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

김보름

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한류를 뛰어넘은 한류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한류를 뛰어넘은 한류

    블랙핑크의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아파트’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한국 젊은 세대의 술자리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이 곡의 후렴구는 한번 들으면 계속 귓가를 맴돌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흔히 ‘후크’라고 불리는 후렴구는 쉬운 가사와 반복적인 멜로디로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든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한국어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마이 선샤인, 나의 햇살’이라는 1시간 15분짜리 영화에서 배우들은 한국어로 연기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주인공이 상류층 학교에 다니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갈등과 그녀를 둘러싼 삼각관계는 K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서사다. 영화 전반에 걸쳐 자주 등장하는 “앗싸”, “대박” 같은 한국어 표현이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진다. 로장금이라 불리는 인플루언서도 있다. 한식을 주로 요리하는 캐나다 청년 로건 모핏은 김치는 물론 제육볶음, 보쌈, 김밥 등 한국 음식을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 먹는 콘텐츠를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에 선보이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로건이 만든 한국식 오이샐러드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도 캐나다도 아닌 북유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경쟁의 끝은?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경쟁의 끝은?

    지난주 넷플릭스에 올라온 ‘흑백요리사’가 화제다. ‘흑백요리사’는 요리사 100명을 흑수저와 백수저로 나누어 요리 대결을 벌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금부터 당신의 계급이 정해집니다. 계급을 증명할 것인가, 계급을 넘어설 것인가”라는 자극적인 설명으로 시작되는 프로그램은 한국 사회의 수저계급론을 반영하듯 요리사들을 흑수저와 백수저로 나눴다. 미슐랭 스타를 받거나 유명 요리대회에서 우승해 명성을 얻은 20명의 요리사는 백수저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맛집 요리사나 반찬 사업 최고경영자, 급식실 조리사 같은 80명의 요리사는 흑수저로 구분했다. ‘흑백요리사’는 요리사의 유명세나 경력보다 ‘맛’으로 승부하는 점을 강조한다. 흑수저 80명 중 20명을 선발해 백수저 20명과 대결시키는 두 번째 라운드에서 심사위원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 오로지 맛으로만 평가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이 중요시하는 맛을 직접 음미할 수는 없다. 요리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아무래도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며 간접적으로만 음식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제작자는 극적인 긴장감과 서사적인 감동을 강조하기 위해 출연자들의 과장된 말이나 반응을 편집의 핵심 요소로 부각시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유튜브를 하는 이유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유튜브를 하는 이유

    ‘1박 2일’, ‘삼시세끼’ 등을 연출했던 나영석 피디는 지난 5월 개최된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남자 예능상을 수상했다. 9년 전에도 TV부문 대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연출가로서가 아니라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과 예능감각을 인정받았다. 구독자 65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서 그는 모교인 연세대를 방문해 수업에 참여하고 동아리방에 들러 후배들과 대화하며 ‘학식’을 먹는 등 추억을 여행하는 콘텐츠를 선보였다. 흥미로웠던 점은 그가 자신을 팬이라고 말하는 후배보다 ‘구독이’라고 말하는 후배에게 더 반갑게 인사하고 사진을 찍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구독이는 십오야 구독자들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유튜버들은 독특한 구독자 이름을 지어 유대감을 형성하며 친밀감을 높이곤 한다. 유튜브 운영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콘텐츠를 구독하고 ‘좋아요’를 눌러 주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팬들에게 아무래도 마음이 더 기울 수밖에 없나 보다. 최근 방송인 장도연이 진행하는 웹예능 프로그램 ‘살롱드립’에 게스트로 출연한 홍진경은 항상 카메라를 들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찍는 이유를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막상 해보니 그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그리고 심심하지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스타벅스 똑똑하게 이용하는 법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스타벅스 똑똑하게 이용하는 법

    아샷추.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단어는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커스텀 음료 이름이다. 커스텀 음료란 취향에 따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료를 조합해 만드는 음료를 말한다. 아샷추라고 하면 아이스아메리카노에 커피 샷 추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이스티에 커피 샷을 추가한 음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문 실패담이 공유되면서 여름철 꿀조합 음료로 인기를 얻고 있다. 들리는 실패담들이 재미있다. 아샷추를 주문했는데 샷 추가로 쓴맛이 더해진 아메리카노를 받았다는 해프닝에,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로 생각하고 주문했다가 복숭아향이 나는 커피가 나와 낭패를 봤다는 사람도 있다. 아이스티에 커피를 섞다니 무슨 조합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달콤한 아이스티에 쌉쌀한 커피의 맛이 섞여 식후 입가심으로 이만 한 음료가 없다는 사람도 주변에 많아지고 있다. 이 외에도 레모네이드에 커피 샷을 추가한 ‘레샷추’, 바나나맛 우유에 헤이즐넛 커피를 섞은 편의점 버전의 커스텀 음료 ‘바샷추’도 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외로까지 입소문이 난 덕분에 바샷추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편의점에서 맛봐야 하는 필수 음료가 됐다. 주류 버전의 커스텀 레시피도 있다. 과일맛 얼음 빙과인 고드름에 소주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티케팅에 성공하는 법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티케팅에 성공하는 법

    ‘포도알을 찾습니다.’ 여기서 ‘포도알’은 티케팅 용어다. 티켓 예매 사이트의 공연장 좌석 배치도에서 판매되지 않은 좌석들이 보라색으로 표시되는데 이를 포도알이라 하고 포도알이 많을 때 ‘포도밭’이라고 부른다. 반면 판매가 완료된 좌석은 흰색으로 보이는데 흰색 좌석들이 많으면 ‘눈밭’이라고 말한다. 이미 선택된 좌석은 ‘이선좌’, 이미 결제된 좌석은 ‘이결좌’, 예매 대기는 ‘예대’, 취소표 티케팅은 ‘취케팅’, 원래보다 좋은 좌석을 다시 예매하는 것은 ‘메뚜기 뛴다’고 표현한다. 티케팅 세계에도 나름의 전문용어들이 있다. 오는 8월 미국 인기 밴드 AJR의 첫 내한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포도알 찾기에 나섰다. 그동안의 티케팅 성공률이 반타작에 불과한 터라 이번에는 꼭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유튜브부터 찾아봤다. ‘이것만 알면 내 자리 무조건 잡아요’, ‘14만명 뚫고 성공한 콘서트 티케팅’, ‘티케팅 10년차 장인 꿀팁 대방출’과 같은 최상위 조회수 게시물을 돌려 보며 열심히 학습했다. ‘신속한 접속을 위해 무조건 PC방에 간다. 티켓 예매 사이트 회원 가입 여부를 미리 확인한다. 모니터는 두 개를 사용해 가능한 한 많은 티켓 예매 사이트를 띄워 놓는다
  • [김보름 콘텐츠로 보는 세상] 반려돌과 위로 콘텐츠

    [김보름 콘텐츠로 보는 세상] 반려돌과 위로 콘텐츠

    큰 고무 대야에 돌멩이를 넣고 물로 씻는 쇼트폼 영상 조회 수가 930만을 넘었다. 조경석 회사 직원이 제작한 홍보 영상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세를 탄 것이다. 영상을 본 사람들의 요청으로 판매하게 된 ‘반려돌’은 판매 시작 40초 만에 동났다. 돌멩이를 ‘키운다’는 표현이 다소 어색할 수 있지만 반려돌이란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처럼 ‘키우는’ 돌멩이를 말한다. 이제는 동식물에서 나아가 돌멩이까지 반려의 대상과 취향이 다양해졌다. 우리나라 반려돌 열풍에 대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과로사회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독특한 휴식 방식이라고 보도했다. 영어로 펫록(Pet Rock) 혹은 펫스톤(Pet Stone)이라 불리는 반려돌은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 등으로 사회적 우울감이 만연했던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이미 엄청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당시 펫록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상품화한 사람은 게리 달로, 그는 자그마한 돌멩이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는 ‘먹이주기’ ‘돌보기’ ‘훈련하기’ 등의 내용을 상세히 담은 30쪽 분량의 교본과 함께 팔아 백만장자가 됐다. 사람들 마음을 재치 있게 위로하는 것으로 떼돈을 번 것이다. 국내에서는 반려돌을 구입하면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도파민 단식과 디지털 디톡스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도파민 단식과 디지털 디톡스

    올해 트렌드를 대표하는 단어 중 하나인 ‘도파밍’은 쾌락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과 게임에서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 ‘파밍’을 합친 말로 도파민에 중독돼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도파밍은 음식과 술, 도박 같은 전통적 대상을 넘어 게임, 웹툰, 채팅,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한 디지털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자극적인 콘텐츠에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파민 탐닉 사회가 된 것이다. 최근 미국 뉴욕시는 소셜미디어가 담배나 총기처럼 청소년에게 심각하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중보건의 위험요소로 규정했다. 몇 개월째 ‘도파미네이션’, ‘도둑맞은 집중력’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것도 도파민 중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빠른 속도로 강렬한 자극을 주는 쇼트폼 콘텐츠에 대응해 연출이나 편집을 최소화한 느린 호흡의 롱폼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수요층이 형성되고 있다. 30분은 기본이고 1시간이 넘어가기도 하는 토크 형식의 롱폼 콘텐츠에서는 자극적인 예능식 자막도, 배경음악도 찾아볼 수 없다. 출연자들은 거리낌없이 대화를 이어 가며 화장실을 오가기도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AI로 창작하는 소비자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AI로 창작하는 소비자

    아부다비에 다녀왔다. 유네스코가 주최한 제3회 문화예술교육 세계대회는 변화하는 국제 정세와 사회적 가치 등을 반영한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를 채택하는 국제 행사였다. 한국대표단으로 참석해 인공지능(AI) 기반 교육 확대 전략을 주제로 문화예술 분야의 비인간 교수자 도입 방안을 발표했는데 챗GTP의 도움으로 보다 설득력 있는 발표 자료를 만들 수 있었다. 챗GPT의 활용과 인기는 소셜미디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AI로 만든 햄스터 캐릭터로 스토리를 이어 가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만든 지 3주 만에 팔로어가 1만명을 넘어섰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콘텐츠를 창작물로 볼 수 있는지, 저작권 이슈는 없는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즐기는 입장에서는 AI가 만든 창작물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만 하다. 챗GPT는 아직은 그 자체로 재미를 창출하지는 못한다. 챗GPT로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은 유사하지만 재미의 수준에는 차이가 있어 반응도 제각각이다. 결국 재미라는 것이 챗GPT를 활용하는 창작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챗GTP는 제작에 대한 기능적 전문성이 없더라도 창의적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보여 줄 수 있게 하므로 아이디어는 갖고 있지만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잘파세대도 잘 모르는 잘파세대/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잘파세대도 잘 모르는 잘파세대/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몇 년 전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화제였다.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MZ세대의 특성과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면서 기성세대의 필독서가 됐다. 기성세대의 사전적 의미는 ‘현대 사회를 이끌어 가는 나이 든 세대’이지만 실제로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한 단어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에 권위적이고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가 더해져서 활용되다 보니 이른바 꼰대스러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열심히 학습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2000년대생이나 알파세대, 잘파세대를 소개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알파세대는 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 잘파세대는 Z세대와 알파세대를 묶어서 각각 지칭하는 용어다. 손에 핸드폰을 들고 태어났다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이들은 맛집이나 쇼핑 등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때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보다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뉴스도 언론사나 네이버보다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한다. 그래서 아마존, 쇼피파이 같은 세계적 기업들도 이 세대에 주목해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잘파세대는 출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K푸드, 현지화로 눈 넓혀야/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K푸드, 현지화로 눈 넓혀야/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K푸드’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김치, 불고기, 비빔밥 같은 음식이 먼저 떠오른다면 트렌드에 둔감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식은 어느새 현대적 변주를 통해 냉동김밥이나 라이스페이퍼떡볶이 같은 새로운 감각으로 문화 한류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한식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 학기 학생들과 함께 K푸드의 관광 콘텐츠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학생들이 제안한 프로젝트는 저마다 한식을 외국인에게 알리기 위해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들로 구성됐고 당장 실행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신선한 아이디어로 넘쳐났다. 한국의 집밥을 경험해 보고 싶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하숙집에 머물며 한국인 엄마에게 집밥을 배우는 쿠킹 클래스 ‘한숙집’, 세븐틴의 유튜브 채널 고잉 세븐틴에서 소개한 한식 콘텐츠 관련 미션 수행 게임 ‘Going K-Food’, 짜장라면에 계란프라이와 치즈를 넣은 짜계치나 비건을 위한 콩고기 부대찌개 같은 독특한 학식 메뉴 맛보기 투어 ‘박학다식’ 등이 그 사례다. 카이막 한국 열풍이 궁금한 튀르키예의 요리 전공 학생들이 떡이나 약과 같은 한국 전통 다과에 튀르키예 식문화를 입혀서 새로운 디저트를 개발하는 프로그램 ‘K-Dessert Road’.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커스텀 콘텐츠의 시대/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커스텀 콘텐츠의 시대/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최근 영국 가디언지는 세 시간 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상영 시간을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관객에게도 초인적인 의지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 플랫폼들의 넘쳐나는 콘텐츠를 비롯해 소셜미디어 쇼트폼 콘텐츠와의 경쟁을 고려할 때 영화도 공연처럼 중간 휴식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네덜란드 댄스시어터의 두 시간짜리 공연을 보며 한없이 지루하기만 했던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 보면 인터미션의 유무가 아니라 2배속으로 빨리감기를 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문제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하던 시절 학생들이 녹화된 영상 강의를 1.5배속으로 돌려 보자 학교에서는 빨리 돌려 보는 기능을 제한했다. 1배속의 원래 속도로 수강해야 출석으로 인정한다는 의도였다. 그렇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강의처럼 정보 전달이 목적인 콘텐츠뿐만 아니라 유튜브, 영화, 드라마까지도 편의에 맞게 시청 속도를 조절하거나 원하는 부분만 골라 보는 것에 익숙하다. 전문적 비평 목적이 아니라면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는 굳이 중요하지 않다. 배경 묘사는 그냥 지루할 뿐이고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선 변화도 다 파악할 필요가 없다. 일상적인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팝업스토어 피로감/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팝업스토어 피로감/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트렌디한 콘텐츠가 넘치는 성수동에 김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김치 전문기업 종가는 세븐틴의 멤버 호시를 김치 앰배서더로 임명하고 김치 케이크, 백김치 타르트, 열무김치 아란치니, 김치 꼬치 등 한정판 메뉴를 선보였다. 김치 관련 전시와 미디어아트 포토존을 운영한 팝업스토어에서는 방문객들에게 선물로 김치 파우더를 증정했다. 성수동의 또 다른 장소에서는 제로슈거를 내세우는 새로소주의 팝업스토어가 진행됐다. 소주 캐릭터인 구미호 새로의 출생지 강릉의 동굴을 서울로 옮겨 재현하고 1주년 생일파티 콘셉트의 집들이를 개최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미디어아트로 동굴 같은 느낌을 연출하고 360도 회전 카메라의 포토존을 구성했으며 새로소주 굿즈 판매와 한복 입어 보기, 소주 칵테일 맛보기 같은 체험행사를 마련했다. 팝업스토어는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몇 개월까지 운영되다 사라지는 매장을 말한다. 2000년대 초 신규 매장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임시 매장을 열었던 미국의 대형할인점 타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팝업스토어가 전성기를 맞은 배경에는 온라인쇼핑이 증가하고 오프라인 매장이 감소한 원인이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의 지속적 상승으로 매장 운영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유통업체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놀이 콘텐츠로서의 과시적 무소비/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놀이 콘텐츠로서의 과시적 무소비/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생산적인 일인 노동은 최대한 멀리하고 비생산적인 여가활동에만 몰두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근대 산업이 성장하고 금융자본주의가 형성되던 시기에 귀족과 대자본가들은 어떻게 하면 쓸데없는 일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부와 명예를 과시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이처럼 일은 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부유한 사람들을 가리켜 유한계급(有閑階級ㆍThe leisure class)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당시 실생활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라틴어를 배우는 데 시간과 돈을 충분히 쓸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부와 지위를 드러냈다. 이러한 과시는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과 모방 속에 이른바 ‘쫓기와 달아나기’(chase and flight)로 이어지며 유행을 만들어 낸다. 남들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끊임없이 쫓아가고 여기서 벗어나 또다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추격과 모방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다. 현대적 과시 행위는 베블런이 설명한 유한계급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며 만들어지는 에코백과 텀블러 사용은 현대적 과시 행위의 새로운 양상 중 하나이다. 하지만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를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한 에코백은 각종 기관과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아이돌 없는 팬덤 문화/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아이돌 없는 팬덤 문화/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아이돌 없는 팬덤 문화가 가능할까. 덕질 현상 중 하나인 ‘생카’는 ‘생일카페’의 줄임말로, ‘최애’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카페를 빌려 주인공의 사진과 굿즈로 공간을 꾸미고 포토부스, 러키 드로 같은 이벤트를 개최하는 자리다. 생카에서는 아이돌 이름을 딴 특별 메뉴를 판매하고 아이돌 사진이 들어간 컵홀더와 엽서, 포토카드 프레임 등을 직접 만들어 나눈다. 아이돌 생일에 맞춰 여러 곳에서 개최되는 생카 투어 지도를 제작해 공유하기도 한다. 팬들이 아이돌을 캐릭터와 연결해 만든 굿즈를 보고 뒤늦게 소속사가 캐릭터 회사와 협력해 팝업 스토어를 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생카에서는 정작 생일의 주인공은 찾아볼 수 없다. 생일을 맞은 아이돌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생카 자체는 주인공과 상관없이 즐겁다. 팬들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생일을 기억하고 함께 파티를 준비하며 축하하는 경험 자체가 더 소중할 뿐이다. 현재의 이런 모습과 달리 초기 K팝 팬덤은 아이돌이 소속된 기획사 주도로 만들어졌다. 팬들은 기획사가 구축한 생태계 속에서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의 중심에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트렌드가 된 할머니 콘텐츠/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트렌드가 된 할머니 콘텐츠/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시내버스에 바쁘게 올라타는 할머니에게 평상에 모여 앉은 동네 할머니들이 묻는다. “순실이 어디 가냐?” “알바여.” (뭐라고) “알빠여? 언니들한테 알빠냐니~.” 배우 경험이 전혀 없는 농촌 할머니들이 출연해 아르바이트 에피소드를 재치 있게 풀어낸 광고가 인기몰이를 하며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3주 만에 360만 뷰를 넘어섰다. 일부러 광고를 찾아본 것은 처음이라는 칭찬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약과대란은 할머니의 취향과 감성을 즐기는 밀레니얼세대를 가리키는 ‘할매니얼’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시켰다. 차례상에서 보던 약과는 힙한 간식거리로 부상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 주고 있다. 심지어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처럼 약과를 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는 뜻의 ‘약케팅’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인기 약과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원래 가격의 3배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전통 약과를 응용한 약과 쿠키, 약과 피낭시에, 약과 브라우니, 약과 도넛, 약과 케이크, 약과 아이스크림 같은 새로운 조합들도 낯설지만 의외의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할매니얼 트렌드는 더 나아가 할머니의 삐뚤빼뚤한 손글씨나 서툰 그림을 활용한 노트, 지갑 등 굿즈 개
  •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디지털 언어와 Z세대 일상/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디지털 언어와 Z세대 일상/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요즘 ‘굳이데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굳이데이’는 고집을 부려 구태여 한다는 의미의 우리말 ‘굳이’와 하루나 날을 뜻하는 영어 ‘데이’(day)가 합쳐진 단어다. 굳이데이는 아이돌그룹으로도 활동했던 가수 우즈(WOODZ)가 유튜브에서 조개구이가 먹고 싶으면 ‘굳이’ 인천에 가서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것에서 시작됐다. ‘굳이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일상에서 낭만을 찾기 위해서라면 귀찮은 일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 에피소드를 소개한 트윗이 Z세대로부터 널리 공감을 얻어 빠르게 공유되면서 SNS에는 신박한 굳이데이 활동을 추천해 달라거나 기말시험 후 시도했던 자신만의 굳이데이 후기를 공유하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굳이데이가 어느새 Z세대가 일상을 즐기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또 다른 유행어로 ‘갓생’이라는 단어가 있다. ‘갓생’은 갓(Godㆍ신)과 인생(人生)을 합친 말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서 타인의 모범이 되는 삶을 일컫는다. 지난 학기 수업에서 학생들과 갓생에 대해 정의하고 챌린지를 기획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학생들은 저마다 갓생에 대해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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