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팝업스토어 피로감/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보름의 콘텐츠로 보는 세상] 팝업스토어 피로감/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입력 2023-11-01 01:27
수정 2023-11-0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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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 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보름 한성대 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트렌디한 콘텐츠가 넘치는 성수동에 김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김치 전문기업 종가는 세븐틴의 멤버 호시를 김치 앰배서더로 임명하고 김치 케이크, 백김치 타르트, 열무김치 아란치니, 김치 꼬치 등 한정판 메뉴를 선보였다. 김치 관련 전시와 미디어아트 포토존을 운영한 팝업스토어에서는 방문객들에게 선물로 김치 파우더를 증정했다. 성수동의 또 다른 장소에서는 제로슈거를 내세우는 새로소주의 팝업스토어가 진행됐다. 소주 캐릭터인 구미호 새로의 출생지 강릉의 동굴을 서울로 옮겨 재현하고 1주년 생일파티 콘셉트의 집들이를 개최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미디어아트로 동굴 같은 느낌을 연출하고 360도 회전 카메라의 포토존을 구성했으며 새로소주 굿즈 판매와 한복 입어 보기, 소주 칵테일 맛보기 같은 체험행사를 마련했다.

팝업스토어는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몇 개월까지 운영되다 사라지는 매장을 말한다. 2000년대 초 신규 매장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임시 매장을 열었던 미국의 대형할인점 타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팝업스토어가 전성기를 맞은 배경에는 온라인쇼핑이 증가하고 오프라인 매장이 감소한 원인이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의 지속적 상승으로 매장 운영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유통업체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좀더 세련된 모습의 팝업스토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팝업스토어는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콘셉트와 정체성을 전달하는 공간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온라인에서 경험하기 힘든 감성과 취향을 경험하는 장소다. 팝업스토어는 굿즈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전시형 공간부터 디저트를 맛보는 카페형 공간, 방 탈출 게임과 같은 체험형 공간까지 다양한 콘셉트를 내세우며 점점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아이돌 기획사,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 공공기관까지 가세해 여기저기서 팝업스토어가 생겨나고 있다.

팝업스토어가 바이럴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다 보니 브랜드와 팝업스토어 공간을 중개해 주는 팝업스토어 전문 부동산 플랫폼도 등장했다. 이러한 팝업스토어 트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한 젊은 세대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데, 이들은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 가는 듯한 기대감으로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공유하며 즐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을 목적으로 팝업스토어를 기획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별적인 경험을 통해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한 친근함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갑자기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팝업스토어의 빠른 속도감과 새로운 자극은 유현준 교수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말했던 “이벤트 밀도감”을 더해 주며 지루할 틈 없는 도시적 삶의 매력을 만들어 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팝업스토어가 열린다고 하면 궁금해지기에 앞서 ‘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는 팝업스토어가 브랜드 정체성은 고사하고 차별화에 대한 고민 없이 획일적 콘텐츠만 양산하며 피로감을 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2023-11-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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