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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신용카드사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보며/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신용카드사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보며/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 큰일이 터졌다.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사태다. 2011년 상호저축은행 부실 사태, 2013년 9월 동양그룹 사태에 이어 세 번째 대형 금융사고다. 한 신용정보업체 직원의 신용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일파 만파로 퍼지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련자를 엄중 문책할 것을 지시했으니 사건의 중대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 감독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한 지인이 물었다. 감독 당국인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순간 어느 한쪽을 택하기가 어려웠다. 금융위는 금융 감독 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금감원은 금융 감독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데, 어느 쪽이 책임이 있는지 분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금융 감독 기구 체제의 문제점을 여실히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감독 기구가 나뉘어져 있으니 서로 책임을 떠넘기게 된다. 두 기관 사이의 업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두 기관이 책임감을 갖고 일하기가 어렵다. 금융위는 공무원 조직이고, 금감원은 공적 민간 조직이다. 더욱이 금융위는 금감원을 지도, 감독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있다. 이런 관계이다 보니
  • [열린세상] 설 차례상 지키는 숲속의 보물/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설 차례상 지키는 숲속의 보물/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청마의 기운을 받고 시작한 갑오년 새해를 맞이한 지도 한 달여가 흘렀다. 설 명절을 맞아 고향의 부모님과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어린애들처럼 설렘을 느낀다. 역시 진정한 새해 첫날은 설인가보다. 명절은 그 나라와 민족의 최대 축제다. 중국의 춘절, 미국의 추수감사절, 필리핀의 만성절, 러시아의 성 드미트리 토요일 그리고 베트남의 쭝투가 대표적인 명절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통문화 예술로 구성된 다양한 축제를 즐기고, 고유한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 명절 중의 하나는 설날이다. 이 날은 아침 일찍 큰 방이나 마루에 병풍을 치고 여러 음식을 준비해 먼저 조상님께 차례를 지낸다. 설 차례 상의 음식 중 제일 먼저 밤(栗)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개 남자가 준비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차례 상에서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과실이기 때문이다. 밤 이외에도 그 자리를 차지하는 과실은 대추(棗)와 감(枾)도 있다. 이들은 숲 속에서 나는 우리나라 대표 임산물이자 차례상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과실이다. 또한 차례 상의 나물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보통 고사리와 도라지이며 취나물, 참나물, 죽순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숲 속에
  • [열린세상] 아베 총리에게 고함/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아베 총리에게 고함/김정현 소설가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인 친구도 몇 있습니다. 그런데 격언을 뒤집으면 ‘사람은 용서해도 죄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귀국 일본의 죄는 새삼 나열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여타의 범죄는 세월이 지나면 변명과 물타기에 진상이 흐려지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지만 침략전쟁이라는 범죄는 결코 그리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증언과 역사의 기록이 명백한데다 그 죄상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혹여 이즈음 일본이 쏟아내고 있는 말 아닌 소리들이 일부 이웃의 묵인에 힘 얻은 것이라면 참으로 어리석기 이를 데 없는 짓입니다. 귀국과 가까운 나라일수록 지난 전쟁의 직접 피해자인데, 과연 잊었으리라 생각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오직 사람을 용서하는 마음일 뿐입니다. 흔히 일본과 비교되는 국가가 독일입니다. 같은 전범국이었고 경제발전과 국제정치의 위상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양심과 신뢰에 있어서 귀국은 발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반성은커녕 국가와 개인의 구분도 못한 채 이웃과 주변을 어지럽히고, 양식 있는 많은 세계인을 여전히 불쾌하게 하니까요. 개인은 죽음으로 반복의 고리를 끊을 수 있지만 국가의 사망은 쉽지 않습니다. 그
  • [열린세상] 2014년에는 희망을 이야기하자/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열린세상] 2014년에는 희망을 이야기하자/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연말연시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울 광화문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가 얼마 전 100도를 넘겼다. 목표액인 3110억원을 훌쩍 돌파해 역대 최고 금액을 달성했다고 한다. 겨울 날씨에 움츠러든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소식이다. 기업들의 꾸준한 선행도 선행이지만, 그 이상으로 넉넉하지 않은 개인들의 참여 비중이 부쩍 늘어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연달아 전해지는 얼굴 없는 천사들의 고액 기부 행진 속에서 우리는 따뜻한 공동체의 희망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기부금으로 우리 사회의 저변을 추스르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녹록지 않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오래전 고착화됐고, 저성장 경제구조도 막기 어려운 흐름이다. 이미 구조화된 청년실업 문제 역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따라서 이 시대의 진정한 희망 찾기는 결국 ‘반듯한 일자리’로 직결된다. 기부가 돈이나 물건의 형태로 사랑을 나누는 행위라면, 일자리는 장기적인 자립 기반이다.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더 적극적인 형태의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는 곧 가족 모두의 ‘희망’이다. 고용의 불안정은 곧 정치·사회의 불안정으
  • [열린세상] 아파트의 역설과 진화에 대한 단상/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열린세상] 아파트의 역설과 진화에 대한 단상/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주거유형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이른다. 어디를 가나 아파트다. 사람들이 몰려 사는 도시만이 아니다. 한적한 시골의 논바닥이나 밭 한가운데에도 하늘을 찌를 듯 아파트가 솟아 있다. 반세기 전 처음 등장해 대량 공급체제 속에 진화해 온 아파트는 개인들에겐 큰 투자 가치재였고, 사회적으로는 집값을 부추기는 요소였다. 처음에는 낯선 서양식 입식 주거 양식에 적응하기 어려워 시행착오도 많았다. 무조건 남향으로 짓다 보니 경치 좋은 강이나 산을 뒤로하는 바람에 조망을 잃기도 했고, 김장 담글 공간이 마땅치 않아 욕조에서 배추를 절이기도 했다. 층간 소음이나 비상대피 통로를 소홀히 다룬 것은 우리의 취약한 안전의식이 표출된 측면이기도 했다. 그래도 한국적인 모습의 진화는 있어 왔다. 신발을 벗는 문화를 수용하고 거실 중심의 평면계획 속에서 바닥 난방의 온돌 방식을 고수했다. 김치를 보관할 장독대 대신 김치냉장고를 둘 수 있도록 뒤 발코니나 다용도실을 부엌과 바로 연결되도록 설계한 것도 지극히 한국적이다. 이런 배경에는 사용자가 더 이상 신발에 발을 맞추려 하지 않고 신발이 발에 맞지 않으면 외면당하는 시장원리가 담겨 있다.
  • [열린세상] 청마는 달리고 싶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청마는 달리고 싶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청마가 달리는 새해이다. 달리는 말은 그 기상이 드높다. 그런데 말을 달리게 하려면 채찍을 휘둘러야 한다. 채찍을 맞고 달리는 말은 쉬 지친다. 하물며 사람은 말이 아니다. 사람을 채찍을 휘둘러 달리게 할 수는 없다. 청마의 해에 사람들이 말처럼 달리게 하려면 희망이 필요하다. 사람은 희망을 품어야만 달릴 수 있다. 1980년대에 판자촌 지역에 사회조사를 간 적이 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올망졸망 단칸 방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외부로 난 길에는 부엌이 있고 부엌을 통과하면 그야말로 단칸방이 있었다. 부엌에는 작은 가마솥이 윤기가 자르르하게 놓여 있었고 방안은 정갈하게 정돈돼 있었다. 빈민촌의 흔적은 언덕 길가에서 본 부화하다만 계란을 파는 풍경, 그리고 구슬을 꿴다든가 하면서 그 좁은 방안이 또 다른 일터가 되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그때 본 판자촌의 모습은 사회학에서 배우는 ‘빈민문화론’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빈민 문화론은 빈민층 특유의 하위문화를 형성하고 있고 그곳에서는 폭력과 범죄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별도의 ‘하위문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등 내로라하는 대도시에 일반인이 갈 수 없는 으스스한 빈민촌
  • [열린세상]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깨닫는 사회를 위하여/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깨닫는 사회를 위하여/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현재처럼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국제적인 위상이 높았던 적도 없었다. 세종과 성종의 시대를 태평성대로 평가하고 있으나 제한적인 신분사회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우리 국민은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 87달러의 경제를 반세기 만에 2만 달러로 발전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했다. 서울의 지하철망과 서비스의 질은 도쿄의 지하철에 뒤지지 않으며 여의도의 거리는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에 비견할 만하다. 서울 강남역의 분위기는 일본 신주쿠역보다 활기가 넘친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지난 반세기 만에 이룩했다는 데 대해 세계가 놀라고 있고, 많은 개발도상국이 우리를 배우고 있다. 그러나 눈을 가리고 달리는 말처럼 좌면우고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달려온 탓일까. 우리는 제2의 도약을 앞두고 적지 않은 장애물들에 둘러싸여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높아지고 있는 지니계수가 대변하듯 계층 간 소득배분의 불균형은 계속 커지고 있다. 중위소득 50% 미만의 비율을 의미하는 상대적 빈곤율의 경우,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은 11.1%인 데 반해 한국의 상대
  • [열린세상] 지식창조사회 핵심 에너지는 소프트웨어융합/곽덕훈 시공미디어 부회장

    [열린세상] 지식창조사회 핵심 에너지는 소프트웨어융합/곽덕훈 시공미디어 부회장

    지식정보사회를 지나 창조가 핵심 가치로 부각된 초연결 지식창조사회에서는 상상력, 창의성,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꿈과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복지사회의 실현이 중요시되고 있다. 지식창조사회가 성숙할 때 지식과 창의력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새로운 산업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으로 풍요와 복지가 증진될 수 있다. 이러한 지식창조사회를 꽃피우고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동력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산업사회에서 대량생산에 필요한 인프라 중심의 에너지가 요구되었다면 지식창조사회에서는 산업 간이나 산업 안에서 융합을 통해 기존의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는 핵심 에너지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즉 소프트웨어는 그 자체로서의 산업적 역량뿐만 아니라 자동차, 항공, 조선, 전자, 의료기기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 및 융합되어 제품의 기능과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러한 측면서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소프트웨어산업(콘텐츠를 포함한 광의적 개념)이 미래 핵심 먹거리산업으로 설정됐다고 본다. 정부는 지난해 소프트웨어를 핵심 산업화하겠다는 의지로 초중고에서의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대학에서의 현장 수요중심의 소프트웨어 교육, 소프트웨어 산
  •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힘 있는 사람/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힘 있는 사람/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 주립대 미대에서 10여년을 재직하다 2년 전에 귀국하여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N 교수는 만나자마자 대뜸 이런 게 창조경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뉴욕주 버펄로시의 번창했던 시절의 노동자들은 고령화로 인해 치매 등 노인병 발병률이 높은 반면에 노후 준비는 잘 돼 있지 않다고 한다. N 교수는 미술전공을 살려 경증 치매환자들에게 색칠하기와 기억회상을 접목하여 뇌운동을 연습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색칠하기와 기억회상에 사용되는 시각적 자극과 물리적 운동이 뇌운동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입증되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인 로즈웰 파크 암센터, 뉴욕주립대 미술관 및 사회학과가 참여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를 지원해주는 제약회사에 펀드 신청을 했는데,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는 호응을 얻었지만 마침 2012년도에는 노인복지를 위한 펀드가 설정돼 있지 않아 구체화되지 못했다고 한다. 요약하면 작은 아이디어에 4개 기관이 협업하여 무언가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N 교수 프로그램은 여러 분야와의 협업·융합을 필요로 하며, 사회복지사나 미대졸업생들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더구나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춤으로써 치매로 인한 엄청난 사회
  • [열린세상] 정치개혁은 가능한가/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정치개혁은 가능한가/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우리나라 국회에서 진정한 정치개혁은 가능할까.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으로부터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국회가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엔 교육감 직선제와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 그리고 자치구 의회 폐지가 대립의 이유다. 사실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꾸자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권투에서 선수를 링 위에 올려놓고 규칙을 바꾸자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굳이 바꿔야 한다면 바뀐 규칙은 다음부터 적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정치개혁특위는 의석수에 따라 위원을 배분하고 대부분의 이슈에 대하여 당론에 의한 선택을 피할 수 없으니 주고받는 것이 엇비슷할 때나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경우 외에는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소위 국회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국회법 개정에 합의한 것은 누가 여당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수당의 입지를 강화하자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치인들이 따라야 할 규칙을 정치전문가나 비정치인들이 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들도 사실상 특정 정당이나 이념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 누가 규칙을 만들어도 여야 정치권이 동의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선거규칙을 논할 때 중
  • [열린세상] 중국발 ‘식량 나비효과’와 위험관리/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중국발 ‘식량 나비효과’와 위험관리/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 가면 인민공사(人民公社)라는 서점이 있다. 2002년에 생긴 작은 책방은 중국 금서(禁書)를 판매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인기를 모았다. 이 서점이 일반 외국 관광객의 방문지가 된 것은 2008년 중국에서 발생한 멜라민 분유 사건이 계기가 됐다. 중국인들이 외국산 분유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서점이 주요 외국산 분유를 판매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책과 함께 분유를 구입한 것이다. 이것을 서방 언론이 ‘금서와 분유’를 연계해 중국의 한 특징을 보여 주는 곳으로 보도하면서 외국 관광객의 방문지가 됐다. 분유 판매액이 서적 판매액의 두 배가 된다는 보도도 있다. 중국의 식품 파동이라는 나비 날갯짓이 가까운 곳에 미친 파동 효과였다. 이 파동은 더 먼 곳으로 퍼져 나가 홍콩은 물론 호주, 영국 등의 상점에서 중국인에 의한 분유 매점 때문에 판매와 반출 제한 조치를 불러왔다. 이 같은 식품 안전성뿐만 아니라 중국은 소득 향상에 따른 육류 소비 증가, 경제성장과 도시화에 따른 농지감소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식량 나비효과를 보여 줄 것으로 전망된다. 육류 소비 증가는 축산물 위주로 농업생산 구조를 전환시켜 농업생산액의 36%를 차지, 18%
  • [열린세상] 인도의 새 정치, 정치혁명의 시작?/이옥순 연세대 연구교수·인도연구원장

    [열린세상] 인도의 새 정치, 정치혁명의 시작?/이옥순 연세대 연구교수·인도연구원장

    지난 연말 인도의 수도 델리에는 의미 있는 정치적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이라기보다 혁명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그 여파가 크다. 시민운동을 이끌던 세력이 만든 신생정당이 창당 1년 만에 델리의 지방선거에서 존재를 과시하며 주정부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총 70석 중 28석을 차지해, 과반에는 미달했으나 제3당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은 그들은 정당의 상징으로 내건 빗자루 만큼이나 여러 면에서 새롭고 파격적이다. 인도에 새 정치의 바람을 일으킨 AAP(Am Adami Party:서민정당)의 상징인 빗자루는 사회 최하층 청소부들의 삶의 도구로 기존정치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쓸어버린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기존의 금권정치, 자기중심적 매너리즘에 빠진 거물급 정치인들을 쓸어버리고 델리의 의회와 정부를 이끌게 된 AAP 지도자들은 거의 다 정치와 행정의 신인들로 대다수가 2011년 전국을 뒤흔든 반부패운동을 이끈 주인공들이다. 지난 20년간 인도는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며 ‘브릭스’와 ‘친디아’로 불리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발전이 도대체 누굴 위한 발전이냐는 의문이 줄기차게 제기될 정도로 경제규모가 커지는 만큼 정치인의 부정부패 규모
  • [열린세상]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가는 길/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가는 길/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우리도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시달리며 이렇다 할 국정 성과를 내지 못했던 박 대통령이 모처럼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적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은 공기업 개혁 등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실현, 내수활성화를 통해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학자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한국경제가 2007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경기침체 등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해는 약 2만 4000달러를 기록했다. 2만 달러에 고착돼 있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지금까지의 경제 패러다임을 뒤엎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한국의 경제 체질’의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고질적인 ‘한국사회의 갈등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한국경제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성장 이론과 선진국 사례를 전
  • [열린세상] 올해는 대일정책 성패의 갈림길/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열린세상] 올해는 대일정책 성패의 갈림길/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이후 한·일관계의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한·일관계를 되돌아보면 지금보다 더 나쁜 시기도 있었다. 1974년 문세광 사건 때는 국교를 단절하겠다고 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또한 1998년 초 일본이 한·일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동해바다에서는 전쟁과 마찬가지로 서로 어선을 나포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를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은 ‘사이가 나빠 말을 하지 않는 이웃’ 정도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한·일관계를 잘아는 전문가들은 지금의 갈등을 이전보다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심지어는 앞으로 한·일관계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더욱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지금까지 한·일 양국이 쌓아온 과거사에 대한 합의(반성과 사죄)에 대해 일본 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더욱더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 제국주의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변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일본 정치권은 국제사회의 시선엔 아랑곳하지 않고 전후 체제의 속박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앞으로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뿐만
  • [열린세상] 양적완화 축소와 엔저 심화 대비해야/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양적완화 축소와 엔저 심화 대비해야/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8일 공개된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지난해 12월 17~18일 회의록에 의하면 대다수 위원들이 양적완화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대다수 위원들은 이번 회의에서 올해 안에 양적완화를 모두 회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월 85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규모를 금년 1월부터 7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의 연준위원들은 양적완화의 정책 효과는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채권매입 규모 축소와 상관없이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았다고 한다. 향후 연준은 경제성장지표와 실업률의 개선 추이를 참조하면서 채권매입 액수를 ‘점차’ 줄여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연준은 양적완화 종료와 상관없이 금리는 한동안 계속 제로금리수준(0~0.25%)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기류를 감안하면 연준은 금리 인상으로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죽이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년 한 해 동안 양적완화 규모의 축소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동안 풀려나간 자금을 회
  • [열린세상] 한국사 교과서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열린세상] 한국사 교과서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결국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채택률이 0%로 떨어졌다. 경북 청송여고가 계획을 백지화한 데 이어 파주 한민고도 3월 개교 전까지 교과서 선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디지텍고등학교가 참고자료로 학교에 비치하겠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밝혔듯 복수채택이 아니다. 검정을 통과한 8종의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유독 교학사 교과서만이 공교육시장에서 퇴출된 셈이다. 이로써 2010년에 ‘한국사’가 검정체제로 일원화되면서 내세웠던 다양성 확보라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해 버렸다. 선호와 취향이 다양한 다원주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 서술태도 때문에 “소비자인 교사, 학생, 학부모의 철저한 외면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사 교과서의 채택 과정이 자유롭게 진행되었다면 이런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선택권자를 둘러싸고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던 만큼 과연 이런 평가가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정치권에서는 벌써 극심한 정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외부압력 때문에 이리되었으니 국정교과서로 전환해야겠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정당한 국민선택의 결과로 이리되었으니 그렇
  • [열린세상] 누가 대안인가?/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누가 대안인가?/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민은 어떤 정당을 얼마만큼 지지할까? 서울신문 신년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37%, 민주당 2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양당 지지율을 합치면 57%. 나머지는 무당파(無黨派)다.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35%다. 2013년 하반기 이후 정당 지지율의 패턴은 대체로 유사하다. 새누리당은 40~45%, 민주당은 19~22%의 지지율을 보여왔다. 무당파도 항상 35% 안팎이었다. 무당파는 대개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고 새누리당과는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다. 무당파는 구성이 다양하다. 무당파는 ‘정치적 무관심층’, ‘소극적 무당파’, ‘적극적 무당파’, 그리고 ‘인지적 무당파’ 등 4개 부류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대다수 무당파는 선거 때 나름의 정치적 선택을 한다. 지금 ‘대한민국 최대정파’의 하나로 무당파가 존재하는 것은 선거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당파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대통령 임기 2년차의 특징이기도 하다. 사실 올해의 무당파는 과거의 무당파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2년차의 서울신문 조사에 따르면 당시 무당파는 54%였다. 10년 전 노무현 정부 2년차의 서울신문 조사에서도 무당파는 5
  • [열린세상] 소통, 제대로 된 ‘말길’이 필요하다/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소통, 제대로 된 ‘말길’이 필요하다/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사례 1. 22일이라는 사상 최장 파업을 기록한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운영법인을 위한 철도운영사업 면허 발급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사례 2. 80년대 시국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변호인’은 개봉 3주 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평론가는 당시의 폭압적 권력을 고발한 영화가 오늘의 시민 정서와도 공명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사례 3. 자기 이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정치사회적 이슈에만 민감하게 반응했던 젊은 세대들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통해 정치참여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했다. 사례 4.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던 스무 개 남짓 고등학교들이 처음의 결정을 번복해 채택률이 0%대에 머물렀다. 시민사회와 고등학생들은 SNS와 대자보를 통해 채택 거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노동자, 시민, 대학생, 청소년들이 정부의 정책의사 결정 과정을 신뢰하지 않으며 권력의 집행이 일방적이라고 인식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법과 원칙에 입각한 정책집행을 강조하지만,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시민사회의 보편적 상식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권력의 의사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 [열린세상] 양극의 대립에서 태극의 순환으로/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열린세상] 양극의 대립에서 태극의 순환으로/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새해에는 한국 사회가 새로운 차원으로 성숙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결구도의 사생결단 사회는 이제 지속 가능하지 않은 듯합니다. 대립하는 개념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양극의 논리를 넘어서는 것이 한국 사회의 숙제가 아닌가 합니다. 경쟁의 궁극적인 모습은 공생이라고 하지요. 문제의 핵심은 대립하는 가치의 선택이 아니라 선순환이 지속 가능한가로 보입니다. 이제 양극의 대립에서 태극의 순환으로 한국 사회가 승화해야 할 때가 된 듯합니다. 임직원을 착취하는 기업주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 회사의 경쟁력은 상관없이 조합원의 이익만 도모하는 강성노조도 지속 가능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로는 사회 발전은 사라지는 듯합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을 통하여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패권주의는 이제 불가능하다고 보이네요. 이제 음과 양의 두 기운이 양극으로 대립하는 단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모든 생명은 대립하는 가치들이 순환하면서 태어나고 있답니다. 상극(相剋)이 순환과정에서 상생(相生)으로 승화하지요. 상극의 모습이 양극이라면, 상생의 모습은 태극입니다. 콩이 콩나물로 탄생할 때도 양극에서 태극의 모습으로 바꾸고, 태아의 모습도 태극의 모습
  • [열린세상] 어떤 준비들을 하고 계신지요/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열린세상] 어떤 준비들을 하고 계신지요/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갑오년이 밝았습니다. 120년 전의 갑오년을 기억하며 걱정들이 봇물 터지듯합니다. 필자 역시 걱정이 앞섭니다. 1년간의 논의에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기초연금, 별다른 개혁 움직임이 없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불발에 그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 마음에 걸립니다. ‘걱정도 팔자야’라는 반응도 적지 않으나 국내외 동향을 보노라면 우려가 커집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가네코’ 부장 말을 들어보죠. 노인 빈곤율이 높은 한국과 달리 일본 노인의 삶 만족도는 높답니다. 고도 성장기에 축적한 자산 외에 후한 연금 때문이라네요. 반면에 젊은 층 삶의 만족도는 낮답니다. 예전처럼 취업하기 쉽지 않고 고용은 보장되지 않으면서 월급이 노인 연금보다도 적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다 보니 결혼을 피하고 급기야 직장까지 포기해 부모 연금으로 살아가는 젊은이가 늘어간답니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50대 자식이 80대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도 있다 하네요. 부모 연금이 충분하니 같이 살 만해서랍니다. 부모가 사망하면 연금이 끊길 터인데 연금이 없는 자식이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라네요. 장수 국가 일본이 겪는 고령사회 후유증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일본도 연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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