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머니의 휴대전화/김상연 논설위원
무심코 어머니의 휴대전화(2G)를 들춰 봤다. ‘최근 통화기록’은 대략 이랬다. 큰딸, 막내딸, 둘째딸, 셋째딸, 작은아들, 셋째딸, (스팸), 둘째딸, 큰딸, 셋째딸, 둘째딸, 막내딸, (친구), 큰딸, 둘째딸, 큰아들, (교회), 막내딸, 큰딸…. 내 휴대전화에서 어머니의 등장 횟수는 30명 내지 50명 중 1명인 반면 어머니의 휴대전화에서 자식들의 등장 비율은 90%를 넘나들었다. 어머니는 내 삶의 극히 일부, 나는 어머니 삶의 거의 전부라는 사실을 ‘포노 사피엔스’ 시대는 꼼짝 못 하게 통화기록으로 입증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톡’의 세계로 인도하고자 자식들이 스마트폰을 마련해 드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누르는 것도, 스치는 것도 아닌, 가볍게 터치해야 뜻을 이룰 수 있는 작동법을 힘겨워하던 어머니는 결국 다시 2G로 복귀하셨다. 그런데 어머니가 만일 스마트폰 작동에 능란했다면 행복하셨을까. 어머니는 ‘ㅋㅋ’와 ‘ㅠㅠ’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만족하셨을까. 어머니는 그저 뱃속에 열 달 동안 품고 있었던 자식들의 육성이 듣고 싶은 것은 아닐까.
세상의 모든 아들들아. 제발 어머니한테 전화 좀 하고 살자. 전화하기 싫으면 걸려 오는 어머니 전화라도 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