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여름꽃/손성진 논설실장
오늘 아침 몸 가득/하얀 꽃잎 열더니/태양과 마주했다/서로 바라볼수록/뜨거움에 취했다/서산 해가 얼굴 붉힐 즈음/부용의 꽃잎도 붉어졌다/부용아 부끄러워 말아라/그건 진정 청순한 일이며/너와 나만 그런 게 아니다/세상 사람들 다 그렇다(‘부용꽃’, 양전형)
금낭화, 털중나리, 패랭이꽃, 능소화, 도라지꽃, 개망초, 산수국화, 엉겅퀴, 봉선화…. 꽃의 계절은 흔히 생각하는 봄이 아닌 여름인 모양이다. 특히 산에 들에 피어나는 야생화는 봄 내내 움츠렸다가 찌는 듯한 삼복 때가 되어서야 기다렸다는 듯이 더위를 뚫고 백색 백태의 색깔과 자태를 뽐낸다.
여름 야생화는 짙푸른 초목 속에서 숨어 피어서 그런지 그 색이 너무 강렬하고 화려해서 눈을 뜨지 못하겠다. 마치 너무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눈을 똑바로 뜨지 못하듯이.
여름꽃의 꽃말은 색깔만큼이나 강하다. ‘영원한 행복’, ‘변치 않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변덕스런 바람둥이’라는 꽃말을 가진 여름꽃도 있다. 아무리 아름다움이라도 변덕스럽기보다는 영원하고 변치 않는 아름다움이어야 더 사랑받지 않을까. 무더위를 견디며 피는 여름꽃이라면 더 그렇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