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칼럼
  • [세종로의 아침] 문화재 정체성과 제자리 찾기/이기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문화재 정체성과 제자리 찾기/이기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제자리를 떠났던 귀중한 우리 문화재 2점이 본래의 자리를 찾아가는 행보가 엇갈렸다. 조선왕조실록은 지난달 본래 있었던 오대산으로 돌아갔다.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환영한다. 하지만 쓰시마 불상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지난 10월 일본 간노지(觀音寺) 소유라고 판결했다. 일본 민법상 점유 취득 시효가 완성됐다는 게 판단의 주요 근거였다. 문화재청의 재감정보고서에 따르면 문제의 불상은 고려 충숙왕(서기 1330년) 서주 부석사에서 제작됐다. 서주는 오늘날의 서산 일대다. 1951년 불상 내부에서 발견된 결연문에는 불상의 제작 시기와 경위, 봉안 위치가 적혀 있다. 고려 서주에 살던 평범한 민초 32명이 발원해 조성한 관음상이다. 이 불상이 일본에 넘어간 경위는 불투명하다. 학계에서는 고려 말 혼란했던 시기, 왜구가 약탈한 것으로 추정한다. 2012년 국내 절도단이 이 불상을 일본에서 훔쳐 오면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주목되는 것은 2심 법원이 언급한 위니드루아(UNIDROIT) 협약이다. 이는 약탈당했거나 불법으로 반출된 문화재를 원래 소유자나 출처국에 돌려주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환하지 않으면 체약국 법원이나 기타 권한 있는 당국에 도난 문화재 반환을 요구할 수
  • [데스크 시각] ‘수능 사고’ 돈으로도 해결 안 되는 실수다/백민경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수능 사고’ 돈으로도 해결 안 되는 실수다/백민경 사회부장

    얼마 전 법조팀장에서 사회부장이 됐다. 별 보고 나와 별 보고 들어가는 일상에 마치 고3이 된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일상의 고단함이 아무리 버거운 날조차도 진짜 고3 수험생으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니다 싶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고3은 그만큼 힘든 시절이다. 초중고 12년의 학업 성취를 수학능력시험 바로 그날 하루에 모두 쏟는다는 건 사실 숨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날의 날씨, 그날의 습도, 그날의 기분 모든 사소한 것들조차 예민하게 작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의 인생에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런 수능 날 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16일 400명이 시험을 치르던 서울 성북구 경동고등학교 고사장에서 ‘타종 오류’로 시험 종료 알람이 1분 일찍 울린 것이다. 답을 적은 시험지를 확인할 시간조차 없어 서두르다 이런저런 실수를 저지른 수험생도 있고 심지어 절망 속에 짐을 싸 돌아간 이도 있다. 어떤 학생은 자괴감에, 어떤 학생은 절망감에 휩싸인 상태로 이후 2~4교시를 묵묵히 견뎌야 했다. 심지어 가뜩이나 ‘불수능’이었던 날이었다. 그런데 또 어렵기로 소문난 ‘극악의 1교시’ 국어 시간에 사고가
  • [지방시대] ‘만호해역 40년 어업분쟁’ 매듭 풀어야/서미애 전국부 기자

    [지방시대] ‘만호해역 40년 어업분쟁’ 매듭 풀어야/서미애 전국부 기자

    “우리 이러다가 다 죽어. 다 죽는단 말이야. 제발 그만해! 우린 깐부잖아. 깐부끼리는 내 거, 네 거가 없는 거야.”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대사다. 깐부는 딱지치기 같은 놀이를 할 때 한 팀을 뜻한다. ‘삼슬식체’(三蝨食彘)라는 성어가 있다. 한비자 ‘설림’ 편에 나오는 우화다. 이(蝨) 세 마리가 돼지 피를 더 많이 빨아먹으려고 좋은 자리를 놓고 싸운다는 뜻이다. 싸움을 지켜보던 다른 이 한 마리가 말한다.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려고 섣달에 돼지를 잡게 되면 너희들도 장작불에 타 죽게 될 것이다. 눈앞의 이익을 놓고 지금 싸우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쯔쯔쯔쯔.”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다간 다 함께 죽는다. 공동체와 개인이 함께 살아가려면 멀리 내다봐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최대 김 양식 어장인 전남 해남 송지면 만호해역 분쟁도 이와 비슷하다. 어장을 놓고 40년째 다투고 있다. 마로해역이라고도 불리는 만호해역은 해남과 진도 사이의 바다다. 1982년 해남 어민들이 처음 개발해 김 양식 터전으로 삼았다. 이어 진도 어민들도 김 양식에 뛰어들면서 다툼이 시작됐다. 바다의 주인이 누구냐는 것이다. 서로 자기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 [마감 후] 통신비는 영원히 비싸야 할까/김민석 산업부 기자

    [마감 후] 통신비는 영원히 비싸야 할까/김민석 산업부 기자

    기억을 더듬어 보자. 2019년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이 상용화된 뒤 3만~5만원대였던 휴대전화 요금이 6만~10만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이 출시됐다. 스마트폰을 교체한 사용자들은 선택권 없이 비싼 5G 요금제에 가입해야 했다. 그럼에도 당시엔 5G 기지국이 충분히 설치되지 않아서 한동안 LTE(4G) 망을 더 많이 사용해야 했다. “4G보다 20배 빠르다”고 광고하던 5G 망을 어렵게 잡아 써 봐도 딱히 빨라졌다는 걸 느끼기 어려웠다. 지난달부터 5G 단말기로도 4G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고, 반대로 4G 단말기로도 5G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 사용량이 적어 4G로 돌아가고 싶어도 단말기가 5G라는 이유로 울며 겨자 먹던 소비자들에겐 희소식. 그런데 4G 단말기의 경우엔 기술상 이유로 실제 5G 망은 사용할 수 없지만, 요금제만 5G로 쓸 수 있게 약관 등을 고친 것이다. 굳이 왜 그래야 할까 싶어서 요금제를 알아보니 4G가 5G보다 더 비쌌다. 또 기억해 보자. 통신 3사는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비판 앞에서 늘 ‘망 투자 비용’을 들었다. 5G 망 구축 비용이 많이 들어서 통신요금을 인하하기 곤
  • [세종로의 아침] 국방중기계획, 그 참을 수 없는 안일함/강국진 정치부 차장

    [세종로의 아침] 국방중기계획, 그 참을 수 없는 안일함/강국진 정치부 차장

    언제나 그렇듯이 돈이 문제다. 아무리 아름다운 정책이라도 예산이 없으면 집행은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지당하신 말씀’으로 포장된 강력한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필요한 재원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조달하겠다는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정책 없는 예산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고, 예산 없는 정책은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2024~2028 국방중기계획’은 야심 찬 국방력 강화 방안을 담고 있다. 초소형 위성 체계, 스텔스전투기, 최신형 잠수함과 이지스함, 현무를 비롯한 각종 고위력 미사일, 촘촘해지고 강력해진 미사일방어체계, 군집·자폭 드론, 전자기펄스(EMP)탄과 정전탄까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예 선진 강군을 건설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방중기계획 발표를 들으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었다. 국방부는 앞으로 5년 동안 348조원을 국방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한다. 이는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이 7%라는 걸 의미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향후 5년간 재정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3.6%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방 분야 역시 연평균 증가율은 3.6%로 돼
  • [황비웅의 열린 시선] “탈원전, 에너지 다변화 원칙 어겼다… 野, 원전 예산 전액 삭감 안 돼”/논설위원

    [황비웅의 열린 시선] “탈원전, 에너지 다변화 원칙 어겼다… 野, 원전 예산 전액 삭감 안 돼”/논설위원

    내년 정부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이미 법정 처리 시한(2일)과 정기국회 종료일(9일)을 넘긴 예산안 협상은 여전히 교착 국면이다. 특히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내년도 원자력발전 관련 예산 1814억원을 전액 삭감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주도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4500억원가량 늘린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여야가 협상 중이지만 원전 예산이 다시 증액되지 않으면 정부의 원자력 생태계 복원 노력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9월 제36대 한국원자력학회장에 취임한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앞장서 알려 온 것으로 유명하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국인데 에너지원의 다변화라는 원칙을 어겼다”면서 “원전 건설을 중지해 일종의 생태계 붕괴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지난 5일 정 교수를 한국프레스센터 9층 서울신문 라운지에서 만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최근 민주당의 원전 예산 삭감 사태의 문제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 [서울 on] 개헌 저지선까지 차오른 위기/손지은 정치부 기자

    [서울 on] 개헌 저지선까지 차오른 위기/손지은 정치부 기자

    시작은 과반 의석이었다. 여당이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151석.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목표 의석이다. 111석의 국민의힘이 40석을 추가하면 얻는 의석이자 서울 49석 중 9석, 경기 59석 중 6석을 가진 국민의힘이 쏠림현상만 바로잡으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여당 프리미엄에 ‘어둠의 국정 파트너’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있는 만큼 151석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거둬야 할 최소 의석으로 보였다. 그러나 총선을 4개월 앞둔 국민의힘에서 ‘과반 의석’ 이야기는 사라졌다. 지난 총선에서 거둔 개헌 저지선을 턱걸이한 103석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더 나쁘게는 100석 밑으로 의석수가 주저앉는 앞날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지역구 하나하나를 뜯어 보면 ‘서울 6석’ 보고서가 틀릴 게 없다. 전국의 지역구를 뜯어 봐도 추가할 의석이 보이지 않는다. 해를 넘기기 전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퇴장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전히 여권에는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고 판단력이 뒤틀린 사람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김장 연대의 동지들은 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폭등
  • [데스크 시각] 사후약방문이 전부… 대책 없는 ‘로맨스 스캠’/정현용 플랫폼전략부장

    [데스크 시각] 사후약방문이 전부… 대책 없는 ‘로맨스 스캠’/정현용 플랫폼전략부장

    3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4월 ‘데이팅 앱’을 통해 한 20대 남성을 알게 됐다. A씨는 불과 12일 동안 이 남성에게 1억 9900만원을 송금했다. 남성은 “운영 중인 업체 직원이 보이스피싱을 당해 돈을 탕진했다”, “병원비가 필요한데 나중에 갚겠다”며 온갖 구실을 댔다. 그래도 여성은 남성을 믿었다. A씨는 남성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알고 있는 건 프로필 사진과 이름뿐이었다. 그렇지만 우울한 마음을 수시로 달래 줬던 남성이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고 하니 외면할 수 없었다. A씨는 은행에서 어렵게 대출을 받고 주변에서도 돈을 빌려 53회에 걸쳐 2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건넸다. 이후 가족의 충고로 사기 피해를 의심한 A씨가 남성을 경찰에 신고하자 검은 실체가 드러났다. 남성의 프로필 사진은 가짜였고, 변변한 직업도 없는 백수였다. 심지어 그는 비슷한 사기 행각으로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전과자였다. 신원은 특정했지만 이미 자취를 감춘 남성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그가 경찰에 체포된 시기는 1년 뒤였다. 그동안 남성은 도박으로 A씨의 돈을 모두 탕진했다. 안타까운 사연이지만, 이런 개별 사건에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다. 데이팅 앱을 이용해 피해자에
  • [황수정 칼럼] 한동훈 장관과 ‘못 보던’ 정치인/수석논설위원

    [황수정 칼럼] 한동훈 장관과 ‘못 보던’ 정치인/수석논설위원

    지난가을 내내 엉뚱한 생각으로 길을 걸었다. 서울의 구청들이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은행 열매들을 탈탈 털어 냈다. 멀쩡한 은행잎들까지 털리는 야만을 보면서 나는 왜 국회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났을까. “조고각하(照顧脚下), 발밑을 보면서 걷는 즐거움” 이런 문장쯤으로 살아 있는 나무의 멱살을 흔드는 부박함에 제동을 거는 정치인이 있다면. 소로였든, 루소였든 걷기를 예찬한 수많은 사상가 중 한 사람이라도 인용할 수 있다면. 묻지마 지지자가 돼 주겠다는, 비현실적인 상상. 최근 학계 인사에게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은 일화를 들었다. 2000년 학술 행사로 방한한 세계적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청와대 초대를 거절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던 자신의 철학과 김 전 대통령의 노선이 어차피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우여곡절 끝에 김 전 대통령을 만난 뒤 부르디외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상찬을 거듭했다고 한다. 까칠한 ‘반골 석학’의 마음을 토론으로 움직였던 전직 대통령의 지적 내공.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서 김 전 대통령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와 벌였던 유명한 지상논쟁을 새삼 복기했다. 현실의 정가는 너무 초라하다. 종
  • [마감 후] 대법원장도 ‘미스터 소수의견’이기를 바라는 이유/임주형 사회부 차장

    [마감 후] 대법원장도 ‘미스터 소수의견’이기를 바라는 이유/임주형 사회부 차장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은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린다. 대법관 시절 전원합의체에서 소수의견을 많이 내서다. 소수의견은 대법관 다수의 견해에 반대하거나 별개로 낸 의견을 말한다. 판례로 세워지지 못한 의견이지만 다양한 생각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수의견은 훗날 다수의견으로 발돋움해 사회 변화와 발전을 이끌기도 한다. 전원합의체가 판결문에 소수의견을 기록하는 이유다. 조 대법원장은 진보 색채가 강했던 ‘김명수 코트’ 시절 소수의견을 많이 냈다. 이에 ‘보수 대변자’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법조문을 문헌 ‘그대로’ 해석하는 원칙론자이기 때문이란 의견도 많다. 조 대법원장은 진보 성향 대법관과 같은 목소리를 낸 경우도 많다. ‘땅콩회항’ 사건에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로변경(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다수의견과 달리 유죄 의견을 냈다. 비행기가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도 운항으로 봐야 하는 만큼 항로변경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이 강한 박보영 전 대법관과 같은 의견이었다. ‘고성 군부대 총기 난사’ 사건에선 군인 5명을 살해한 병사에게 사형을 선고한 다수의견에 반대했다. 이 병사가 집단따돌림을 당했음에도 군이 소홀하게 관리
  • [마감 후] 영화관, 관객 맞을 준비는 되었습니까?/김기중 문화체육부 차장

    [마감 후] 영화관, 관객 맞을 준비는 되었습니까?/김기중 문화체육부 차장

    최근 한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제발 영화 보러 오지 마세요’라는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영화관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최근 ‘서울의 봄’이 대박 나서 입장객 어마어마하게 들어오는데 왜 직원은 없나 하셨을 거다. 상영관은 더럽고 매점에서 주문하면 오래 기다리셨을 것이다. 직원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탄했다. “인력이 작년 대비 반 이상 줄었고, 동시간대 1~2명이 매회차 매진되는 걸 겨우 받아 내고 있다”고 한 작성자는 “예전에는 장사 잘되면 기뻤는데, 지금은 장사 잘되면 어차피 나만 힘드니까 그냥 관객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봄’ 덕분에 영화관에 훈풍이 부는 듯하다. 그러나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극장을 찾은 누적 관객 수는 1억 1200여만명에 불과하다. ‘서울의 봄’이 흥행 중인 데다 오는 20일 기대작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하면 지난해 누적 관객 1억 1280만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누적 관객이 2억 2600여만명이었음을 고려하면 여전히 절반에 머물고 있다. 영화관의 부진 이유에 대해 영화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약진을 이유로
  • [세종로의 아침] ‘소소위’ 단상/이민영 정치부 차장

    [세종로의 아침] ‘소소위’ 단상/이민영 정치부 차장

    기자는 지난해 12월 세법 개정안을 포함해 예산안 부수법안의 졸속 처리를 지적하는 칼럼을 썼다. 법인세법 개정안 등 주요 세법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를 패싱한 채 여야 원내대표와 기획재정부가 만든 수정안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된 점을 꼬집은 것이다. 기재위 소속 위원들이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연말마다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졸속·밀실 심사로 처리했다. 밀실 심사의 상징으로 불리는 ‘소소위’(小小委)라는 이상한 협의체는 올해도 등장했다. 지난달 30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증여세법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 7월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는데, 자녀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그런데 며칠간 여야 간사 간 협의체인 소소위를 거치더니 돌연 여야가 합의했다. 소소위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를 두고 기재위의 유일한 제3당 소속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혼인 증여 공제와 가업상속 건은 민주당에서도 1회독 시기에 다 함께 반대하셨던 법안”이라며 “법정 시한을 이유로 1
  • [특파원 칼럼] 유족이 하나둘 사라져 간다/김진아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유족이 하나둘 사라져 간다/김진아 도쿄 특파원

    “해저에 매몰된 상태인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유골이 매몰된 위치, 깊이 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유골을 발굴하는 것은 어렵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1일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와 관련해 희생자들의 유골 발굴 요청에 대해 서면 답변한 내용이다. 일본 정부가 나설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이처럼 돌려 말했다.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관련된 또 다른 아픈 역사다. 하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진 참사는 아니다. 1942년 2월 3일 야마구치현 우베시 해안에서 약 1㎞ 떨어진 해저 지하 갱도가 무너지면서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모두 183명이 수몰됐다. 당시 조세이탄광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갱도 안에서 바닷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할 정도로 예견된 사고였다. 하지만 일제는 태평양전쟁 군수물자 확보를 위한 탄광 가동에만 급급했다. 수많은 목숨이 바닷속에 가라앉았지만 8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상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자국민까지 사망한 사고임에도 일본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나서 진상 규명을 해야 하는 또 다른 비극으로는 ‘우키시마호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1945년 8월
  • [데스크 시각] 은행은 14년 전 고무신을 꺾어 신었다/유영규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은행은 14년 전 고무신을 꺾어 신었다/유영규 경제부장

    14년 전 일이다. 경제부로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된 터라 한은을 출입했던 선배의 지시에 현장으로 달려가는 일이 많았다. 그날 아침에도 전화가 왔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 첫날이니 르포 기사를 써 보라는 지시였다. “그동안 은행권에선 팔 수 없던 펀드를 파는 첫날이니 불법행위나 불완전판매는 없는지 등을 스케치해 보라”고 주문했다. 먼저 찾은 곳은 은행이었다. 펀드에 가입하고 싶다고 하자 여직원은 투자성향을 확인하는 ‘투자자 정보 확인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내가 첫 손님인 듯했다. 수수료부터 투자 위험, 환매 등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 설명을 마치고 판매할 펀드까지 모두 설명하는 데 총 70분이 넘게 걸렸다. 법이 바뀌어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종이 서류도 많았고, 시행 첫날이라 직원들도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다. 긴 설명이 힘들었는지 창구 직원은 가쁜 숨을 내쉬며 물었다. “고객님 얼마를 넣으실 건가요?” 미안한 마음에 비상금 700만원을 탈탈 털어 넣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14개로 나뉜 금융시장 관련 법률을 하나로 통합하고 금융회사 간 판매 장벽을 허무는 자통법을 시행했다.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자본시장 금융업 사이의 겸영을 허용해 ‘한국판
  • [최광숙 칼럼] 탄핵의 일상화, 민주당 역풍 맞는다/대기자

    [최광숙 칼럼] 탄핵의 일상화, 민주당 역풍 맞는다/대기자

    “정말 한국은 탄핵이란 제도를 실제로 써서 대통령을 바꿨나요?”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해외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외국인 법학자들로부터 이 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그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브라질 등 몇몇 남미 국가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경우는 있지만 선진국 중 탄핵으로 정권이 바뀐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극히 예외적인 비상 상황에서 써야 하는 탄핵이란 제도가 여의도의 일상 정치가 되면서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잡으며 재미를 본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 등을 날리는 ‘전가의 보도’처럼 탄핵을 활용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기각에도 불구하고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수사했던 이정섭 검사 등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잇달아 냈다. 민주당은 이 전 위원장 후임이 정해지지 않고, 그가 어떤 직무를 수행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탄핵을 예고할 정도로 탄핵에 집착하고 있다. 스스로 탄핵을 정쟁의 도구로 쓰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다. 이 검사의 후임 역시 비위 의혹을 제기해 이 대표 수사만 맡으면 그냥 두
  • [마감 후] 아파트에 밀린 1인가구 주거 대책/김동현 전국부 차장

    [마감 후] 아파트에 밀린 1인가구 주거 대책/김동현 전국부 차장

    올 3분기 기준 전년 같은 달 대비 1인가구 실주거 비용이 8.4% 증가했다. 1년 전 월세로 60만원을 내고 있었다면 이제 65만 400원을 내야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평균적인 통계치가 이렇다면 실제로는 더 많이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60만원이던 월세가 65만 400원이 됐다. 누군가는 겨우 5만원밖에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인가구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과 청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들이 느끼는 부담은 녹녹잖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임을 감안하면 한 달에 약 5시간을 더 일해야 하는 것이다.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르는 상황에서 월세만 안 오를 수 있냐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항상 월세는 오른다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월세가 항상 오르는 것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전국의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2018년 12월 101.55에서 2020년 7월 99.98까지 떨어졌다. 당시 오피스텔 월세가 떨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공급이 많아서다. 부동산114 통계를 보면 2018년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8만 2948실로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019년(9만 3812실)과 2020년
  • [지방시대] 새만금, 전북의 블랙홀인가 희망인가/설정욱 전국부 기자

    [지방시대] 새만금, 전북의 블랙홀인가 희망인가/설정욱 전국부 기자

    특정 사업 예산을 정부가 78% 삭감하자 지역이 들썩였다. 예산 증액을 위해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과 도의원들은 머리를 삭발하고 정부를 규탄했다. 도민과 출향인 5000여명은 서울 여의도 국회로 몰려가 “예산을 살려 달라”고 울부짖었다. 야당은 “예산 원상 복구 없이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가 예산의 1.4%에 불과한 작은 지자체의 그것도 특정한 하나의 사업이 예산 국회에서 정쟁의 수단이 된 순간이다. 최근 새만금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1991년에 착공된 새만금은 전북을 제외한 그 어느 지역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올여름 잼버리와 이례적인 국가 예산 삭감을 거치며 유명세를 탔다. 국토 확장과 농업용지 개발, 신산업 집약지 등으로 지역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전북의 희망’으로만 인식됐던 새만금이 의도치 않게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것이다. 새만금은 분명 전북의 최대 숙원 사업이자 낙후 지역의 터닝포인트가 될 중요한 사업이다. 반대로 지역 이슈를 모조리 흡수하는 블랙홀이라는 오명도 받는다. 새만금은 그동안 전북의 희망고문 역할을 제대로 했다. 조금 더 공사하면 뭔가 될 것
  • [세종로의 아침] 747기 단종과 지방공항 활성화/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747기 단종과 지방공항 활성화/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서울 중랑구 상봉동 시외버스터미널이 지난달 30일 문을 닫았다. 1985년 개장 이후 38년 만의 일이다. 원인이야 자명하다. 승객 감소에 따른 경영 사정 악화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폐업한 버스터미널이 상봉터미널을 제외하고도 23곳에 이른다고 한다. 공항은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모두 15개의 공항이 있다. 여기도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인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공항 10곳이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실제로 항공사 플라이강원은 자사의 마지막 비행기를 최근 리스사에 반납했다. 이제 경쟁사에 팔릴 날만 기다리는 처지다. 플라이강원이 거점 공항으로 삼았던 강원 양양공항도 개점휴업 상태다. 영국 BBC 등 해외 언론에서 양양공항을 곧잘 ‘유령 공항’으로 소개한다니 이만저만 낭패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종 변화에서 지방공항 활성화의 단초를 찾는 건 어떨까 싶다. 큰 비행기에서 작은 비행기로, 제트기에서 프롭기(프로펠러 항공기)로 변화를 구해 보자는 이야기다. 세계 항공기 시장의 흐름에 주목하면 어렴풋이 해답이 보인다. ‘이 세상 모든 점보의 원조’라 불리던 보잉 747 기종이 공식 단종된 건 올해 1월이다. 생산을 시작한 지 50여년 만의 일이다.
  • [이순녀의 이사람] “정신건강, 선입견·편견부터 깨야… 사법입원제 진지한 논의 필요”/논설위원

    [이순녀의 이사람] “정신건강, 선입견·편견부터 깨야… 사법입원제 진지한 논의 필요”/논설위원

    호주선 초등생부터 정신건강 교육 관계 맺기·학폭 대처법 등 가르쳐 인식 개선에 대중매체 역할 중요 극단적 사례 다루면 선입견 강화 중증정신질환 조기 치료 땐 호전 사전에 위험한 상황 발생 막아야 우울증에 섣부른 충고는 ‘역효과’ 곁에 있어 주고 이야기 들어 줘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아동·청소년 행복지수 꼴찌, 우울증 환자 100만명….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이 짙은 그늘을 걷어내기 위해 정부가 정신건강정책 혁신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국정 어젠다로 삼아 예방, 치료, 회복 등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신건강을 개인의 문제로 놔두지 않고 국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하는 건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입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정책이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곽영숙(69)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정부의 이런 노력들이 우선은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의학과
  • [서울 on] 경찰과 공공재/홍인기 사회부 기자

    [서울 on] 경찰과 공공재/홍인기 사회부 기자

    누군가 소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소비가 줄지 않고, 대가를 내지 않은 사람도 소비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 경제학에서는 ‘공공재’를 이렇게 규정한다. 그리고 국방과 치안 서비스를 대표적인 공공재로 꼽는다. 경찰이 범죄를 예방하고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볼 때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얘기다. 치안 서비스는 경찰서, 지구대, 파출소, 치안센터 등에서 일하는 경찰관이 담당한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지구대와 파출소는 2043곳, 치안센터는 950곳이 운영되고 있다. 경찰청 예규에 적힌 대로라면 치안센터는 해당 지역의 주민 여론 청취 등 지역사회 경찰 활동, 방문 민원 접수와 처리, 범죄예방 순찰과 위험 발생 방지, 지역 경찰관서에서 즉시 출동하기 어려운 사건과 사고 발생 시 초동 조치 등을 맡는다. 경찰청은 지난 10월 이런 역할을 하는 치안센터 576곳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치안센터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을 다른 업무로 돌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치안센터 폐지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서울, 부산, 대전, 인천, 대구 등 대도시권과 달리 농촌 지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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