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도마 위 물고기의 변/작가
약속이 있어 한 음식점에 갔다. 아직 날이 훤한데도 테이블이 꽉 차고, 사람들 얼굴에는 이미 달들이 떴다.
그중 한 청년이 아버지 같지는 않은 중년의 남성과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다소 긴장된 분위기, 그리고 필요 이상의 공손함. 궁금증을 자아낸다.
오랜만에 발동되는 나의 식스 센스, 오만 가지 시청각 융복합 감각!
“그럼, 복학은 내년 3월에 할 건가?”
아하! 저 남성분은 이 가게의 주인장이고, 저 젊은 친구는 지금 면접을 보는 중이다.
“한 번 오늘 보고,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월요일 출근하라고 연락할게.”
그러자, 청년의 뒷모습이 움찔한다. 아무래도 여기서 바로 일하는 줄 알고 왔는데, 한 번 두고 보겠다고 하니까 놀란 모양이다.
“그래 봤자 이틀이여. 그거 못 기다려? 오늘 지켜볼 테니까 잘해 봐.”
나는 ‘단 한 번의 기회’로 당락이 결정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지’가 없는, 벼랑 끝에 걸린 사안들이 내게 떨어지면 평소만큼 실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았다.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입학시험 같은 것들 말이다.
얼마 전에는 평소 꼭 하고 싶었던 일에 이런 비슷한 기회가 왔다. 프로젝트에 정식으로 투입되기 전에 내가 합당한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