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칼럼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함께 사는 그들, 고양이/화가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함께 사는 그들, 고양이/화가

    “우다다다다다! 우다다다다다 우당탕!” 아침부터 새끼 고양이들 뛰어다니는 소리로 집안이 소란스럽다.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 주니 우르르 몰려들어 밥을 먹고는 한여름 소나기 쏟아지듯 우당탕탕 뛰어다니다가 금세 아무 데서나 잠이 들어 버린다. 그제야 주섬주섬 녀석들이 흩트려 놓은 물건들과 지저분해진 집안 청소를 한다. 이것도 한때려니 생각하며. 태어나 어미 품에서 놀던 새끼 고양이들은 이제 마당을 휘젓고 다닌다. 집안에서 눈 뜨자마자 싸우며 놀던 녀석들이 마당에 나가 뛰어다니고 나무를 오르내리며 놀다 볼일도 화단에서 처리한다. 그 곁에서 새끼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노는 어미들, 아직 함께하며 즐기는 모습이다. 새끼들을 쫓아다니며 챙기는데 한번은 개가 쫓아오자 순식간에 달려들어 쫓아내는 모습을 보고 기겁한 일도 있다. 점차 어미 고양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새끼 고양이들은 독립적으로 활동할 것이다. 스스로 돌아다니며 사냥해 조만간 잠자리를 비롯해 나비, 개구리, 뱀, 쥐까지 사냥해서 가지고 들어올 것이다. 집안에 쥐가 없는데 고양이 때문에 쥐가 생길까 바짝 긴장해야 한다. 지나고 보면 그것도 한때이다. 새끼 고양이들은 성격이 하나같지 않아 처음부터 사람을
  • [한 컷 세상] 현관 앞에 생긴 배달 음식 보관함

    [한 컷 세상] 현관 앞에 생긴 배달 음식 보관함

    코로나19로 배달 주문이 예전보다 부쩍 늘었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현관 앞에 ‘배달 음식 보관함’이라고 써 있는 박스가 설치돼 있다. 분실 사고를 막고 입주민과 배달원의 대면 최소화를 위한 아이디어다. 그러나 코로나가 지속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는 것보다 이 상황이 빨리 끝나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뉴욕/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뉴욕/미술평론가

    이십대 초반의 조지 벨로스는 미술에 뜻을 품고 뉴욕으로 갔다. 20세기 초 뉴욕은 하루가 다르게 팽창하고 있었다. 벨로스는 두텁게 바른 물감, 힘 있는 터치로 번잡한 길거리며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세입자 건물, 이민자 공동체를 묘사했다. 1907~1909년 사이에 그린 세 점의 권투 경기 그림은 그의 대표작인 동시에 뉴욕의 거칠고 어두운 역사를 증언한다. 흑백 복서가 등장하는 ‘이 클럽의 두 회원’은 그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논쟁적인 작품이다. 당시의 권투는 한쪽이 초주검이 될 때까지 두들겨 패는 난폭한 방식이었으며, 시합의 조직과 운영을 둘러싸고 갱단과 도박꾼이 판치는 세계였다. 관중은 돈을 걸고 시합을 즐겼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소란과 폭동을 일으켰다. 1900년 뉴욕주는 공개된 장소에서 내기 권투 경기를 금지하는 법을 발효했지만, 돈과 짜릿한 쾌감이 걸린 내기 권투가 사라질 리 만무했다. 업자들은 권투 경기를 운동 클럽으로 옮겼다. 클럽은 관중에게 입장료 대신 ‘회비’를 받고, 시합 당일 선수들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편법을 써서 단속을 피했다. 이 그림의 무대인 ‘샤키 클럽’도 그런 곳이었다. 길 건너편에 살았던 벨로스는 클럽의 분위기를 잘 알고
  • [윤석년의 소통 가게] 반려동물 프로그램 전성시대/광주대 교수

    [윤석년의 소통 가게] 반려동물 프로그램 전성시대/광주대 교수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기 위한 것으로, 광고 마케팅에 이른바 3B 법칙이 있다. 광고 모델로 ‘Beauty(미인), Baby(아기), Beast(동물)’를 활용하면 소비자들이 광고에 호감을 느끼게 되고, 마케팅 효과가 나타난다는 법칙이다. 이런 광고 법칙은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인간에게 친숙한 반려동물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에 전이됐다. 본격적으로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제작된 방송 프로그램은 SBS의 ‘TV 동물농장’이다. ‘TV 동물농장’은 무려 20년 동안 일요일 아침 프로그램으로 동 시간대 10% 내외의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의 교감과 여러 야생 동물들의 신기한 장면까지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유기견의 실태를 사회성 있게 다루고, 파양된 유기견의 분양 등 재미는 물론 유익성도 두루 갖춘 장수 프로그램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동물들의 매력에 빠지게 한다. 지난해 12월 1000회를 돌파하는 등 SBS의 레전드급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EBS는 2015년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제작해 반려견의 이상 행동을 교정하는 포맷으로 시청
  • [이은경의 유레카] 친환경 기술사회를 위한 미래연구/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이은경의 유레카] 친환경 기술사회를 위한 미래연구/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쳐 인류는 ‘플래스틱’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주택들은 가볍고 모양을 마음대로 곡선, 직선으로 조절하며 빛깔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는 ‘플래스틱’으로 되어 있다.” 1962년 11월 한 일간지에서 보도된 ‘21세기 시리즈(7) 플래스틱 시대’의 일부다. 새로운 소재로서 플라스틱에 대한 기대가 잘 드러난다. 1930년대부터 폴리에틸렌을 비롯한 다양한 합성 고분자 플라스틱이 개발되고 널리 사용됐다. 그러나 산업화를 막 시작한 당시인 1960년대 한국에서 플라스틱은 처음 경험하는 매력적인 소재였다. 여러 가지 색깔과 모양으로 만들기 쉽고 가볍고 튼튼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기사에서는 21세기가 되면 가구, 자동차, 집, 옷도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됐다. 이 기대는 대부분 이루어졌다. 그러나 21세기에 플라스틱 폐기물 때문에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 알았더라면 지금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하고 안전하게 폐기하기 위해 기울이는 모든 노력을 더 일찍, 더 효과적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교훈은 분명하다. 지금의 여러 기술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되는
  • [데스크 시각] 아버지의 이름으로/최여경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아버지의 이름으로/최여경 문화부장

    15년 전 일이다. 영화계에서 주연급으로 떠오르던 배우를 인터뷰하는데, 소속사가 이런 당부를 했다. “절대 아버지에 대해 물으시면 안 돼요.” 스타 배우인 아버지 이름에 가려질까봐 부담스러워한다는 거다. 정작 하정우는 꽤 자주 아버지를 언급했다. 내친김에 “왜 아버지 얘기를 꺼려 했던 건가” 물었더니 이런 대답을 들려줬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친구분들에게 둘러싸여 살아왔는데 숨긴다고 될 게 아니라는 걸 얼마 전에 깨달았다. 차라리 편하게 그분들과 즐겁게 일하는 배우가 되기로 했다.” 연극 ‘코리올라누스’ 무대에 오른 배우 남윤호 역시 배우 유인촌의 아들이다. 그는 많은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넘어야 할 산”이었고, “다른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 이름을 바꿨다고 고백했다. 빛나는 연기를 보여준 그는 이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열어 가는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아버지는 “대한민국을 밝히라”는 말을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그는 유지를 받들어 정치권으로 걸어 들어가 야권 대선주자라는 수식어를 받았다. 나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었고, 산업화 일꾼이었으며, 가족에겐 든든한 버팀목이다. 중년이 된 아들과 딸에게 여전히 해 주
  • [가꾸고 나누고 다듬는 우리말] 좋은 정치의 시작은 쉬운 말/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가꾸고 나누고 다듬는 우리말] 좋은 정치의 시작은 쉬운 말/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4>정치의 언어 ㉠아무 근거 없는 마타도어. ㉡황당무계한 마타도어마저 나온다. ㉢무턱대고 마타도어를 하면 안 된다. 선거는 전쟁 같은 말들을 내뱉는다. 근거 없는 말로 남을 헐뜯어 명예나 지위를 손상시키는 ‘중상’, 사실을 왜곡하거나 속임수를 써서 남을 해롭게 하는 ‘모략’이 쏟아진다. 뜨거워지면 이 둘을 합친 ‘중상모략’이 판을 친다. 익숙한 풍경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중상모략’에 “여야가 상호 비방과 중상모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예문이 실려 있을 정도다. 상대를 ‘중상모략’하는 게 ‘마타도어’다. ‘투우사’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타도르’에서 유래했다. 익숙한 우리말로는 ‘흑색선전’이 있다. ‘모략선전’이라고도 한다. 정치권 일부에선 이런 말들보다 ‘마타도어’를 더 그럴듯하다고 여긴다. 최근 들어 쓰기 시작한 건 아니다. 1960대에도, 70년대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썼다. 그렇지만 일상으로 들어오진 못했고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마타도어’란 말이 나오면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는 뉴스도 나온다. 소설 ‘1984’를 쓴 조지 오웰은 이런 글쓰기 원칙도 정했다. ‘대응하는 일상어가 있다면 외래어나 과학용어, 전문용어는 절대
  • [세종로의 아침] 단순 명쾌하지만 고통스러운 기후위기 해법/김영중 사회2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단순 명쾌하지만 고통스러운 기후위기 해법/김영중 사회2부 선임기자

    최근 캐나다와 미국 등에 유례없는 폭염이 덮쳐 사망자가 속출했다. 낮 최고기온이 38도가 넘으면 인류의 생명이 위험하다는데 50도 안팎으로 치솟았다. 언론들은 ‘글로벌 재앙의 시작이다’, ‘세상의 종말이 온 듯하다’ 등 암울한 말들을 쏟아낸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대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갈수록 공포의 강도를 높인다. 기후위기에 위기의식을 느낀 인류는 해결책을 내놨다. 각국 정부들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늘어난 만큼 감축해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넷제로)을 선언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넘게 올라가지 않도록 억제해 인류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전기를 만드는 데 석유와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 등으로 대치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효율성과 환경훼손 등의 문제로 완벽한 화석에너지 대체재가 아니다. 오죽하면 이 틈을 노려 원전이 소형원자로라는 이름으로 다시 기후위기 대안의 하나로 나왔겠는가. 탄소중립이라는 게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현재보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선언일 뿐이다. 대기를 채운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게 아니다. 그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도 없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 [이해영의 쿠이 보노] 식민지배는 ‘합법’이다?/한신대 교수

    [이해영의 쿠이 보노] 식민지배는 ‘합법’이다?/한신대 교수

    지난 6월, 16개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배소 각하 선고가 있었다. 재판부의 판단에 뒤늦게 논평을 추가할 생각은 없다. 단지 나는 그 법적 판단의 중심 논변을 짚고자 한다. 판결문에 의하면 “일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자신들의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였다는 자료가 없고 국제법적으로도 그 불법성이 인정된 바가 있다는 자료가 없다.… 일본의 대한제국 병합이 조약 형식을 가장한 강점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그 당시 ‘식민지배 금지’라는 국제사회의 관행이나 법적 확신을 보여 주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국제법적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식민지배, 구체적으로 일제의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말일까. 그래서 당시 조선을 실효적으로 지배한 ‘합법적’ 국가권력 일본국에 항거하는 모든 행위, 즉 독립운동은 모두 ‘불법’행위가 되는 것일까. 식민지 시대 국제법 현실을 대변할 유일하고 권위 있는 국제기관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1차 세계대전 후 창설된 국제연맹 정도를 언급할 만하다. 국제연맹 규약 제22조를 보자. “지난 전쟁의 결과 과거 자신들을 통치하던 국가의 주권에서 벗어났지만, … 여전히 자립 능력이 없는 인민들의 식민지와 영토에 대해
  •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어설픈 개인주의자의 고백/소설가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어설픈 개인주의자의 고백/소설가

    KBS에서 수행한 세대인식 집중 조사의 결과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화제였다. 가장 주목을 받은 조사 결과는 ‘기회가 되면 내 것을 나눠 타인을 도울 것이다’라는 문항에 대한 20~34세 남성의 응답이었다. 유독 청년 남성 세대에서 (주관적 계층 의식이)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나눌 것이다’라는 답변이 급격히 하락했다. 그보다 나는 환경 문제와 관련해 ‘환경보다 개발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20~34세 남성이 43.8%나 된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지만. 다른 세대의 남녀보다 현저하게 높은 비율이었다. 여러 전문가가 세대인식 조사의 결과를 분석·비판·해설한 글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면서 20~34세이던 청년 시절에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새삼 돌이켜보게 됐다. 내 느낌으로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몸도 정신도 전혀 다른 사람이다. 청년 시절의 나에게 ‘기회가 되면 내 것을 나눠 타인을 돕겠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잘 모르겠다. 그 무렵 나는 타인이나 공동체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극단적 개인주의자였고, 모든 관심은 나 자신에게 쏠려 있었다. 성취는 오직 내 힘으로 이룬 것이고, 실패도 오직 내가 못난 탓이라 여겼다.
  • 단순 명쾌하지만 고통이 뒤따르는 기후위기 해결책

    단순 명쾌하지만 고통이 뒤따르는 기후위기 해결책

    최근 캐나다와 미국 등에 유례없는 폭염이 덮쳐 사망자가 속출했다. 낮 최고기온이 38도가 넘으면 인류의 생명이 위험하다는데 50도 안팎으로 치솟았다. 언론들은 ‘글로벌 재앙의 시작이다’, ‘세상의 종말이 온 듯하다’ 등 암울한 말들을 쏟아낸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대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갈수록 공포의 강도를 높인다. 기후위기에 위기의식을 느낀 인류는 해결책을 내놨다. 각국 정부들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늘어난 만큼 감축해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넘게 올라가지 않도록 억제해 인류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석유와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 등으로 대체한다. 그러나 현재 기술로서는 재생에너지가 효율성과 환경훼손 등의 문제로 완벽한 화석에너지 대체재가 아니다. 오죽하면 이 틈을 노려 원전이 소형원자로라는 이름으로 다시 기후위기 대안의 하나로 나왔겠는가. 탄소중립이라는 게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현재보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선언일 뿐이다. 대기를 채운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게 아니다. 그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도 없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지구에서 사
  • [전경하의 시시콜콜]-반올림(사사오입) 종부세

    ‘억 단위 미만은 반올림해 계산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에 있는 문구다. 종부세 과세 대상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공시가격 상위 2%’로 정하면서 빚어진 사달이다. 예를 들어 상위 2% 주택 공시가격이 11억 5100만원이 되면 종부세 부과 기준은 12억원이 된다. 11억 5100만~12억원 미만 집 주인은 상위 2%지만 종부세를 안낸다. 반면 상위 2% 공시가격이 11억 4900만원이 되면 11억원부터 종부세를 낸다. 11억~11억 4900만원 사이 집 주인들은 상위 2%가 아니지만 종부세를 내야 한다. 실제 과세 대상이 2%를 넘나들게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하다 보니 몇천만원 정도는 우습게 보였나 싶다. 세금 기준을 이렇게 반올림하겠다는 허무맹랑한 발상은 1954년의 ‘사사오입(四死五入) 개헌’까지 소환했다. 1954년 당시 집권당인 자유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위해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 제한을 없앤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국회에서 표결에 붙였다. 재적의원 203명 가운데 3분의2가 찬성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르면 가결정족수는 136명이었으나 찬성은 135명이었다. 해서 부결로
  • [한 컷 세상] 돌아와요 양심우산

    [한 컷 세상] 돌아와요 양심우산

    경기 과천시의 한 주민센터에 시민들을 위한 무료 우산대여대가 설치돼 있다. 장마철 갑작스런 비에 곤란하지 않도록 비치된 고마운 우산이지만 돌아오지 않는 우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유용하게 쓴 만큼 돌려 놓아야 다른 이들도 쓸 수 있을 테다. 장마가 끝난 뒤 우산이 제자리로 돌아와 지금처럼 우산대가 가득 차길 바라 본다.
  • [2030 세대] 도로로 나온 떡볶이 가게/김영준 작가

    [2030 세대] 도로로 나온 떡볶이 가게/김영준 작가

    나이든 어른들이라 할지라도 어릴 적 떡볶이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다. 학교나 학원이 끝나고 근처 떡볶이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던 기억 말이다. 신당동에 떡볶이 타운을 일궈 낸 고(故) 마복림 대표가 고추장 양념 떡볶이를 만든 이후로 이 떡볶이는 198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양념 좀 만들 줄 알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간식이었고 이 덕분에 전국적으로 수많은 떡볶이 가게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만들기 쉽고 재료도 저렴했기에 떡볶이는 전형적인 저수익 업종이었고 이 때문에 골목 안쪽에 주로 위치했었다. 임대료가 매우 저렴한 곳들이다. 아마 ‘아재’들의 기억 속 떡볶이 가게란 이런 곳일 텐데, 지금은 좀 많이 다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떡볶이의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돼 지금은 수많은 떡볶이 프랜차이즈들이 존재한다. 한 메뉴의 프랜차이즈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 메뉴의 시장성과 경제성이 높다고 평가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배달앱의 배달 상위 5개 메뉴 중에 떡볶이가 들어간다. 이 자체도 대단한 거지만 나머지 4개 메뉴가 치킨, 피자, 보쌈 등 원래부터 배달을 해 왔던 메뉴라는 것을 생각하면 현재 떡볶이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간접적으로 느
  • [금요칼럼] 국가 정체성 문제/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국가 정체성 문제/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병자호란 직전 전운이 감돌 때 조선이 청나라의 침공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온 조정은 척화(斥和) 논의로 들끓었다. 조선의 지배 엘리트들은 왜 질 줄 알면서도 전쟁을 불사했을까? 흔히 말하듯 현실(실리)에 눈감은 헛된 명분론자였기 때문일까? 하지만 실리 없는 명분만 강조한 정권은 역사상 없었다. 역사 현상을 명분과 현실(실리)로 도식화해 나누는 이분법은 몰역사적이요, 비상식적이다. 당시 조선이 전쟁을 감수한 이유는 왕조의 안녕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신봉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조국이니 민족이니 하는 개념이 아직 없었다. 유럽의 중세가 국가 단위의 가치보다 기독교라는 보편적 가치를 훨씬 상위에 두었듯이, 중국과 조선에서도 화이론(華夷論)적 중화 문명을 당위적 보편 가치로 믿고 국가 단위보다 더 중시하였다. 조선이라는 왕조의 존망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엄연했던 것이다. 특히 명나라와 조선은 군부(君父)-신자(臣子) 관계로 이념화한 상태였다. 조선 초기(15세기)만 해도 충(忠)에 기초한 군신관계였는데 16세기에는 효(孝)에 기초한 부자관계가 더해진 결과였다. 이런 변화는 중차대하다. 군신관계는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상대가치인 데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다행입니다/장원상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다행입니다/장원상

    다행입니다/장원상 한강 변에서 동양하루살이를 만났습니다 깨끗한 물가에 살며 초록색 날개를 가지고 있어 팅커벨 이라 불리는 곤충 3일 정도의 일생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며 날 보고 깨끗하게 살라 합니다 욕심 버리라 합니다 비우고 또 비우라 합니다 이것 저것 재며 버리지 못해 자꾸만 주눅 들게 합니다 그런데 이 곤충도 죽으면 악취 풍긴다 합니다 욕심 많은 나와 별 다를 바 없다 합니다 다행입니다 참 다행입니다 하루살이의 다른 이름이 팅커벨이었군요. 에니메이션에서 팅커벨이라는 이름을 만났을 때 비 온 뒤 하늘의 무지개를 보는 기분 있었습니다. 팅커벨 팅커벨 수레를 끌고 설원을 달리는 순록의 방울 소리가 떠오르지 않는지요. 신비한 초록색 날개를 지닌 이 작은 곤충이 하루나 사흘 이승에 머물다 떠난다 하니 마음 쩌릿합니다. 저물녘에 동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하루살이들이 달려듭니다. 손에 든 시집으로 휘휘 저어 내지요. 단 한 번 이녁들이 사랑스럽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요. 오늘 저물녘엔 기쁜 마음으로 이들을 맞을 것입니다. 팅커벨 팅커벨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당신은 단 하루 나는 반백 년 이상을 살았지요. 고통 속에서 꿈을 향해 나아갔다는 것,
  • [데스크 시각] 그들의 내로남불/김경두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그들의 내로남불/김경두 경제부장

    ※#1※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고발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없었다면 과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었을까. 2015년 경찰이 최씨를 입건조차 하지 않고, 검찰마저 수사 의지가 없었던 사건임을 고려하면 ‘묻혔다’에 10원 아닌 500원을 걸 수 있다. 지난해 10월 대검 국정감사에서 윤 전 총장의 발언을 기억하는가. ‘왜 총장 가족 수사는 진도가 안 나가느냐’는 의원 질의에 “장모에게 문제가 있어서 수사해야 할 정도면 내가 물러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선”이라고 했다. 서슬 퍼런 검찰총장이 직을 걸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어느 검사가 제대로 수사할까. 수사 한 달 만에 7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탈탈 턴 조국 가족이었다. 그 속도로 전방위 수사를 했다면 윤 전 총장의 사퇴 이유는 ‘장모 유죄’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판결에 대한 윤 전 총장의 일성은 사과가 아니었다. 본인 발언은 까맣게 잊은 듯 “법 적용엔 누구나 예외가 없다”였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유체이탈 화법이다. 대검이 최씨의 ‘모해위증’(사건에 연루된 자를 해칠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 의혹에 재수사 명령을 내렸다. 국민대도 윤 전
  • [김균미 칼럼] ‘여가부 폐지 논란‘ 유감

    [김균미 칼럼] ‘여가부 폐지 논란‘ 유감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지난 6일 나란히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준석 대표도 “후보 되실 분은 폐지 공약은 되도록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힘을 실었다. 포털 사이트는 찬반으로 뜨겁다. 4년 전에도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던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인구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련 있다”면서 “여가부라는 별도 부처를 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며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도 “현재 여가부는 사실상 젠더갈등 조장부가 됐다”면서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신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여가부의 역할과 위상을 문제 삼고 있지만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와 30대 이준석을 당대표로 선출한 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훤히 보인다. 더욱이 유 전 의원이 “(여가부 폐지로) 타 부처 사업과 중복되는 예산은 의무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해
  • [똑똑 우리말] ‘이에요’와 ‘이예요’/오명숙 어문부장

    “기대 이상이예요.”, “기다리던 주말이에요.” 문장을 마무리할 때 ‘-이에요’와 ‘-이예요’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에요’는 ‘이다’나 ‘아니다’의 어간 뒤에 붙어 설명이나 의문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다. ‘-이에요’는 서술격 조사인 ‘이다’의 어간 ‘이’에 ‘-에요’라는 어미가 붙은 것이다. ‘-이어요’가 표준어이지만 ‘-이에요’가 자주 쓰이자 ‘l’ 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해 둘 다 표준어로 정했다. ‘이다’의 어간 ‘이-’는 명사 뒤에 붙어 서술어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명사+에요’를 쓰기 위해선 이 사이에 ‘이-’를 집어넣어 ‘명사+이에요’라고 써야 하는 것이다. ‘예요’는 ‘이에요’의 준말이다. 받침이 있는 명사에는 ‘-이에요’, 받침 없이 모음으로 끝나는 명사에는 ‘-예요’를 붙인다. “이것은 연필이에요”, “이것은 지우개예요”처럼 쓸 수 있다. ‘-이예요’는 풀어 썼을 경우 ‘-이이에요’가 되니 당연히 틀린 말이다. ‘거예요’와 ‘거에요’도 마찬가지다. ‘거’는 의존명사 ‘것’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이므로 ‘것이에요’ 또는 ‘거예요’라고 써야 한다. 정리하면 접미사 ‘-에요’는 서술격 조사 ‘이다’와 형용사 ‘아니다’에만
  • [송현서의 각양각세(世)] 기후변화 공습, 코로나보다 무섭다/나우뉴스부 기자

    [송현서의 각양각세(世)] 기후변화 공습, 코로나보다 무섭다/나우뉴스부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전 세계 누적 사망자가 400만명에 육박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많은 이들은 팬데믹이 종식되면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고, 황망하게 가족과 친구를 잃는 일이 더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위협적인 기후변화의 공습에 이미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폭염 때문에 700여명이 돌연사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망자 수의 3배에 달한다. 미국 북서부 오리건주에서는 폭염 기간 95명이, 워싱턴주에서는 30여명이 사망했다. 이 도시들은 폭염기간 동안 대부분 40~50℃에 육박하는 불볕더위에 시달렸다. 온열질환자가 몰려들면서 일부 병원에서는 복도에서 환자를 응급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수은주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산불도 이어졌다. 캐나다의 한 마을은 순식간에 번진 산불로 마을 전체가 아예 사라져 버렸다. 전문가들은 이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절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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