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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귀신·저승사자 등장 자동차 광고에 열광하는 소비자/황금주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귀신·저승사자 등장 자동차 광고에 열광하는 소비자/황금주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머리를 풀고 소복 입은 귀신이 차 안에 앉아 인간을 놀래 줄 생각에 들떠 있다. “귀신 언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묻고 싶을 것이다. 작년 11월부터 유튜브 등에 공개된 현대차 신형 쏘나타 영상 광고에 귀신이 시리즈로 등장한다. 소셜미디어용으로 제작한 귀신 광고는 관심과 호평으로 TV까지 진출했다. 자동차 광고의 귀신 등장은 금기였고, 여전히 불편한 시각도 있다. 현대는 해외 광고에도 이미 귀신을 등장시켰고, BMW 자율주행 광고에서 귀신은 운전석 문을 열어 보니 운전자가 없자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간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사람이 만든 기술에 귀신들은 허당끼를 제대로 보여 준다. 역시 귀신은 한국 귀신이 매력 있다. 생머리 푼 소복 귀신은 서늘하고 신비롭다. 봉두난발에 너덜너덜한 흰 드레스를 걸친 서양 귀신은 사납고 폭력적이다. 귀신은 양반이다. 벤츠 E클래스가 눈 덮인 한적한 산길을 달리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던 운전자는 조수석에서 저승사자를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저승사자는 음산하게 웃으며 “소리”(Sorry·미안)라고 말한다. 순간 운전자는 차 유리를 덮칠 듯 다가오는 통나무를 발견하자 급브레이크를 밟
  • [열린세상] 코로나19 시절의 설 보내기/김세정 바르샤바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열린세상] 코로나19 시절의 설 보내기/김세정 바르샤바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민족의 대명절 설이 코앞에 다가왔다. 설을 앞둔 주말은 설 준비 이야기로 소셜미디어가 시끄럽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좀 다르긴 하다. 하기야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예년과 같은 일이 뭐 그리 많았던가. 어쨌거나 주로 나오는 이야기는 코로나가 찝찝하고 두렵기는 한데, 보고 싶기도 하고 안 가면 어른들이 서운해하실까봐 고민이다 뭐 이런 거다. 말하자면 고향집에 갈까요 말까요. 명절이 다가오니 한국에서 안부를 묻는 문자가 왔다.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던 끝에 한국은 다섯 명 이상 모이는 것이 금지돼 심심하고 불편하다고 한다. 아니 지금 누구 약 올리시나. 여기는 같이 사는 가구원 이외의 사람은 원칙적으로 한 명도 만날 수가 없다. 공원 등 야외에서 만나는 것도 안 된다. 학교는 문 닫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근무 역시 재택이 원칙이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사람만 출근을 해야 한다. 실내 운동시설은 몽땅 문 닫았고 야외 운동 역시 같이하는 것은 금지다. 식료품이나 의약품 등 필수품 이외의 상품을 파는 가게들도 문을 닫았다. 카페고 식당이고 가서 먹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고 미리 주문해 놓고 찾아가거나 배달을 시켜야 한다. 그나마 작년 봄 1차 록다운 시
  • [열린세상] 유시민과 ‘검은 수사’/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유시민과 ‘검은 수사’/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안톤 체호프의 ‘검은 수사’는 몇 번씩 곱씹어 읽는 단편 소설이다. 잘생기고 학식이 높아 존경받는 코브린 박사는 신경쇠약으로 인해 자신을 길러 준 페소츠키와 그의 딸 타냐가 사는 농장으로 가 휴식을 취한다. 여기서 코브린은 그가 만들어 낸 환영, 곧 검은 옷을 입은 백발의 수도승, 즉 검은 수사를 반복적으로 보게 된다. 이 검은 수사는 코브린을 ‘신이 선택한 자’, ‘영원한 진리를 추구하는 천재’, ‘공공선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자’로 칭송한다. 이 ‘고귀하고 행복한 운명’이라는 환상은 그를 흠모하던 타냐와 결혼하면서 잠시 중단된다. 그러나 도시로 돌아온 코브린은 안락한 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검은 수사를 다시 보게 되자 농장으로 가서 휴식을 취한다. 검은 수사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코브린은 자신의 고결함과 천재성을 인정해 준 검은 수사를 못 보게 됐다며 오히려 타냐와 페소츠키를 계속해서 힐난하고, 타냐와 이혼한다. 어느 날 해변의 호텔에 머물고 있던 코브린은 페소츠키가 죽었으며 이 모든 불행이 그 때문이라고 저주하는 타냐의 편지를 읽는다. 이제 드디어 자신의 평범함을 깨달은 코브린에게 검은 수사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천재라고 말한다. 두려움, 공포, 슬픔,
  • [열린세상] 코로나 시대의 ‘슬기로운’ 재정정책/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열린세상] 코로나 시대의 ‘슬기로운’ 재정정책/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올해도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여전하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우선 설 연휴까지만 연장된다지만, 확진자가 줄지 않는 한 현 상황은 계속될 것 같다. 정치권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민간부문 경제 위축이 지속되자 손실보장제 도입을 논의하다가 이것이 물건너가는 분위기가 되면서 4차 재난지원금 논의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심리 위축이 도소매 판매업, 레저 및 여가 등 서비스업 부진을 지속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업종에 주로 종사하는 자영업자 542만여명의 누적 영업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기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고, 그 규모는 총 66조 8000억원이었다. 이 중 3차에 걸친 재난지원금은 31조 4000억원 규모를 조성해 지급했다. 이러한 추경이나 재난지원금은 각각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3.5%와 1.6% 수준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재정을 통한 지원 규모가 GDP의 평균 1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의 한 끝에는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국채 부담에 대한
  • [열린세상] 정의당 사태 단상/김세연 전 국회의원

    [열린세상] 정의당 사태 단상/김세연 전 국회의원

    정치에서 희망을 찾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 찾기를 바라는 것이 될 정도로 현실성 떨어지는 기대가 돼 버렸다. 상대를 경쟁자 아닌 적으로 여기며 증오하는 것을 정치의 본령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정치권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정당은 재벌개혁하고, 진보정당은 노조개혁하는 것이 정당 간의 이상적인 역할 분담일 텐데, 진영에 충성하고 이해관계를 떠받드는 정치인들의 현실 안주와 용기 부족으로 보수정당은 재벌 감싸기, 진보정당은 노조 감싸기를 반복해 왔고, 결과적으로 열심히 하루를 살고 있는 국민들이 대가를 치러 와야 했다. 최근 몇 달간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희망을 접했다. 보수정당에서도 입을 열기 어려웠던 ‘공무원연금의 국민연금 통합’과 사회연대 원리에 따른 ‘저소득층까지 보편증세’를 공개적으로 주창한 ‘진보정치 2세대’ 김종철 정의당 대표의 등장 덕분이었다. 양대 정당의 적대적 공생구조에 늘 문제의식을 가져 온 입장이라 새 모습과 열정으로 움직이는 정의당과 녹색당에 대해 ‘지않응’, 즉 ‘지지하지는 않지만 응원하는’ 사람 중 하나였기에 노조를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는 정당의 대표가 저런 유연하고 통합적인 견해를 용기 있게 내놓는 것을 보고는 ‘드디어 한국
  • [열린세상] 사랑하는 법을 아시나요/박산호 번역가

    [열린세상] 사랑하는 법을 아시나요/박산호 번역가

    엄마가 개에게 물렸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키우는 5개월 된 천방지축 말썽꾸러기 시바견 ‘해피’에게 물렸다. 사실 엄마가 첫 희생자는 아니었다. 나도 두 달 전에 해피에게 왼손을 꽤 크게 물려서 한동안 붕대를 감고 다녔다. 개에게 물린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딸이 어렸을 때 지독하게 못생긴 믹스견 한 마리를 주워 오는 바람에 차마 버릴 수 없어 ‘장군’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고 한동안 키우다 나와 아이를 무는 바람에 다른 집에 보낸 적이 있었다. 여러 번 파양됐다 결국 버려져 마음에 상처가 많았던 장군이를 떠나보내기가 가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흰 머리가 성성한 엄마가 손에 피를 뚝뚝 흘리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미는 한편 이 혈기왕성한 강아지를 어찌해야 할지 한숨이 났다. 장군이를 그렇게 보냈으니 이번에 해피는 어떻게든 끝까지 책임지고 사랑으로 기르고 싶어 결국 전문 훈련사에게 방문을 요청했다. 훈련사는 해피와 상호작용하는 우리 가족 관계를 물어보고, 해피의 나이와 몸 상태를 살펴본 후 문제를 진단했다. 그 결과 우리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시바견 특유의 늠름한 자태와 아기 강아지의 귀여움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해피에게
  • [열린세상] 환경개선 비용은 누가 지불해야 하나?/안소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환경개선 비용은 누가 지불해야 하나?/안소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장 실패에서 출발하는 경제학이 있다. 환경경제학이다. ‘시장이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경제원론 1장의 내용을 비트는 시작이다. 그리고 시장 실패를 발생시키는 전형적인 예로 외부효과를 꼽는다. 환경오염의 외부효과는 의미 전달이 쉽지 않아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석탄화력 발전소는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생산 과정에서 미세먼지를 방출하지만, 미세먼지가 유발하는 건강 피해는 고려하지 않는다. 기업의 입장에서 미세먼지를 고려하지 않는 이윤 극대화는 합리적 행동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러한 상태를 가리켜 외부효과가 발생했다고 한다. 결국 외부효과는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 또는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생산에 소요되는 직간접적인 비용만을 부담하고, 건강 피해를 포함한 환경비용은 부담하지 않는다. 이 경우 환경비용은 의료비용의 형태로 인근 주민 또는 국민에게 전가된다.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외부효과를 제거하기 위한 환경정책은 다양한 형태로 설계될 수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배출부과금과 보조
  • [열린세상] 표절 논문, 지도교수는 어디에 있는가?/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열린세상] 표절 논문, 지도교수는 어디에 있는가?/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15년을 시간강사로 살았다. 내 밥벌이의 근간이긴 하지만, 이 일은 순전히 자본주의적으로 생각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교육자의 사명이니 뭐니 갖다 붙이기도 낯뜨거운 애증의 정체성이다. 짧지 않은 시간 여러 대학을 전전하며 강사를 하다 보니 갖가지 일을 겪었다. 강사 생활 초기에 한 대학에서 전화가 왔다. 논문 심사를 해 달라고 했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착각하신 모양인데 나는 교수가 아니라 할 수 없다고 했더니 관행이란다. 학생수에 비해 교수가 너무 적고 이론 담당 교수가 없어서 관행적으로 강사들이 심사를 했다고 한다. 그깟 관행은 내가 알 바 아니고, 논문 심사는 그 논문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뜻인데, 교수도 아닌 석사 출신 시간강사가 그 논문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문제인지 물었다. 교수가 부족하면 교수를 더 뽑던가, 학생이 많으면 학생수를 줄이라고 말했다. 그 후로 더이상 그런 부탁(?)은 받지 않았지만 다른 강사가 바로 그 일을 맡았다. 나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누군가는 군말 없이 했다. 그러니 그런 ‘관행’이 없어졌을지는 의문이다. 상당히 오랫동안 학생들 과제를 받아서 일일이 코멘트 적어 피드백을 해 주곤 했다. 처음에는 하도 답
  • [열린세상] 범죄 피해자가 꼭 알아야 하는 수사권 조정/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범죄 피해자가 꼭 알아야 하는 수사권 조정/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범죄 피해를 예상할 수 있을까. 사람의 힘과 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그렇기에 범죄 피해를 당하면 앞이 캄캄해진다. 수사기관에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고 말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수사나 재판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1월 1일부터 검경 수사권이 조정됐다. 수사권 조정이란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적 관계’로 재정립해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도록 조정된 것을 말한다. 어렵고 복잡한 수사권 조정의 내용 중 피해자가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을 살펴보자. 첫째, “고소는 경찰서에 하세요”. 지난해까지는 고소장을 가까운 경찰서나 검찰청 어디에나 접수시킬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경찰서에 가서 고소장을 내야 한다. 이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몇 개뿐이고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청에서 고소장을 반려할 가능성이 있으니 괜히 두 번 걸음하지 않도록 고소장을 내려면 경찰서에 가자. 둘째, “꼭 이의신청하세요”.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은 지난해까지는 모두 검찰에 송치해야 했다. 검사는 송치된 사건들
  • [열린세상] 정치인의 막말이 만드는 카르마/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치인의 막말이 만드는 카르마/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내가 신문 칼럼을 쓰면서 다짐했던 것이 있는데, 그것은 정치 이야기는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요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하도 많아 나라도 정치 이야기를 안 하는 게 다른 사람을 돕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다짐을 깨고 정치 이야기를 하려 한다. 나는 막 카르마에 대한 책의 원고를 탈고했다. 카르마와 관련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치인의 ‘막말’에 대한 것이다. 정치인들은 아무 말이나 뱉어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카르마 법칙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막말에는 엄청나게 나쁜 업보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카르마 법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불교의 정통 교리인 이 법칙에 따르면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은 씨앗의 형태로 우리의 의식에 저장됐다가 나중에 기운이 상응할 때 발현된다. 이 법칙의 철칙은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칙이 엄중한 것은 우리가 하는 모든 것에 과보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몸으로 하는 행동뿐만 아니라 말과 생각으로 하는 것이 모두 과보를 만든다. 남을 때리면 당연히 그에 대한 업보가 있지만 말로 욕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업보가 생긴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
  • [열린세상] 종신보호 약속과 특급기밀/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종신보호 약속과 특급기밀/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닐 시한이 세상을 떠났다. 펜타곤 페이퍼 사건을 특종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자다. 미국이 베트남전에 어떻게 개입하고 국민을 얼마나 기만했는지 보여 준 펜타곤 페이퍼는 1급 기밀문서였다. 국방장관 맥나라마의 지시로 수십 명의 전문가가 3년에 걸쳐 작성했다. 연구자로 참여했던 엘즈버그가 언론에 문서의 존재를 알렸다. 1971년 6월 13일 ‘베트남전 기록’이라는 기사가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닐 시한이 썼다. 국방부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통킹만 사건을 날조해 베트남전에 개입했고, 개입한 역사도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됐으며 미군이 승리하고 있다는 홍보 내용과 달리 실상은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정부는 뉴욕 연방지법에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6월 15일 법원은 뉴욕타임스 보도를 금지시켰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6월 18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를 이어 갔다. 정부는 워싱턴 연방지법에도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은 신청을 기각했다. 정부의 항고로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도 일시 금지됐다. 두 신문에 대한 본안소송이 개시됐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모두 승소했다. 항소심에서 뉴욕타임스는 패소, 워싱턴포스트는 승소했다. 6월 30일 연방대법원은
  • [열린세상] 자기반성의 용기/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열린세상] 자기반성의 용기/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른 출근길 라디오에선 나훈아의 ‘테스형’이 흘러나온다. 정작 소크라테스가 한 말도 아니건만 “너 자신을 알라”는 가사에 멈칫해 브레이크에 발이 간다. 지난 한 해 무엇을 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명색이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기억에 남는 강의도 없고, 연구 성과도 변변찮다. “세상이 왜 이래” 하고 따라 부르며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라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2020년은 돌아보기조차 싫다. 연구실 책상 앞에 앉으니 모니터에 비친 실루엣이 가득하다. 문득 윤동주의 시 ‘자화상’이 떠오른다. 외딴 우물에 비친 모습처럼 꺼진 모니터에 비친 내가 밉기도 하고 가엽기도 하다. 컴퓨터를 켜고 화면이 밝아지니 이내 사라진다. 마음을 다잡고 작업 폴더를 펼쳐 놓고 보니 그 속에 추억처럼 내가 있다. 윤동주의 작품을 읽으면 늘 ‘부끄러움’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가 무슨 잘못을 그리 했기에 이토록 매 작품 부끄러워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일제강점기에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고자 고민했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시대의 아픔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 속에 자신의 무기력함을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그의 부끄러움은 자기반성의 용기가 있어
  • [열린세상] 인구절벽 대비한 과학기술 인력 확보 대책은/이은우 건양대 교수

    [열린세상] 인구절벽 대비한 과학기술 인력 확보 대책은/이은우 건양대 교수

    산업혁명이 처음 일어난 18세기에는 당시의 변화가 산업과 사회의 혁명적 변화로 이어지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당시의 기술 혁신과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생산을 하게 되자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맬서스는 1789년 ‘인구론’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갈파하면서 인구 폭발로 인한 빈곤의 위기와 인류의 종말을 경고했다. 그러나 18세기 말 10억명이 채 되지 않던 세계 인구가 150여년이 지난 지금 8배로 늘어났지만 인류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이 엄청난 인구를 부양하고 삶의 질도 개선하며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18세기 후반 시작된 1차 산업혁명에 이어 2차와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K바이오 정책 추진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 중인 우리나라의 인구 현황은 ‘역인구론’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즉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은 향상되고 있지만 인구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생산성이 증가하는데도 인구가 감소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소득의 증대로 개인화의
  • [열린세상] 헨리 조지가 바라던 사회/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열린세상] 헨리 조지가 바라던 사회/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몇 년 전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구소련 시절 지어진 노후 백화점 건물 자산관리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 해당 국가는 구소련 해체 후에도 여전히 사적 토지소유가 제한돼 있었다. 개인이나 법인은 토지의 장기사용권을 통해 건물을 짓고 운영했는데, 문제는 그 토지사용권 기간이 정부 의지에 따라 고무줄처럼 적용됐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토지사유제를 도입한다고는 했지만, 수년간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았다. 부패된 지방정부의 수장은 늘 바뀌었고, 조세제도도 들쭉날쭉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로서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가능한 한 이 자산을 빨리 처분하는 것이었다. 글로벌 자산관리 회사는 물론 회계법인, 부동산 업자를 통해 매각을 타진해 봤다. 하지만 그들로부터 돌아오는 피드백은 냉담했고, 매수자들은 토지의 소유권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굳이 건물을 매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대안으로 자본을 투입해 노후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는 방안도 고려해 봤다. 하지만 경제성 분석 결과 마이너스 현금 흐름이 도출돼 이마저도 폐기됐다. 건물의 자산 가치는 대지비와 건축비로 나뉘는데, 이 건물의 경우 대지비는 거의 가치가 없는 수준이고, 내용 연수 기간이
  • [열린세상]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위한 새해 덕담/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열린세상] 대통령과 대한민국을 위한 새해 덕담/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덕담’(德談)이란 말이 있다. 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서는 덕담을 “세시풍속의 하나로 새해가 되었을 때 친지가 서로 만나서 해가 바뀌는 인사를 주고받고, 상대방이 잘되기를 비는 말로 악담(惡談)과 반대가 된다. 상대가 반가워할 말을 들려주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신축년 새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는 탓에 임기 내내 여기저기 험한 비판과 비난에 시달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시풍속에 따라 오늘만이라도 덕담을 하고자 한다. 덕담에도 방법이 있다. 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덕담은 “‘이제 그렇게 되라’고 축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벌써 그렇게 되셨다니 고맙습니다’라고 단정해 경하하는 것이 우리나라 덕담의 특색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올해는 장가 드셨다지요’, ‘올해는 부자가 되셨다지요’ 하는 식으로 먼저 축하를 건네 주는 것”이다. 우선 전대미문의 전염병인 코로나19 예방과 방역 성과에 대한 덕담이다. “대통령님, 코로나19가 세계에 모범이 되는 K방역의 성과에 힘입어 대한민국에서는 더이상 기승을 부리지 못하고, 3월부터 시작된 전 국민 예방접종으로 완전 퇴치됐다지요? 대통령님을 비롯한 정부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겨울을 맞아 기존 코로나
  • [열린세상] 업사이클링, 자원순환사회의 첨병돼야/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업사이클링, 자원순환사회의 첨병돼야/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21세기에 들어와 환경오염, 기후변화, 자원고갈 등이 맞물리면서 인류의 생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려면 경제, 환경, 사회 문제를 개별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이들을 동시에 고려하는 융합적 사고가 요구된다. 독일, 일본을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자원 및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자원순환 정책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폐기물 관리 정책은 1980년대는 안전처리,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는 재활용 정책, 2017년에는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자원순환 정책으로 전환했다. 환경부가 표방하는 자원순환사회는 자원채취, 생산, 유통, 소비, 폐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자원을 순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천연자원의 고갈을 막고 동시에 폐기물로 인한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사회다. 이러한 자원순환사회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 중 하나가 업사이클링 정책이다. 업사이클링은 쓸모가 없어 폐기되는 재료에 디자인을 가미해 새로운 용도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다운사이클링으로 폐기물 또는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들을 기계적 혹
  • [열린세상] 백신 확보 논쟁에서 빠뜨린 것/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열린세상] 백신 확보 논쟁에서 빠뜨린 것/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지난해 말 모든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효과성이 90%가 넘는 코로나19 백신들이 개발돼 일부 국가에서 접종에 들어갔다. 긴급 승인된 백신이라 접종받은 이들의 면역력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만약 면역력이 접종받은 지 수개월 후에 사라진다면 목표로 하는 집단면역은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운송과 저장이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같은 효과성을 발휘할 것인지 등 여전히 모르는 사실도 많지만, 백신 접종 소식은 우리에게 더이상 절망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되고 있다. 이 백신 구매가 늦어지면서 정치권에서 한참 공방이 있었다. 미 정부가 긴급 승인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구입이 늦어지자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비판이 이어졌고 급기야 청와대 대변인은 백신이라는 과학에 정치를 개입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정치를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이라는 뜻으로 사용했겠지만, 사실 백신은 과학의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 이슈이다. 백신 개발과 구입에 공적 자금을 얼마나 분배해야 하는지, 개발된 백신을 누구에게 먼저 접종할 것인지, 독점적 사용 권한인 특허권을 공중보건에 핵심적인 백신에도 똑같이 적용할 것인지 등 가치의 우선순위 결정이라는 뜻의 정치에서 백신은 벗어날 수 없다.
  • [열린세상] 2021년, 순 국산 로켓의 원년/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열린세상] 2021년, 순 국산 로켓의 원년/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새해가 열리면 소원을 빌곤 하는데 필자는 2021년이 국가안보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우주강국의 원년이 되길 소망해 본다. 2021년은 한국형 순 국산 로켓 누리호의 개발이 완료돼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발사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연관이 있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모두가 우주강국이다. 하물며 북한마저도 미사일 즉, 로켓 능력이 한국보다 우세하다. 우주개발 능력을 구분하는 데에는 3단계로 그 능력을 나눈다. 초기 단계인 제1단계는 자체 로켓은 없고 인공위성은 보유하고 있는 단계이다. 2단계는 자체 로켓도 있고 인공위성도 보유하고 있는 단계이다. 3단계는 자체 로켓은 물론 인공위성 그리고 타국의 인공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킬러위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개발하는 킬러위성은 인공위성에 로봇 팔을 달고 있어 만약의 경우에 한국의 위성을 쳐 버리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인공위성이 무용지물이 된다. 이러한 단계로 구분해 볼 때 한국은 초기 단계, 즉 1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킬러위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자체 로켓도 아직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2021년 새해를 맞아 한국의 우
  • [열린세상] 개인데이터 이동권과 소비자 권리, 인권/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개인데이터 이동권과 소비자 권리, 인권/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금융위원회에 대해 ‘주문내역 정보’를 마이데이터(MyData) 사업자들의 수집·제공 범위에서 빼도록 권고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마이데이터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말하는데 올 초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고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개인의 동의를 받아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정보관리를 돕는 한편 금융상품 추천이나 자문을 한다. 사실 인권위의 방침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주문내역 정보’를 두고 사생활 침해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마이데이터 산업에는 주로 금융회사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자상거래 주문 내역이 공유되는 경우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요즘에는 단순한 물품 구매뿐 아니라 콘텐츠, 여행, 숙박, 선물 등 온갖 것들이 전자상거래의 대상이다. 어떤 책을 읽고, 어느 곳을 여행하고, 옷 사이즈는 얼마인지 등이 모이면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자 금융위원회는 관련 업계 등과의 논의를 거쳐 주문내역 정보를 범주화한 형태로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70㎝ 사이즈의 A브랜드 운동화’ 같은 구체적인 정보 대신 ‘신발’로
  • [열린세상] 외계지능 탐사와 지구 문명의 수명/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열린세상] 외계지능 탐사와 지구 문명의 수명/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외계인이 보낸 인사? (중략) 4.2광년 행성계에서 날아온 의문의 전파.” “지구서 가장 가까운 4.2광년 밖 행성계서 외계인 신호?” 지난주 국내 언론들이 보도했던 뉴스의 제목이다. 외계 문명에서 나온 것일지 모르는 전파가 관측됐다는 내용이다. 발단은 지난 18일 영국 가디언의 기사. “외계인을 찾고 있는 과학자들, ‘가까운 별에서 온’ 전파 빔을 분석하다.” 이에 따르면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4.2광년 떨어져 있는 알파 센타우리다. 이 붉은 난쟁이별 주위에는 ‘만일’ 물이 존재한다면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에서 행성 프록시마b가 공전하고 있다. 이 방향에서 온 듯한 전파가 지난해 4, 5월 호주의 파크스 천문대에서 관측됐다. 원래 이런 것은 거의 전부 인류 문명의 산물이거나 자연현상이다. 하지만 파장이 980메가헤르츠 안팎이라는 좁은 대역에 집중돼 있으며, 발신 방향에 프록시마b가 포함되고, 센타우리 주변을 공전하는 물체에서 온 것이라면 설명하기 쉬운 파장의 이동이 있었다. 이를 분석한 미국 UC버클리 연구팀이 논문 발표를 준비 중이다. 논조는 신중하지만 가디언과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이 중점 보도한 사실 자체가 파장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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