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때’를 놓치면/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그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고, 아무리 명약이라도 소용없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된다. 정치도, 정책도, 심지어 자리에 들고 나는 것과 말 한마디까지 그렇다. 때는 시간이고 기회다. 그리스 신화는 ‘시간’을 두 가지로 본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이다. 크로노스는 일정한 속도, 기계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이다. 되돌릴 수도, 정지시키거나 속도를 높이거나 늦출 수도 없다.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어느 때나 같다.
그러나 그 물리적, 기계적 시간도 개인의 현실과 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 같은 시간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짧고, 어떤 사람에게는 길고, 어느 순간은 너무나 소중하고, 또 어느 순간은 그렇지 않다. 시간은 때론 느낌이고 선택이기 때문이다. 카이로스는 바로 그 ‘소중한 순간, 기회, 올바른 척도’로서의 시간이다. 기회(occasion)라는 단어도 카이로스에서 나왔다.
카이로스는 발에 날개가 달려 있어 재빨리 잡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그리스 어느 도시에 있다는 ‘앞머리는 길고 뒤는 머리카락이 없는 대머리에 발에 날개가 달렸다’는 ‘기회’란 이름의 동상도 아마 카이로스일 것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