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일절과 일체/오명숙 어문부장
안주 일절? 안주 일체? 어쩌다 식당에서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온갖 안주를 다 갖추어 놓았다는 뜻으로 이렇게 적어 놓는데 이쪽은 ‘일절’이고 저쪽은 ‘일체’다. 어떤 게 맞을까?
‘일절’(一切)과 ‘일체’(一切)는 이처럼 같은 한자를 쓴다. 그렇지만 어떤 뜻으로 쓰는지에 따라 읽는 게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쓰이는 상황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다른 낱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한자를 쓰는 말이다 보니 종종 헷갈리고 잘못 쓰일 때가 적지 않다.
‘일절’은 품사가 부사다. 부사는 문장에서 뒤에 오는 말들을 꾸며 준다. 그런데 ‘일절’은 특이하게도 ‘없다’, ‘않다’, ‘금하다’처럼 부정하거나 금지하는 말들하고만 어울린다. ‘출입을 일절 금하다’, ‘일절 간섭하지 마시오’에서처럼 항상 뒤에 부정하는 말들이 온다. 이때 의미는 ‘아주’, ‘전혀’, ‘절대로’ 정도가 된다.
‘일체’는 ‘모든 것’, ‘전부’라는 의미를 가진 명사 또는 ‘모든 것을 다’라는 뜻을 지닌 부사로 쓰인다. “재산 일체를 기부했다”에서는 명사로, “지나간 일은 일체 털어 버리자”에서는 부사로 쓰였다.
이 기준에 따르면 ‘회사 경영에 일체 관여할 수 없다’는 문장의 ‘일체´는 어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