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 칼럼
  • [김천식의 통일직설] 외교안보통일 정책에 초당적 협조는 ‘기본’

    [김천식의 통일직설] 외교안보통일 정책에 초당적 협조는 ‘기본’

    요즘 국회에서 여야 대립과 갈등을 보면 초당적 협조란 말이 공허해 보인다. 초당적 협조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원리이며 상식이다. 특히 외교안보통일 문제는 상대를 앞에 두고 있는 문제다. 적전 분열 자체가 국익을 침해하는 것이며 국가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 과거 냉전이 끝나고 탈냉전으로 바뀌는 역사적 전환기에 여소야대의 정치 환경에서도 초당적 협조가 가능했고 우리는 대체로 잘 대처해 국가적 안정과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당시 북방정책과 대북정책은 기존 관념을 바꾸는 큰 변화였지만 많은 정책과 제도 개선이 여야 협조로 원만히 이루어졌다. 지금도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기본이 돼야 한다. 오늘날 정세는 1990년 세계질서 변화보다 더 급진적이며 우리는 핵위협에 직면해 있다. 총력을 모아야 안보와 평화번영을 지킬 수 있으며 잘 대처한다면 자유평화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독립하고 경제번영을 이룩하며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천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있었다. 오늘날 탈냉전 질서는 끝났고 전략적 체제 경쟁이 점점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외교는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다.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추구하는 수정주의 세력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면 국제사회는 억압적
  • [최성훈의 세세보] 다국적 기업 과세 해법은

    [최성훈의 세세보] 다국적 기업 과세 해법은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제도가 어떻게 형성되고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를 한 공로로 다론 아제모을루 등 3인에게 수여됐다. 경제학에서 ‘제도’가 중요 연구 대상이 된 것은 1991년 수상자인 로널드 코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더글러스 노스(1993년), 올리버 윌리엄슨(2009년) 등 ‘신제도주의 경제학’ 학자들이 수상을 이어 갔다. 특히 올리버 윌리엄슨은 기업 등 위계 조직을 시장의 여러 경제주체 중 하나가 아닌 시장과 대안적 관계에 있는 거버넌스의 한 형태로 봤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각을 드러낸다. 기업과 시장을 동등한 ‘분석수준’에 두고 새로운 ‘분석단위’(거버넌스)를 설정해 시장의 실패를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다국적 기업’, 특히 미국 구글 등과 같은 빅테크들에 관한 지적이 많았다. 한국재무관리학회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2023년 매출액은 12조 1350억원, 법인세는 최대 5180억원으로 추정됐는데 정작 감사보고서에는 매출액이 3653억원, 법인세가 155억원으로 기재돼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일부가 된 유튜브 관련 매출은 도대체 어디로 갔다는 것인가. 다국적 기업이 본사 소재지국이 아
  • [서울인싸] 사람 중심 스마트 서울, 세계를 이끌다

    [서울인싸] 사람 중심 스마트 서울, 세계를 이끌다

    “스마트 도시 서울의 목표는 차갑고 기계적인 최첨단 도시가 아닙니다. 서울시는 사회적 약자들이 편안하고 편리하게 스마트 라이프를 누릴 수 있도록 최대한 시민의 입장에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스마트라이프위크(SLW)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밝힌 스마트도시 철학이다. 사람 중심 글로벌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를 표방한 SLW가 지난 12일 막을 내렸다. 오 시장이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와 같은 SLW를 열어 보겠다”고 밝힌 지 9개월 만이다. ‘첨단기술이 바꾸는 도시생활의 미래’를 주제로 꾸며진 전시관엔 총 3만명이 다녀갔다. 전시관 조성엔 총 147개 혁신기업이 참여했고, 메이어스 포럼 등 8개 국제 포럼에는 연사 130여명이 참여했다. 이렇듯 SLW의 시작인 만큼 규모 면에서 미약할 수는 있지만 행사가 주는 메시지는 선명하고 강렬했다는 평가다. SLW의 핵심 키워드는 ‘사람 중심의 기술’이다. 기술이 사람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참관객들은 모빌리티, 로보틱스, 스마트 홈, 헬스케어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미래 도시 생활을 어떻게 스마트하게 바꾸고 시민의 행복을 높이
  • [김영익의 경제 통찰] 미국 대선 이후 금융시장은

    [김영익의 경제 통찰] 미국 대선 이후 금융시장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대선 후 미국 금리와 달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시장금리와 달러 인덱스는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미국 경제 전망이나 미국에 내재한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하락할 확률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단기에 금리와 달러 인덱스가 오를 수 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 방향은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성장이다. 법인세를 인하하고 규제를 완화해 기업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개인소득세 인하를 통해 소비를 부양할 것이다. 이런 정책으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감세 과정에서 재정 적자가 확대되고 정부는 국채 발행을 더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가 이미 시장에 반영되면서 시장금리와 달러 인덱스가 함께 오르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돼도 역시 단기적으로 달러 인덱스가 오를 수 있다. 민주당 경제정책 방향은 ‘중산층 회복을 통한 안정 성장’이다. 이를 위한 세원을 마련하고자 법인세율과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을 도모할 것이다. 그러나 해리스는 사회안전망 강화나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인프라 투
  • 움직이며 흐르는 공간 [노은주·임형남의 K건축 이야기]

    움직이며 흐르는 공간 [노은주·임형남의 K건축 이야기]

    20세기는 인간이 그동안 믿어 왔던 상식을 뒤집는 과학 이론이 나오며 시작됐다. “신은 죽었다”라는 과격한 레토릭이 나오고, 발전된 기계와 과학으로 이전에는 감히 생각도 못 하던 많은 것을 이루면서 인간은 진실로 신의 영역까지도 들어갈 것 같은 기세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주에 대한 비밀의 문까지 열었다. 비슷한 시기 양자 역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이 세상에 나왔다. “전자는 파동이며 입자이다. 우리는 그 존재에 대해 단언할 수 없고 그것은 오로지 확률로 존재한다.” 두 개의 가느다랗고 세로로 뚫린 이중 슬릿으로 전자를 쏜다. 당연히 전자는 입자라고 예상했는데 반대편 벽에 맺힌 전자의 자국은 파동의 형태로 나온다. 전자는 파동이면서 입자이고 관측자의 개입은 양자의 속성을 변화시킨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당연히 황당하고 과학적 엄밀성의 측면에서 이해하거나 동의하기 어렵다.(백 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만물이 정의할 수 없고 확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대해 고전 물리학 진영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론이라며 반박했고, 20세기 초에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양자 역학의 이론은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요즘은
  • [장인주의 춤추는 세상] 40년 역사 디딤돌 삼아 날아오르길

    [장인주의 춤추는 세상] 40년 역사 디딤돌 삼아 날아오르길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부엌 아궁이의 재로 뒤덮여 ‘재’를 뜻하는 이름을 얻게 된 ‘신데렐라’. 새엄마와 이복언니들의 구박에 지쳐 서러움이 북받치자 빗자루를 들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신데렐라를 맡은 문훈숙은 남루한 옷차림에도 춤추는 자태만큼은 여느 공주보다 우아하다. 요정의 도움으로 대변신을 한 신데렐라는 호박마차를 타고 무도회에 가서 왕자를 만나고 함께 사랑의 왈츠를 춘다. 왕자 역의 1m 88㎝의 훤칠한 패트릭 비셀은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수석무용수답게 공중으로 높이 솟구쳐 무대를 장악하고 능숙한 솜씨로 완벽한 연기를 펼친다. 지금 봐도 손색없을 이 작품은 40년 전인 1984년에 유니버설발레단이 올린 창단공연이었다. 서양예술인 발레가 한국에 뿌리내려진 것은 1940년대였다. 이후 1962년에 국립발레단, 1976년에 광주시립발레단이 창단되는 등 공공발레단을 중심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과 함께 선보인 무대는 당시 한국발레와 비교했을 때 그야말로 차원이 달랐다.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준 ‘넘사벽’의 무대였다고 기억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한국 발레사에서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가. 발레단의 모체인 선화예술중고등학
  •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미술 책’ 출판사의 진화, 마로니에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미술 책’ 출판사의 진화, 마로니에

    “미술로 먹고살기 참 어려운데 그중 동양화는 더한 것 같다.” 최근 한국화가인 지인과 대화 중 나온 얘기다. 이 말을 들으며 문득 다른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책으로 먹고살기 참 어려울 텐데 그중 미술책은 더하지 않을까?’ 쉽지 않아 보이는 이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이 있다. 마로니에북스(이하 ‘마로니에’)의 이상만 대표다. 마로니에는 국내 대표 미술 전문 출판사로 지난 2000년 초 문을 연 뒤 20년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해 왔다. 기초 교양을 쌓는 미술사 서적 시리즈 출판부터 개별 작가나 특정 사조에 대한 연구서까지 마로니에가 출판하는 미술 서적은 대중서와 마니아층을 위한 전문서를 두루 아우른다. 미술은 물론이고 영화, 건축, 클래식, 세계사 등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다루는 ‘죽기 전에 꼭’ 시리즈를 번역 소개한 곳 역시 마로니에다. 이 대표는 1990년 컴퓨터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정보문화사로 출판업을 시작했다. 빠르게 바뀌는 유행 탓에 시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술 관련 책과 달리 마로니에의 책들은 오래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찾아 읽는 것들이 많다. 5년, 10년 동안 꾸준히 팔릴 책을 만든다고 했을 때 출판사 입장
  • [기고] 인공지능과 개인정보 보호

    [기고] 인공지능과 개인정보 보호

    지난 10월 초 올해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을 인공지능(AI) 분야 연구학자들이 수상했다. 인공지능 분야 연구역사가 다른 기초과학에 비해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그만큼 인공지능 관련 과학기술이 향후 세계 각 국가의 역량과 경제성장에 여러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기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도 인공지능 분야의 국제적인 주도권 선점을 위해 지난 9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의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지원 정책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근 노벨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인공지능 기술발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위험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중요한 위험 요소 중 하나가 인공지능 시대의 개인정보 침해 문제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한다. 나아가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상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개인정보를 학습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이 결합한 맞춤형 의료서비스 로봇, 자율주행 차량 등 미래 인공지능 최첨단 기술들은 최종적으로 개개인의 구체적인 정보
  • [공직자의 창]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이유

    [공직자의 창]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이유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7월 출생아 수는 2만 601명으로 1년 전보다 1516명 늘며 12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혼인도 1만 8811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658건 늘어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로 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아기 울음소리가 많아진다는 것은 무엇보다 기쁜 소식이다. 긍정적 변화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인식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9월 조사에서는 지난 3월보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출산 의향이 모두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 양육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일하는 부모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힘든 현실에 직면한다. 아이가 아파도 퇴근하지 못해 회사에서 발만 구르고 자녀와 함께할 시간이 부족해 결국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 일과 육아를 힘들어하는 주변 선배 엄마·아빠의 모습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고 두렵게 느끼는 이유가 된다. 더이상 시간이 없다. 정부가 나서 청년들이 일과 육아라는 두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선진국 수준의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할 때다. 정부는 지난 6월 ‘일·가정 양립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그 내용이 담긴 ‘육아지원 3법’(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
  • 8년 전보다 선거인단 격차 작아… ‘트럼프 2기’ 준비해야 할까[한규섭의 데이터 정치학]

    8년 전보다 선거인단 격차 작아… ‘트럼프 2기’ 준비해야 할까[한규섭의 데이터 정치학]

    여론조사로 선거인단 추정해 보니 해리스, 트럼프에 단 16명 우위 2016년 클린턴 우세의 ‘5분의1’ 트럼프 패배 예상 뒤엎고 ‘완승’ 지금 해리스 우위 거의 무의미 ‘샤이 트럼프’로 2016년 예측 실패 2020년 바이든 당선 예측에도 실제 선거 결과는 초박빙 승리 현 여론조사 격차 없는 경합주 3곳 중 1~2곳 트럼프 승리 예상 美 대선 판세 왜 이렇게 됐을까 민주 中 견제, 트럼프 따라하기 이민자 대응·안보도 아킬레스건 흑인, 해리스에 동질감 못 느껴 트럼프 中정책, 韓에 되레 기회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지정학적 이유로 국내에서도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금 앞서 있지만 극미한 ‘샤이 트럼프’ 현상만 있어도 쉽게 뒤집어질 수 있는 살얼음판 우위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에게 전국 일반 득표수에서 뒤졌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 당선됐던 2016년 선거 때보다 일반 투표와 선거인단 모두에서 격차가 훨씬 작은 상황이다. 미국의 대표적 데이터저널리즘 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FTE)에서 조사업체 바이어스 보정 후 추정하는 전국 단위 지지
  • [나태주의 풀꽃 편지] 삶은 달걀인가?

    [나태주의 풀꽃 편지] 삶은 달걀인가?

    오래전 일이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생전 강론 시간에 이런 농담을 하신 것을 기억한다. “삶은 달걀이다.” 아마도 여행 중에 기차 안에서 달걀이며 군입거리를 파는 홍익회 직원들의 소리를 듣고 문득 그런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어쩌면 추기경께서도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차에 그 말이 들렸기 때문에 연결 지어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것은 추기경님이 농담 삼아 하신 말씀이다. 과연 우리네 인생, ‘삶’은 뜨거운 솥에 물과 함께 넣어 ‘삶은 달걀’이 아니라 달걀 그 자체와 같은 것일까? 실은 그럴지도 모른다. 달걀은 그 스스로 완전한 생명체가 아니다. 준비하는 생명체다. 어미닭에 의해 일정 기간 품어지고 보살핌을 받은 다음에야 병아리로 깨어나게 된다. 그렇다. 우리 인간도 알에서 병아리로 깨어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안에서 성장하고 변화한 뒤에 알 껍질을 부수고 밖으로 나와야만 완전한 생명체인 병아리가 된다. 보건대 어떤 사람은 그냥 알 껍질 안에서 달걀인 채로 일생을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일찍이 알 껍질을 벗고 나와 병아리로 살며 드디어 어미새가 되는 걸 보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도
  • [이은경의 과학산책] 노벨상과 AI 그리고 감성지능

    [이은경의 과학산책] 노벨상과 AI 그리고 감성지능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즌이 끝났다. 올해는 한국인 첫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가려 노벨과학상에 관한 관심이 다른 해보다 적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노벨과학상으로 눈을 돌려 보자. 2024년 노벨과학상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인공지능(AI)이다. 노벨물리학상은 기계학습 시스템의 기초가 된 뇌의 뉴런 구조를 모방한 신경망 모델 연구에 주어졌다. 노벨화학상은 AI 모델을 개발해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 연구에 돌아갔다. 사실 AI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2023년 챗GPT와 함께 뜨거웠다가 미지근해졌다. 그러나 현실에서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관계와 일상에 조용히 그러나 폭넓게 퍼져 나가고 있음을 2024년 노벨과학상이 새삼 일깨워 줬다.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인간의 신체 능력과 감각 능력은 계속 확장됐고 증강 인간 개념까지 등장했다. 증강 인간의 쉬운 예는 영화 ‘어벤저스’의 ‘아이언맨’이다. 과학기술이 인간 능력을 향상시킨 역사는 길다. 안경, 망원경, 현미경은 시각의 확장이고 도르래, 지렛대, 바퀴는 근육의 확장이다. 도구의 인간, ‘호모 파베르’가 인간 본성을 나타낸다면 21세기의 도구인 첨단기술을 활용한 증강 인
  • [기고] 서울디딤돌 소득, 새로운 포용적 복지

    [기고] 서울디딤돌 소득, 새로운 포용적 복지

    지난 7일 서울시가 주최한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옛 안심소득) 포럼’이 종일 진행됐다. 사회보장제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세계적인 석학들의 주제 발표와 토론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이러한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훌륭히 잘 설계된 소득보장실험을 직접 이끌어 가고 있는 서울시의 역량 또한 놀라운 것이었다. 이번 포럼은 디딤돌소득을 서울시에 한정된 시범사업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분명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서울시가 202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디딤돌소득 시범사업은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이며 재산이 3억 2600만원 이하인 가구라면 수급 대상이 될 수 있고, 대상으로 선정되면 기준 중위소득 85%와 가구 소득 간의 차액 절반을 급여로 지급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비교할 때 기준 중위소득 32% 수준보다 대폭 넓어진 대상 범위와 향상된 급여 수준이 먼저 거론된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 부분은 소득 산정에 있어서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지 않고 컷오프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과 수급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근로 능력을 판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딤돌
  • [이종수의 산책] 법조인의 시대가 왔다

    [이종수의 산책] 법조인의 시대가 왔다

    법조인의 시대다. 대통령도 법조인, 여당 대표도 법조인, 야당 대표도 법조인, 직전 대통령도 법조인이다. 국회의원과 장차관 중 법조인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공직뿐 아니다. 민간 기업에는 2011년 준법지원인 제도가 도입돼 자산 5000억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법조인을 1명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대학에도 로스쿨 열풍이 불었다. 인문사회 계열의 많은 학생들이 로스쿨을 유망한 기착지로 선택하고 있다. 모두 우수한 인재들이다. 어쩌다 TV를 틀어도 토론이나 토크쇼의 패널로 변호사가 필수이고, 드라마의 주인공도 법조인으로 분하기 일쑤다. 높은 시청률을 올렸던 ‘굿파트너’의 차은경 변호사는 오대규 변호사의 음모를 이기고 승소했는지 궁금하다.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나는 법적 시각에서 연구하는 것이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 깨달은 경험이 있다. 미국의 인사관리처를 방문하러 가는 길에 아메리칸대학의 로젠블룸 교수를 만나러 간 적 있다. 그는 행정학 분야에서 대가로 인정받는 연구자였다. 약속 시간에 십여 분 늦게 온 그는 자전거를 타고 땀에 범벅이 된 채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연구실로 나를 안내했다. 연구실에 앉은 그는 자신이 집필한 책을 보여 주며 핵심 내용을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금목서 꽃향기가 궁금하신가요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금목서 꽃향기가 궁금하신가요

    10여 년 전 이맘때 출장으로 싱가포르에 갔다가 식물학자인 지인으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다. 함께 초대받은 연구자 중엔 중국인도 있었다. 그는 집들이 선물로 중국인들이 먹는다는 떡을 가져왔다. 설기와 비슷한 그 떡을 한 입 베어 무니 오묘한 단맛이 났다. 그것의 이름은 계화떡. 중국에선 중추절에 말린 목서 꽃을 넣어 떡을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그날 먹은 떡의 달콤한 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서울에서 자란 나에게 목서는 낯선 식물이었다. 남부지역에서는 마당과 길가 화단, 주차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라는데, 서울에서는 식물원의 온실에 가야 겨우 목서속 식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 먼 사막의 다육식물이나 열대우림 식물을 소개하는 온실은 많아도 우리나라 남부지역에 사는 식물을 소개하는 온실은 희귀하다. 이 계절이면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SNS)에서 금목서 꽃을 자주 볼 수 있다. 영상과 사진을 본 사람들은 말한다. 금목서 향기가 그렇게 좋다는데 어떤 향인지 너무 궁금하다고. 누군가는 길가에 널렸는데 궁금할 게 뭐가 있냐고 하고 또 누군가는 금목서에서 단 껌 냄새가 난다고 한다. 어떤 이는 그런 향이 아니니 속지 말라고도 한다. 이렇듯
  • [이붕우의 뒷모습 세상] 군인의 뒷모습

    [이붕우의 뒷모습 세상] 군인의 뒷모습

    원시시대 전사는 개인의 근육과 기량으로 적과 싸웠다. 횡대와 종대 대형이 등장한 신석기 시대부터 전사들은 단체의 구성원으로 싸웠다. 고대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군대는 창과 방패를 든 군인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사각의 밀집대형 팔랑스에 가두어 싸우게 했다. 엄정한 군기와 사기가 필수였다. 측후방 공격에 취약했다. 지난 1일 국군의 날에 군의 위용과 최첨단 무기가 공개됐다. 세계 군사력 5위의 위상이 자랑스러웠다. 팔랑스를 빼닮은 사각의 행렬은 위풍당당했고 보조를 맞추는 장병의 눈은 충성으로 빛났다. 필자는 그 현장에서 국군의 앞과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았다. 가끔 부대를 가보면 병사들 표정은 아주 밝으나 초급간부들은 그렇지 않다. 제초기로 풀을 깎는 부사관에게 물으니 사고 위험이 있어 병사를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잡다한 일이 간부 몫이다. 올해 입대 하사는 1280명인데 전역 부사관은 3170명이다. ROTC와 부사관 지원율이 2대1을 밑돌고 사관학교 출신 장교 5년차 전역이 2~3배 늘었다. 간부 보직률은 70% 수준이고 육아휴직 간부의 업무 공백을 주위 간부들이 분담한다. K9 자주포 10대 중 3대가 조종수가 없어 멈춰 서 있다고 한다. 사각의 대형에 구멍
  • [차상균의 혁신의 세계] AI 노벨상, 혁신 자유가 세상을 바꾸는 신호탄

    [차상균의 혁신의 세계] AI 노벨상, 혁신 자유가 세상을 바꾸는 신호탄

    인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시대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AI가 모든 분야로 확산되면서 올해 노벨 과학상 3개 중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이 분야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세상의 근본 다이내믹스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에게 수여하는 물리학상을 젠 AI 인공신경망 구조를 설계·구현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에게 안겼다. 또 새로운 단백질 구조를 찾아내는 AI 기술로 질병 치료약 발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워싱턴대의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와 구글 딥마인드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허사비스와 그의 동료 존 점퍼를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변혁의 시대에는 자유의 가치가 두드러진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국가 간 부의 차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유롭고 포용적인 체계를 갖춘 국가가 번영한다는 것을 보여 준 MIT의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교수와 시카고대의 제임스 로빈슨 교수에게 돌아갔다. 러시아나 중국 같은 톱다운 체계는 일시적으로 자원 분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런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런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누구에게나 혁신을 주도하고 성과를 나눌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
  • [이창기의 예술동행] ‘융합예술’의 다음 이름은?

    [이창기의 예술동행] ‘융합예술’의 다음 이름은?

    어제와 오늘의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기술 발전 속도가 날로 빠르다. 올해 공개돼 관심을 끌었던 OTT 시리즈 ‘삼체’에서 지구인이 역사적으로 다른 종보다 생존력이 강한 이유를 ‘경쟁자보다 빠른 발전 속도’에서 찾은 것은 SF 소설 속 허구가 아닌 셈이다. 최근에는 특히 기술이 예술과 결합해 우리가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는 중이다. 기술의 발전은 전통적 창작 방식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민다. 그 도전에 기꺼이 응수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우리는 ‘융합예술’이라 부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예술지원 사업에서의 융합예술은 ‘다원예술’이나 ‘시각예술’ 중 어딘가에 속했지만 지금은 독립된 장르로 대접받기에 어색함이 없다. 지난달 ‘서울아트위크’ 기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뜬 가상의 달(김치앤칩스 ‘또 다른 달’) 아래 패션쇼 런웨이를 닮은 무대가 조성되고 색소폰 연주자가 전자음악 공연을 선보여 국내외 미술 애호가의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 융합예술이 더이상 실험적인 시도에 그치지 않고 전 지구적 동시대 예술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음을 느낀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른 예술의 변화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
  • [의정광장] 대한민국 소멸위기, 국가차원 논의 필요

    [의정광장] 대한민국 소멸위기, 국가차원 논의 필요

    대한민국은 많은 우여곡절과 위기 속에서도 선진국으로 발돋음했지만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저출생 현상의 심화에 따른 인구 감소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수준의 저출생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2072년 세계 인구는 지금보다 25.2%가 증가한 102억 2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나, 올해 5200만명인 우리나라 인구는 2072년 오히려 30.8%가 감소한 36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 2073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9.2%에서 47.7%로 치솟는다. 이런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초저출생으로 대한민국의 존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범국가 차원의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십수년 동안 수백조원의 예산을 사용했음에도 오히려 출생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현 정부의 대책이 성공해도 출생률의 극적인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젠 출생률 개선에 목을 매기보다는 인구 감소를
  • [공직자의 창] AI·데이터가 이끄는 ‘똑똑한’ 농업의 시대

    [공직자의 창] AI·데이터가 이끄는 ‘똑똑한’ 농업의 시대

    오늘날 우리나라 농업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기후변화 등 불확실성에 맞닥뜨렸다. 그 안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끌어내야 하는 것이 새 시대 농업의 과제가 됐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데이터 기반 농업’이다. 데이터 기반 농업은 농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로 분석해 농업의 생산성과 자원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센서, 드론, 위성 이미지 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토양과 기후, 작물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농업인은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물의 성장도를 예측하거나 병해충을 관리할 수 있고, 작물과 환경에 최적화된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한마디로 농업인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 데이터가 똑똑한 비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 기반 농업은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현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데이터 기반 농업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농업 조력자(Copilots in Agriculture) 기술이 선두 주자다. AI와 데이터를 결합해 농업 경영을 혁신하는 기술로, 농가 단위 소규모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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