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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당포함 순국 장병 43주기를 보내며/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열린세상]당포함 순국 장병 43주기를 보내며/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지난 1월19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당포함 충혼탑에서 해군 제1함대 사령부 주관으로 당포함 순국 장병 4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당포함(56함)은 1967년 1월19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근해에서 조업하던 우리 어선을 보호하는 작전을 펼치다 북한 경비정과 대치하던 중 북한 해안포에서 발사한 280여발의 포탄을 맞아 침몰했다. 39명의 해군 장병들이 장렬하게 전사했다. 당시 당포함은 170여발로 대응사격을 했으나 북한 해안포의 벌떼 포격으로 불행히 교전 초반 기관실이 피격되어 함이 기동력을 잃고 선체가 침몰했다. 당포함 사건은 해군력 증강의 필요성 및 유사시 북한 해안포의 소나기 포격을 주의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교훈은 작전권과 관련된 부분이다. 정부는 북한의 당포함 격침행위를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엄중 항의하고 재발방지 보장을 얻어내려 했으나 허사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찰스 본스틸 유엔군사령관에게 북한 도발에 응분의 군사조치를 취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본스틸 사령관은 보복은 정책문제로 상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으며 한국군이 단독 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점만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실망과 분노는 이
  • [열린세상] 인문학의 정신/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 교수

    [열린세상] 인문학의 정신/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 교수

    20년 전 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겪은 일이다. 교환교수로 그곳에 와 있던 한 명문 의과대학의 교수가 어느 날 정색을 하고 묻는다. ‘객관적 역사가 존재합니까?’ ‘관점과 해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그런 학문을 뭣 때문에 합니까?’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종의 모독으로 다가왔다. 어처구니없는 독선에 발끈했지만 정작 제대로 대꾸를 못했다. 그야말로 아마추어였다. 작년 유사한 경험을 했다. 한 인문학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관계부처에 지원을 요청했다. 의사결정 라인의 중심에 서 있던 한 공학전공 교수로부터 지원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가 제시한 여러 사유 가운데 하나는 놀랍게도 학문 간 우열의 논리를 담고 있다. 표현은 완곡했지만, 인문학은 당장 눈에 보이는 구체적 성과를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치 중저가 학문에 빌어먹기라도 하는 듯 모멸감이 엄습했다. 학생들이 처한 딱한 현실을 보면 인문학의 수세적 입장은 더욱 두드러진다. 대학이 결코 낭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는 시기가 되면 대부분의 인문학 전공 학생들은 자신의 학문적 정체성과 불투명한 미래의 틈새에서 심한 몸살을 앓는다. 모더니즘 문학의 숨 막히는 미학도, 프랑
  • [열린세상] 꼽추의 나무심기/강명관 부산대 한문학 교수

    [열린세상] 꼽추의 나무심기/강명관 부산대 한문학 교수

    그는 구루병에 걸려 등이 낙타 등처럼 불쑥 솟아났기에 사람들은 그를 ‘낙타’라고 불렀다. 꼽추라는 의미의 별명이 듣기 싫었을 것인데, 그는 “나를 낙타라고 부른다면, 정말 맞는 말이지.” 하고, 자신을 스스로 낙타라고 일컬었다. 성이 곽(郭)이었기에 ‘곽낙타’가 그의 이름이 되었다. 곽낙타는 직업이 나무 심기였다. 당나라 서울 장안의 부자들은 꽃과 나무를 감상하기 위해, 과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풍성한 수확을 위해, 곽낙타를 불러 자기 나무를 길러 달라고 부탁하였다. 곽낙타는 요구대로 나무를 심어주기도 하고 옮겨주기도 하였다. 그가 손을 댄 나무는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모두 쑥쑥 자라 화사한 꽃을 피우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다. 동업자들이 흉내를 내어 보았지만 결코 곽낙타의 경지에는 이를 수 없었다. 어느 날 누군가가 비결을 묻자, 곽낙타의 답인즉 이러하였다. “따로 무슨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무가 타고난 성질대로 길러주는 것일 뿐이지요. 나무의 성질이란, 뿌리는 뻗어나가기를 바라고, 북돋움은 고르게 해주기를 바라고, 흙은 오래된 흙을 바라고, 다져주는 것은 단단히 해주기를 바라지요. 이렇게 해 주었다면, 움직이게 하지 말고, 나무가 죽을까
  • [열린세상]기초의원만이라도 정당공천 폐지하라/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열린세상]기초의원만이라도 정당공천 폐지하라/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지방선거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그 열기가 올바른 방향으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언론보도에 나타나는 6·2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대체로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당연히 선거결과에 대한 관심이다. 한나라당이 지난 2006년처럼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인지, 아니면 야권이 내세우는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지가 관심사이다.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와 같은 주요 광역단체장 선거의 향방도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번째 관심사는 공명선거의 문제이다. 중앙선관위가 공직선거법 93조를 내세워 트위터를 이용한 불법선거를 집중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는 선거운동을 위축시키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선거결과와 공명선거에 대한 관심 두 가지 다 지방선거가 가진 본질적 문제에는 벗어나 있다. 우리 지방선거의 문제는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있다는 것과 투표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를 국정안정론 대 정권심판론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는 다음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선거에서 하는 것이 옳다. 지방선거의 쟁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 [열린세상] 금융산업발전, 이젠 실천할 때다/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열린세상] 금융산업발전, 이젠 실천할 때다/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최근 이른 바 ‘볼커 룰(Volcker Rule)’의 등장으로 우리 정부의 금융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회사의 대형화를 제한하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등이 골자인 볼커 룰로 글로벌 금융규제 움직임이 더욱 힘을 받으면서 우리 금융회사를 대형화와 글로벌화로 발전시키려는 정부의 금융산업 발전방안을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의 저변에는 우리 금융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많은 이들은 금융산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 일찍이 조앤 로빈슨 여사는 1952년 ‘일반이론의 일반화’라는 논문에서 금융발전은 단순히 경제성장을 쫓아갈 뿐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발전은 경제성장에 따른 부산물이지 금융 자체가 성장을 주도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에게 ‘창조적 파괴’로 너무나 유명한 슘페터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1911년 ‘경제발전이론’이라는 저서에서 금융 중개기관이 기술혁신과 경제발전의 본질이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슘페터의 사고는 제조업만으로는 경제성장의 한계를 보이는 국가에서 금융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논거가 되었고, 19
  • [열린세상] 경계해야 할 교육 포퓰리즘/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경계해야 할 교육 포퓰리즘/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면서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규제와 간섭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현 정부의 중요한 교육정책은 한마디로 교육포퓰리즘으로 흐르는 느낌이다. 눈앞의 인기에 급급하여 학교와 교육현장의 발목을 잡아 장기적인 교육발전을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부가 앞장서서 대학등록금 동결을 권고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각종 불이익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과 달리 사립대학의 경우 대학 운영비 중에서 등록금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기부가 적기 때문이다. 대학의 운영비는 늘어가기만 하는데 정부가 지원을 늘리지도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하면 결국 교육과 연구를 충분히 지원할 수 없게 된다. 정부나 기업이 학교에 대한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등록금 동결은 불량교육과 부실한 연구, 학생복지의 감소 등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학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대폭적인 등록금 인상이 따를 수밖에 없다. 등록금 동결은 현재의 학생들이나 학부모로부터 인기를 끌기 위하여 미래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최근에 개정된 고등교육법은 그러한 우려를 더욱 크게
  • [열린세상]정보공개를 통한 고교교육의 정상화상화/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열린세상]정보공개를 통한 고교교육의 정상화상화/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2007년에 실시된 수능 성적표에는 원점수와 이를 변환한 표준점수나 백분위 등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등급만 표시했다. 점수 서열화의 폐단을 막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수험생의 불만이 고조되자 원점수 비공개와 등급제는 1회로 막을 내렸다. 지난 2월11일 대법원은 전체 수험생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개인의 인적 사항을 제외하고는 수능 원점수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수능 원점수란 수능 각 영역에서 수험생들이 얻은 원래 점수다. 현재 대법원에는 수능 원자료 즉, 학교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및 등급 정보 공개청구소송도 계류 중이다. 하급심 판결대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판결은 사생활과 관련된 개인정보보호와 알 권리를 통한 정보공개라는 두 개의 헌법적 가치를 조화시켜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당사자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모든 국민이 주민등록번호로 백넘버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만 도용하면 온갖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 개인의 사적인 정보들도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된다. 인터넷에 잘못 오르면 실체적 진실과 관계없이 당사자는 자칫 인
  • [열린세상] 중국경제 모니터링을 강화할 때/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중국경제 모니터링을 강화할 때/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승리는 쉬워도 지속시키기는 어렵다.(勝非爲難, 持之爲難)’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금년도 중국경제에 대한 함축적 표현이다. 지난해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물론 세계 전체가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때 유독 중국만 8.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분명 승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경제의 성장 동력을 분해해 보면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우선 전체 성장의 92%가 투자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민간 기업의 설비투자는 위축된 반면 정부, 특히 지방정부 주도하에 사회간접자본(SOC) 위주로 투자가 진행되면서 실물경제보다는 부동산 등에서 투자의 혜택을 보고 있다. 그동안 균형을 유지하던 재정수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투자의 지속성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해 3·4분기부터 투자는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의 성장기여도는 53%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 -45%를 보전하였으나 승용차 등록세 감면, 가전하향(家電下鄕)과 같은 보조금 지원 등 정부의 지원에 힘입은 바 컸다. 아직 전반적인 국민소득 수준이 낮은 탓도 있겠지만 전통적으로 중국의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미만을 보이고 있어
  • [열린세상] 신의의 정치와 계몽의 정치/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열린세상] 신의의 정치와 계몽의 정치/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히틀러의 독일제국이 몰락한 후에야 독일 국민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무슨 일을 행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독일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추앙받고 있는 위르겐 하버마스나 칼-오토 아펠, 그리고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전쟁 동안 그들이 잘못된 일을 했다는 의식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가장 낙후된 독일이 국민국가의 기틀을 마련할 무렵에 독일의 대철학자 칸트는 ‘계몽’을 강조하였다. 계몽이란 미성년에서 성인의 상태로 이행하는 것을 뜻한다. 칸트와 당시 계몽주의자들은 자유, 세속주의, 인류애, 세계주의의 가치를 중시했다. 독일제국이 유대인 학살 등 휴머니즘을 경시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역사상 전례 없는 도탄과 기아상태에서 국가 재건의 기치를 내걸면서 다른 계몽적 가치들을 무시했던 사실에 있고, 다른 하나는 이성의 ‘사적’(私的) 사용이 주도적이었던 데 반하여 이성의 ‘공적’(公的) 사용은 너무나 미미했다는 점이다. 칸트가 말한 이성의 사적 사용이란 법 규정을 기계적으로 준수하는 것이다. 공직자나 성직자는 부여된 임무를 규정에 맞게 수행할 책무가 있으며, 규정에 저항하거나 부정할 경우에는 문책을 감수해야 한다. 히틀러 제국
  • [열린세상]책도둑과 세금도둑/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열린세상]책도둑과 세금도둑/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대형 서점 한 곳에서 1년에 없어지는 책은 7만~8만권, 전체 매출의 0.6%라고 한다. 책을 훔치는 사람의 나이와 직업, 그리고 동기는 다양하다. 중고생은 참고서나 문제집, 대학생은 전공서적, 중장년층은 취미서적이나 잡지가 주된 ‘목표물’이다. 잡아 보면 대개 번듯한 회사원인 경우가 많고, 학생 책도둑도 지갑 속에 훔친 책의 값을 치르고도 남을 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책 도둑은 안 그래도 이윤이 빡빡한 서점 경영을 위협하는 가장 골치 아픈 존재다. 20세기 최대의 책도둑은 스티븐 블룸버그(1948~ )다. 그는 1968년쯤부터 20년 이상을 미국과 캐나다의 도서관에서 모두 2만 3600여권의 책을 훔쳤다. 그가 훔친 책은 무게로 19t, 시가로는 무려 2000만달러에 달했다. 수사기관이 아이오와에 있는 그의 집에서 훔친 책들을 옮기는 데만 12m짜리 견인 트레일러 2대와 870개의 포장용 종이 상자가 필요했고 꼬박 이틀이 걸렸다. 그는 아무 책이나 훔친 게 아니다. 그가 훔친 책 목록이 ‘블룸버그 컬렉션’이라고 불릴 정도다. 주제를 정해 주도면밀하게 수집했다. 훔친 책을 팔지도 않았다. 그는 친구에게
  • [열린세상] 재외동포 참정권 철저히 준비해야/이준한 인천대 국제정치 교수·美새크라멘토주립대 교환교수

    [열린세상] 재외동포 참정권 철저히 준비해야/이준한 인천대 국제정치 교수·美새크라멘토주립대 교환교수

    벌써부터 선거전이 치열하다. 시도 때도 없이 국회의원들이 미국을 들락거린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문이 아니다. 2012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그것도 태평양 건너 이곳 미국의 관문 도시들이 들썩거린다. 2007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2009년 2월 공직선거법이 바뀐 뒤 재외동포에게 참정권이 부여되면서 새롭게 벌어지는 일이다. 새 선거법에 따라 재외동포는 다음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대표와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투표하기 위해 선거일 60일 전까지 외국 영주권을 가진 재외동포는 재외선거인 등록을 마쳐야 하고 유학생이나 주재원 등 일시 체류자는 국외 부재자 신고를 해야 한다. 지역별 재외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일 14일 전부터 9일 전까지 6일 동안 공관에 재외투표소를 설치하고 운영한다. 전 세계적으로 240만명에 이르는 재외동포가 조국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에 와서 보니 재외동포의 참정권 확대가 오히려 발전하는 한국 민주주의에 큰 오점을 하나 더 보태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가령 필자가 교환교수로 있는 미국 캘
  • [열린세상]‘글로벌’ 뒤집어보기/오영호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열린세상]‘글로벌’ 뒤집어보기/오영호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차범근, 허정무, 박찬호…. 내로라하는 해외파 스포츠 스타들이다. 이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차별과 설움을 당한 것이다. 차범근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할 당시 동독 출신 동료가 5m 전방에서부터 마늘냄새가 난다며 코를 쥐었다고 회고했다. 허정무 감독은 PSV에인트호번 선수 시절 체력보강을 위해 황기와 닭, 마늘을 고아 국물을 내 마셨는데, 라커룸에 들어갔다가 “마늘을 먹었냐.”는 힐난을 들어야 했다. 현역 메이저리거인 박찬호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1999년 6월의 ‘이단 옆차기 사건’이 상대 선수가 인종차별성 폭언을 퍼부은 데서 비롯됐다고 털어놨다. 모든 국민이 분개할 이런 사건은 그러나 상황과 내용만 다를 뿐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번에는 한국인이 가해자다. 중국동포를 비롯해 베트남·필리핀·몽골 등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냉대 받거나 무시당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 수출 순위 9위를 기록한 무역강국이자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이다. 주요 20개국(G20)의 선도국으로, 1인당 소득이 500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에서 60년 만에 2만달러
  • [열린세상] 원자력 강국, 국제적 책임과 권리/허증수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열린세상] 원자력 강국, 국제적 책임과 권리/허증수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세계는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원자력이 보편적 에너지원으로 자리를 넓혀가면서 ‘핵’과 ‘원자력’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400여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될 것이고, 그 시장 규모는 무려 12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원자력 혁명시대는 먼저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이슈가 대두되면서 지난 30여년간 원자력 발전이 겪었던 안전성 및 핵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환경적 박해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됐다. 전 인류의 생존과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불러일으키는 화석연료를 현실적이고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에너지원이 바로 원자력 발전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우리나라가 원자력 산업의 진흥을 통해 새로운 신성장 동력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을 선택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시의적절하다. 이미 지난해 12월27일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 E) 원전 4기 건설 사업을 수주했고, 올 1월에는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 수주에도 성공했다. 2010년까지 10기,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해 세계 원전시장의 20%,
  • [열린세상]우리에게는 향토가 있다/강형기 충북대 행정학 교수·향부숙 대표

    [열린세상]우리에게는 향토가 있다/강형기 충북대 행정학 교수·향부숙 대표

    지역이라는 인간의 거리에 서면, 그 세계에서 주민이라는 이름으로 생을 영위하는 삶을 볼 수 있다. 그 삶이 자아내는 기억의 풍상에서 국가나 국민이라는 개념으로는 떠오르지 않는 역사의 릴레이를 느낄 수가 있다. 지역이라는 삶의 거리에 서서, 그 길목에서 주민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을 살아왔고 또 살아가는 삶(生)의 숨결에 마음을 적셔 보자. 지역의 흙과 물로 이루어진 향토에서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을 키우며, 생명을 지켜 온 숨결을 느껴 보자. 출신지도, 세대도, 그리고 직장이 달라도, 지금 내가 존재하는 곳은 이곳 여기이다. 이 땅, 이 강기슭을 느껴 보자. 속 좁은 감정을 넘어 ‘마음의 고향’으로 다가오는 향토를 느껴 보자.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향토가 있다. 향토는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만큼 가꾸어졌고, 그 속에서 사랑하고 배우며 향토와 함께했다. 연대하는 삶을 가르쳐 주었던 향토에는 이기심을 억제하게 하는 공유의 목적이 있었고 소망하는 것을 위해 손 모아 실천하는 풍토가 만들어졌다. 향토에서 연대하는 삶은 애국심을 배양했고, 향토가 있었기에 국토가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향토는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토지로만 존재하는 아득한 향토에서 아름답고
  • [열린세상] 여자와 남자/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 교수

    [열린세상] 여자와 남자/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 교수

    지난해 말 성격이 다른 두 학회가 하나의 주제를 놓고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대회가 끝난 뒤 양쪽 학회에서는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다시는 (상대방) 학회와 함께 일을 하지 않겠다.” 준비과정에서 두 학회는 갈등이 많았던 모양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서로 달랐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발표자 원고를 간단히 쓰고, 토론자 원고는 필요 없으며, 인쇄물과 다과 및 점심은 간소하게 하되 학술대회 후 저녁식사를 통해 회원들 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원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발표자 원고는 풀 텍스트로 하고, 토론자도 원고를 쓰며, 자료집과 홍보물 및 다과와 점심식사에 예산을 많이 배정하는 대신 저녁식사는 생략하자고 했다. 서로의 주장을 적절히 반영하여 학술대회를 무사히 치르기는 했지만,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양쪽 임원들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두 학회 회원으로 있던 나는 이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학회의 성격이 달라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연히도 하나는 남자교수들이 주축이 된 학회였고, 다른 하나는 여자교수들이 중심인 학회였다.
  • [열린세상]탈아입구에서 유교모델로/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열린세상]탈아입구에서 유교모델로/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지난해 10월 말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일 역사가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나는 한 일본 학자로부터 희한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그동안 일본이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근대화에는 성공했으나, 앞으로는 동아시아 시대에 맞추어 ‘유교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다른 일본 학자들은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투였다. 메이지(明治)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후쿠자와 유기치(福澤諭吉)는 일본이 사는 길은 ‘탈아입구’라고 선언한 바 있다. 즉, 아시아를 버리고 서구 열강에 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역사가들은 일본이 왜 아시아와 다른지, 또 서구와는 어떻게 같은지를 ‘증명’하기에 분주했다. 대표적인 주장이 일본은 한국·중국과 같은 신분제도도 없었고, 과거제도도 없었다는 것이다. 대륙적인 농본주의 일변도보다는 해양적인 상업주의가 병존해 있었다고도 했다. 반면에 일본의 봉건제와 무사제도는 서구의 장원제·기사제도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일본은 서구사람들이 폄하하는 아시아적 생산양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근대화 패러다임에 근거한 이런 일본사 인식은 러·일
  • [열린세상]뺄셈의 사회, 덧셈의 사회/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뺄셈의 사회, 덧셈의 사회/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돌이켜 보면 우리 현대사는 뺄셈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뺄셈의 사회가 상대에 대한 배제와 소통 부재로 난장(場)의 형태를 보여준다면, 덧셈의 사회에서는 중재와 합의 도출 그리고 공론 영역이 확대된다. 해방 이후 김구와 여운형의 암살은 뺄셈의 논리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건이었다. 중도우파와 중도좌파였던 김구와 여운형은 극우와 극좌가 지배하는 해방공간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배제의 논리는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지배적 코드로 굳어져 왔다. 이승만의 국가만들기 프로젝트는 극우, 친미, 정권유지 외에 어떤 가치판단도 수용하지 않았다. 박정희의 경제건설 프로젝트에는 경제와 성장 외에 다른 생각과 이념이 들어갈 공간이 거의 없었다. 뺄셈의 논리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에서도 이어졌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은 뺄셈의 공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정치목표가 달성된 것은 아니었다. 갈등은 더욱 더 표면화되었고, 진영과 진영 사이 논쟁은 논쟁으로 끝났으며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 뺄셈의 논리는 소통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확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 [열린세상] 한국형 스마트파워가 절실하다/조화순 연세대 국제정치 교수

    [열린세상] 한국형 스마트파워가 절실하다/조화순 연세대 국제정치 교수

    아이티 지진 참사 이후 세계의 각국 정부가 서로 돕겠다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진국이 유엔에 약속한 아이티 긴급 구호 자금은 이미 12억달러를 넘었고 아이티 재건을 돕기 위한 ‘제2의 마셜 프로그램’이 언급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증가하는 것은 아이티와 지구공동체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선진국들이 서로 돕겠다고 다투는 배후에는 21세기 국제사회에서 군사력, 경제력을 넘어 스마트 파워(smart power)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있음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재난구호나 원조와 같은 인도주의적 지원은 선진국이 국익 추구의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비판적 여론을 극복하고 세계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2005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2007년 파키스탄 지진 등 세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곳에 유독 많은 원조가 몰리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선진국은 저개발국 지원 확대가 세계무대에서 다양한 정치경제적 국가이익을 확보하는 데에도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지도력 상실의 위기에 놓인 미국이 노골적인 군사적, 경제적 이익추구를 넘어 질병, 환
  • [열린세상] 光化·敦化·弘化·興化·惠化…/김정탁 성균관대 언론학 교수·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열린세상] 光化·敦化·弘化·興化·惠化…/김정탁 성균관대 언론학 교수·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에 적시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 그렇다면 500년 동안 이 땅을 지배한 조선왕조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조선의 국가이념이 유교에 입각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적시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경국대전을 비롯한 어떤 통치교본에도 이런 사실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이름을 통해 우리들은 이에 어렴풋하게나마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광화(光化)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빛(光)으로 화하다(化)’이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내린 임금의 교지가 정문인 광화문을 통과하면서 만백성에게 생명의 빛으로 화해서 다가갔으면 하는 염원이 담겨져 있다. 경복궁의 경복(景福)이 ‘햇빛(景)이 내린 복(福)’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이것이 정문을 통해 나갈 때 생명의 빛으로 화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매우 타당하다. 왕도정치의 이상이 이렇게 멋들어지게 표현될 수가 있을까? 게다가 백성들이 수없이 지나가는 궁궐 앞에 떳떳하게 게시했기에 자신감 있는 통치자의 모습도 엿볼 수 있는 게 아닌
  • [열린세상] ‘지진센터’ 건립을 제안함/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지진센터’ 건립을 제안함/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중미 지역 섬나라 아이티에 규모 7.0의 강진이 들이닥치자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국가는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거의 모든 사회적 기능이 멈춰버린 것이다. 이번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은 2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의 3분의1이 피해를 봤다고 한다. 지진 피해가 컸던 이유는 진앙의 위치가 수도와 가까웠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천재(天災)를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인재(人災)다. 건축물이 지진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피해 자체를 피할 길은 없으나 피해에 대비한 준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티의 재난대응체계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명구조와 시신처리는 대부분 다른 나라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티 지진은 남의 일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시내 일반건물의 내진 설계 비율이 약 10%라고 한다. 이는 건축법에 내진설계 규정이 없다가 1988년부터 3층 이상 또는 전체 면적 1000㎡ 이상 건물에 내진설계 의무 규정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서 벗어난 건물은 지진에 무방비 상태다.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인가. 그렇지 않다. 지난해 한반도에서는 19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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