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 [열린세상] 늑대 같은 지도자/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늑대 같은 지도자/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만약 당신이 늑대처럼 거칠고 사나워 보이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려 한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힘과 카리스마일까, 부드러운 포용력과 솔선수범하는 자세일까. 이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실제 동물행동학자 두 사람이 한 무리의 ‘진짜’ 늑대를 대상으로 우두머리의 조건에 대해 실험을 한 것이다. 먼저 한 사람은 늑대들을 힘으로 제압할 생각이었기에 금속 보호대와 채찍을 들고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늑대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덤벼올 때면 채찍을 사납게 휘둘러 그들을 제압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쫓겨나듯 우리에서 나와야 했다. 그가 채찍을 휘두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늑대들은 더욱 난폭해져 갔고, 결국에는 손댈 수 없을 만큼 사나워져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다른 이는 채찍 대신 유화정책을 사용했다. 그는 늑대들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그들의 털을 쓰다듬으며 한데 어울려 놀거나 늑대처럼 짖으며 그들 무리에 동화되고자 노력했다. 놀랍게도 며칠 지나지 않아 늑대들은 얌전한 개처럼 그를 따르며 그와 어울려 장난을 치기에 이르렀다. 후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늑대들이 우두머리에게 요구하는 행동 특성 탓이다
  • [열린세상] 복지공약에 기회의 사다리가 없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복지공약에 기회의 사다리가 없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대선공약에는 미래의 모습이 담겨 있어야 한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를 포함한 빅3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지만 미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문재인 후보 역시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안철수 후보는 복지와 경제혁신을 연결하는 ‘혁신’ 복지를 내세운다. 구호는 그럴듯하지만 이들의 주장처럼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 구체적 방안은 미흡하다. 박근혜 후보는 바로 선 자본주의로 경제적 약자를 돕겠다고 강조하지만 경제민주화의 관점에서 복지 추구라는 원론적 수준에 그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내용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라는 점을 강조하며 적극적 복지 지출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복지와 경제성장을 연결하는 절차적 전략은 미흡하다. 안철수 후보는 취약계층 지원 확대나 사회보험 확대보다는 다른 그 무엇을 원하는 것 같은데 아직 구체적 모습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복지정책은 경제가 어려울 때 빛을 발한다. 위기상황에서 나타나는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다음 단계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복지정책에서 나온다. 빅3 대선주
  • [열린세상] 원화 가치 상승의 배경과 산업경쟁력/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원화 가치 상승의 배경과 산업경쟁력/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원화가치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며칠간 금년 들어 최저 수준인 1110원 내외를 등락하다가 지난 11일에는 1112.5원을 기록했다. 금년 들어 원·달러 환율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5월 25일 1184원에 비해 원화 가치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최근 원화 가치 상승은 우리나라 자산의 투자 수익률이 양호한 가운데 선진국의 통화량 확대로 투기 자본이 급격히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준 금리는 지난 11일 0.25% 포인트 낮추기 전까지 연 3%로 미국의 0~0.25%, 일본의 0~0.1%, 유럽연합(EU)의 0.75%보다 높았다. 또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상향되면서 원화 보유의 매력도가 높아졌다. 이런 와중에 선진국의 통화량 확대는 원화 가치 상승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미국은 최근 고용시장이 충분히 개선될 때까지 무제한 돈을 푼다는 3차 양적 완화 조치를 취했다. 유럽중앙은행도 재정위기에 빠진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기로 하였고, 일본과 중국도 통화량 확대에 가세했다. 자국 내 투자 혹은 소비처를 찾지 못한 선진국 돈의 일부가 투기 자본으로 우리나라에 흘러들어 왔고, 이것이 원화에 대한
  • [열린세상] 글로벌 코리아의 힘/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열린세상] 글로벌 코리아의 힘/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세상 넓은 줄 모르고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는 사람을 빗대어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 말이 무색하리만큼 한국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강남 스타일’로 선풍적인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가수 싸이를 비롯,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 프로골프의 최경주 선수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한국인 스타들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다. 특히 전통적으로 서방 선진국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오던 분야에까지 우리가 세계 정상수준임을 보여주는 쾌거들은 대한민국이 이제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선진 일류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심어주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이처럼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럽고 기쁜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세계 각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더불어 잘살기 위해서는 뛰어난 스타들의 활약과 함께 한민족 전체가 총체적 역량을 결집시켜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우리 민족은 평소에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거나 어떤 계기가 있을 때에는 그 어느 민족도 따라올 수 없
  • [열린세상] 불산 유출 공포와 정부 대책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불산 유출 공포와 정부 대책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경북 구미시에서 발생한 불산 유출 사고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사고 발생 후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피해자 숫자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불산은 활성이 강해 반도체 등 첨단제품의 세정작업과 주석·납·크롬 등의 도금작업, 스테인리스강 표면처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불산은 공기와 접촉하면 연기를 내며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유독성 가스다. 인체에 닿으면 피부와 점막을 심하게 부식시킬 수 있는 물질로, 특히 고농도로 흡입하면 강한 독성을 보여 신경조직 손상과 폐부종 등이 생겨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특유의 유독성 냄새 때문에 유출 초기에 조기 대응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조기 대응 부실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환경 유해물질 유출에 의한 사고는 해당 물질의 노출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초기에는 급성 고농도 노출 피해자에 대한 건강 장애를 평가하고, 지속적인 노출을 차단해 2차 피해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유해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건강 피해의 규모를 예측하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이번 사건과 같이 환경 유해물질에 의한 건강 장애는 몇 가지
  • [열린세상] 어떤 출판인/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어떤 출판인/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어떤 출판인이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집에서 받은 약간의 자금으로 출판사를 구입했다. 1980년대 초 서울에서는 출판사를 새로 열기가 어렵고, 이미 있는 출판사의 경영권을 인계받는 것만 가능했다고 한다. 우연히 그는 을지로의 허름한 건물 5층에서 영인본을 파는 출판사를 경영하게 된 것이다. 당시의 영인본이란 개벽, 창조와 같은 일제강점기의 신문예 잡지, 한국고전소설전집 등 고전자료를 모아 복사하여 제본한 책들이었다. 당시 학생들은 고전문학을 공부하더라도 현대문학 자료를 구입했고, 현대문학을 공부하더라도 고전문학 자료를 구입했다. 심지어 문학하는 사람도 국어학 책을 샀고 국어학 하는 사람도 문학 자료를 샀다. 통섭이나 융합이란 말은 없었지만 한 전공 안에서 세부 전공을 나누어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해방 후 학문 첫 세대들이 은퇴하고 학문의 관심사도 전문화한 데다가, 여러 경로로 자료를 참조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연구자들은 서적 형태의 자료집을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그 출판인은 단행본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잘 팔리지 않았다. 교재를 구입하는 학생들이 줄었기
  • [열린세상] 응답하라, 종편/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응답하라, 종편/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케이블 TV 채널인 tvN이 제작 방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이른바 ‘응답하라 신드롬’을 일으킨 채 얼마 전에 종영됐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인 1997년 전후에 젊은이였던 지금의 중년들뿐만 아니라 현재의 젊은이들도 ‘응답하라’는 주문에 엄청나게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이 케이블 TV 자체 드라마로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인 9.47%를 달성했다. ‘응답하라 1997’이 만들어 낸 90년대 복고 열풍도 90년대에 인기가 있었던 가요, 영화, 책 등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산됐다. 케이블 TV 채널의 이런 성공과 달리 2010년 말 화려하게 출범한 TV조선, 채널A, JTBC, MBN 등 4개의 종합편성채널은 시청자나 정부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개척하고 미디어 다양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허가와 함께 종편의 연착륙을 지원하는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상업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종편에 지상파 채널과 가까운 10번대 채널을 배정했고, 종편이 광고를 직접 판매하고 중간광고를 편성할 수 있게 했고, 국내 제작 프로그램을 40%만 편성해도 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지원책에도 불구
  • [열린세상]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향한 우리의 노력/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

    [열린세상]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향한 우리의 노력/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학생은 4만 7000여명으로 2014년에는 7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140만여명, 전체 인구의 2.8%를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추세다. 이제 다문화 사회는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닌 우리 사회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까지 다문화 정책은 배우자와 자녀들의 생활 적응과 편의 개선에 집중되어 왔다. 언어, 교육, 의료, 주거, 복지 등 그들이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기본환경 조성이 그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 동화되기를 원하는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 문화를 알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새로운 이주민이 살아왔던 나라에 대한 관심과 존중 측면에서 말이다. 2년 전 아세안 10개 회원국가들의 전통무용을 한무대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아세안 국가들의 문화는 비슷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각 나라별 춤사위를 동시에 접하면서 서로간의 미묘한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었다. 한·중·일 3국이 지리적으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듯이 그들 역시도 마찬가
  • [열린세상] 다섯 명의 줄리엣과 국민통합/김다은 소설가 추계예술대 교수

    [열린세상] 다섯 명의 줄리엣과 국민통합/김다은 소설가 추계예술대 교수

    가을바람이 투명하게 불던 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가 서울시립미술관에 도착했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이한 서울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Mediacity Seoul 2012)가 열리고 있는 곳이다. 세계 20여개 국 49개 팀이 참가한 비엔날레의 주제는, 미국의 블루스 가수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가 부른 노래에서 따온 것으로, ‘너에게 주문을 걸다’(Spell on you)였다. 입구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린 작품은 아델 압데세메드의 ‘기억’이다. 엉덩이가 빨간 개코원숭이가 동일한 알파벳으로 ‘투치’와 ‘후투’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배열하는 미디어 액자였다. 두 단어는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온 르완다의 두 부족을 일컫는 것으로, 수십만 명의 집단학살에 대한 기억을 개코원숭이의 단순한 반복행위로 표현한 것이다. 아이디어와 실험성이 넘치는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두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우선 한국 작가 홍성민의 ‘줄리엣’(Juliettttt)이다. 줄리엣의 영문 표기에 t가 다섯 개나 붙어 다섯 명의 줄리엣을 의미했다. 작가는 5명의 연극배우들을 각기 다른 연출자들에게 보내 동일한 대사를 연출케 했다. 대사는 줄리엣이 죽기 직전 사랑의 감정을 극적으로 표
  • [열린세상] 한국 부동산시장의 특성과 하우스푸어/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열린세상] 한국 부동산시장의 특성과 하우스푸어/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선진국 부동산 시장과 달리 독특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선 임대차 시장에서 차이가 난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월세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전세라는 제도가 있다. 2010년 인구주택센서스까지는 전세 비중이 월세보다 소폭 높았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2년 월세가 전세보다 비중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전세 갱신 시 인상분에 대해서 월세로 전환시킨 소위 ‘반전세’라고 하는, 기존 전세금이 보증금으로 전환된 보증부 월세까지를 포함하면 여전히 전세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세는 저축을 통하여 내 집 마련 주택자금을 준비하는 통로나 마찬가지이다. 전세를 디딤돌로 내 집을 마련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을 할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자기자본이 충실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경제 위기 시에 주택 가격이 하락해도 불가피하게 경매로 넘겨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격이 회복될 때까지 버텨냈다. 주택 공급 측면에서는 아파트 선분양 제도로 아파트를 대량공급하는 것이 다른 나라와 다르다. 지난 10년을 평균하면 신규 주택 공급량의 70% 이상이 아파트이다. 1990년대 주택 200
  • [열린세상] 무상복지 선정 기준/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무상복지 선정 기준/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무상복지를 한꺼번에 할 수는 없으며 우선순위를 잘 조절해야 한다.” 국무총리의 지적이다. 무상복지는 보편적 복지의 다른 표현으로서,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는 서비스 제공을 지향한다. 저소득층 복지에 집중하자는 선별적 복지와 구별된다. 장기적으로는 무상복지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증세 없는 무상복지 전면 도입은 재정에 부담일뿐더러 저소득층에게 불리하다. (8월 24일자 본 지면의 졸고) 그렇다면 증세를 전제로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을 어떤 순서와 형태로 시행할 것인가. 수혜자가 많은 서비스부터? 필요성이 높은 것부터? 지출 규모가 큰 것부터? 다 일리는 있으나 정답은 아니다. 세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의식주인데 우리는 이를 선별적 복지로 해결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법이 저소득층의 의식주만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주를 보편적 복지로 보장하는 극단적 형태가 과거 북한의 배급제다. 각자 의식주를 해결하고 저소득층을 선별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배급제보다 낫다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원해야 할 서비스는 무엇일까? 경제학은 외부효과가 기준이라고 가르친다. 외부효과란 예컨대 개인의 보육
  • [열린세상] 북한 경제정책 변화와 북·중 관계/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북한 경제정책 변화와 북·중 관계/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25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의무교육 기간을 12년으로 연장하고 기초과학 분야와 컴퓨터 및 어학 교육의 중시 등이 강조됐다. 북한은 교육문제 개선을 통해 최근에 강조해 왔던 ‘지식경제강국’의 인적기반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대했던 경제 관련 조치는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의 사례에서 보듯 공개적인 발표 없이 시행된 후에 그 내용이 알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경제정책 변화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발표된 6·28 경제개선 조치로 대표되는 경제개혁안은 농업 분야에서 분조의 규모를 4~6명 수준으로 축소해 사실상 가족농을 용인하는 한편 목표 초과량을 자유롭게 처분하도록 허용하고, 생산 기업소와 서비스기관에 대한 개인자본의 투자를 허용함으로써 소규모 ‘붉은자본가’를 제한적으로나마 용인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시장에 대한 지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전반적인 기조를 보면 국가의 통제하에서 시장기능을 적절하게 활용하되 계획기능은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 [열린세상] 나로호 발사 한달 전/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나로호 발사 한달 전/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로호 세번째 발사가 한달가량 남았다. 고흥 우주센터는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1단 로켓을 책임진 러시아 기술진은 이번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우주강국으로서의 체면을 구겨 위성대리발사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얼굴에 웃음이 별로 없다. 한국의 기술진도 필생의 각오로 발사를 꼭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에 우주센터 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이 날카롭다. 그동안 한국은 러시아와 협력하면서 나로호 1, 2차 발사에 실패했지만 축적해 놓은 경험도 많다. 우선 고흥반도 외나로도에 러시아가 제공해 준 우주센터 건설 설계도를 한국의 사정에 맞게 더 혁신적으로 건설해 놓았다. 일본의 H-2 로켓을 개발했던 고다이 도미후미는 나로 우주센터를 방문하고 나서 “참 잘 지어진 우주센터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미후미는 그러면서 가장 소중한 성과는 1, 2차를 실패했더라도 한국의 땅에서 빨간 화염을 뿜고 하늘로 올라가는 나로호 로켓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한국의 우주 개발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들을 갖게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본 것과 보지 않은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하겠다. 일본도 4차례의 연속 실패를 경험하면서
  • [열린세상] 몸은 마음의 기원/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열린세상] 몸은 마음의 기원/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시대의 화두가 마음에서 몸으로 넘어 왔다. 이제 성형 붐을 넘어 몸짱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여자는 다이어트로 날씬한 몸을 관리해야 하고 남자라면 식스팩은 기본으로 생각한다. 텔레비전도 다이어트와 헬스 관련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내 보내며 이런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과거에 청명한 생각과 높은 차원의 사상에 방해물쯤으로 여겨지던 몸의 신세를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그런데 우리의 철학적 사고의 출발점, 나아가서 생각의 기원이 몸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생각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의 시작이 몸을 통한 경험에서 우러나왔다는 이야기다. 기존에 가장 잘 알려진 인지과학에 대한 기본 원리는 마음과 몸을 별개의 존재로 취급한다. 마음을 스스로 생겨난 존재로 본다. 컴퓨터로 치면 마음은 소프트웨어고 몸은 하드웨어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아무런 영향을 행사하지 못한다. 뇌조차도 하드웨어로 취급한다. 이 원리에서는 이성이라고 하는 것은 전 우주적인 진리이며, 마음 또한 뇌와는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형이상학적인 존재다. 이와는 달리 197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새로운 인지과학의 개념은 인
  • [열린세상] 대선 후보들의 ‘힐링’ 시대정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대선 후보들의 ‘힐링’ 시대정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그시대의 소명, 즉 시대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야 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규범적 기대를 담은 얘기이긴 하지만 민주화 이후 우리 대선 결과를 보면 시대정신과 당선자들과의 관련성이 제법 있어 보인다. 오랜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문민정부를 연 김영삼 대통령,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김대중 대통령, 탈권위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꿨던 노무현 대통령, 경제 살리기의 기대를 모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러하다. 물론 이들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의 유혹과 함정에서 빠져 국민과 소통하는 데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고, 전근대적인 측근 비리에 걸려들어 불행한 임기말을 맞아야 했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표출된 유권자들의 기대와 의지의 집합체가 시대정신으로 모아져 시대정신에 가장 걸맞은 후보를 선출하고, 그것이 다음 선거로 면면히 이어지면서 나름의 정치발전을 이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올해 18대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시대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여 당선될 후보는 누구일까.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비전이나 공약들은 우리 사회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즉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시사해 주고 있다. 지금 대선과정에서 나오고 있는 화
  • [열린세상] 추석과 말춤, 그리고 세대의 몫/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추석과 말춤, 그리고 세대의 몫/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머지않아 추석이다. 그동안 각자 바쁜 일로 만날 기회가 적었던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가족 놀이를 하면서 끈끈한 유대감을 확인하는 날이다. 그런 즐거운 추석을 앞두고 나는 고민을 한참 했다. 대학생 딸과 함께 이번 추석에 어떤 공통의 관심사로 대화를 나눌 것인지가 막막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세대 간에 문화적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조용필의 노래를 부르던 세대와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부르는 세대와의 격차는 아마도 타자기 세대와 스마트폰 세대의 차이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걱정 끝에 한 가지 주제를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와 말춤이다. 딸에게 먼저 이야기를 한다. 아빠 대학 다닐 때에는 서양 대중음악에 미쳤다고. 1960년대 말 영국의 팝가수 클리프 리처드가 내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김포공항에 마중 나온 수백명 단발머리 소녀들의 광적 열광은 모 여대의 공연장으로까지 이어져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딸 세대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을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그 질문은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K팝’과 싸이의 말춤을
  • [열린세상]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 대한민국이 주도하자/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사이버 공간 국제규범 대한민국이 주도하자/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사이버 공간에 유포된 ‘무슬림의 순진함’이라는 영화 예고편이 급기야 아랍권의 대규모 반미 시위를 촉발시키고 말았다. 지난주부터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반미 시위는 이제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넘어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위의 수준을 넘어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를 비롯한 미국인 4명이 희생되는 유혈 폭력사태로 치닫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이버 공간의 역기능으로 타인의 명예훼손이나 재산적 손실 또는 지적재산권의 침해 정도를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처럼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제로 인명이 희생되고 유혈폭력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됐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어느 한 나라의 영토 내에서 그 나라의 국민정서나 정책 판단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로 인해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영화 예고편을 차단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규제 장치가 없다. 반면 이슬람 국가는 종교를 비판 또는 비하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이며 사명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과 이슬람 국가 간의 국민정서나
  • [열린세상] 교육 가면을 쓴 교육문제 유령/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

    [열린세상] 교육 가면을 쓴 교육문제 유령/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

    널리 알려진 것처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세계인들은 한국교육의 성과를 무척 부러워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교육이 문제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에 따르면 한국교육은 문제투성이인데 교육성과는 그렇게 좋은 이유가 무엇이냐며, 혹시 교육비법을 국가기밀로 처리하여 다른 나라에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을 건네는 외국학자도 종종 만난다. 우리 교육에 대해 외국인들은 높이 평가하는데 국민의 불만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 완화를 위해 우리 사회가 할 일과 교육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교육과 관련하여 자주 거론되는 커다란 문제 중에는 대학입시 경쟁과 그로 인한 공교육 파행, 높은 사교육비,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과 자퇴생 증가 등이 있다. 국가가 나서서 이러한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시제도를 바꾸고 사교육 대책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노력에 비해 그 효과는 별로 크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의 목소리 또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렇게 노력해도 문제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처방이 아니라 진단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나는 일찍이 ‘교육전쟁론’에서 교육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입시 경쟁
  • [열린세상] 사형제도, 무엇인가 할 때/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열린세상] 사형제도, 무엇인가 할 때/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사형은 잔인하고 이상한 형벌이라는 폐지론자들의 주장은 확실히 타당한 점이 있다. 형벌의 주된 목적을 범죄자의 교정으로 보든, 잠재적 범죄자에게 경고해 범죄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든, 사형제도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 박탈은 교화와 양립할 수 없고 범죄억지력은 결코 증명될 수 없는 가설인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추상적인 선언도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 없다는 거룩한 명제를 쉽게 압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사형제도의 정당성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굶주린 짐승이 인간의 영역에 뛰어 들어와 사람들을 해치고 다녀 주로 아이들과 부녀자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치자. 두려움에 떠는 시민들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짐승도 먹고살아야 하는 자연의 질서가 있으니 순응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해답은 단 한 가지이다. 제거하는 것이다. 사회의 평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찰활동일 뿐이다. 물론 생명을 파괴하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어쩌면 사람들을 해치지 않도록 영구히 가두어 놓는 것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사회적으로 결정된 바라면 세금으로 사료, 감독자의 인건비 등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사
  • [열린세상] 센카쿠 분쟁은 독도의 미래인가/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센카쿠 분쟁은 독도의 미래인가/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국유화 조치 후 중국의 거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내법적으로 댜오위다오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는 영해기선을 선포했고, 주변 해역에서 군사적 긴장마저 고조되고 있다. 수만명의 인파가 연일 반일 시위를 하고, 중국 내 일본기업에 대한 공격과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일 수교 40주년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양국관계는 최악이다. 최근 독도문제로 일본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던 우리 입장에서 중국과 일본의 극한 대립상태를 그저 남의 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중국과 일본 간의 전쟁 발발은 곧 동아시아 전체를 화약고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영토 갈등으로 분출된 한·중·일 삼국의 민족주의 정서는 동아시아 평화를 방해하는 갖가지 갈등 양상으로 표출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센카쿠 분쟁이 향후 독도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에 미칠 영향에도 깊은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의 센카쿠 분쟁이 자칫 독도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하는 말이다. 이 섬을 둘러싼 중· 일 간의 갈등 양상이 독도문제에서 한·일 간의 갈등 양상보다 대체로 10년 정도 앞질러 전개되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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