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 [똑똑 우리말] 수와 관련된 말들/오명숙 어문부장

    우리말엔 수와 관련된 말이 여럿 있다. 우선 단위 명사는 수효나 분량 등을 나타낼 때 쓴다. ‘개’, ‘명’, ‘마리’, ‘포기’, ‘근’, ‘미터’, ‘그램’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 ‘한 개, 한 명, 한 마리, 한 포기’처럼 단위 명사만 보고도 그 대상이 사물인지 사람인지, 동물인지 식물인지 알 수 있다. 어떤 말은 특정 대상을 함의하기도 한다. ‘둘, 넷, 여럿’에 ‘-이’가 더해져 ‘둘이, 넷이, 여럿이’가 되면 그 수량은 사람을 뜻한다. ‘한 사람’만 예외적으로 ‘혼자’란 형태로 쓴다. 짐승의 나이를 이르는 특별한 말도 있다. 하릅강아지, 하릅망아지, 하릅송아지처럼 개, 말, 소의 나이는 ‘하릅, 두습, 세습, 나릅, 다습, 여습’이라 한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에서 ‘하룻강아지’는 ‘하릅강아지’에서 비롯된 말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강아지를 나타낸다. 경험이 적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하루, 이틀, 사흘’은 날을 세는 말이다. 현실에선 일일, 이일, 삼일 등이 더 많이 쓰인다. 지난해 광복절이 공휴일과 겹치자 정부는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이에 토일월 ‘사흘’간 연휴가 생겼다는 내
  • [똑똑 우리말] ‘시들음병’과 ‘시듦병’/오명숙 어문부장

    밤이 돼도 열기가 식질 않으니 숙면은 고사하고 잠드는 것조차 힘든 나날이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가두리 양식장의 물고기와 가축들의 집단 폐사 소식이 이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폭염으로 인해 밭작물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 폭염과 상관없이 작물을 말라 죽게 하는 병이 있다. 흔히 ‘시들음병’이라고 하는 것인데 맞는 표현일까. ‘만들-’, ‘둥글-’, ‘베풀-’처럼 어간이 ‘ㄹ’로 끝나는 동사나 형용사를 명사형으로 만들 때 쉽게 소리나는 대로 ‘만듬’, ‘둥금’, ‘베품’으로 표기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이들 동사나 형용사가 ‘ㄴ’, ‘ㅂ’, ‘ㅅ’으로 시작하는 어미나 ‘-오’ 앞에서 ‘ㄹ’이 탈락하는 경우와 혼동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예를 들어 ‘만드니, 둥그니, 베푸니’, ‘만든, 둥근, 베푼’, ‘만듭니다, 둥급니다, 베풉니다’, ‘만드시다, 둥그시다, 베푸시다’, ‘만드오, 둥그오, 베푸오’처럼 활용되는데 이 같은 ‘ㄹ’ 탈락을 명사형 ‘-ㅁ’에도 적용해 ‘만듬’, ‘둥금’, ‘베품’으로 쓰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어간의 ‘ㄹ’이 생략돼서는 안 된다. 즉 받침 ‘ㄹ’ 옆에 바로 ‘-ㅁ’을 결합해 ‘만듦’, ‘둥?’, ‘베풂’으로 적
  • [똑똑 우리말] 수고양이와 수캐 그리고 숫양/오명숙 어문부장

    “뮤지컬 캣츠의 늙은 ‘암코양이’ 그리자벨라.” 고양이의 암컷을 ‘암코양이’로 표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수컷 역시 ‘수코양이’로 쓴다. 과연 바른 표기일까. ‘암-’은 성의 구별이 있는 동식물을 나타내는 명사 앞에 붙어 ‘새끼를 배거나 열매를 맺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새끼를 배지 않거나 열매를 맺지 않는’이란 의미를 더하는 접두사는 ‘수-’다. 즉 성별을 나타내고자 할 때는 단어 앞에 ‘암-’, ‘수-’만 붙이면 된다. 고양이도 ‘암고양이’, ‘수고양이’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이 규정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표준어 규정에는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한다고 돼 있으면서도 예외를 두고 있어 상당히 복잡하다. ‘수캉아지, 수캐, 수컷,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톨쩌귀, 수퇘지, 수평아리’ 등 아홉 낱말은 ‘수-’ 다음의 첫소리를 거센소리로 적는다. ‘암-’과 결합할 때도 마찬가지다. 본래 ‘암-’과 ‘수-’는 ㅎ을 맨 마지막 음으로 지닌 말(암ㅎ, 수ㅎ)이었다. 오늘날엔 ㅎ 소리가 떨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았으나 이들 단어에만 예전 흔적인 ㅎ 소리가 덧나는 것을 인정했다. 또 다른 예외도 있다. ‘양, 염소, 쥐’는
  • [똑똑 우리말] ‘뿐’의 띄어쓰기/오명숙 어문부장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끝이 보이는가 싶던 터라 더 힘이 빠진다. 하지만 어쩌랴. 더이상의 확산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방역수칙 준수뿐이라니 참고 견딜밖에. ‘뿐’은 ‘대로’, ‘만큼’, ‘만’과 더불어 띄어쓰기가 헷갈리는 낱말 중 하나다. 의존명사와 조사, 즉 문장에서의 쓰임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진다.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서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낼 때의 ‘뿐’은 보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쓴다. “우리의 염원은 통일뿐이다”, “진규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말을 잘 듣는다”처럼 쓸 수 있다. ‘뿐’이 의존명사일 때는 띄어쓰기가 달라진다.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다”에서의 ‘뿐’은 ‘다만 어떠하거나 어찌할 따름’이라는 뜻인데 조사 ‘뿐’과 의미상으론 구분이 어렵다. 앞에 놓인 말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들었을 뿐”처럼 ‘뿐’이 앞말의 수식을 받는 형태일 때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뿐’이 ‘-다 뿐이지’ 같은 형태로 쓰일 때도 띄운다.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데, “유명하지 않다 뿐이지 실력은 있다”처럼 띄어 쓴다.
  • [똑똑 우리말] ‘이에요’와 ‘이예요’/오명숙 어문부장

    “기대 이상이예요.”, “기다리던 주말이에요.” 문장을 마무리할 때 ‘-이에요’와 ‘-이예요’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에요’는 ‘이다’나 ‘아니다’의 어간 뒤에 붙어 설명이나 의문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다. ‘-이에요’는 서술격 조사인 ‘이다’의 어간 ‘이’에 ‘-에요’라는 어미가 붙은 것이다. ‘-이어요’가 표준어이지만 ‘-이에요’가 자주 쓰이자 ‘l’ 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해 둘 다 표준어로 정했다. ‘이다’의 어간 ‘이-’는 명사 뒤에 붙어 서술어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명사+에요’를 쓰기 위해선 이 사이에 ‘이-’를 집어넣어 ‘명사+이에요’라고 써야 하는 것이다. ‘예요’는 ‘이에요’의 준말이다. 받침이 있는 명사에는 ‘-이에요’, 받침 없이 모음으로 끝나는 명사에는 ‘-예요’를 붙인다. “이것은 연필이에요”, “이것은 지우개예요”처럼 쓸 수 있다. ‘-이예요’는 풀어 썼을 경우 ‘-이이에요’가 되니 당연히 틀린 말이다. ‘거예요’와 ‘거에요’도 마찬가지다. ‘거’는 의존명사 ‘것’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이므로 ‘것이에요’ 또는 ‘거예요’라고 써야 한다. 정리하면 접미사 ‘-에요’는 서술격 조사 ‘이다’와 형용사 ‘아니다’에만
  • [똑똑 우리말] 유명을 달리하다/오명숙 어문부장

    우리말에는 죽음을 뜻하는 표현들이 많이 있다. ‘목숨을 거두다’, ‘세상을 떠나다’, ‘한 줌의 재가 되다’, ‘잠들다’, ‘돌아가다’ 등을 비롯해 ‘별세하다’, ‘타계하다’, ‘영면하다’, ‘작고하다’와 같은 한자어식 표현도 있다. 그중에 ‘유명을 달리하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유명’은 정확하게 무슨 뜻일까. ‘유명’(幽明)은 어둠과 밝음을 이르는 말로 저승과 이승을 나타내기도 한다. ‘유명을 달리하다’는 밝은 이승을 떠나 어두운 저승으로 감으로써 이 세상에서 다시는 함께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죽다’를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한데 ‘운명을 달리하다’라는 표현도 그에 못지않게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유명을 달리하다’와 ‘운명을 달리하다’는 같은 뜻일까. ‘운명’(殞命)은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형은 오랜 객지 생활로 아버지의 운명을 보지 못했다”, “할아버지께서는 80세를 일기로 운명하셨다” 등처럼 사용해야 한다. 즉 ‘유명’과 ‘운명’을 혼동해서 벌어지는 일로 사람이 죽었음을 나타낼 때는 ‘운명을 달리하다’가 아니라 ‘운명하다’라고 써야 바르다. 이전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됐다는 의미로 ‘운명이 달라졌다’고 표현할 수는 있다
  • [똑똑 우리말] ‘박이’와 ‘배기’/오명숙 어문부장

    요즘에야 한겨울에도 오이가 나오지만 맛으론 여름 오이를 따라올 수 없다. 입맛 없는 여름철 시원한 오이 하나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새콤한 냉국도 좋고 쌈장에 그냥 찍어 먹어도 괜찮다. 살짝 맛이 든 오이소박이까지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한 끼 밥상이 된다. 오이소박이는 4등분해 십자로 칼집을 낸 오이에 부추와 마늘, 고춧가루 등을 섞은 소를 넣어 담근 김치다. 한데 이를 ‘오이소배기’라고 표현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박이’와 ‘배기’의 표기를 두고 헷갈릴 때가 많은데 의미가 다른 만큼 반드시 구분해 써야 한다. ‘박이’는 무엇이 박혀 있는 사람이나 짐승 또는 물건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소의 양지머리뼈 한복판에 붙어 있는 기름진 고기는 ‘차돌박이’다, 얼굴이나 몸에 큰 점이 있는 사람이나 짐승은 ‘점박이’, 양쪽 눈 위에 흰 점이 있어 언뜻 보기에 눈이 넷으로 보이는 개는 ‘네눈박이’, 장승감으로 박아서 세워 두는 물건은 ‘장승박이’라 한다. 이처럼 ‘박다’의 의미가 살아 있는 경우에 ‘박이’를 붙인다. ‘배기’는 ‘그 나이를 먹은 아이’(한 살배기, 두 살배기)나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런 물건’(공짜배기,
  • [똑똑 우리말] ‘애끊다’의 ‘애’는 무슨 뜻일까/오명숙 어문부장

    갑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표현할 때 ‘애끊는’이란 말을 쓴다. 초조한 마음을 나타낼 땐 ‘애가 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때 쓰인 ‘애’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애’는 원래 창자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애끊다’(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듯하다)에 그 뜻이 남아 있다. 지금은 초조한 마음속을 이르는 말로 속이 타들어 갈 만큼 매우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태를 일러 ‘애가 탄다’고 표현한다. 이와 같이 우리말에는 신체와 관련된 관용적 표현이 많다. “부아가 치밀었다”처럼 분한 마음을 나타낼 때 쓰이는 ‘부아’는 ‘허파’를 의미한다. ‘부아가 나다’, ‘부아가 끓어오르다’처럼 쓰인다. “베토벤에 비견할 만한 음악가”에서의 ‘비견’ 역시 신체와 관련이 있다. ‘비견’(比肩)의 ‘견’(肩)은 어깨를 뜻하며 ‘비견’은 ‘대등한 위치에서 견주어지다’란 의미다. 공포감 따위에 맥이 풀리고 마음이 졸아드는 상태를 나타낼 때 쓰는 ‘오금이 저리다’의 ‘오금’은 무릎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을 가리킨다. “슬하에 한 명의 자녀가 있다”와 같이 쓰이는 ‘슬하’(膝下)는 ‘무릎 아래’를 가리키며 주로 부모의 보호를 받는 테두리 안을 의미한다. 현재
  • [똑똑 우리말] 안전과 안정/오명숙 어문부장

    올 들어 공사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사고 뒤 신문과 방송에서는 ‘안전’과 관련된 말들이 이어진다. ‘안전 대책, 안전 불감증, 안전 관리, 안전 수칙….’ 이때는 ‘안전’과 ‘안정’을 혼동해 잘못 쓴 예를 찾기 힘들다. ‘안전’이 사고나 위험 등과 관련 있다는 것을 대부분 정확히 알고 쓴다. ‘안전’은 말 그대로 ‘편안하고(安) 온전한(全) 것’이다. 그러니 ‘사고’나 ‘위험’과는 거리가 멀다. ‘안전’은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한다. 몇 년 전 정부가 탈원전 정책 추진을 위해 원전 안전성 평가를 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한데 많은 기사에서 ‘안전성’ 대신 ‘안정성’이란 말을 사용했다. 세계 각국은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 원전 중 평가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되면 계속운전을 승인해 주고 있다. 즉 원전을 계속 운전해도 괜찮은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안전’과 관계가 있다. 그러니 ‘안정성’ 대신 ‘안전성’이 와야 한다. 올봄 ‘금배추’ 파동에 이어 ‘파테크’, ‘금달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농축산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달걀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나 배추나 파는 예전 가격을 회복하고 있다.
  • [똑똑 우리말] 개다와 개이다/오명숙 어문부장

    ‘봄비는 쌀비’라는 말이 있다. 건기인 봄철에 비가 넉넉히 오면 그해 풍년이 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봄엔 지나치다 싶을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 소식이니 장마철만큼이나 맑게 갠 하늘이 기다려진다. ‘흐리거나 궂은 날씨가 맑아지다’란 뜻의 동사는 ‘개다’이다. ‘날이 개다’, ‘비가 개다’와 같이 써야 하는데 ‘날이 개이다’, ‘비가 개이다’처럼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다’는 자동사이기 때문에 피동 접미사 ‘이’를 붙일 수 없다. 즉 날씨가 맑아지는 건 무언가의 힘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 자연 현상이므로 피동형을 쓰면 안 된다. ‘같은 말을 되풀이해 말하다’란 뜻의 ‘되뇌다’도 마찬가지다. ‘입 속으로 그 말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처럼 ‘되뇌다’로 써야 할 것을 ‘되뇌이다’로 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되뇌다’ 역시 남의 의지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는 뜻의 자동사이므로 피동 접미사 ‘이’가 붙어선 안 된다. 이렇게 ‘이’를 붙여 잘못 사용하는 말로는 ‘마음이 설레이다’, ‘빗속을 헤매이다’, ‘땀이 배이다’, ‘목이 메이다’, ‘불에 데이다’ 등이 있다. 모두 ‘설레다’, ‘헤매다’, ‘배다’, ‘메다
  • [똑똑 우리말] ‘-지 않다’와 ‘-지 않는다’/오명숙 어문부장

    “경보 체계가 목적에 걸맞지 않는다.“ “경보 체계가 목적에 걸맞지 않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단어의 쓰임을 두고 이게 맞나 싶어 사전을 찾는 경우가 가끔 있다. 위 문장에 쓰인 ‘않다’와 ‘않는다’도 그중 하나이다. ‘-지 않다’의 형태로 쓰이는 ‘않다’는 보조 용언으로 앞말(본용언)의 품사에 따라 보조 동사 또는 보조 형용사로 쓰인다. 즉 앞말이 동사이면 ‘않다’ 역시 보조 동사로, 앞말이 형용사이면 보조 형용사로 쓰인다. 따라서 동사 뒤에 오는 ‘않다’는 동사의 활용 형태인 ‘않는다’처럼 쓰이고 형용사 뒤에서는 형용사의 활용 양상을 따라 ‘않다’로 쓰게 된다. 위 문장의 ‘걸맞다’는 형용사이므로 뒤에 형용사형 활용인 ‘않다’가 와야 한다. 반면 동사인 ‘맞다’ 뒤에는 동사의 활용 형태인 ‘않는다’를 써야 한다. 따라서 “걸맞지 않다”와 “맞지 않는다”가 바른 표현이다. ‘않으냐’와 ‘않느냐’ 역시 앞말의 품사에 따라 ‘-지 않느냐’와 ‘-지 않으냐’의 형태로 쓰인다. 즉 앞말이 동사일 때는 ‘-느냐’를, 형용사일 때는 ‘-으냐’를 쓴다. ‘아니다’, ‘기쁘다‘, ’행복하다‘는 형용사이므로 “아니지
  • [똑똑 우리말] 표지와 표식/오명숙 어문부장

    한자 가운데는 뜻에 따라 음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일체’와 ‘일절’ 같은 경우다. ‘일체’와 ‘일절’은 같은 한자(一切)를 쓴다. 그렇지만 문장에서 ‘모두’라는 뜻이면 ‘일체’가, ‘전혀, 절대로’란 뜻이면 ‘일절’이 된다. 한자 ‘識’도 이에 해당한다. 이것이 ‘알다, 깨닫다’의 뜻이면 ‘식’으로 발음하고 ‘표시하다’나 ‘적다’란 뜻이면 ‘지’로 발음한다. ‘지식’(知識)이나 ‘식별’(識別), ‘식자우환’(識字憂患) 같은 단어들에서는 아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모두 ‘식’으로 읽는다. 그렇다면 ‘標識’는 ‘표식’과 ‘표지’ 중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정답은 ‘표지’이다. ‘표지’는 ‘표시나 특징으로 어떤 사물을 다른 것과 구별하게 함. 또는 그 표시나 특징’이란 뜻이다. 즉 ‘표를 안다’는 뜻이 아니라 ‘표를 해 놓은 것’ 또는 ‘표로 표시한 것’이란 의미이므로 ‘표식’이 아니라 ‘표지’로 읽어야 한다. ‘도로표지’, ‘교통표지’, ‘표지등’, ‘안내표지’ 따위로 쓰인다. 한편 ‘표지’와 비슷한 말로 ‘표시’가 있는데 두 말의 차이를 헷갈려 하는 이들도 많다. ‘표시’(標示)는 ‘(어떤 사실이나 내용을) 문자나 기호, 도형 등으로 나타내는 것’을
  • [똑똑 우리말] 이상, 이하, 초과, 미만/오명숙 어문부장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500~600명대를 넘나들고 있다. 청정 지역으로 여겨졌던 제주도에도 확진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4차 대유행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정의 달인 5월은 모임이나 행사가 많은 만큼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지키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거리두기 조치로 5인 이상, 100인 미만, 500명 초과 등의 세부 지침이 등장하는데 기준 수의 포함 여부를 두고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수량이나 정도가 일정한 기준보다 더 많거나 나음을 의미하는 명사 ‘이상’(以上)은 기준이 수량으로 제시될 경우 그 수량이 범위에 포함되면서 그 위인 경우를 가리킨다.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다고 하면 5명부터 그보다 많은 인원에 대한 모임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하’(以下)는 그 수량이 범위에 포함되면서 그 아래인 경우를 가리킨다. ‘18세 이하 청소년 관람 불가’라 하면 18세를 포함한 그 아래 나이의 청소년은 영화를 관람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만’(未滿)은 그 수량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그 아래인 경우를 가리킨다.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의 경우 100명 미만으로 인원을 제한
  • [똑똑 우리말] ‘새다’와 ‘새우다’/오명숙 어문부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불면증 환자 수는 65만 8675명으로 2016년(54만 2939명)보다 약 21% 증가했다. 심리적 스트레스와 불안감, 불규칙한 수면 습관, 환경 변화 등 불면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불면증으로 인해 뜬눈으로 ‘밤을 샜다’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된다. 한데 이를 두고 ‘밤을 샜다’ 또는 ‘밤을 새웠다’고 말한다. 어느 것이 바른 표현일까. ‘새다’는 ‘날이 밝아 오다’, ‘새우다’는 ‘한숨도 안 자고 밤을 지내다’란 뜻으로 두 단어의 용법이 다르다. ‘새다’가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인 데 반해 ‘새우다’는 타동사로서 목적어를 필요로 한다. 즉 ‘밤을’이란 목적어 뒤에는 자동사인 ‘새다’가 아닌 ‘새우다’가 와야 하므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다. ‘새다’는 “날이 새는지 창문이 뿌옇게 밝아 온다”처럼 쓰인다. 비슷한 뜻의 ‘지새다’와 ‘지새우다’도 마찬가지다. ‘지새다’는 ‘어둠이 사라지고 날이 밝아 온다’란 뜻의 자동사다. 일부러 어떤 행동이나 작용을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날이 밝아 온다는 의미로 목적어가 필요치 않다. “그는 밤이 지새도록 술잔만 기울이고
  • [똑똑 우리말] 함부로 밀어부치지(?) 마세요/오명숙 어문부장

    “효율성만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다간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지불하게 된다.” “개학을 무리하게 밀어부치다 유치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공론화 과정 없이 진행하다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글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한쪽으로 세게 밀다’, ‘여유를 주지 않고 계속 몰아붙이다’란 뜻의 ‘밀어붙이다’가 그것이다. 한데 이 ‘밀어붙이다’를 위 예문에서와 같이 ‘밀어부치다’로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밀어붙이다’ 외에도 뒤에 ‘붙이다/부치다’가 붙는 말들은 헷갈리기 십상이다. ‘걷어붙이다/걷어부치다’, ‘몰아붙이다/몰아부치다’, ‘쏘아붙이다/쏘아부치다’, ‘벗어붙이다/벗어부치다’를 정확히 구분해 내는 이는 많지 않다. 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붙이다/부치다’의 부분에 ‘붙게 하다’를 대입해 의미가 통하면 ‘붙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치다’를 쓰면 된다. “바지를 걷어붙이다”의 경우 바지를 말아 올려 ‘붙게 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으므로 ‘붙이다’를 사용한다. ‘몰아붙이다’도 몰아서 ‘붙게 한다’로 바꿨을 때 의미가 통하므로 ‘몰아붙이다’가 맞는 표현이다. 뜻풀이에 상대를 ‘몰아붙이듯이 공격하다’란 내용이 들어 있는 ‘쏘
  • [똑똑 우리말] ‘돋히다’와 ‘돋치다’/오명숙 어문부장

    “미중 고위급회담에서 양국 대표단이 가시 돋힌 설전을 주고받으며 명확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일러 ‘가시 돋힌’이란 표현을 사용한 글들을 자주 보게 된다. ‘공격의 의도나 불평불만이 있다’는 뜻의 ‘가시가 돋다’를 강조한 것으로 ‘먹다’, ‘잡다’에 피동 접사 ‘-히-’를 붙여 ‘먹히다’, ‘잡히다’로 만드는 것처럼 ‘돋다’에 ‘-히-’를 붙여 ‘돋히다’로 쓴 것이다. 그러나 ‘돋다’는 피동형 표현을 만들 수 없는 자동사다. 피동이란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이는 동사의 성질을 말한다. 즉 무언가에 의해 그 동작을 하게 한다는 의미에 부합해야 피동 표현이 가능하다. ‘소름’을 예로 들어 보자. 소름은 내 몸에 스스로 돋아나는 것이지 남에 의해 돋아나게 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돋히다’와 같은 피동 표현을 쓰면 안 된다. 다시 말해 ‘돋히다’는 남에 의해 내가 돋음을 당하게 되는 것인데, ‘돋다’는 언제나 스스로의 작용에 의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피동 표현으로는 쓸 수 없다. 따라서 여기에 적합한 말은 ‘밖으로 생겨 나와 도드라지다’란 뜻의 ‘돋치다’이다. ‘돋다’에 강조의 의미를 더하는 접사 ‘-치-’가
  • [똑똑 우리말] 삼인방/오명숙 어문부장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을 표현하는 말이 있다. ‘삼인방’, ‘오인방’ 등이 그것이다. ‘아내 3인방, 남편 3인방 따로따로 비밀회동’, ‘학폭 없는 연예인 3인방’ 등처럼 쓰인다. 심지어 ‘경주 야경 3인방’, ‘밥도둑 3인방’처럼 사물에도 ‘방’을 붙인 경우가 있다. 3인방에 쓰인 ‘방’(幇)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 사전에 올라 있는 ‘사인방’을 통해 살펴보자. ‘사인방’은 중국에서 마오쩌둥이 죽은 뒤 정권 탈취를 기도했다는 죄목으로 1976년 체포돼 실각한 장칭, 왕훙원, 장춘차오, 야오원위안 등 네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상하이방’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1997년 덩샤오핑 사망 후 실권을 거머쥔 장쩌민을 중심으로 모인 상하이 인사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2000년 이후 등장한 국무원 석유부·석유학원 출신의 인맥을 일컫는 ‘석유방’도 빼놓을 수 없다. ‘청방’과 ‘홍방’도 있다. 상호부조를 위한 비밀결사대였으나 훗날 범죄단체로 변질돼 중국 암흑가의 대명사가 됐다. 이처럼 중국에서 ‘방’은 이익을 위해 이룬 무리, 파벌, 패거리 등 부정적 의미로 사용돼 왔다. 이런 이유로 ‘문고리 삼인방’, ‘비리 핵심 오인방’처럼 부정적 내용에만 사용해야
  • [똑똑 우리말] ‘채’, ‘체’, ‘째’의 쓰임/오명숙 어문부장

    비슷한 발음과 형태 때문에 헷갈리는 말들이 꽤 있다. ‘채’와 ‘체’, ‘째’도 빼놓을 수 없는 예에 해당한다. ‘사과를 통째로 먹다’가 맞는지 ‘통채로 먹다’가 맞는지, 띄어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게 아주 많다. 먼저 ‘채’를 살펴보자.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라는 뜻을 나타내며 ‘-ㄴ/은/는 채’의 꼴로 주로 쓰인다.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갔다’, ‘노루를 산 채로 잡았다’, ‘벽에 기대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등과 같이 쓰인다. ‘체’는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을 뜻한다. ‘보고도 못 본 체 딴전을 부리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는 왜 하니’, ‘모르는 체하며 고개를 돌리다’ 등과 같이 쓰인다. ‘애써 태연한 척을 하다’,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다’에 쓰인 ‘척’과 동의어다. ‘채’와 마찬가지로 주로 ‘-ㄴ/은/는 체’ 꼴로 쓰이기 때문에 둘을 혼동해 쓰는 경우가 있다. 문법적으로 봤을 때는 둘 다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앞말과 띄어서 쓴다. ‘-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대로’, ‘전부’, ‘모조리’라는 뜻으로 의미상으로는 ‘채’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나 앞에 오는 말의 품사와 띄어쓰기에서 차
  • [똑똑 우리말] ‘꾀다’와 ‘꼬시다’/오명숙 어문부장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6억원의 피해가 날 정도로 보이스피싱에 속아넘어가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해 잘 안다는 사람도 막상 전화를 받으면 당황스러운 마음에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단다. 최근에는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010’으로 바꿔 주는 특수 기계까지 등장했다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할 듯하다.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서 자기 생각대로 끌다’란 뜻의 동사는 ‘꼬이다’이다. 준말은 ‘꾀다’이다. “영화를 같이 보자고 친구가 꼬이는 것을 못 이기는 체하고 받아 주었다”, “그는 돈 많은 과부를 꾀어 결혼했다” 등처럼 쓰인다. 이런 유형의 복수 표준어에는 ‘고이다/괴다’, ‘쏘이다/쐬다’, ‘조이다/죄다’, ‘쪼이다/쬐다’ 등이 있다. ‘꼬드기다’도 ‘꾀다’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어떠한 일을 하도록 남의 마음을 꾀어 부추기다’란 뜻이다. “친구를 꼬드겨 군것질을 하다”처럼 사용한다. 그렇다면 ‘꼬시다’는 표준어일까? 언뜻 생각하기에 비표준어일 듯도 한데 ‘꼬시다’ 역시 표준어이다. 입말에서 세를 넓혀 뒤늦게 표준어가 됐다. 원래는 ‘고소하다’의 강원·경상·전라도 사투리였다.
  • [똑똑 우리말] 푹 고은 설렁탕?/오명숙 어문부장

    “가마솥에 푹 고은 설렁탕.” “센 불에 뚜껑을 열고 고으면 고기 누린내가 덜하다.” “두어 시간 뭉근한 불에 푹 고으니 국물이 뽀얗게 우러났다.” 위 문장들에 쓰인 ‘고은’, ‘고으면’, ‘고으니’ 등은 고기 등을 푹 삶아 만든 음식을 소개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그럼 이 ‘고은’, ‘고으면’, ‘고으니’ 등은 맞는 말일까. “고기나 뼈 따위를 무르거나 진액이 빠지도록 끓는 물에 푹 삶다”란 뜻의 동사는 ‘고다’이다. 이 ‘고다’가 어미 ‘-(으)면’이나 ‘-(으)ㄴ’ 등과 결합하면 어떻게 활용될까. 흔히 ‘고으면’, ‘고은’, ‘고으니’ 등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고으면’, ‘고은’, ‘고으니’가 되려면 기본형이 ‘고다’가 아닌 ‘고으다’여야 한다. 하지만 ‘고으다’는 ‘고다’의 옛말로 표준어가 아니다. 즉 어간에 받침이 없는 ‘고다’는 ‘고면’, ‘곤’, ‘고니’ 등으로 활용된다.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장소를 이동하다”란 뜻의 동사 ‘가다’가 ‘가면’, ‘간’, ‘가니’ 등으로 활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푹 곤 설렁탕”보다 “푹 고은 설렁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고은’이 발음하기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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