼킬 때 색색의 별이 내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었지요. 산제이는 웃습니다. 작은 주방에서 혼자 요리를 만들 때도 웃고 요리를 식탁에 놓을 때도 웃고 내게 “잘 먹어”라고 말하면서도 웃습니다. 20루피의 푼돈을 받을 때도 환하게 웃지요. 산제이가 머물던 게스트하우스를 10년 동안 다녔습니다. 어느 날 그에게 산제이가 무슨 의미냐고 물었지요. ‘Every day happy’라는 답이 오는군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삶의 꿈이 여기 있습니다. 주위에서 웃는 사람을 보기 힘듭니다. 웃는 얼굴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역경이 많은 사람이 환하게 웃을 때 마음 안에 작은 극락이 찾아옵니다. 사람이 웃을 때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곽재구 시인
  • [이동구 칼럼] 바람 불 때 돛을 펼쳐라/수석논설위원

    [이동구 칼럼] 바람 불 때 돛을 펼쳐라/수석논설위원

    보수 이미지가 강한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경험 1도 없는 36세의 이준석을 당대표로 선출한 것은 정치판의 혁명적인 사건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김영삼, 김대중 등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50여년 전 주창했던 ‘40대 기수론’에 버금가는 정치판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젊은층을 비롯해 차츰 지지세를 회복하고 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대양을 향해 큰 배를 띄운 듯한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일으킨 변화의 바람이지만 머지않아 거대 여당을 비롯한 정치판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오마이뉴스가 의뢰해 리얼미터가 만 18세 이상 2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40.1%를 기록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 수준의 지지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8.6%였고, 국민의당 7.8%, 열린민주당 6.4%, 정의당 4.3% 순이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정당 지지도의 변화가 결코 심상치 않음을 감지할 수 있다. 개혁과 진보의 이미지가 강했던 집권 여당의 위상과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1 야당의 대표가 30대로
  • [똑똑 우리말] ‘애끊다’의 ‘애’는 무슨 뜻일까/오명숙 어문부장

    갑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표현할 때 ‘애끊는’이란 말을 쓴다. 초조한 마음을 나타낼 땐 ‘애가 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때 쓰인 ‘애’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애’는 원래 창자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애끊다’(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듯하다)에 그 뜻이 남아 있다. 지금은 초조한 마음속을 이르는 말로 속이 타들어 갈 만큼 매우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태를 일러 ‘애가 탄다’고 표현한다. 이와 같이 우리말에는 신체와 관련된 관용적 표현이 많다. “부아가 치밀었다”처럼 분한 마음을 나타낼 때 쓰이는 ‘부아’는 ‘허파’를 의미한다. ‘부아가 나다’, ‘부아가 끓어오르다’처럼 쓰인다. “베토벤에 비견할 만한 음악가”에서의 ‘비견’ 역시 신체와 관련이 있다. ‘비견’(比肩)의 ‘견’(肩)은 어깨를 뜻하며 ‘비견’은 ‘대등한 위치에서 견주어지다’란 의미다. 공포감 따위에 맥이 풀리고 마음이 졸아드는 상태를 나타낼 때 쓰는 ‘오금이 저리다’의 ‘오금’은 무릎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을 가리킨다. “슬하에 한 명의 자녀가 있다”와 같이 쓰이는 ‘슬하’(膝下)는 ‘무릎 아래’를 가리키며 주로 부모의 보호를 받는 테두리 안을 의미한다. 현재
  • [문현웅의 공정사회] 무명씨의 나라/변호사

    [문현웅의 공정사회] 무명씨의 나라/변호사

    최근 한국천주교회에 매우 경사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교황청이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 있는 해미순교성지를 국제성지로 지정, 선포한 것이다. 해미순교성지는 유명한 성인의 발자취가 남아 있거나 특별한 기적이 일어난 곳은 아니지만 이름이나 세례명을 남기고 순교한 132명의 천주교 신자가 기록으로 남아 있고 기록되지 않은 2000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곳이다. 해미순교성지 전담 신부인 한광석 신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해미순교성지의 국제성지 선포는 이름도 남기지 못한 순교자들의 신앙을 모범으로 인정하고 이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영광스러운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그리스도신앙의 모범인 성인을 열심히 기린다. 한국천주교회에서도 1984년에 한국인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을 비롯한 103위 성인이 시성됐고 그 이후 줄곧 한국 성인을 기리는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특히 올해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미사 때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탄생 200주년 희년 기도를 바치는 등 매우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아 순교 성인의 반열에 들 수 없었
  • [김유민의 돋보기] 믿고 보낸 요양원 반복되는 학대

    [김유민의 돋보기] 믿고 보낸 요양원 반복되는 학대

    감염병 사태로 외부인 면회가 줄어든 노인 요양 시설을 중심으로 학대 의심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밥그릇에 반찬과 국물을 모아 잡탕처럼 섞어 배식하는가 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수일간 방치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노인학대 혐의로 과태료를 물고 원장까지 교체한 제주의 한 요양원이 또다시 방임 학대 판정을 받았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70대 할머니는 세 차례나 낙상사고를 당해 왼쪽 눈과 광대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이 할머니는 입소한 지 9개월 만에 체중이 7㎏가량 줄었다. 저녁 시간에는 밥과 반찬을 한 그릇에 담고 국물까지 부어 잡탕처럼 배식한 것도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는 노인들에게 잔반과 상한 음식을 뒤섞어 배식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요양원은 과거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신고가 접수돼 부평구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당시 단속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가 발견됐다. 경남 창원의 한 요양원은 70대 환자의 팔다리를 최대 5일 동안 침상과 휠체어에 묶어 학대한 혐의로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요양원은 환자가 식사할 때는 휠체어에 묶고, 잠을 잘 때는 침상에 신체를 억제하
  • [한 컷 세상] 자신의 애국심을 내비쳐라/정연호 기자

    [한 컷 세상] 자신의 애국심을 내비쳐라/정연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의 신발에 태극기와 무궁화가 그려져 있다. 이 신발은 한 기업에서 애국 마케팅의 일환으로 만든 신발이다. 일본이 2020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시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런 애국신발을 신는 것이 애국심의 작은 표현이겠지만 그조차도 귀하게 보이는 요즘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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