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나가사키로 가는 길
파나소닉 워크맨. 처음 갖게 된 ‘내 것’이었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중학교 2학년 시절, ‘시험을 잘 보면 사주겠다’던 아버지의 약속 덕분이었다. 당시 워크맨 가격은 10만원 정도였다. 짜장면 한 그릇이 1000원 남짓인 시절이었다.
그해 아니면 이듬해였을 것이다. 전세 버스를 타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단체 견학을 갔다. 무척 더운 날이었고, 일제의 잔인한 고문 도구들을 보며 섬뜩했던 게 떠오른다. 아마 그 순간에도 나를 포함한 또래들은 소니 워크맨을 귀에 꽂은 채 니콘 카메라의 셔터를 연신 눌렀을 것이다. 일본에 대한 감정은, 질투와 선망 사이 어느 쯤에 놓여 있었다.
옛 기억을 소환한 건, 최근 독립기념관에서 벌어지는 시위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자리하고 있다. 건국절 주장의 핵심은, 1919년 3·1운동과 그에 따른 임시정부 수립을 통해 1945년 광복을 맞았다는 기존의 합의 대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건국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김 관장은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에 시작해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됐다”는 단계론을 인용한다. 하지만 “우리만 그것(1919년 임시정부 건국)을 인정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