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일상의 기쁨
수없이 언급됐지만, 또 불러내고 싶은 그림이 있다. ‘눈 속의 사냥꾼’은 겨울 그림 중 왕이라 할 만하다. 브뤼헐은 앤트워프의 한 은행가로부터 여섯 점의 계절 그림을 주문받았다. 계절 그림은 중세 기도서에 들어 있던 월별 그림에서 유래한 것이다. 기도서에는 밭 갈기, 씨뿌리기, 포도 수확 등 농경 사회에서 월별로 해야 할 일을 묘사한 삽화가 들어 있었다. 브뤼헐은 한 해를 길이가 각각 다른 여섯 개의 시기, 즉 초봄, 봄, 초여름, 늦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봄에 해당하는 작품은 사라졌고 나머지 다섯 점은 세계 유명 미술관으로 흩어졌다. 빈 예술사박물관이 소장한 이 겨울 그림은 가장 유명하고 또 사랑받는 작품이다. 언덕 아래 들판이 펼쳐져 있다. 눈앞에는 사냥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다. 땅을 내려다보면서 걷는 사냥꾼과 풀 죽은 개들로 보건대 수확이 변변치 않은 것 같다. 앞선 사냥꾼의 등에 죽은 여우가 한 마리 매달려 있다. 언덕 아래에는 마을과 얼어붙은 평야가 펼쳐지고, 험준한 산봉우리가 이 정경을 에워싸고 있다. 잎이 떨어진 키 큰 나무들이 근경과 원경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방금 가지에서 날아오른 새가 공간감을 확대한다. 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