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밀려와 모였고, 떠밀리듯 떠난다
“처음엔 전기도 안 들어오고, 수도도 없어서 호롱불 켜고, 산에서 약수 길어다 생활했어요.” “8평 천막에서 시작해 나중에 무상 보급된 블록으로 집을 지어서 살았지요.” ●강제 이주한 도시 빈민들의 보금자리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불암산 기슭에 자리잡은 백사마을은 그렇게 시작됐다. 1967년 용산, 청계천, 영등포, 안암동 등에서 살던 판자촌 도시 빈민들은 개발을 이유로 강제로 옮겨졌고 생존을 위해 모여 살았다. 마을로 시집온 지 50년이 지났다는 이금자(78)씨는 “신혼 첫날을 화장실도 없는 집에서 시누이들과 한방에서 시작했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했다. 마을이 늘 힘든 곳만은 아니었다. 동네 어귀 삼거리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들던 초기 정착민 정두진(64)씨는 백사마을의 전성기를 증언했다. 1980년대 전후로 섬유제품 수출이 한창일 때 집집마다 요꼬(니트 편직) 기계를 들여와 가내공업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마을 입구에는 시장이 형성됐다. 술집, 당구장, 다방, 식당 등이 즐비했다. 마을 밖에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로 아침저녁마다 거리는 붐볐다. 1967년부터 현대이발관을 운영해 온 터줏대감 이달수(80)씨는 “마을이 번성할 때는 이른 시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