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혼백과 귀신
공자는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하늘로 돌아가고, 백(魄)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혼은 흔히 말하는 ‘넋’이나 ‘영(靈)’, ‘얼’과는 어떻게 다른가.
혼·영·넋·얼 등은 명칭은 다르지만, 그것이 갖는 의미는 같다. 이들이 뭉친 굴이 바로 우리의 얼굴이다. 혼 나갔나 봐, 넋이 빠졌다, 넋 나갔어, 얼 빠졌어 등은 모두 얼굴 모습에서 비롯됐다.
그럼 혼백은 무엇인가. 귀신의 실체는 있는가.
혼이 정신적인 것이라면 백은 물질적인 것으로, 우리 몸에 비유하면 정신은 혼이고, 이목구비를 갖춘 육체는 백이라 할 수 있다. 혼백은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있어야만 생명이 유지되고, 반대로 혼백이 분리되면 죽는 것이다.
그럼 죽어 무엇이 신이 되고, 귀신이 되는가.
성호 이익(1681~1763)은 늙어서 죽으면 양기, 즉 혼이 흩어지며, 흩어진 혼은 둘로 나뉘어 하나는 승천하여 양으로서 신이 되고, 하나는 땅으로 들어가 음으로서 귀신이 된다고 했다.
성현(1439~1504)도 천지간 만물엔 기가 있는데, 양기의 정령을 혼, 음기의 정령을 백이라 했다. 죽으면 육체인 백은 땅으로 들어가 흙이 되고, 반면 양기의 정령 혼은 하늘로 승천하여 신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