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각하·전하·폐하의 호칭/전 국립고궁박물관장
지금 대통령 후보들 간의 경쟁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동안 대통령을 각하라 칭하기도 했다. 각하와 버금가는 호칭 중 전하, 폐하가 있다. 셋의 공통점은 최고 존엄의 자리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엄연히 다르다. 그럼 이들 호칭은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 다름 아닌 궁궐의 전각 명칭에서 비롯됐다.
궁궐의 전각은 그곳에 거처하는 주인과 용도에 따라 서열과 이름을 8등급으로 나눠 건물 이름 끝에 전(殿)ㆍ당(堂)ㆍ합(閤)ㆍ각(閣)ㆍ재(齋)ㆍ헌(軒)ㆍ루(樓)ㆍ정(亭) 자 등을 붙여 불렀다. 근정전이니 대조전이니 인정전처럼 전 자가 들어가는 건물은 왕과 왕비의 공적, 사적 공간이다. 당은 임금 아들의 공간이고, 합과 각은 전과 당의 부속건물이다. 재는 왕실 가족의 생활공간이고, 헌은 별당과 같은 휴식공간을 이른다. 루는 2층짜리, 정은 단층짜리 휴식공간을 말한다.
실학의 선구자 이수광(1563~1628)은 ‘지봉유설’에서 황제는 폐하, 왕은 전하, 세자는 저하, 대신을 각하, 장신(將臣)을 휘하 또는 막하(幕下), 선비는 좌하(座下)라고 했다. 실학자 성호 이익도 ‘성호사설’에서 “천자는 폐하, 왕은 전하, 대부(4품 이상)는 대하(臺下) 혹은 절하(節下)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