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숨은 혁신… 내일의 하늘로 날다

자연 속에 숨은 혁신… 내일의 하늘로 날다

도준석 기자
도준석 기자
입력 2021-09-16 16:26
수정 2021-09-1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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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한국 생체 모방 로봇의 산실 건국대 스마트운행체 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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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스마트운행체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이 초소형 비행체 ‘KU비틀’의 시범 비행을 하고 있다. 비행시간은 약 9분으로 동급 비행 로봇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비행기록이다.
건국대 스마트운행체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이 초소형 비행체 ‘KU비틀’의 시범 비행을 하고 있다. 비행시간은 약 9분으로 동급 비행 로봇으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비행기록이다.
생체 모방 로봇. 오랜 진화를 거쳐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한 동물이나 곤충을 모방해 로봇 제작 기술에 적용한 것을 말한다. 크기와 기동 방식이 모방할 생물체와 유사해 곤충이나 야생동물 영상을 수집하는 데 동원되기도 한다. 자연 서식지, 비밀군사 임무 수행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한몫 톡톡히 해낸다. 최근에는 한층 활발해진 연구를 통해 산업, 환경, 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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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과 충돌해도 안정적인 비행을 계속할 수 있는 ‘KU비틀’의 핵심부분 중 하나. 장수풍뎅이의 날개와 비행 원리를 모방해 탄소복합소재와 형상기억합금으로 제작됐다.
장애물과 충돌해도 안정적인 비행을 계속할 수 있는 ‘KU비틀’의 핵심부분 중 하나. 장수풍뎅이의 날개와 비행 원리를 모방해 탄소복합소재와 형상기억합금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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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철 교수가 공기 밀도가 달라졌을 때 날갯짓 형태 및 발생하는 힘의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진공체임버를 점검하고 있다.
박훈철 교수가 공기 밀도가 달라졌을 때 날갯짓 형태 및 발생하는 힘의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진공체임버를 점검하고 있다.
국내의 간판급 연구자는 건국대 스마트운행체 공학과 박훈철 교수. 곤충 모방 비행 연구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항공우주공학자인 박 교수는 2005년 미국에서 열린 항공우주학회에 참가하면서 생체 모방 기술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첫 연구년 기간에는 꼬박 9개월 동안 새와 곤충 관련한 책만 읽었다. 생물학자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더 관련 연구에 빠져들었다. 평소에는 접어 숨겼다가 비행할 때만 날개를 펴는 장수풍뎅이의 생체적 특성을 연구해 ‘KU비틀’을 개발한 것도 그런 집요한 연구의 결과였다. 장수풍뎅이의 날개와 비행원리를 모방해 뒷날개 중간을 접었다 펼쳐 장애물과 충돌해도 안정적인 비행을 계속할 수 있는 기술도 최근 개발했다. 이 연구는 2020년 12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으며 지난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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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과 충돌해도 안정적인 비행을 할 수 있는 장수풍뎅이의 날개 구조.
장애물과 충돌해도 안정적인 비행을 할 수 있는 장수풍뎅이의 날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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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갯짓으로 발생하는 공기흐름을 전산유체역학으로 예측해 모니터에 보여 주고 있다.
날갯짓으로 발생하는 공기흐름을 전산유체역학으로 예측해 모니터에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박 교수가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최초의 목표는 날갯짓을 모방하거나 겨우 날릴 수 있을 정도로만 생각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실험부터 시작했다. 로봇의 날갯짓을 앞뒤 좌우로 변경할 수 있게 해서 비행 중 자세를 유지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기동하게 하며, 수직 상승 및 하강을 할 수 있게 했다. 이후 로봇의 날개 면적을 조금씩 확장하고 무게도 줄여 총비행시간을 약 9분으로 늘렸다. 배터리 등 모든 부품들을 탑재한 채 자유 제어 비행이 가능한 날개 2개를 가진 초소형 비행체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비행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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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끝이 장애물과 충돌해도 안정적인 비행을 할 수 있는 장수풍뎅이와 이를 모방한 KU비틀.
날개 끝이 장애물과 충돌해도 안정적인 비행을 할 수 있는 장수풍뎅이와 이를 모방한 KU비틀.
박 교수에게는 아직 극복해야 할 연구과제가 많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도 숙제다. KU비틀 외에도 다양한 연구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도약하면서 날갯짓을 동시에 하는 메뚜기를 모방한 로봇도 개발 중이다. 꼬리치기로 수중에서 공중으로 도약하는 날치를 모방한 연구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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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와 조교가 꼬리치기로 수중에서 공중으로 도약하는 날치를 모방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수영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을 위한 기초실험 중인데, 이 로봇이 2.5m/s의 속도로 수면에 도달하면 공중으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교수와 조교가 꼬리치기로 수중에서 공중으로 도약하는 날치를 모방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수영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을 위한 기초실험 중인데, 이 로봇이 2.5m/s의 속도로 수면에 도달하면 공중으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 기초과학기술은 국가의 존립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박 교수는 “그런데 요즘 과학자는 돈이 되는 직업들에 밀리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의 이야기가 길게 이어졌다. “뉴턴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고, 아직도 몰라서 접근하지 못한 새로운 과학 영역에 대한 도전도 끊임없이 시도해야 합니다. 선배 과학자들이 일궈 놓은 지식을 학습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발명하는 과학자로 성장하는 학생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자연에서 배우는 혁신. 자연 속 다양한 생명체의 움직임만 열심히 탐구해도 과학적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세계. 박 교수의 꿈은 선명하다. “생체 모방의 기술 세계로 젊은 과학도들이 앞다퉈 도전하는 그날이 머지않아 꼭 오겠죠.”

2021-09-1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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