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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진경호 논설위원

    올해, 다시 말해 5년마다 한 번씩 맞는 새 정부 출범 첫해인 올해에도 어김없이 대통령을 묘사하는 키워드는 ‘불통’이 될 모양이다. 야당은 연신 주술을 외듯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불통’을 읊조리고 있고, 안녕들 하신지 묻기 바쁜 세상은 온통 ‘불통’이란 단어로 안부를 전한다. ‘불통’은 이제 세상의 모든 모순과 불의, 그리고 내 고단한 삶의 시발(始發)을 뜻하는 모태어가 된 듯하다. 억울할 법도 해 보인다. 불통이라니, 아니 얼마나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박 대통령의 입을 대신하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그 큰 입으로 ‘자랑스러운 불통’이라는 형용모순의 해괴한 표현까지 끄집어낸 걸 보면, 그래서 뭇매를 자청한 걸 보면 청와대의 분기탱천이 가늠된다. 박 대통령이 정녕 ‘불통령’인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시장과 산업현장 등을 돌며 만든 박 대통령의 ‘깨알수첩’과 네티즌들의 거친 욕설까지도 끌어안은 청와대 홈페이지, 그 어느 정부에서보다 많은 성과를 거둔 민원해결 실적 등은 청와대가 주장하듯 분명 ‘소통의 증거들’이다. 역사와의 대화 못지않게 바닥 민심과의 소통을 무겁게 생각하는 게 정치인 박근혜의 캐릭터인 듯도 하다. 그러나 정작 소통은
  • [서울광장] 한은 총재도 ‘수첩’에서 나오는가/안미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은 총재도 ‘수첩’에서 나오는가/안미현 논설위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내년 3월 31일 끝난다. 한은법 개정으로 새 총재부터는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슬슬 여론 검증이 시작돼야 하는데 자천타천 물밑 하마평만 무성하다. 그래서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차기 한은 총재의 자질’을 묻곤 한다. 가장 강렬한 답변은 외국계 증권사의 이코노미스트에게서 나왔다. 시장이 원하는 한은 총재의 상(像)을 물었더니 “시장은 한은을 잊은 지 오래”란다. 이 답을 꺼내놓는 데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기준금리가 결정되는 금융통화위원회 개최일에 다들 점심 먹으러 간다는 냉소가 나온 지는 오래됐지만 이렇게까지 지독히 한은을 불신할 줄은 몰랐다. 이어지는 그의 답변. “김 총재의 말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매번 말이 바뀌기 때문이다. 한은이 시장의 신뢰를 너무 잃어 누가 (총재로) 오든 일관성만 갖추면 박수받을 것이다.” 표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의 ‘주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째 전문성이다. 장관은 몇 달 ‘학습기간’을 가져도 크게 무리가 없지만 통화정책은 바로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 메커니즘과 시장 생리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였다
  • [서울광장] 빈부격차와 사회정책/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빈부격차와 사회정책/박현갑 논설위원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전임 교황들과 달리 교인들의 현실 참여를 촉구한다. 교황은 ‘가난한 자의 아버지’라는 뜻의 교황명에 걸맞게 빈부격차 해소를 역설한다. 지난 7월 25일 브라질에서 열린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축하연에 몰린 신도들을 만난 자리에서 “불평등에 무감각한 채로 남아 있는 것은 빈부격차를 키울 뿐”이라면서 “가난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1월 공개될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을 통해서는 “각국 정부가 과도한 소득불균형을 없앨 만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까지 주문했다. 성직 판매나 면죄부를 남발하며 신의 대리인으로 행세하다 종교개혁 운동으로 현실정치에서 물러났던 중세기 교황들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굳이 교황 발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빈부격차는 세계 각국의 공통분모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진보적 공공정책 연구단체인 ‘센터 포 아메리칸 프로그레스’ 모임에 참석해 “소득 불균형이 확대돼 계층 간 이동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어 아메리칸 드림을 위협한다”면서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빈곤층은 2008년 3982만명에서 지난해 4649만명으로 늘었다.
  • [서울광장] 누가 국론을 분열시켰나/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누가 국론을 분열시켰나/문소영 논설위원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나라에서 살았던 것과 같은 착각이 든다. 헌법과 법에 대한 상식적인 해석이 사라진 이상한 나라 말이다. 음지에서 궂은일을 해야 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전면으로 나와 정치적 분란을 일으키는 행위를 일삼았다. 주적을 북한으로 재설정했다지만, 공작 대상을 주권자인 국민을 향한 것은 아닌가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다. 청와대 등 권부에서 일했던 공무원들은 검찰총장의 혼외자식으로 지목된 소년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위헌·위법행위라고 비판하면,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반박한다. 적반하장에 답답한데, 대통령은 걸핏하면 ‘국론 분열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서릿발 같은 발언을 한다. 마치 카드 나라 여왕이 특별한 이유 없이 목청을 높였던 “처형하라”(off with his head)를 연상시킨다. 국론 분열을 좌시할 수 없다는데, 대체 어떤 국론을 어떻게 통일해야 한다는 건가.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 선거 개입을 했는데 전혀 불공정 선거가 아니었다고 국민이 입을 맞춰야 할까. 검찰이 재차 변경한 공소장에 따르면 국정원이 121만건이 넘는 댓글 공작을 했다는데 ‘일부 국정
  • [서울광장] 정녕 대통령제의 종언을 논해야 하나/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녕 대통령제의 종언을 논해야 하나/진경호 논설위원

    정말 박근혜는 문제일까. 아니, 박근혜가 문제일까. 파국으로 진군하는 2013년 겨울 초입의 국회와, 그 무대 위에서 1년 전 대선을 놓고 벌여온 여야의 쟁투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한 해묵은 질문, 노무현이 문제일까, 이명박이 문제일까라는 10년 전, 5년 전 질문을 다시금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책상머리에 떨구게 한다. 6년여 전 노무현을 향해 박근혜가 던진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일갈이, 박근혜를 향한 문재인의 ‘무서운 대통령’으로 되돌아가는 정치 시계는 지금 우리는 어디를 맴돌고 있는가 묻게 한다. 대통령제의 유효 기간을 들춰 보게 만드는 징후는 ‘대통령제의 종가’ 미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무브온(Move On)과 티파티(Tea Party) 두 깃발 아래 2열 종대로 갈라선 미국의 시민사회세력들은 더 이상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홀쭉한 지갑에 돈 대신 ‘우리 아닌 그들’(them against us)에 대한 적의(敵意)를 채우고, 한껏 응축한 인종·계층·이념 갈등의 에너지로 의회정치를 마비시키고 연방정부를 정지시켰다. 무대 위에서 싸운 오바마 행정부와 보수야당 공화당은 그저 조연이었다. 물러서지 않은 게 아니라 물러서질
  • [서울광장] 공기업 개혁, 노조를 설득시켜라/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공기업 개혁, 노조를 설득시켜라/오승호 논설위원

    한 공기업 사장은 지난 13일 “내일(14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조찬 간담회를 하는데, 부채가 많은 공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불렀다”면서 “자구노력을 요구할 경우 직원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가 우려한 것은 부채의 성격을 잘 파악하지 않고 규모만 보고 부채가 많은 순서로 줄을 서게 해 집합시켰다는 점이었다. 빚을 계획대로 착실히 갚아 나가고 있기 때문에 부채 문제는 전혀 걱정할 게 없다고 했다. 공기업들을 소방경찰과 비유하면 큰 화재가 나지 않을 땐 임직원들에게 봉급을 많이 주고, 큰 화재가 나면 임금을 삭감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정부가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인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에는 과연 혁신적인 내용이 담길 것인가. 경제부총리가 공기업 수장들에게 “파티는 이제 끝났다”고 직격탄을 날리자 공기업들은 임금 삭감을 하고 고용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다. 외려 진부하다. 금융회사 경영진 급여가 너무 많다는 여론이 나오면 임금을 깎거나 반납하겠다고 하면서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심산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한 공기업은 간부들은 급여를 삭감하고 노조원들은 임금을 반납하는 자구계획을 마련하
  • [서울광장] KT회장 선임과정 ‘난장’ 만들 건가/정기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KT회장 선임과정 ‘난장’ 만들 건가/정기홍 논설위원

    2004년 하반기 어느 날 KT 남중수 사장이 잔뜩 화가 났다. 정보통신부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무선통신 서비스인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사업권을 유선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에 주기로 방침을 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KT를 왜 빼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정통부는 특혜 시비를 우려해 범위를 넓혔고 다음 해 SK텔레콤과 KT(당시 KTF), 하나로텔레콤이 사업자가 됐다. 이후 하나로텔레콤은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사업비 부담을 이유로 들었지만 불만은 가득했다. 문제는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에 나왔다. 다소 적극적인 KTF와 달리 업계 1위 SK텔레콤이 서비스망 구축을 망설였다. 당시 휴대전화는 ‘음성 통화’ 위주여서 와이브로의 장점인 ‘인터넷전화’ 기능이 추가되면 통화료가 훨씬 싸져 통신시장을 크게 흔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지금은 ‘LTE’가 대세가 됐지만 와이브로가 안착했다면 지금쯤 아이폰의 도입에 버금가는 통화 혁명을 이뤘을지 모를 일이다. 통신업계는 이처럼 얽히고설킨 속내가 복잡하다. KT 회장의 선임 작업이 검찰의 KT 본사 압수수색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CEO추천위원회가 최근 가동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첫 회의를 열고 선임 방법과 절차,
  • [서울광장] 이제 어르신에게도 문화를 허하라/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제 어르신에게도 문화를 허하라/서동철 논설위원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압류한 부동산이며 미술품, 시계와 보석류 등이 줄지어 공매 시장에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씨 일가는 물건의 값어치가 아깝기보다는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 갔다는 사실이 더 치욕적일 것이다. 전씨 일가가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모두 내기로 한 것도 수사보다는 악화한 민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정이지만 가장(家長)의 역사적 책임을 자녀들이 조금이라도 나누겠다는 의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를테면 각자 재산의 일부를 추렴해 파고다공원 앞에 작은 건물을 마련하고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과 건강 돌보기,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자녀 중 한 사람이라도 봉사에 일생을 바치는 모습을 보였다면 세상의 눈길은 달라졌을 것이다. 추징금을 완납해도 역사적 책임은 여전히 남을 것이니 아직 늦지 않았다. 노인 복지는 그 중요성을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제대로 개선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분야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현재 65세 이상 노령 인구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12.2%에 이른다. 노령 인구가 지난 2000년 7%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2018년에는 14%를 넘어
  • [서울광장] 스스로 발목 잡는 이정희/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스스로 발목 잡는 이정희/최광숙 논설위원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 ‘독재자’라고 칭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정권을 비판했다고 내란음모죄를 조작하고 정당해산까지 청구하면서 헌법을 파괴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박근혜씨가 바로 독재자 아닌가”라고 주장하면서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 대표가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 대통령과 맞붙었을 때도 ‘독재자의 딸’이라고 공격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공식석상에서 적나라하게 박 대통령을 몰아붙인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나라건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무리 정적(政敵)이라도 기본적인 예우를 갖추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을 범부의 한 사람인 양 ‘씨’자를 붙인 것은 누가 봐도 도(度)를 넘은 비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야 정부의 진보당 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공당 대표의 격(格) 운운하지 않더라도 그의 발언은 듣기 민망하다. 대통령에게 막말하며 흠집을 내는 것이 원래 ‘야당 정치’ 아니냐고 항변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수긍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독설로 유명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를
  • [서울광장] 한국경제 만성질환 힐링법/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국경제 만성질환 힐링법/오승호 논설위원

    전직 경제장관급인 한 인사는 사석에서 “우리 경제는 지금 정말 큰 문제”라면서 “우리나라는 급성 질환은 치료를 잘하는데, 만성 질환 치료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은 잘 극복해 해외에서 찬사를 받았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블랙 스완을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힘을 모아 이겨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최근 런던에서 개최된 ‘열린 정부 파트너십’에서 “아시아의 4번째 경제강국인 한국은 말 그대로 등불과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운 것도 경제 위기를 잘 치유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수출이나 경상수지, 물가, 재정건전성 등 주요 경제지표는 괜찮은데 우리 경제는 무엇이 큰 문제라는 것일까. 사실 경제지표도 사정을 알면 마냥 박수 칠 일만은 아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일본을 앞지를 전망이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입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이 크다. 오히려 환율 복병이 생겨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으면 과다한 신호로 받아들인다. 올해는 5%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환율보
  • [서울광장] 녹색성장과 창조경제, 그리고 새마을운동/정기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녹색성장과 창조경제, 그리고 새마을운동/정기홍 논설위원

    사망선고를 받았겠거니 했던 녹색성장위원회가 살아났다. 지난달 말 총리실 산하기구로 새로 출범했다. MB정부 때의 대통령 소속보다 격(格)이 한 단계 낮아졌지만 녹색성장기획단도 함께 만들었다. 정부의 고민이 적지않았던 것 같다. 반면에 녹색위 재출범 이틀 전엔 서울 광화문의 KT사옥에 있는 녹색성장체험관에 문을 닫는다는 글이 고지됐다. 그 자리에는 청년 창업가들이 정보를 나누게 될 ‘창조경제 청년마당’이 들어오게 된다. 지구 살리기의 ‘녹색’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의 옷으로 갈아입은 것이다. 녹색성장의 엇갈린 명암이 권력의 힘과 무상함을 다시금 곱씹게 한다. 이 공간은 정권이 바뀌면 그 용도가 달라졌다. 정책 홍보공간으로 바뀐 것은 참여정부 때였다.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이곳을 ‘IT839’(미래 먹거리정책)의 상징 공간으로 정하고, 2004년 3월 ‘유비쿼터스 드림관’(U드림관)을 개관했다. 한국을 방문한 세계의 정보기술(IT) 인사들은 꼭 들러야 하는 명소로도 활용됐다. 다소 외져 일반인 발길이 뜸했지만 그해 중반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으로 입소문이 빨라졌다. 노 대통령은 “잘한다 잘한다 했는데 이 정도인지 몰랐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서울광장] 1·2·3·4 법칙과 대통령의 화법/안미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1·2·3·4 법칙과 대통령의 화법/안미현 논설위원

    17대 대선 때 ‘이명박(MB) 대통령 만들기’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1·2·3·4 법칙’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맨 위 10%는 남들보다 앞서가는 혁신그룹(이노베이터)이다. 다음 20%는 남들이 하면 ‘뭐지?’ 하고 해본다. 새로운 것을 먼저 시도하지는 않지만 몇몇의 앞선 시도를 보고 금방 따라나선다는 점에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그룹이다. 그다음 30%는 택시기사, 미용사 등 보통 사람들(common public)이다. 정치나 경제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스스로는 잘 안다고 생각한다. 수적으로 가장 다수인 40%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전혀 관심이 없다. 10% 이노베이터와 20% 얼리어답터는 어지간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잘 바꾸지 않는다. 따라서 선거에서 이기거나 여론을 틀고 싶으면 30% 그룹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게 이 참모의 주장이었다. 30%가 떠들어대면 선거나 사회현안에 관심없는 밑바닥 40%조차 ‘그래?’ 하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흥미가 좀 더 당긴 것은 그다음 얘기였다. 그렇다면 30%를 움직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효율적인 수단은 뭘까. 그는 ‘이미지’라고 자문자답했다.
  • [서울광장] ‘설익은’ 대입개선안 발표는 이제 그만/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설익은’ 대입개선안 발표는 이제 그만/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그럼 그렇지.” 지난 24일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2017학년도 대입제도를 보면서 튀어나온 말이다. 주위에서도 “뭐 엄청 바꿀 것 같더니만 한국사가 수능에서 필수과목된 것 말고는 특별한 건 없네. 이럴 거면 뭘 그렇게 요란하게… ”라는 말들이 쏟아졌다. 정부가 두 달 전인 지난 8월 27일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 시안과 비교할 때 핵심적인 내용이 사실상 유보됐거나 완화됐다. 문·이과 융합은 2017학년도에서 2021학년도 수능(현 초등학교 5학년)부터 도입 검토로 미뤄졌고, 수시모집 때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폐지가 아닌 완화하는 쪽으로 결론지었다. 확정된 2017학년도 대입제도안을 놓고 보니 두 달 전 시안 발표 직후 교육계와 언론을 달궜던 문·이과 융합 찬반 논쟁이 새삼 떠오른다. 바뀌는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될 중학교 3학년인 딸이 문·이과가 융합되면 더 어려워진다며 반대하는 아이들이 많다면서 정말 그런 거냐고 심각하게 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껏 걱정하면서도 통합할지 안할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고 별일 아닌 듯 내뱉던 아이들. 이들의 뻔한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어른들의 결정에 헛웃음만 나온다. 정부는 지난 8
  • [서울광장] 법치주의와 SNS시대, 위험한 여론/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법치주의와 SNS시대, 위험한 여론/박현갑 논설위원

    최근 전교조 사태나 국정원 트위터팀의 대선개입 논란은 법치주의 의미와 소설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에 여론 왜곡의 위험성을 재인식시키고 있다. 전교조는 23일부터 합법노조에서 법외노조로 전락한다. 해직자 9명을 조합에서 탈퇴시키라는 고용노동부 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상 해직교사는 교사가 아니다.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행정관청은 30일 내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합법노조에 대해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전교조 규약 부칙 5조(해고 조합원의 조합원 자격)는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 정치 선거개입의혹 특별수사팀의 윤석열 팀장(여주지청장)은 검찰청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직무에서 배제됐다. 윤 팀장이 국정원 직원들의 집 압수수색과 체포과정, 공소장 변경 신청 등 업무를 처리함에서 있어 보고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배제 사유다. 검찰청법상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따르도록 돼 있다. 국정원법에는 수사기관이 국정원 직원 수사 시 지체없이 국정원장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사안 모두 법 위반이다. 법치주의를 가르
  • [서울광장] 20세기 영·러·일, 21세기 미·중·일/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20세기 영·러·일, 21세기 미·중·일/문소영 논설위원

    전 세계 식민지 개척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임을 자랑하던 영국은 19세기 말부터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상당히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1885년 영국 해군이 거문도를 불법 점령한 이유도 조선과 러시아 간 밀약설(1884년 조러수호조약)이 흘러나온 탓이었다. 요즘 ‘외교의 달인’처럼 소개되는 고종은 당시 국제정세에 둔감했다. 청일전쟁 후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를 끌어들이더니 러시아공사로 아관파천(1896년)을 했고, 1904년까지 친러정책을 폈다. 영국 입장에서 역린(逆鱗)이었다. 조선이 러시아의 손에 떨어지길 원하지 않았던 영국은 러시아 견제를 위해 일본을 끌어들였다. 영국이 먼저 1901년 7월 주영 일본공사를 불러 1902년 1월 제1차 영일동맹을 맺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이익 보호’는 받아들여졌다. 제1차 영일동맹은 1905년 8월 제2차 영일동맹으로 강화됐다.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 3개월 전으로,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던 영국에 한국 지배를 외교적으로 용인받은 것이다. 이 동맹은 비극으로 끝났다. 1차 세계 대전에서 영국과 함께했던 일본은 2차 세계 대전에서는 영국을 배신했고 세계의 평화와
  • [서울광장] ‘비겁한 손학규’에 대한 변론/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비겁한 손학규’에 대한 변론/진경호 논설위원

    10년 넘게 유력 대선주자인 손학규를 앉혀두고 이렇게 물었다. “지난해 당 대표 시절 야권 대통합을 추진하며 친노 세력을 당으로 다 끌어들였는데, 그러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꼴 당하는 것 아닙니까.” 지난해 7월, 그러니까 손학규가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대선 예비후보로 당내 경선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의 일이다.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토론에 초대된 그는 껄껄 웃어넘기며 이렇게 답했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에게 ‘아무래도 내가 (대통령이) 될 거 같아. 당신 준비 좀 더 해야겠어’라고 말했습니다.” 두 달 뒤 그는 곰으로 끝났다.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예상(?)대로 문재인에게 내줬다. 제주에서 서울까지 이어진 전국 순회경선에서 13번 싸워 13번 졌다. 참담하게 깨졌다. 도지사까지 지낸 정치고향 경기에서마저 문재인에게 63%의 표를 빼앗기는 수모를 맛봤다. 야권 대통합을 이루고, 그 야권 대통합에 밟혔다. 죽 쒀서 × 준 격이 됐다. 한나라당에서 월경한 ‘전과’와 계파로 똘똘 뭉친 민주당의 배타성은 그렇게 늘 그를 ‘당 중심에 선 아웃사이더’로 묶어놓았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선 호남 표심이 ‘우리가 아닌’ 그를 외면
  • [서울광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이임식을 보고/안미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이임식을 보고/안미현 논설위원

    진영욱 정책금융공사(정금공) 사장이 그제 중도 퇴임했다. 지난 8월 말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과 정금공 통합을 핵심으로 한 정책금융 체계 개편안을 발표하자 “정책금융이 뭔지도 모르고 일을 저질렀다”며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던 그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그가 다시 떠들어대면 여간 불편하지 않을 테니 금융위로서는 국감 전에 끌어내리고 싶었을 것이다. 진 사장은 이임식에서 “앞으로는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 생각을 좀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며 기어코 한 방을 더 날렸다. 졸지에 생각 없는 관료로 전락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경제관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원래 그런 양반’이라며 쿨하게 넘겼을까. 아니면 ‘아는 사람-진 전 사장은 행시 16회다-이 더 한다’며 서운해했을까. 단언컨대 대범하게 넘길 일도, 뒷전에서 비판할 일도 아니다. 이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자업자득이요, 처절하게 각성할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은은 ‘공고’(정책금융)와 ‘상고’(상업금융)로 나눠야 한다는 논쟁에 휩싸였다. 2008년 이명박(MB) 정권은 상고를 선택했다. 그런데 당시 금융당국이 더 힘을 뒀던 사안은 금산분리 완화였다. 금산분리법이 국회 문턱에 걸려 좌초하는 바람
  • [서울광장] 무사안일 금융당국이 방조한 동양사태/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무사안일 금융당국이 방조한 동양사태/박현갑 논설위원

    동양그룹이 와해지경이다. 개인투자자 4만여명이 피눈물을 흘리게 됐다. 경영진의 무리한 경영과 무사안일한 금융당국이 주범이다. 금융감독원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독려하고 사후약방문이 아닌, 사전 감독기능을 강화하지 않으면 제2의 동양사태는 다시 터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우선, 경영진의 방만경영을 경계해야 했다.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은 경영에서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는 게 중론이다.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레미콘 공장을 인수해 경영에 잠재적 부담을 안기고, 계열사의 인테리어 설치나 사무용 기기 구입을 대주주 특수관계인의 회사를 통해 터무니없는 조건으로 하는 등 방만경영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10년 자본잠식으로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을 맺고 연봉을 대폭 삭감했다가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을 통한 돌려막기로 그 다음 해에 개선약정을 졸업하자마자 등기임원의 연봉만 인상한 행위도 마찬가지다. 오너 2세가 판매하는 의류를 사원증을 제시하면 20% 할인해 준다는 공지에 2만~3만원짜리 의류를 7만~8만원에 사면서도 “옷 디자인이 멋지다”며 지갑을 흔쾌히 열어야 했던 사원들로서는 기업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 [서울광장] 실패로 돌아간 육의전 재개발의 교훈/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실패로 돌아간 육의전 재개발의 교훈/서동철 논설위원

    로마나 아테네를 찾는 여행자들은 시내 어디를 파도 유적과 유물이 쏟아져 나온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정부의 강력한 문화재 보호 정책에 따라 누구도 삽질 한 번 잘못 했다가는 엄청난 처벌을 받는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로마나 아테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문화재 보존의 강도는 유럽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역사가 있는 나라라면 당연한 일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재 보존 노력에는 찬사를 보내는 한국인들이 애써 외면하려는 사실이 있다. 서울 역시 어디를 파도 유적과 유물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600년 동안 수도의 역할을 했던 도시다. 당시에도 갖가지 건물이 빼곡하게 사대문 내부를 채우고 있었다. 특히 종로는 조선 상업의 중심지였다. 길 양쪽에는 오늘날과 다름없이 상점이 줄지어 있었는데, 태종이 추진한 시전행랑 조성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2010년 탑골공원 옆 모서리에는 육의전빌딩이 세워졌다. 일종의 국가조달 상점인 육의전이 자리잡고 있던 곳이다. 발굴 조사에서는 조선 초기부터 광복 이후에 이르는 6개의 문화층이 드러났다. 조선시대 대표적 상업 시설의 변천사가 고스란히 지하에 남아 있었던 셈이다. 빌딩 신축이
  • [서울광장] 박 시장이 구룡마을 개발 제1원칙 포기한 이유는?/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 시장이 구룡마을 개발 제1원칙 포기한 이유는?/최광숙 논설위원

    최근 친한 후배랑 통화를 하는데 그가 지나가듯 한마디 던졌다. “서울시가 구룡마을을 개발한다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아.” 그 후배는 강남 최대의 달동네인 구룡마을 인근에 산다. 뭐가 잘못된 거라는 얘기인지 궁금해 기사 검색을 해 봤다.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첨예한 이견 대립으로 인터넷을 달구고 있었다. 서울시는 토지 수용을 통한 공영개발과 민간개발이 가능한 환지(換地)방식을 같이 도입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강남구는 토지주의 막대한 개발이익과 부동산 투기 등을 우려해 완전 공영개발로 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최근 “토지수용 예산이 부족해 환지가 필요하다 것은 지나가던 황소도 웃을 일”이라는 공개 서한을 박원순 시장에게 보낸 바 있다. 공영개발은 개발 예정인 민간 토지를 수용해 지주에게 보상하는 방식이고, 환지방식은 토지 소유주가 개발 비용 일부를 대는 대신 해당 개발지 땅을 받아 자기 의사에 따라 개발하는 것이다.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의 개발 논란이 일 때 서울시가 제시한 부동의 제1원칙은 ‘100% 공영개발’이었다. ‘강남의 허파’인 대모산과 구룡산 자락에 위치한 구룡마을은 자연녹지와 공원 지역으로 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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