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 [열린세상] 후진국 부모, 선진국 아이/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후진국 부모, 선진국 아이/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대학 강단에 선 지 13년째다. 봄 새 학기가 시작되면 호기심 가득한 신입생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졸업할 때까지 4년 동안 적어도 1000권의 책을 읽어야 제대로 공부한 대학생의 자격이 생긴다고 힘주어 말한다. 매 학기 한 강좌를 들을 때마다 20권의 책을 읽어야 하고, 한 학기 6개 강좌를 들으면 120권, 1년 240권, 4년 약 1000권을 읽게 된다고 자세히 설명한다. 매번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신입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면서 결의를 다지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래 진로와 관련해 개별면담을 하면서 매번 하는 이 말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학생은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다양한 세계 문화를 접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네팔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국문과에 왔다고 했다. 중학교 때 부모와 네팔에 여행을 가서 굶주리고 헐벗은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생은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50대가 된 세대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장래 진로는 ‘사’자 돌림의 직업을 갖는 것이었다. 1960
  • [열린세상] ‘나는 꿈이 있어요’ 재단이 주는 교훈/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열린세상] ‘나는 꿈이 있어요’ 재단이 주는 교훈/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미국에는 ‘나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란 재단이 있다. 이 재단은 빈민지역의 학생들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 학비를 대주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꿈을 갖고 공부하도록 이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2011년 12월 17일자에는 이 재단의 취지에 따라 수행했던 한 프로그램 운영 과정과 결과에 대한 상세한 분석기사가 실려 있다. 1988년에 두 명의 독지가가 미국의 가난한 흑인 거주지역인 워싱턴 프린스 조지 카운티의 초등학교 5학년 59명에게 대학 진학 때 학비 제공 약속을 하고, 동시에 이들 곁에서 늘 지켜보며 지도할 지도교사도 한 명 채용했다. 또 방과후 강사를 채용해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주기적으로 두 명의 독지가와 학생들과의 만남의 자리도 갖고 격려도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나 이 아이들이 30대가 된 시점에서 이들을 만나 보니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그 아이들 중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11명, 그리고 어느 정도 소득이 보장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불과 몇 명 되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지원을 받지 못했던 다른 또래에 비해서는 더 나았지만 기대와 달리 이 프로그램
  • [열린세상] 경청의 리더십/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경청의 리더십/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박근혜 정부가 초반부터 불통과 신뢰 위기에 봉착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초반 미국산 소고기 수입 결정 과정에서 생명과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한순간에 신뢰 위기에 빠졌다면 박근혜 정부는 새 정부 구성 과정에서부터 사람들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의 중요 직책 인선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리더십을 기대했던 마음들, 모처럼의 탕평인사와 대통합, 경제 민주화 약속에 잠시 나마 설렜던 마음들은 황망한 가슴을 쓰다듬으며 아쉬운 발걸음을 되돌리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강원 지역만 해도 사람들의 실망과 좌절, 그리고 분노의 정서가 역력하다. 지난해 4·11 19대 총선에서 강원도 유권자들은 모두 9명의 새누리당 의원을 뽑았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강원도민의 따뜻한 교감이 분명히 작용한 결과로 이곳 사람들은 해석한다.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에서도 박근혜 후보의 강원도 득표율은 무려 62%를 기록했다. 이전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당 최문순 도지사를 선출한 강원도민의 표심을 고려하면 압도적
  • [열린세상] 장애인 공직 후보와 사회의 책임/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장애인 공직 후보와 사회의 책임/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말 많고 탈 많던 새 정부의 조각이 지난주 마무리됐다.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돌이켜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두 달여간 국무위원의 인선과 검증으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새 정부의 진용이 하루빨리 완비돼 탄탄한 국정운영의 시동이 걸리길 희망한다. 지난 일이지만 새 총리 후보였던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과 관련해 필자가 가지고 있던 소회를 풀어보고자 한다. 김 전 총리 후보자의 입지전적인 삶은 국민 대다수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어머니의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다. 고교 2학년 때 검정고시를 치르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고, 만 19세에 고등고시에 수석 합격해 22세에 최연소 판사 임용, 지체장애인 최초 대법관 임용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이분도 75세 고령이다. 연로한 분이 으레 그렇듯 청력 또한 좋지 않다. 지난 1월 총리 인선 발표 기자간담회 때 기자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한 듯 제대로 답변이 이뤄지지 못하고 다시 질문을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해 국무회의 시 물리적 소통에 문제가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또한 총리실이 세종시로 이전해 서울에서 근무하는 기관장들과 ‘화상
  • [열린세상] ‘복지 100조원 시대’의 복지 현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열린세상] ‘복지 100조원 시대’의 복지 현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60% 이상이 ‘사회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응답했다. 불안정 사유로 불충분한 소득, 직업 불안정, 사회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비정규직 비중이 큰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확대, 소득 계층 간 심각한 교육 격차에 기인한 빈곤의 대물림 우려, 480만명에 달하는 최저생계비 미만의 절대빈곤 인구는 사회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환경이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국민들의 복지 욕구 분출 원인일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할 때 복지 지출이 너무 적다는 비판이 많다. 2009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복지 지출이 9.4%여서 OECD 평균인 22.1%의 4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퇴직금 등 민간 지출을 포함하면 우리의 복지 지출은 OECD 평균의 49%까지 증가한다. 특정 국가의 복지 지출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국민부담률, 국민소득 수준, 노인인구 비중, 지출 비중이 큰 연금제도의 성숙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OECD 평균의 76%이고, 노인인구 비중이 72%, 연금 지출은
  • [열린세상] 사이버 안보의 허와 실/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사이버 안보의 허와 실/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20일의 사이버 공격은 시기적으로나 규모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북한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지능형지속가능공격(APT)이란 이름조차 낯선 유형의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충격과 불편은 매우 컸다. 주요 언론사와 금융기관의 서버가 집중공격을 당했고, 그에 연결된 수많은 컴퓨터가 피해를 입었다. 의도적 공격이란 점은 분명했고, 목표가 사전에 설정돼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두려움은 배가됐다. 이번의 공격이 새로운 유형의 것이지만 2009년의 디도스 사태나 2011년의 농협 전산망 해킹사건 등을 돌이켜볼 때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이버 공격에 대한 국민과 정부, 언론의 반응을 보면 서로 간에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공격 대상이 대형 기관의 서버였기 때문에 은행 거래를 제외하곤 국민들이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의 반응에는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먼저 새 정부가 갓 출범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사이버 위기를 봉합하고 해소해 가는 데 있어 정부의 존재감이 약했다. 사이버 안보가 복잡한 정보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한 최
  • [열린세상]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전략/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전략/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산업발전 혹은 성장과 고용은 상호 보완적인 속성을 갖는다. 산업발전의 상징인 부가가치 창출을 모든 산업에 합한 것이 국내총생산(GDP)이고, 부가가치 구성 요소 중 하나가 임금이기 때문이다. 산업발전은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가능케 하고, 지속가능하도록 설계되거나 적절한 정부 지원이 수반되는 일자리 창출은 노동력 확충을 통해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곧 발간될 산업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산업발전과 일자리 창출’에서는 산업발전에 우선적인 강조점을 두는 관점에서부터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는 관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별 개념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 투입 증가율의 하락 추세와 맞물려 잠재성장률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투자, 기술 혁신 등 성장 원천의 활력 제고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은 일자리 창출의 필요조건이다. 창조경제 구축과 신성장동력 투자로 기업의 투자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중소·중견 기업은 신성장동력 투자 확대를 위한 지원 금융 활성화가 필요하다. 연구개발 투자가 대량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기술 이전 및 사업화 촉진과 연계해 기술혁신의 고용 창출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
  • [열린세상] 미국 의대의 경쟁력과 우리 의대의 현실/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미국 의대의 경쟁력과 우리 의대의 현실/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매년 전세계 대학의 순위를 발표하는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가 지난주에 2013년도 미국 의대 순위를 발표했다. 하버드, 스탠퍼드, 존스홉킨스 의대가 1~3위를 차지했다. 평가의 기준은 학생 선발 및 합격률, 다른 의대 학장에 의한 평판,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연구비 규모, 교수 대비 학생 비율 등이다. 이와 같은 기준을 국내 대학에 적용했을때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과연 몇 위 정도일까? 학생 선발 기준이나 교수와 학생 비율은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나 외국 의대 학장의 평판과 NIH 연구비 규모 면에서는 미국 중위권 대학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난주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의 주요 의대를 방문해 학생 교환 및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학장들과의 면담과 방문 경험을 통한 미국 상위 의대의 경쟁력을 두 단어로 표현하면 ‘자율과 무한경쟁’이다. 뉴욕에 있는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는 좋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대학 2학년 때 우수 학생을 우선 선발한다. 이때의 선발 기준은 리더로서의 자질과 학문에 대한 열정을 우선적으로 본다. 동부의 명문 코넬 의대
  • [열린세상] 문화가 융성한 사회를 기대하며/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문화가 융성한 사회를 기대하며/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최근 한반도를 에워싼 긴장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문화 얘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취임사의 문화 향기가 가시기 전에 그 잔향을 되새겨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이번 대통령 취임사는 문화정책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서생의 입장에서 보면 문화의, 문화에 의한, 문화를 위한 취임사라고 할 만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국정지표라 할 수 있는 경제 부흥, 국민 행복 그리고 문화 융성을 국민 앞에 제시했다. 과거의 정부들과는 색다르게 문화와 직결되는 화두인 문화 융성이 취임사 전면에 어엿하게 배치된 것이 인상적이다. 국민 행복도 문화적 접근이 필수적이므로 곧 문화 행복이라 할 만하고, 경제 부흥 또한 이번 정부에서 회자되는 창조경제의 원동력이 문화적 창의력과 문화콘텐츠산업이란 점에서 모두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연설 분량만 보더라도 문화 의제가 연설문 전체의 거의 3분의1을 차지했으니, 적어도 이번 취임사만 본다면 가히 문화대통령, 문화정부라 불러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 정부가 끝나갈 즈음에는 정말 우리 사회가 문화가 융성한
  • [열린세상] 정부 3.0을 위한 제언/강정석 한국행정연구원 미래전략연구본부장

    [열린세상] 정부 3.0을 위한 제언/강정석 한국행정연구원 미래전략연구본부장

    대통령 취임을 거의 한 달 가까이 넘긴 시점에서야 새 정부조직법이 여야 합의를 거쳐 실질적인 토대를 갖추게 되었다. 이제 새 정부의 정책과 운영의 틀을 업그레이드하고 다가올 5년의 정부 성과를 최고로 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할 때이며,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구상한 ‘정부 3.0’ 개념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3.0의 구상은 10여년 전 ‘웹 2.0’의 논의에서 출발한 ‘정부 2.0’이 진화한 개념이다. 웹 2.0과 정부 2.0이 정부 중심의 일방향성에서 탈피한 시민 중심의 쌍방향성을 핵심 개념으로 삼은 반면, 정부 3.0은 개인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핵심으로 한다. 따라서 이 개념의 핵심은 모든 콘텐츠와 채널이 끊기거나 구분되지 않으며 정부 서비스에 대한 개인의 수요에 따라 자유롭게 변형과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정보와 서비스가 모든 개인에게 열려 있고 동시에 활용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 3.0은 자연스럽게 공개와 공유,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투명하고 유능한 서비스 정부를 구축하고자 하는 목표를 지니게 되며 다양한 실천 전략을 포함하게 된다. 이 가운데 필자가 주목
  • [열린세상] 양에서 질로 가는 것이 미래창조의 길이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양에서 질로 가는 것이 미래창조의 길이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헌수가 복학했다. 해병대에 남아 직업 군인의 길을 택할 것인가, 학교로 복학해 취업 전쟁을 치를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내린 선택이다. 헌수는 착하고 부지런한 학생이다. 군대에서 받은 봉급을 꼬박 모아 베트남으로 부모님 효도관광도 보내드렸다. 누구보다 일찍 등교하고 수업시간에는 맨 앞에 앉아 열심히 필기를 한다. 학점도 잘 따야겠고 공무원시험도 준비해야 하고, 공무원시험이 안 될 때를 대비해 취업을 위한 자격증도 갖춰 놓아야 한다. 자격증이 나오는 학과의 복수전공도 해야 한다. 그의 일과를 보면 학점을 잘 받기 위한 노력, 체력과 몸매 유지를 위한 운동, 봉사 점수를 따기 위한 사회봉사 등 빈틈없이 짜여 있다. 성실함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취업 장벽을 넘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변에선 ‘하면 된다’를 외치고 있다. 자신도 ‘하면 된다’를 새기고 또 새기는데 앞을 막는 장벽이 있다. 토익 점수다. 점수로 계산돼 나오는 영어실력 앞에서 매번 주눅이 든다. 게다가 시험은 상대평가라 다시 시험을 치면 더 잘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부추긴다. 한번 칠 때마다 드는 5만여원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 토익점수에 주눅이 든 것은 헌수만이 아니다. 해외 어학연수를 가거나
  • [열린세상] 위기와 ‘판단유예의 혜택’/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열린세상] 위기와 ‘판단유예의 혜택’/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위기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어느 조직이든 위기를 사전에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조직이 크면 클수록 발생하는 위기도 다양하고 그로 인한 피해도 커지기 마련이다. 위기 발생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면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차선책이다.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위기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기본과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하나가 위기관리에서 중요한 ‘판단 유예의 혜택’을 놓치는 것이다. 판단 유예의 혜택이란 조직이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공중이나 조직 안팎의 이해관계자들이 위기에 처한 조직을 비판하는 주장에 맹목적으로 동조하지 않고 조직의 해명을 기다려 주고, 양측의 주장을 듣고 난 다음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다. 지난주 여수산단 폭발 사고로 대림산업이 언론의 질타를 받았고, 지난 1월 말 발생했던 삼성전자 화성반도체 공장의 불산 누출사고 때 삼성이 언론과 이해관계자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사장에서 부회장까지 나서 세 번이나 고개를 숙이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할 정도로 위기 수습에 부심했다. 삼성으로서는 유사
  • [열린세상] 미래창조과학부가 성공하려면/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

    [열린세상] 미래창조과학부가 성공하려면/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

    박근혜 정부는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에서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 조직으로 경제부총리제 도입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제안했다. 10년 넘게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고심에 찬 조치다. 창조적인 원천 과학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시킨 미래 전략과 실행의 핵심 부서가 벤처·중소기업의 활성화를 이끌어 일자리 창출과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을 앞당기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미래부 신설을 위한 첫 번째 실행 단계에서부터 순탄하지 않다. 방송통신 분야의 미래부 업무 이관에 대한 의견 차이로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고 초대 장관 후보자인 자랑스러운 한국인 김종훈 전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 사장의 갑작스러운 중도 사퇴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새 정부의 핵심 부처 출항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박근혜호는 순항해야 한다. 멀지만 짧은 항해에 국민 모두가 동승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호의 주력 거함인 미래부가 순항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해 본다. 첫째는 미래부 함장으로서 적합한 경륜과 혜안을 지닌 장관의 선임 문제다. 다행히 이틀 전에 최문기 한국과학기술원
  • [열린세상] 누구를 위한 행복기금인가/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누구를 위한 행복기금인가/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장기 연체자의 빚을 탕감해 주고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준다는 국민행복기금의 운영방안이 가닥이 잡히는 듯하다. 재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기금에서 정부에 배당되는 3000억원과 신용회복기금의 잔액 8600억원, 그리고 차입금 7000억원 등 1조 8600억원을 토대로 10배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해 총 18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서민 지원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의 운영 방안은 금융회사에 대한 연체채무를 적정 가격에 매입해 원금은 50~70%를 감면해 주고, 제2금융권에 대한 고금리 채무는 은행권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유도한다는 것이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경제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과다한 부채로 인해 살아나지 못하는 소비 여력은 소득 창출과 내수 부양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지만 빚을 단기간에 되갚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저소득층을 비롯한 금융취약계층은 장기연체에 시달리고 빚을 갚느라 빚을 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국민행복기금의 취지는 이런 다중채무자와 장기연체자들
  • [열린세상] 너무도 안이하고 징징대는…/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너무도 안이하고 징징대는…/김정현 소설가

    지난 9일 아침,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한 도시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탔다. 승무원이 나눠주는 8일자 ‘환구시보’(環球時報)를 무심히 받아들었다가 아연실색했다. “평양, ‘제2차 조선전쟁’ 위협”이란 타이틀로 1면 전체를 할애한 기사는 금방이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질 것 같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텔레비전을 켜니 중국관영 CCTV 뉴스채널은 물론, CNN 등 세계 여러 방송이 주요 뉴스로 관련 화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쪽배를 타고 다가오는 김정은을 향해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 두 손을 치켜들고 미친 듯 환호하는 일단의 장병과 주민들. 광신 집단의 행태를 뛰어넘는 그 모습에 우리는 그저 익숙한 비웃음이나 지을지 모르지만 중국의 시청자들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남의 나라 일인데도 말이다. 다시 인터넷에 접속해 종편 뉴스채널을 연결하고 국내 여러 신문을 검색했다. 역시 헤드 뉴스는 모두 북의 협박과 그에 대한 상보였다. 하지만 남이 아닌 우리의 일인데도 남들의 보도보다 훨씬 가벼웠고 긴박감도 떨어졌다.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왔지만 한편 생각하니 너무도 익숙한 일이었다. 내 기억으로도, 들은 바로도, 우리는 종전 이후 단 한 차례도 북의 침략에 진정으로 분노하고, 결
  • [열린세상] 시진핑 시대의 중국과 중화민족 부흥/박정동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열린세상] 시진핑 시대의 중국과 중화민족 부흥/박정동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중화부흥”.(中華復興)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오르며 미국 다음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된 시진핑(習近平)의 취임 일성이다. 시진핑은 기자회견에서 “중화민족이 세계 민족들 속에 더욱 굳세고 힘차게 서고 인류를 위해 새롭게 더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의 주도 하에 정기적으로 열리는 세계 화상(華商)대회의 기록들을 보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은 한 걸음씩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이 속도를 내고 있는 대륙교(大陸橋·중국이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 대륙에까지 철도 및 육상 교통수단을 횡적으로 잇는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는 중화 부흥의 하나의 이정표적인 작업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지난 2007년 6월 최초로 중국 베이징~프랑스 파리 간 1만 6000㎞ 장거리 자동차 경주가 열린 것을 비롯해 최근까지 수차례 자동차 경주 또는 오토바이 경주가 베이징~파리 구간에서 개최되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현대판 대륙교 건설의 초기 이벤트로 활용하면서 중국 중심의 글로벌 경영 청사진으로 삼아야 한다고 화상회의를 통해 심심찮게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파리 간의 주행 시간은 고속철도의 경우 약 40시간으로 이틀이면 주파
  • [열린세상] 정부조직 개편과 국민이 원하는 것/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정부조직 개편과 국민이 원하는 것/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는 2000년도에 제작된 영국 영화이다. 멜 깁슨과 헬렌 헌트가 주연을 맡은 이 코미디 영화는 2011년에 ‘아지여인심’(나는 여인의 마음을 안다)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에서 다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한때 잘나가던 마초 성향의 광고기획자인 닉이 경쟁사 출신의 여성 달시에게 승진의 기회를 빼앗기게 되자, 강력한 소비력을 가진 여성들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다가 우연한 사고로 여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유쾌하게 다루고 있다. 여성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아는 것이 광고기획자의 기본적인 자질인 것처럼,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정치인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에도 정부조직 개편을 두고 국회에서 여와 야가 대립하며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은 기본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정치권이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이 원하는 바만 고집하며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박근혜 대통령의 준비 부족과
  • [열린세상] 세종의 굴욕/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세종의 굴욕/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청계천변이 싱그러워졌다. 상큼한 젊은이들이 북적대고, 카메라를 든 관광객이 넘쳐난다. 이들과 어깨를 맞대고 걷다 보면 여행객이 된 듯 상쾌하다. 그런데, 바로 옆 세종로를 운전할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광화문 앞 유턴 차선에서는 광장으로 차바퀴가 올라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고, 바닥의 판석은 자칫 미끄러질 듯 불안하다. 멀쩡하던 나무를 다 베어내고 황금빛 세종을 앉혔는데, 실하던 나무둥치가 아쉽고 금박 성형수술을 한 세종 뵙기가 민망하다. 그냥 그대로 둘 일이지 ‘세종로에 세종이 없다’고 그렇게 세종을 모셔야 했을까? 을지로는 어떻고 퇴계로는 어떻게 하고, 또 테헤란로는 어쩌라고. 광화문광장을 개방한 후 급히 경계석을 새로 만들고 차양막을 설치한 것만으로도, 얼마 후 장마에 물바다가 된 것만으로도 훌륭한 전문가님들이 오랜 기간 궁리하였다는 명품의 수준이 알몸을 드러낸 꼴이다. 아마도 다들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내 의도는 이러하였는데 관(官)이 들어 이렇게 바꿨다느니. 누구인가는 또 항변할 것이다. 그래도 외국인 관광객이 한 해에 몇 명이 찾고 서울시민 설문조사에서 80% 이상이 찬성을 하더라고. 그러나 안목 있는 외국인 관광객이 수도 서울 중심의 살벌한 광
  • [열린세상] 나누고 베푸는 지혜/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열린세상] 나누고 베푸는 지혜/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10여년 전에 나온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사회는 물론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은 전과자와 뇌성마비 환자의 사랑을 그린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고, 순진무구한 두 사람의 애틋한 모습은 사랑에 목마른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셔 주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소외된 자들의 위로와 치유이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끼리만 빨리 갈 것이 아니라 뒤처지고 모자라는 사람들, 심지어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까지도 껴안고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우리는 지난 50년을 통틀어 경제에 관한 한 놀라운 성과를 이룬 국가 중의 하나로, 많은 국가가 우리의 사례를 본받는다고 난리다. 세계 1등이 수두룩하고 믿기지 않을 만큼 여러 분야에서 우리의 국력이 뻗어나고 있다. 이렇게 놀라운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어디에서 왔는가? 무엇보다도 가난을 벗어나고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열망과 노력이 큰 밑바탕이 되었겠지만 수많은 기업 중에도 열심히 하고 똑똑한 몇을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밀어주는 성장전략도 한몫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결과 국민들은 잘살게
  • [열린세상] 문화 융성의 기초, 문화기본권/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열린세상] 문화 융성의 기초, 문화기본권/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 부흥, 국민 행복, 문화 융성을 국정의 3대 축으로 제시했다. 앞의 것은 이전 정권에서도 많이 들어온 것인데, 이 한 세트의 국정 목표가 전혀 다른 신세기적 비전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문화 융성’ 때문이다. 각각의 국정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한 우선 과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양극화의 해소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나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매우 높은 반면 문화 격차에 대한 위기의식은 이상하다 할 정도로 낮다. 이는 문화예술 향유를 경제적 여유에 비례하는 잉여적 소비의 대상으로 여기는 풍토 때문이다. 서구 문화선진국의 정책은 ‘더 많은 다수’의 문화 향유에 지향점을 두어왔다. 프랑스의 전설적 문화부 장관인 앙드레 말로는 1960년대 국민에게 보편적 접근권을 부여하는 문화정책을 폈고, 문화행정가 오귀스탱 지라르가 주창한 ‘문화민주화’도 문화 확산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활동에 가능한 한 다수 국민을 참여시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념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모두를 위한 문화’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찍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문화예술정책의 난항을 경험했던 영국은 토니 블레어 정권 이후 ‘사회적 배제’(social ex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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