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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경제 새 길에 정치권이 재를 뿌려서야/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경제 새 길에 정치권이 재를 뿌려서야/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지금 우리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잘사는 시대’를 살고 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약간의 무리를 했을 수는 있겠지만 작년 한 해 동안 1900만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여유가 없고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가 궁핍을 벗어던지고 이만큼 살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 경제를 이끈 초일류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가의 삼성 휴대전화가 애플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현대차가 중국 대륙을 누비며 질주할 때 한국의 부(富)의 두께는 점점 두터워졌다. ‘코리안 드림’의 출현이 결코 낯설지 않았으며, 비록 동남아 국가들이기는 하나 이들의 부러워하는 눈길은 우리에게 자긍심을 심어 줬다. 그러나 2016년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10여년간 이어져 온 성공 신화가 막을 내리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스마트폰, 반도체, 가전, 철강, 조선 같은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세계 1등 제품이 있었기에 밖에 나가 큰소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급성장과 침체 일로인 세계 경기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앞서 언급한 우리의 주력 수출품 중에서 중국과 비교해 확실히 비교 우위에 있다고 장담
  • [서울광장] ‘무상 시(詩)밥’은 안 되는가/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무상 시(詩)밥’은 안 되는가/황수정 논설위원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가 요즘 많이 붐빈다. 최근 리모델링을 하고부터다. 매장 중심부에는 10m가 넘는 원목 책상 두 개가 새로 자리 잡았다. 얼핏 도서관 열람실 분위기다. 눈치 보지 않고 신간을 몇 권씩 쌓아 놓고들 읽는다. 400석의 대형 책상이 밀고 들어온 탓에 서가는 복잡해졌다. 책을 보기만 하고 그냥 가는 사람이 많아 당장 매출액도 줄었다. 밑지는 장사인데 교보의 셈법은 다른 듯하다. 장기적으로는 독서 인구가 늘어 득이 된다는 계산이다. 멀리 내다본 투자다.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는 24시간 열린 도서관이 있다. 기증받은 장서 50만권으로 사방의 천장까지 채워 놓은 ‘지혜의 숲’이다. 문을 연 것은 1년 반 전쯤. 대출과 검색 기능이 취약해 책무덤이라는 비판이 없진 않다. 부부싸움 하고 한밤에 집 나온 사람들이 화 풀고 가는 곳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그럼에도 즐거운 곳이다. 두 공간은 책 읽겠다는 사람을 최고로 대접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독서 인구 붙들기 실험에 안간힘 쓰는 두 곳의 운영 주체는 모두 민간이다. 공짜 독서를 배려하느라 팔아야 할 신간을 무더기로 치우고, 반신반의 속에 24시간 불 켜진 도서관을 만든 일은 간단할 수 없다. 풍경 속에 공
  • [서울광장] 정말 어마어마한 일은/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정말 어마어마한 일은/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방에 붙어 있는 글귀다. 시인 정현종의 ‘방문객’에서 따왔다.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사들을 자신이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를 내보이려는 속내가 묻어난다. 조금 낯간지럽긴 하나 사람이 온다는 것, 맞다. 그 사람의 어제와 오늘, 내일이 함께 오는데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가. 한데 이런 어마어마한 일이 어디 문 대표 방에서만 벌어지고 있을까. 소속 의원들의 잇단 탈당으로 정치적 빈혈 상태에 놓인 문 대표로서야 ‘새피’ 수혈이 분명 어마어마한 일이겠으나, 지금 정치판에 이런 엄청난 일이 어디 이것뿐일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그제 신년 회견에서 “4월 총선에서 18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지금의 300개 의석 가운데 5분의3 이상을 차지하겠노라고 했다. 국정 안정을 내세워 과반 의석을 호소한 집권당 대표는 많았어도 180석을 얘기한 대표는 기억에 없다. 어마어마한 얘기다. 이에 더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심판론’까지 들고나왔다. 정부가 아무리 설득해도 국회가 요지부동이니 이제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 달라는 것이다. 말이
  • [서울광장] 상도 2016/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상도 2016/강동형 논설위원

    상도(商道). 고인이 된 최인호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고통받던 시절 200년 전 실존했던 의주 상인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렸다. 2005년에는 TV 드라마로 제작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 임상옥은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 같다는 뜻이다. 물과 같은 재물을 움켜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기업인은 저울과 같이 반듯해야 한다는 유훈이다. 그는 죽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가 평생 마음속에 간직한 것은 계영배(戒盈盃)의 교훈이다. 가득 채우면 텅 비어 버리고 7할만 채우면 온전한 ‘계영배’를 곁에 두고 상업지도(商業之道)를 구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은 주제를 ‘경제의 새로운 철학’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기업인들이 임상옥을 사표로 삼아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기를 소망했다. 최근 한 모임에서 “경제 주체 가운데 기업만 보이고 가계와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들었다. 이 말을 듣고 생각난 게 상도와 계영배였고, 이 땅에 ‘기업가 정신’은 살아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기업가
  • [서울광장] 핵무장 논의 활성화 의미 있다/김성곤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핵무장 논의 활성화 의미 있다/김성곤 편집국 부국장

    “더이상 북핵에 재래식 무기로 맞설 수 없다는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이제 자위적 차원의 핵무장이 불가피함을 밝힙니다.”(○○○○년 ○월 ○일 한국) “핵우산 제공 약속이 변함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한국의 핵 개발은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동북아에 불필요한 핵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미국, 즉각적이고 강력한 어조로 반대 입장을 밝힌다) “남북한 모두 진중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중국, 종전 한반도 핵 관련 대응과 대동소이하다) “한국의 핵무장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 한국이 핵무장 의지를 접지 않는다면 우리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일본 외무성 대변인) 한국의 핵무장 선언 이후 미·중·일 3국은 전에 없는 강한 강도로 한국을 몰아친다. 가장 발 빠른(?) 나라는 역시 일본이다.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에 있는 고속로 임계시험장치(FCA) 내 플루토늄의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핵무기 전용 우려로 미국이 회수에 나선 핵연료다. 중국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일본의 움직임에 (중국은) “동북아의 핵 안정을 저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핵 경쟁의 진앙이라고 할 수
  • [서울광장] 루비콘 앞에 선 김정은 비서에게/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루비콘 앞에 선 김정은 비서에게/박홍환 논설위원

    김정은 제1비서, 이 공개 편지가 제대로 전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입길로라도 김 비서의 귓가에 닿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노트북PC를 켰습니다. 모쪼록 거슬리는 표현이나 듣고 싶지 않은 충고가 있어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루비콘강 앞에 서 있는 위태로운 모습이 안타까워 몇 글자 두서없이 적어 봅니다. 이번 4차 핵실험, 그쪽 주장으로 수소탄 시험을 승인하는 최종 명령서의 오른쪽으로 45도 정도 기운 글씨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서체를 쏙 빼닮았더군요. 이쪽의 한 필적 전문가는 도전적 성향이 강해 보인다고도 분석했습니다. 김 주석의 모든 것을 닮고 싶어 하는 김 비서의 무한 욕망이 느껴졌습니다. 하긴 어릴 때부터 얼마나 많이 김 주석의 영웅적 무용담을 듣고 무소불위의 통치 기록을 봐 왔겠습니까. 외모조차 흡사하니 스스로 김 주석의 최고 권위가 자신에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합니다. 그럼으로써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은 3대 세습의 당위성도 부여하겠지요. 그러고 보니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인 2010년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해 8월 아버지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 [서울광장] 여야 ‘텃밭’ 절반, 여성 전용 지역구로/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여야 ‘텃밭’ 절반, 여성 전용 지역구로/최광숙 논설위원

    선거구 획정안과 경제활성화법 등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무책임한 국회를 보면서 이제 후진적인 국회의 개혁 없이는 국가 발전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 할 일을 안 한 국회를 심판하고 개혁하려면 답은 인적 쇄신밖에 없다. 국회의원 개개인을 만나면 괜찮은 이들이다. 하지만 국회에만 들어가면 기존의 정치 패러다임을 못 벗어나는 게 현실이다. 단순히 구성원들의 물갈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남성 중심 국회를 이번 기회에 확 바꿔 버리는 것은 어떨까. 여성 대통령이 나왔지만 국회는 여전히 남성들이 활개를 치는 무대다. 20대 국회는 여성계가 오랫동안 염원해 온 ‘남녀 동수(同數)의 정치’를 구현하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남성들은 펄쩍 뛸 일이겠지만 남녀가 동수로 양성평등한 의회 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남녀 동수의 정치는 순전히 남녀 간의 ‘평등’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다. 여성들을 대거 국회에 입성시켜 남성 중심의 기존 정치가 보여 준 한계를 극복하고 새바람을 일으켜 보자는 취지다. 남성이 대다수인 동질의 인적 구성만으로 국회가 지향하는 가치의 변화도, 행동의 변화도 어렵다는 것을 19대 국회가 여실히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19대 국회 여성의원의
  •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또 한 해를 보내며/박홍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또 한 해를 보내며/박홍기 논설위원

    서울 한복판 광화문광장 앞에 섰다. 큰 칼 옆에 찬 늠름한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고, 성군 세종대왕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다.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분향소와 유족들의 천막이 있다. 나눔과 온정을 가리키는 사랑의 온도탑 눈금도 올라가고 있다. 세종대왕 동상 너머에는 조선왕조의 경복궁이 건재하다. 광장의 안팎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은 성탄절과 함께 연말을 한껏 즐기고 있다. 눈에 비치는 풍경은 작년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때문인지 교보빌딩 벽에 걸린 ‘두 번은 없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므로 너는 아름답다’라는 시구가 왠지 어색하다. 을미년도 저물어 6일밖에 남지 않았다. 끝자락이다. 광화문광장은 올 한 해 역사를 품었다. 호오(好惡), 경중을 떠나 많은 일을 겪었다. 일어났던 일들, 계속되는 일들, 크고 작은 하나하나가 사건이고 역사다. 소설가 최인훈의 표현을 빌리자면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다. 개방과 소통, 화합의 공간인 것이다. 반대로 가치와 노선이 갈등을 겪고 충돌하는 장소다. 그래서 광장은 조용하기보다는 시끌벅적하다. 간결하기보다는 어수
  • [서울광장] 복지는 정책이지 정략이 아니다/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복지는 정책이지 정략이 아니다/임창용 논설위원

    복지 다툼이 극단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정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 성남시의 ‘무상 산후조리원’ ‘무상교복’ 정책을 끝내 저지하려 하자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하며 맞서고 있다. 한쪽은 ‘정부의 허락 없는 사회보장제도는 안 된다’며 막고, 다른 쪽은 ‘지방자치권 침해’라며 반발한다. 하지만 이는 표피적인 충돌이다. 핵심은 보편적 복지, 무상복지를 둘러싼 포퓰리즘 공방이다. 정부는 일련의 ‘무상 시리즈’를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지자체에선 지자체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기본 복지로 인식한다. 여기서 복지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포퓰리즘 여부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복지를 놓고 벌어지는 포퓰리즘 공방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어차피 우리가 복지국가로 가려면 이런 공방은 피할 수 없으니 공방이라도 논리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야 지켜보는 국민도 조금이나마 혼란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보편적 또는 무상복지라고 무조건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중등 교육이 대부분 무상으로 이루어지지만 포퓰리즘이라고 공격받지 않는다. 중요한 기준은 현실성을 갖췄느냐 여부다
  • [서울광장] 그래도 사람이 미래다/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래도 사람이 미래다/김성수 논설위원

    “어차피 50대가 되면 정상에서 다 만나요. 너무 아등바등 살 필요 없어요.” 기업 임원인 지인이 최근 이런 충고를 들었다고 전해줬다. 워낙 일에만 얽매여 사는 분이라 ‘우문’을 던졌다. “50대쯤에는 웬만큼만 일하면 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냐”에 돌아온 ‘현답’은 예상과 달랐다.“그 나이가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다 회사에서 잘려서 놀죠. 등산 갈 일밖에 없으니 산꼭대기에서 모두 만나게 된다는 뜻이에요.” 웃음이 빵 터졌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하긴 ‘사오정’(45세면 정년)이니 ‘삼팔선’(38세에 명예퇴직)이니 하는 말도 이미 고어(古語)가 됐다. 하물며 50대까지 일하면서, 더구나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노린다니…. 순진한 생각이다. 그 전에 열에 아홉은 명예퇴직이니, 희망퇴직이니 하는 이름으로 회사를 떠난다. 대기업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돈은 덜 받지만 최소한 정년은 보장돼서다. 이번에 처음으로 민간경력직 7급 공무원 80명을 뽑는 데 2700명이 넘게 지원했을 정도다. LG전자와 KT 등 대기업 직원을 비롯한 민간 엘리트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된 기업들의 사정이 그
  • [서울광장] 아시아인들이여, 인권을 자각하자/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시아인들이여, 인권을 자각하자/박홍환 논설위원

    독일 유대인 학살의 책임자였던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은 1962년 6월 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스스로 유럽 각지의 유대인 500만명을 폴란드 죽음의 수용소로 이송했다고 자랑했던 그이다. 이런 악(惡)의 화신이 또 있을까 싶지만 1961년 4월 예루살렘의 재판정에 선 그는 그저 그렇게 생긴 평범한 중년의 게르만 남성에 불과했다. 그는 7개월간 계속된 재판에서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자신이 사지로 내몰았던 강제수용소 생존자들의 피 끓는 분노의 증언이 쏟아졌지만 그는 선과 악을 구분할 줄 모르는 ‘명령수행자’였을 뿐이라고 끝까지 항변했다. 이런 그에 대해 재판을 지켜본 유대계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가 유죄인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 유명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생각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은 수많은 독일의 소시민들로 인해 보편적 인권까지도 하찮게 여기는 나치즘의 광기가 한 시대를 뒤덮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 히틀러의 무장친위대에 복무했던 사실을 2006년에야 고백한 독일의 노벨상 작가 귄터 그라스 또한 “나는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거나 거짓된 것만을 아는 데 만족했다”며 자책
  • [서울광장] 일대일로와 시안 그리고 북한/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대일로와 시안 그리고 북한/오일만 논설위원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은 2049년 건국 100주년을 향한 중국의 ‘현대판 대장정’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대장정(大長征·1934~1936년)을 통해 신중국의 초석을 닦았다면 5세대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화부흥의 꿈(中國夢)을 실현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를 잇는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의 60여개국을 거대 경제권으로 묶는 일대일로 구상은 ‘21세기 신(新)실크로드’로 불릴 만하다. 2049년 완공을 목표로 중앙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이 구상은 2020년까지 아시아 인프라 수요만도 7조~8조 달러(약 7744조~8850조원)로 추정된다. 중국이 직면한 생산 과잉의 모순을 한꺼번에 해결하면서 미국의 영향력에 놓인 주변국들을 위안화 블랙홀로 끌어들인다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노림수인 것이다. 중국은 국운과 직결된 만큼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시 주석의 고향이자 육상 실크로드의 시발점인 산시성 시안(西安)도 그랬다. 중국의 성장 동력이 서부로 향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까지 세워져 한·중 경협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지난 1일 이곳에서 ‘일대일로 전략과
  • [서울광장] 통합과 화합의 지름길, 관용/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통합과 화합의 지름길, 관용/강동형 논설위원

    통합과 화합이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그만큼 정치권과 사회가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많은 정치지도자가 통합과 화합을 외치고 있는 것을 보면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과 화합을 위해서는 갈등부터 치료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 분야는 이념 갈등, 지역 갈등, 세대·계층 간 갈등, 노사 갈등 등을 꼽을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한민국에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인종 갈등이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나 중국처럼 민족 갈등도 없다. 지역 갈등은 있지만 분리독립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여러 나라에서 겪고 있는 종교 갈등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세상에서 유일한 갈등이 내재해 있다. 남북 분단에서 파생하는 갈등이다. 동·서독이 통일되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냉전시대가 종언을 고했지만 우리 사회는 냉전시대의 편협한 이데올로기에 매몰돼 있다. 분단 상황은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의 모든 이해집단을 적대적 진영으로 갈라 놓는다. 분단이 가져온 우리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진영의 논리에 빠져 상대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진영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 [서울광장] YS에게 응답하라/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YS에게 응답하라/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작가 이청준은 장례를 축제라 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마지막으로 만나 한스런 세월의 응어리를 씻어 내고, 남은 사람들끼리 서로 화해의 손길을 나누는 화합의 향연’이라고 했다. 그랬다. 그리 보였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영면의 길로 떠나던 지난 닷새, 나라는 잠시 잊고 지냈던 양김(김영삼·김대중) 정치의 추억에 잠겨 이런저런 씻김굿들을 펼쳤다. 축제였다.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빈소엔 그를 따랐던 상도동계 인사들뿐 아니라 동지와 정적의 경계에 있던 동교동계 인사들이 줄을 이었다. YS가 감옥에 처넣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빈소를 찾았고, 그와 함께 옥고를 치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아들을 보냈다. 많은 악수가 있었고, 위로와 격려가 나지막이 오갔다. 그런가 하면 SNS에선 그의 남달랐던 어록이 날개를 달기도 했다. “100만이 뭐꼬? 1000만은 돼야지. 누가 세리(세어)부나!”라는 말에 담긴 ‘역대급 스케일’과 “전두환은 대통령 아니데이. 죽어도 국립묘지 몬 간다”는 말이 내뿜는 단호한 결기에 그를 책으로만 접했던 젊은 세대는 환호했다. 이 며칠, 민심은 작지만 또렷하게 흔들렸다. 잊고 지내던 어릴 적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처럼 느닷없는 그의 부음에 어려
  • [서울광장] 양김 정치의 종언과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양김 정치의 종언과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오일만 논설위원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1987년 대선 당시 ‘군정 종식’을 외쳤던 그의 울림은 크고도 깊었다. 그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은 30년간 이어진 군부 독재를 끝장내고 문민정부 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됐다. YS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함께 권위주의 시대에서 민주주의 시대로 이행시킨 일등공신임이 틀림없다. 역사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양김(김영삼·김대중) 시대가 한국 정치에 민주화를 꽃피게 했지만 지역주의와 계파정치라는 그늘도 드리웠다. 정치라는 것이 현실의 상황을 토대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양김 정치는 지역주의와 계파정치를 잉태시키고 웃자라게 한 토양인 것도 사실이다. YS의 마지막 메시지가 ‘통합과 화합’이라는 점 역시 자신들의 시대에 뿌리가 내린 분열과 대립을 치유해야 한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측면이 있다. 1960~70년대 군부 독재의 무자비한 탄압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결속력이 강한 계파정치 등장을 필연적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군부 정권이 뿌려놓은 지역감정은 영호남을 양분했던 양김 시대 더욱 활개를 쳤던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대목은 이른바 ‘87년 체제’다. 양김의 험난한
  • [서울광장] 골목길에 묻힌 신화와 전설을 찾아내자/이동구 논설위원

    [서울광장] 골목길에 묻힌 신화와 전설을 찾아내자/이동구 논설위원

    골목길에 묻혀 있는 역사와 민초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찾는 데 관심을 쏟는 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로 보이나 잘 다듬으면 새로운 수입원이자 지역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관광 아이템을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인천 남구가 지역의 전설과 구전돼 온 이야기들을 담은 8종의 이야기책을 발간한 것은 이런 연유로 눈길이 간다. 지역에 있는 문학산의 전설, 숭의동 우각로 주민들의 사연, 동네 바위에 얽힌 설화 등을 주민들이 직접 찾아내고 책으로 이야기를 완성해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 경인선 기공식을 이곳에서 개최한 사연을 비롯해 향락의 거리로 유명했던 옐로하우스와 독갑다리 이야기 등도 수록했다. 2018년까지 지역의 역사 등을 담은 책 4권을 더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 중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유성룡 선생의 생가터를 활용해 ‘서애길’과 ‘충무공 생가 복원’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시대 활자를 주조해 서적을 발간하던 ‘주자소 터’의 복원도 꿈꾸고 있다. 특히 한국 천주교 순교의 역사를 간직한 서소문공원 일대를 순례길 등 역사 유적지로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도심 속 골목길에 묻혀 있는 역사를 바탕으로 이야기
  • [서울광장] “네 팔 네가 흔들라”는 교육 견디기/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네 팔 네가 흔들라”는 교육 견디기/황수정 논설위원

    역사 교과서 국정화 혼란이 나쁜 이유는 많다. 다른 모든 현안을 명함도 못 꺼내게 덮어 버린다. 이것이 나쁜 이유들 중 ‘갑’이다. 몇 달째 그 기세에 눌려 납작 엎드린 정책이 교육 현장에도 많다. ‘올바른’ 역사 교육 명분 하나 챙기자며 갈 길 바쁜 교육 현안들에는 수면제를 먹인 꼴이다. 안됐지만 입바른 소리를 해야겠다. 내신을 따고 생활기록부에 적힐 스펙까지 챙기느라 정신없는 아이들에게 역사 교과서는 별 의미 없다. 그 출신 성분은 더더구나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유행어를 빌리자면 “알 바야(알게 뭐야)?”다. 자주 다니는 길목에 일주일에 두 번쯤 푸드 트럭이 온다. 다코야키를 구워 파는 주인장은 청년이다. 합법 영업은 아닐 텐데 씩씩한 모습이 괜히 고맙다. 필요한 양보다 두 배쯤 많이 사주는 게 내 고마움의 표시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다. 엊그제 수능시험이 있었다. 수험생들에게 온종일 대한민국의 시계는 맞춰졌다. 듣기평가 시간에는 일상이 멈췄다. 비행기 이착륙, 트럭 운행, 공사 현장도 소리 내지 못하게 묶었다. 입시 지옥과 기형적 통과의례의 고단함을 위로해 주는 우리만의 제스처다. 시험에서 해방됐다며 웃는 아이들 얼굴이 안쓰러웠다. 명문대생들
  • [서울광장] 미·중 패권 전쟁, 남중국해의 정치·경제학/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미·중 패권 전쟁, 남중국해의 정치·경제학/오일만 논설위원

    남중국해는 지금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의 장이 됐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과 해양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국가 전략이 부딪치면서 엄청난 파고가 넘실거린다. 양국은 ‘항행의 자유’니 ‘주권 침해’니 하며 국제법 조항을 들먹이지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국제질서는 힘의 논리로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중국해에서 미·중의 충돌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이는 2011년 미국이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한 순간부터 예정돼 있다고 보면 된다. 미국은 2001년 9·11사태 이후 중동 지역에 깊숙이 발을 들여 놓았다가 깊은 수렁에 빠졌고 설상가상으로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패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 중국은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이 됐고 2010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위기에 처한 미국이 아시아 패권 탈환을 위해 구상한 것이 바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다. 반면 중국의 입장은 어떤가. 힘과 덩치를 키운 중국은 전후 미국이 만들어 놓은 세계 질서를 불편해했다. 군사 안보적으로 시시각각 조여 오는 미국의 대중 포위망이 중국의 근본적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국은 중앙아시아에 미군 기지를 구축했
  • [서울광장] 심각한 부의 양극화, 그래도 길은 있다/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심각한 부의 양극화, 그래도 길은 있다/김성수 논설위원

    ‘흙수저’란 말이 요즘 자주 등장한다. 부모한테 물려받은 게 없는 이들을 말한다. 자기가 흙수저인지 아닌지 따져 보는 게임도 인터넷에 있다. 대다수는 흙수저다. 씁쓸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듣는 어감도 나쁘다. 반대의 뜻인 ‘금수저’, ‘은수저’와는 또 다르다. 젊은 층에겐 절망과 동의어다. 가난한 부모에게 태어난 젊은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 봤자 신분상승이 어렵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富)가 쌓인다. 부의 양극화다.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전 세계에 다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심각하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에 따르면 하위 50%가 갖고 있는 자산은 고작 2%에 불과하다. 반면 자산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26%를 갖고 있다. 피케티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속도를 크게 앞선다. 숟가락 색깔이 한 번 정해지면 좀처럼 바꾸기 어려운 이유다. 신(新)계급사회의 도래다. 여성들이 ‘개룡남’(개천에서 용이 된 남자)보다 아버지가 부자인 ‘파파리치’(papa+rich)를 더 좋아할 만하다. 우리 사회의 부의 양극화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세습자본주의에 대한 반발도 크다. 내가 가난한 건 참겠지
  • [서울광장] 역사 쓰기 과거사 알기/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역사 쓰기 과거사 알기/주병철 논설위원

    유명한 역사학자 한 분이 어느 모임에서 참석자들에게 대뜸 6·25 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반반이 나왔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북침은 남한이 북한을 쳐들어갔다는 뜻은 아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쳐들어온 걸 남침이라고 표현했고, 북쪽이 남쪽을 침략한 것을 북침이라고 했을 뿐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사례다. 정치권의 이념 논쟁에 역사학계의 이해관계에 따른 셈법, 학교 현장의 주입식 교육의 문제 등이 얽힌 한국사 교과서 논쟁은 이렇게 복잡하다. 하지만 현행 교과서가 편향성을 배제한 것이라고 보지도 않지만 국정화가 최선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데 상당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는 편이다. 적어도 미래 세대를 위해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대안이 국정화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 국정화를 액면 그대로 생각해 보자. 우리의 역사를 왜곡되지 않고 알차고 바르게 기술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국정화만 한 수단도 없다. 방대한 자료 수집과 연구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고, 훌륭한 집필진을 확보하는 일은 정부보다 더 잘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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