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나의 작은 엄마/작가
어느 봄날 카페에 앉아 거리의 젊은이들을 멍하게 보고 있는데 어떤 목소리가 내 귀에 정확히 꽂힌다.
“엄마, 여기 설명서 잘 보셔. 이 약은 하루 세 번, 그리고 절대 안정. 안압 때문에 진짜 무리하면 안 돼. 여기 씌어 있어. 알겠죠? 청소도 하면 안 돼.”
오른쪽 눈에 두툼한 붕대를 댄 할머니께서 따님의 신신당부에 고개를 하염없이 끄덕인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딸은 퇴원 안내서 몇 장을 앞에 좍 깔아 놓고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 가면서 꼼꼼하게 반복해서 설명하기 바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30~40년 전 젊은 엄마가 어린 딸 앞에 앉혀 놓고 “알았지?”를 연발하며 뭔가 가르쳐 주는 장면이 상상이 됐다. 묘한 울림이 일었다.
며칠 전에는 어느 분께서 표지만 봐도 울컥한다며 ‘나의 작은 아빠’라는 제목의 그림책 사진을 SNS에 올렸다. 나보다 훨씬 컸던 아빠가 어느덧 키가 같아지는 시기가 오고, 이후엔 참 이상하게도 아빠가 점점 작아진단다.
카페 안, 내 옆 테이블 모녀의 풍경과 머리가 하얀 아빠가 아들의 등에 업혀 있는 그림책의 내용이 애잔하게 포개졌다. 그러나 내 마음은 마냥 흐뭇하지만은 않았다. 소수의, 노후가 준비된 가족을 제외하고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