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영화 세트장 같은 비탈진 마을길을 노인이 힘겹게 오르고 있다.
백사재생지원센터에 모아 놓은 생활유물 문짝, 전기기타 아래의 요꼬(니트 편직) 기계.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불암산 기슭에 자리잡은 백사마을은 그렇게 시작됐다. 1967년 용산, 청계천, 영등포, 안암동 등에서 살던 판자촌 도시 빈민들은 개발을 이유로 강제로 옮겨졌고 생존을 위해 모여 살았다. 마을로 시집온 지 50년이 지났다는 이금자(78)씨는 “신혼 첫날을 화장실도 없는 집에서 시누이들과 한방에서 시작했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했다.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아 마을의 주연료는 아직도 연탄이다.
마을과 함께한 현대이발관. 이발 의자 2개와 온돌방이 놓여 있다.
비바람을 막기 위해 지붕에 천막과 폐타이어를 올려놓았다.
마을 입구에 걸려 있는 재개발 시행사의 현수막.
마을은 지난 연말에 재개발 사업 시행을 확정했다. 대기업 건설사를 시행사로 지정하고, 공동주택 1953가구와 공공임대주택 484가구 등 총 2437가구를 조성하는 최종안을 가결했다. 600여 가구 중 현재 남아 있는 130여 가구는 올해 말까지 모두 이주할 예정이다. 시는 사라지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를 위해 백사재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거지 보전 사업과 원활한 공동체 지원, 주민의 재정착을 돕는 한편 마을 주민의 이야기를 보존하고, 이미 수집한 생활유물 1100여 점을 활용한 기록관도 세울 계획이다.
비탈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옥들.
임인년 새해를 맞은 마을 입구에는 재개발 확정을 알리는 시행사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그 너머로 길고양이는 하릴없이 골목을 어슬렁거리고, 노인은 가파른 언덕길을 힘겹게 올랐다. 퇴락한 집들의 허공에는 차가운 바람만이 불고, 주인이 떠난 빈터엔 황폐함과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2022-01-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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