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 칼럼
  • [기고] 고물가 시대 소비자 선택권 보장돼야

    [기고] 고물가 시대 소비자 선택권 보장돼야

    ‘짠물소비, 거지방, 무지출 챌린지.’ 얼핏 듣기에 반짝 유행하는 신조어라 여길 수 있지만 이런 말들은 지속되는 고물가 시대가 주는 경제적 압박을 여실히 보여 준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3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6% 상승했다. 특히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0% 상승하며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수로 소비자의 물가 상승 체감도를 잘 보여 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생필품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한국은행이 6월 18일 발표한 ‘우리나라 물가수준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료품은 OECD 평균 대비 56%나 높은 수준이다. 의류와 신발의 물가는 각각 61%, 특히 티셔츠의 경우 OECD 평균의 약 2.1배에 달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 없이 물건을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해외직구는 이미 일상이 돼 가고 있다. 실
  • [김천식의 통일직설] ‘자유통일’은 헌법이 정한 원칙

    [김천식의 통일직설] ‘자유통일’은 헌법이 정한 원칙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이 시빗거리가 되는 이상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8·15 경축사를 통해 자유통일을 천명했다. 이 당연한 명제에 대해 흡수통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며, 북한과 싸우자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을 국가 목표로 규정하고 있다. 자유통일을 거부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통일을 하지 말자는 말이나 같다. 국가는 체제의 단일성을 기초로 한다. 서로 다른 체제가 통일하면 당연히 하나의 체제가 돼야 한다. 그래서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을 추구한다고 헌법에 규정했고, 북한은 공산주의에 의한 통일을 하겠다고 그들의 당규약에 명시했다. 남북한은 자기 주도하에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치열한 체제경쟁을 해 왔다. 더 잘사는 체제와 시스템으로 통일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체제가 절충한 제3의 모델이 존재하지 않고, 하나의 나라에 두 개 이상의 체제가 존립하는 것도 성립하지 않는다. 북한은 고려연방제를 통해 1국가 2체제를 제시했지만 그것은 허구에 불과했고 기만이었다. 이제 북한 스스로가 그러한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폐기했다. 예멘은 1990년 남북의 서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사라진 미나리꽝 그리고 습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사라진 미나리꽝 그리고 습지

    어릴 적 우리 집 주변에는 큰 하천이 흐르고 하천을 따라 미나리를 재배하는 미나리꽝이 펼쳐져 있었다. 미나리 덕분에 동네는 늘 초록빛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미나리가 사라지고, 미나리가 살던 습지에는 흙이 메워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청경채 농장이 생겼다. 농장은 몇 해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고 또다시 그 자리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지금은 수십 년 전의 미나리꽝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어릴 적 미나리 수확 철이면 미나리꽝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들이 종종 까만 봉지에 가득 담은 미나리를 우리 집에 가져다주었다. 그러면 며칠간 우리 집 밥상엔 미나리 반찬이 올라왔다. 지금도 어머니는 그때처럼 맛있는 미나리를 먹어 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미나리꽝은 우리 집 주변에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서울 도심에도 있었다. 왕십리는 과거 미나리꽝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었다. 서울 사람들이 먹는 미나리는 왕십리에서 재배된 것이었다. 서대문구 미근동의 ‘근’은 한자로 미나리를 뜻한다. 미나리꽝이 있던 곳이라 붙여진 명칭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이곳에서 미나리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미나리꽝은 개발하기에 편한 땅이었다. 빌딩을 짓고, 도로를 내는 동
  • [홍용진의 역사를 보는 눈] 국민국가의 의미

    [홍용진의 역사를 보는 눈] 국민국가의 의미

    국민이 주권을 지닌 근대국가를 ‘국민국가’라 부른다. 국민은 영어 ‘네이션’(nation)의 번역어인데, ‘민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네이션’은 국가(state)의 힘이 미치는 영토 범위에 거주하며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총체다. 흔히 민족과 관련해 혈연성을 내세우지만, 역사적으로 모두 파악하기란 어렵다. 오히려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이 확장된 가족과도 같은 사이를 형성하게 됐다는 주장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주권을 갖게 됐다는 역사적 현실은 무엇을 뜻할까? 이는 먼저 주권이 국민에게 속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전제한다. 당시 국민은 주권자인 국왕의 신민이라는 지위를 지녔다. 하지만 왕정을 폐지하고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권을 갖게 됐을 때 국민주권의 원리가 제시됐다. 그럼 시민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특정 도시의 주민 권리나 도시를 중심으로 큰 부를 이룬 부르주아의 권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라틴어로 도시를 뜻하는 ‘키비타스’(civitas)는 정치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즉 추상적인 의미의 시민권은 국가로 대표되는 정치공동체의 일원으로 각자의 몫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시민권은 국민에게 특정인이나 특
  • [공직자의 창] 바다거북, 다시 푸른 바다로

    [공직자의 창] 바다거북, 다시 푸른 바다로

    바다거북은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와 따뜻하고 고운 모래를 파서 보금자리를 만들고 그 안에 우윳빛의 아름다운 알을 낳는다. 어미의 고향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넓은 바다로 모험을 시작하고 어미 거북처럼 산란기가 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처럼 신기한 ‘귀환행동’(natal homing)을 보이는 바다거북은 예나 지금이나 바다와 인간을 연결해 주는 영험한 존재로 여겨졌다. 우리 선조들은 거북이가 바다로부터 인간에게 장수와 재복(財福)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이에 거북이가 그물에 걸리면 융숭하게 대접해 바다로 돌려보내곤 했다. 또 수천㎞를 헤엄쳐 고향으로 돌아오는 바다거북의 이른바 ‘내비게이션 메커니즘’은 해양환경과 해양생물의 특성을 연구하고 밝혀내는 귀중한 과학적 자료가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바다거북이 고향으로 돌아와 새끼를 낳고 그 새끼들이 알을 낳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바다거북의 활동 무대는 해양 쓰레기,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 그리고 바다거북에 대한 불법 조업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례 없는 해양 생태계 변화로 바다거북은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고 멸종 위기에 놓였다. 해양수산
  • [이창기의 예술동행] 지역 문화예술, 균형발전 시대를 열다

    [이창기의 예술동행] 지역 문화예술, 균형발전 시대를 열다

    국내에 설립된 지역문화재단은 얼마나 될까. 서울을 포함한 광역자치단체에는 17개, 기초자치단체에는 124개의 문화재단이 설립돼 있다. 무려 141개의 문화재단이 행정구역별로 두루 갖춰져 있다. 국민 일상에 문화예술이 직접 닿도록 이렇게 공공서비스 전달체계를 잘 갖춘 국가는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들다. 과거 민법 제32조, 문화예술진흥법 제4조에 근거했던 지역문화재단은 2013년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으로 구체적인 법적 근거(제5장 19조)를 갖추게 됐다. 각 지역은 문화재단을 필두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정책과 사업 확대를 견인해 왔다. 문화재단이 없는 지자체는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와 지역 고유의 문화 발전을 위한 필요를 체감해 지금도 문화재단 설립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경기문화재단(1997)을 시작으로 강원과 서울 등 현재 17개 시도가 모두 문화재단을 갖추고 있다. 지역 특성과 여건에 맞게 존립해 온 문화재단들은 지역문화의 균형발전과 문화자치 강화를 위한 재단 간 연대와 협치 필요성에 공감했고, 2012년 시도문화재단 대표자 회의를 모태로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를 발족해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과 법제도 개선에 노
  • [의정광장] 글로벌 패션 플랫폼, 서울패션위크

    [의정광장] 글로벌 패션 플랫폼, 서울패션위크

    매년 봄, 가을이 되면 ‘서울패션위크’ 개막 소식이 전해진다. 패션위크는 한 시즌 앞서 컬렉션을 선보이며 디자이너와 고객, 디자이너와 바이어, 디자이너와 미디어를 연결하는 글로벌 패션 비즈니스 이벤트이다. 서울패션위크는 2000년 가을 첫발을 뗀 이래 지난 24년간 총 47회 진행됐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2020년 봄을 제외하고 매년 2회씩 빠짐없이 개최됐으며, 그동안 총 277개 브랜드가 2173회의 런웨이에 참여했다. 그동안 패션위크는 국내외 패션 시장의 변화와 유행에 민감한 패션계의 요구에 맞춰 부단히 진화해 왔다. 서울경제진흥원의 전신인 서울산업진흥원이 이끌었던 초기(2000~2011년)는 내수 시장에 초점을 맞추며 글로벌 패션 시장으로 발판을 다지는 시기였다. 기성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서울컬렉션)를 중심으로 신진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제너레이션 넥스트)과 국내 패션디자이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서울패션페어’가 도입됐다. 2014년부터 7년간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관을 계기로 진행됐다. 코엑스, 서울무역전시장, 올림픽공원, 여의도 IFC몰 등으로 전전하던 서울패션위크가 도심의 랜드마크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해당 기간 동안 시즌
  • 新고령·新중년여성… 새로운 노동세대가 등장하고 있다[정책공감]

    新고령·新중년여성… 새로운 노동세대가 등장하고 있다[정책공감]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 변화 취업자 수는 연 30만명씩 증가세 고령 근로자 연령 매년 1세 상승 실제 은퇴 규모 그다지 크지 않아 건강 수명 늘고 풍부한 경험 갖춰 미래 5060 여성 이전세대와 달라 고경력·고임 많고 돌봄 경험 부족 참여 산업군 등 확연히 달라질 것 빅데이터 기반 현황 파악이 우선 新근로자 유형별 맞춤 대책 필요 우리는 인구구조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모른다. 이는 저출산으로 30만 명대 이하로 출생한 세대집단(cohort)이 미래 노동시장에서 보일 행동 양상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만이 아니다. 곧 눈앞에 펼쳐질 가까운 미래의 일도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예컨대 현 60세 이상 인구가 앞으로 보일 근로형태, 과거라면 자녀 양육을 위해 경력 단절을 이미 겪었을 현 30대 후반 여성이 앞으로 겪을 직업경로가 대표적이다. 이들을 위한 정책수립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다양한 양상의 ‘은퇴’ 제대로 이해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주로 만 60세에 은퇴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보다 훨씬 이른 40대부터 직장에서 퇴직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70대에도 계
  • [김영익의 경제 통찰] 엔 가치 상승 추세 이어진다

    [김영익의 경제 통찰] 엔 가치 상승 추세 이어진다

    8월 들어 세계 주요국 주가지수의 변동성이 커졌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엔·달러 환율의 급변과 이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다. 앞으로 엔 가치가 오르면서 엔캐리트레이드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엔·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 일본의 10년 국채수익률 차이다. 201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 보면 이 두 변수 사이의 상관계수가 0.62로 상당히 높다. 갈수록 미일 국채수익률 차이가 줄면서 엔·달러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 국채수익률은 떨어질 전망이다. 금리를 결정하는 명목 경제성장률(실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2023년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였다. 올해는 성장률이 2.3%로 낮아지고 2025년에는 1%대 초반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2023년 4.1%에서 올해는 3%로 낮아지고 있다. 이처럼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미국 GDP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이후 소비 증가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올해 상반기 저축률이 3.6%로 코로나19 이전 수준
  • [한기호의 서로서로] 통념을 뒤집는 역멘토링

    [한기호의 서로서로] 통념을 뒤집는 역멘토링

    콘텐츠의 시대다. 한국의 문화상품이 세계를 뒤흔들면서 한국의 위상이 점점 높아진다. 콘텐츠 시장에서는 관록보다는 패기가 우선이라 ‘베테랑’보다 ‘루키’가 큰일을 내곤 했다. 나는 40년 이상 출판업종에서 일했지만, 어느 날 패기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출판학교를 설립했다. 학교 학습 모임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10여명이 골고루 참여한다. 20대와 30대의 생각엔 패기가 넘친다. 그들은 하나의 일만 하지 않는 ‘N잡러’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서로 연결해 어떤 업무든 수행하면서 함께 일하길 즐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든 인스타그램의 짧은 릴스 영상 하나가 한적하던 가게를 발 디딜 틈 없게 만들 만큼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6월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나는 5일 내내 전시장에 머물며 방문자들을 지켜봤다.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방문자의 90%가 20·30대 여성이었다. 그들은 이미 온라인에서 정보를 확인한 후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책과 출판사와 작가를 만났다. 외국 출판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코리안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한 평론가는 그들이 활자를 의미하는 ‘텍스트’와 ‘힙하다’(멋지다)를 합친 신조어인 ‘텍스트힙’을 즐
  • [기고] 공정한 OTT 소비 환경이란

    [기고] 공정한 OTT 소비 환경이란

    모처럼 하루 쉬는 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신작 시리즈 10편을 쉬지 않고 본 적이 있다. 콘텐츠 소비의 새로운 형태인 ‘몰아보기’를 해 본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상황에 맞는 편리한 서비스 이용은 한 달 동안 몇 편의 콘텐츠를 이용하든 제한이 없는 구독 서비스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OTT의 월 단위 서비스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다양한 수요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몰아보기’ 등으로 많은 콘텐츠를 시청하고 난 뒤 서비스를 해지해도 잔여 기간에 대해 환불하도록 하는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큰 우려가 든다. 이러한 규제 움직임은 수십 년 전에 제정된 방문판매법 틀 안에서 월 단위 구독서비스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학습지 구독이나 헬스장 이용같이 6개월 또는 1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친 거래에서 소비자는 전체 이용료를 미리 지불하고, 사업자의 서비스가 약정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제공될 것이란 전제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방문판매법은 소비자가 이런 ‘계속거래’를 중도에 해지할 경우 선결제한 비용에서 이미 제공받은 서비스에 상당하는 금액과 정당한 위약금을 공제한 나머지는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해 소비
  • 쿨하게,아리게… ‘젊음’을 질주한다[OTT언박싱]

    쿨하게,아리게… ‘젊음’을 질주한다[OTT언박싱]

    90년대 일본 드라마 ‘롱 베케이션’ 버림받은 신부·음대 졸업생 동거 버블경제 배경 유쾌한 매력 일품 美 하이틴영화 ‘여름밤을 달려 봐’ 모범생 소녀와 비밀스러운 소년 사랑·우정으로 아픔 이기며 성장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자면 청춘은 여름에 해당한다. 성공이라는 과실을 얻기 위해 열정과 노력을 쥐어 짜내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빨리 끝났으면 하는 무더위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꿈과 낭만, 패기가 넘치는 쪽빛보다 푸른 젊음을 과시하는 가장 찬란한 시기이기도 하다. 여름을 배경으로 한 예술작품 중에는 청량감 넘치는 청춘의 모습을 담는 경우가 즐비하다. 오늘 소개하는 두 편 역시 청춘과 계절을 잘 버무려 더위로 잃어버린 입맛을 살리는 맛깔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먼저 소개할 시리즈는 1990년대 일본 드라마 열풍을 불러일으킨 ‘롱 베케이션’이다. 웨이브에서 관람할 수 있다. 버블 경제 당시 호황기였던 일본을 배경으로 한 만큼 트렌디하면서 유쾌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31세의 모델 미나미는 결혼식 날 신랑이 도망가는 최악의 상황을 겪게 된다. 그를 잡기 위해 찾아간 아파트에서 만난 건 24세의 음대 졸업생인 룸메이트 세나. 세나를 통해 결혼자금을 쥔 신랑이 완전히 도
  • [차상균의 혁신의 세계] 미중 사이 표류하는 한국 AI 산업

    [차상균의 혁신의 세계] 미중 사이 표류하는 한국 AI 산업

    지난주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심 팰로앨토에서 30대 중반의 미국 시카고대 인공지능(AI) 교수 부부와 저녁을 같이 했다. 두 사람은 중국인으로 AI 분야에서 떠오르는 스타 교수이자 유망한 스타트업 창업자다. 남편 세 장 교수는 AI와 데이터시스템 분야의 전문가로 그의 지도교수였던 연쇄 창업가 크리스 레 스탠퍼드대 교수 등과 투게더AI를 공동창업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투게더AI는 회사 가치가 12억 5000만 달러인 유니콘기업답게 AI와 데이터시스템 최적화 기술에서 독보적 깊이가 있는 스타트업이다. 그의 아내 보 리 교수는 AI 보안의 떠오르는 전문가다. 32세이던 2020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미국 내 35세 미만의 이노베이터로 그녀를 선정했다. 시카고대는 특별기금을 조성해 키우는 데이터사이언스 분야 교수로 부부를 초빙했다. 두 사람은 시카고대의 교수가 되고도 창업한 회사에서의 역할을 줄일 생각이 없다. 창업 활동은 교수 활동의 20%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제에 묶인 서울대 등 국내 대학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파격이다. 두 사람이 교수와 창업을 병행할 수 있는 이유는 시카고대가 2016년 데이터사이언스 프로그램을 전략적으로 키우기 위해 책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먹을 것도 많은데… 중국 윈난성 곤충 요리의 이모저모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먹을 것도 많은데… 중국 윈난성 곤충 요리의 이모저모

    어떤 대상을 보고 두려움이나 불쾌감뿐만 아니라 공포심을 느끼는 걸 두고 공포증, 요즘에는 그럴듯한 말로 ‘포비아’라고 한다. 내가 특별한 대상에 대해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면 곤충이다. 발이 많이 달린 거미나 지네뿐만 아니라 날개가 달린 모든 곤충에 대해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책장에 있던 과학백과사전을 들춰 보다 현미경으로 확대한 곤충의 눈과 날개를 본 게 큰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곤충은 내게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음식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쉽게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 도사리고 있었다. 나는 과연 곤충을 먹을 수 있을까. 물론 곤충을 안 먹어 본 건 아니다. 술안주로 나오는 번데기는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술김에 몇 번 집어먹어 본 적이 있다. 아주 어릴 적에는 튀긴 메뚜기를 보고 호기심에 하나 먹었다가 특별한 맛이 없어 손사래를 쳤던 기억이 선명하게 있다. 맛 자체에 대한 의구심보다는 곤충의 형태가 주는 원시적인 혐오감이 있는 데다 그것을 입안에 넣는다는 행위 자체가 내키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어찌 됐건 곤충을 먹는다는 건 나에겐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중국의 서남쪽 끝단에 위치한 윈난은 사계
  • [최여정의 아침 산책] 연극배우 전도연과 황정민

    [최여정의 아침 산책] 연극배우 전도연과 황정민

    배우 전도연과 황정민이 연극무대에 올랐다. 전도연은 체호프의 ‘벚꽃동산’에, 황정민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비슷한 시기에 연극무대를 택한 두 사람은 ‘희곡의 클래식’이라 할 만한 고전작을 골라 더블캐스팅 없이 오롯이 한 달여간 매일 밤 무대에 올랐다. 공통점은 또 있다. 두 사람 모두 대극장 연극을 매진시킬 만한 몇 안 되는 배우다. 실제로 두 배우는 1000석이 넘는 LG아트센터와 국립극장 무대를 연일 매진시켰다. 이건 그저 대중적 인기로는 가능하지 않은데, 연기력이 검증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극무대란 그래서 어렵다. 더운 날씨에 극장을 찾는 수고로움을 보상받을 거라는 믿음. 두 배우 모두 이 기대를 충족시킨다. 그런데 두 배우의 다른 점이 있다. 지난 6월 공연을 앞둔 전도연에 대한 미디어 헤드카피의 대부분은 ‘27년 만의 연극무대’였다. 하지만 그녀는 27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마치 방금 전작을 마치고 신작에 오른 연극배우처럼 노련하고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황정민은 그런 카피가 필요 없다. 이제는 영화와 드라마 캐스팅 1순위 배우가 됐지만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출연 이후 무대에도 꾸준히 오른다. 그러고 보니 그는 노래도 연기도 되
  • [이미경의 경이로운 미술] 숭고한 약속

    [이미경의 경이로운 미술] 숭고한 약속

    카데바란 연구 목적으로 해부 실습을 위해 기증된 시신을 말한다. 얼마 전 한 민간업체가 비의료인을 상대로 유료 해부 실습을 진행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기증된 시신의 해부학 실습 실태를 전수조사해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16세기 말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해부학 극장이 처음 등장한 이후 17세기 해부학 극장을 다룬 작품들이 다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 렘브란트의 ‘튈프 박사의 해부학 교실’이다. 이 작품은 렘브란트 초기 회화의 걸작 중 하나로 젊은 렘브란트를 단숨에 암스테르담 최고의 초상화가로 만든 작품이다. 17세기 해부학은 지금과 달리 의료계 전문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관람할 수 있는 인기 있는 볼거리였다. 말하자면 오늘날 격투기 경기처럼 흥미진진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었다. 단 당시 해부용 시신은 범죄자의 시신에 한했다. 해부학 실습은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수록 인기가 있었다. 따라서 범죄의 죄질이 흉악할수록, 해부 행위가 다양할수록 해부 극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해부학 극장주들은 흉악한 범죄자의 신체를 해부함으로써 범죄자의 죽음을 볼거리로 만들었으며, 흉악범을 다시 죽임으로써 사적 제재의 쾌감을 선사했다.
  • [공직자의 창] C형간염이 ‘퇴치’되는 그날

    [공직자의 창] C형간염이 ‘퇴치’되는 그날

    공공보건을 천직으로 삼고 사는 이들에게 가장 황홀한 단어는 ‘질병 퇴치’(Disease Elimination)가 아닐까. 인류의 평균연령을 낮추던 두창, 어린이 신체에 장애를 남기는 폴리오, 흑사병이라 불리던 페스트 등은 많은 나라에서 박멸 또는 퇴치 반열에 오른 질병이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질병으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 피해는 더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한 질병을 ‘퇴치’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의학 발전 외에도 정책 의지와 국민 참여가 집결되는 획기적 전기 마련이 필요하다. 2015년 서울, 원주 등의 의료기관에서 다수 환자가 C형간염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방문 환자 약 2만명을 역학조사한 결과 약 500명의 C형간염 항체 양성자와 약 2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다회용 주사 약물 오염 및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원인으로 추정된 사건이었다. 정부는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C형간염 예방 및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C형간염 대책에는 △감염원 조기 발견을 위해 C형간염의 전수 감시 전환 △국가건강검진 내 C형간염 검사 도입 추진 및 역학조사 역량 강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근절 방
  • [자치광장] 청렴이 경쟁력이다

    [자치광장] 청렴이 경쟁력이다

    독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투명성기구(TI)는 1995년부터 세계은행(WB) 등 13개 국제기관의 국가 분석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각국의 공공부문 부패 수준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조사해 국가 청렴도를 나타내는 ‘부패인식지수’(CPI)를 매년 전 세계에 발표한다. CPI를 보면 대체로 국가 청렴도 상위권 국가들은 경제성장률이 높고 유엔이 조사한 ‘세계행복지수’ 순위 또한 상위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복되는 통계는 선진국이기에 투명성이 높은 것이 아니라 청렴도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선진국이 됐다는 결론에 귀결한다. “청렴도가 곧 선진사회의 ‘키’가 된다”는 대원칙은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실제로 동대문구는 누군가는 뻔하다고 생각하고 소홀히 넘어갈 수 있는 ‘청렴’을 구정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그저 “청렴해야 한다”는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지난 14일 5급 이상 고위공무원 60명을 대상으로 ‘갑질 예방 교육’을 별도로 진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갑질 예방 교육 강사로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직접 나섰다. 30년을 공공기관에서 근무한 선배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갑질의 위험성, 소통과 공감의 필요성, 예
  • 언론 평가에 진영 논리… ‘이념 불균형’ 심할수록 ‘선호도’ 높아[한규섭의 데이터 정치학]

    언론 평가에 진영 논리… ‘이념 불균형’ 심할수록 ‘선호도’ 높아[한규섭의 데이터 정치학]

    ‘즐겨보는 뉴스채널’에 MBC 1위 현 정부 출범 후부터 KBS에 앞서 이용자 진보·보수 차이 심할수록 특정 성향 유권자들의 몰표 현상 美도 공화·민주 불균형 채널 선호 ‘이용 뉴스 소스’ 폭스 34%로 1위 하지만 ‘신뢰도’는 18개 중 12위 한국 이용자는 ‘선호=신뢰’ 경향 최근 언론의 편향성과 양극화 문제가 우려를 낳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많은 유권자들이 자신의 진영에 유리한 뉴스라면 사실 여부에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들이 빠르게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에서는 지난 2013년 1월 이후 11년 이상 매 분기 ‘한국인이 가장 즐겨 보는 뉴스채널’이라는 조사를 해 오고 있다. 언론 관련 단체 등에서 실시하는 조사와 달리 정치 성향, 지지 정당 등을 함께 묻고 있어 매체별 소비층의 정치적 양극화 정도와 수요를 연결시켜 분석해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인 올해 2분기 ‘한국인이 가장 즐겨 보는 뉴스채널’은 MBC였다. 전체 응답자 중 21%가 MBC를 꼽아 KBS (15%)나 SBS(6%) 등 다른 공영방송이나 상업 지상파 채널과 YTN(10%), 연합뉴스TV(5%) 등 보도전문 채널에 앞섰다. 물론 일반적인 ‘시청률’과는
  • [이종수의 산책] 공동체와 집단적 기억의 전환

    [이종수의 산책] 공동체와 집단적 기억의 전환

    현대사회는 가히 기억의 전성시대이고 그 기억이 부딪치는 갈등의 시대다. 권위주의 권력이나 이념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국가와 민족을 중심으로 하는 서사를 정부가 독점했다. 국가가 주도하는 집단적 기억이 개인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고 수용도 됐다. 그러나 현대로 넘어올수록 기억의 저장공간이 다양화하고 심지어 ‘기억의 전환’이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시도된다.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들의 구술과 운동으로 기억을 재현하는 행위자로 참여하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광복절은 79년 만에 두 동강 난 기억의 소환의식을 거행했다. 정부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경축식을 열었고 56개 독립운동 단체가 모인 광복운동단체연합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기념식을 거행했다. ‘기억의 전환’ 혹은 역사전쟁이 격렬해지는 모습인데, 사태가 봉합된다 하더라도 통일의 과정에서 우리가 경험하게 될 기억과 역사의 전환 전쟁의 크기를 맛본 예고편 같았다. 대체로 기억의 전환은 사회단체들이 시도하고 정부는 방어적 태도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도 2019년 뉴욕타임스가 주도한 ‘1619 프로젝트’로 역사전쟁을 치렀다. 미국 역사에서 1619년은 아프리카인 20명이 네덜란드 선적의 영국 선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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