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 아주 우연한 기회에 법정 스님과 단둘이서 저녁을 먹었다. 그가 쓴 ‘무소유’는 당시 대학생들의 필독서였고, 나 역시 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법정 스님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고, 되레 ‘스님=땡추’라는 편견으로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가 법정 스님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식사를 파한 직후였다. 식사를 마친 내게 주변에서 “법정 스님 잘생겼지?”라고 되물어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순간부터 그는 땡추가 아니라 법정 스님이었다.
“내가 무슨 짓을 했지…”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 사건은 내게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삶의 이정표가 됐다.
점심을 먹다 법정 스님 얘기가 나온 김에 회사에 들어와 ‘무소유’ 책장을 넘겨 봤다. ‘나를 추켜세운다고 우쭐댈 것도 없고, 헐뜯는다고 해서 화를 낼 일도 못 된다. 그건 모두가 한쪽만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한 오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담을 이렇게 풀어 놓고 있었다. 법정 스님이 “너! 아직도 편견을 못 깨고 있구나”라고 꾸짖는 것 같아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내가 무슨 짓을 했지…”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 사건은 내게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삶의 이정표가 됐다.
점심을 먹다 법정 스님 얘기가 나온 김에 회사에 들어와 ‘무소유’ 책장을 넘겨 봤다. ‘나를 추켜세운다고 우쭐댈 것도 없고, 헐뜯는다고 해서 화를 낼 일도 못 된다. 그건 모두가 한쪽만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한 오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담을 이렇게 풀어 놓고 있었다. 법정 스님이 “너! 아직도 편견을 못 깨고 있구나”라고 꾸짖는 것 같아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7-08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