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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줄날줄] 정신의학과 전성시대/박현갑 논설위원

    한국 사회는 경쟁사회다. 학교든 직장이든 경쟁이 일상화돼 있다. 생존 수단이 된 높은 교육열, 이를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사회제도가 맞물리면서 경쟁은 국민이 갖춰야 할 사회적 덕목이 된 지 오래다. 이런 국민들의 피, 땀, 눈물이 국내총생산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을 만들었다. 1950년대 도움받던 나라에서 반세기 만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하며 세계인의 부러움도 샀다. 하지만 대외적 칭찬 세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행복감은 낮다. 2023년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 137개국 중 57위다.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행복감은 낮은 셈이다. 경쟁의 부작용이다. ‘셀프 세습’, 특혜채용 논란 때마다 나오는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는 그 심각함을 보여 준다. 과열경쟁과 부당경쟁 풍토는 가치관에도 영향을 준다. 2021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서 한국 등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을 물은 결과,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가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뽑은 반면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와 안정을 가장 중시했다. 가족은 세 번째 순위였다. 의학적으로도 ‘경쟁의 그림자’는 짙게 보인다.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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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줄날줄] ‘made by AI’ 표기법/이순녀 논설위원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시타임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여성들의 인공 태닝 집착은 문제’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온라인에 실었다. 더블린에 사는 에콰도르 출신 29세 의료업계 종사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기고자의 프로필 사진도 게재했다. 하지만 기고자의 신원과 사진, 기고문 모두 가짜였다. 기고문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4가 작성했고, 사진은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달리2(DALL-E2)를 사용해 만든 가상 인물로 드러났다. 아이리시타임스는 기고를 삭제하고 공식 사과했지만 신뢰에 손상을 입게 됐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글, 사진, 음성, 영상 등 AI 제작 콘텐츠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영국 AI 전문가 니나 시크는 지난 1월 CES 회의에서 “2025년까지 콘텐츠의 90%가 생성형 AI 도움을 받아 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허위 정보와 명예훼손 등 AI 콘텐츠의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 폭발이 발생했다는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돼 한때 주가가 하락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하지만 AI가 만든 가짜 이미지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명품 브랜드의 흰색 패딩 재킷을 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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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줄날줄] 노룩(No look)/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우리 사회에 ‘노룩’(No look)이란 말을 유행시킨 이는 잘 알려진 대로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2017년 5월 당시 바른정당 의원이던 그는 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짐을 비서에게 절묘하게 전달했다. 마중 나온 비서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바퀴 달린 캐리어를 논스톱으로 밀어 보내 ‘노룩 패스’의 달인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8월 당대표 선거 때 ‘노룩 악수’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당권 경쟁자였던 박용진 후보가 악수를 청하자 시선은 휴대폰에 고정시킨 채 손만 건성으로 내밀었다. 아무리 바쁜 선거철이라지만 무례한 처신이란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로도 유명 인사들의 노룩 악수는 잊을 만하면 소환되곤 한다. 그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SK텔레콤 오픈에서 무명의 백석현 선수가 48전 49기 끝에 국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중학교 때 태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그는 17살 이른 나이에 프로로 데뷔했다. 한국과 일본, 동남아 등을 오가며 출전했는데 늘 퍼팅이 문제였다. 이번에 고민 끝에 찾아낸 해결책이 퍼팅 달인인 조던 스피스 따라하기였다. 미국 프로골프(PGA) 강자인 스피스는 ‘노룩 퍼팅’으로 유명하다. 공을 보지 않
  • thumbnail - [씨줄날줄] 유류분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유류분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포털사이트에서 ‘유류분’이나 ‘유류분 청구소송’을 검색하면 수십 건의 상속 전문 변호사와 로펌사이트가 주르륵 뜬다. 그만큼 유류분 관련 분쟁이 많고 소송이 자주 일어난다는 의미다. 유류분제도(민법 1112조)는 과거 남성과 장남 중심,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서 여성 배우자나 딸 등의 상속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1977년 도입됐다.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와 자녀에겐 법정 상속분의 절반을, 부모와 형제자매에겐 3분의1을 유류분으로 보장해 주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동안 핵가족화와 부모 부양 의식 퇴조 등의 사회변화로 입법 취지가 많이 희석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류분 분쟁과 관련해 안타깝거나 낯뜨거운 상황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전통적인 가족 가치가 퇴색되고 경제에 대한 현실적 가치관이 형성되면서 유산 다툼이 일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혼하고 수십 년간 교류가 없던 엄마가 자식이 사망하자 갑자기 나타나 상속분을 챙기는가 하면 자식들의 불효에 실망해 전 재산을 재혼한 부인에게 증여하자 자식들이 아버지 사망 후 유류분을 청구하는 등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구하라씨의 경우 2019년 사망한 뒤 2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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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줄날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박현갑 논설위원

    1970~1980년대 종교인들의 시국선언은 국민의 공감을 받았다. 1974년 7월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 무효라고 양심 선언을 했다가 15년형을 선고받은 이후 결성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선언이 대표적이다. 젊은 사제들 중심으로 만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권력에 맞서 민주화와 인권, 사회정의 실현을 외쳤다. 특히 김승훈 신부는 1987년 5월 명동성당의 추모 미사에서 그해 1월에 발생한 박종철 고문살인 사건을 폭로해 6월 항쟁 촉발에 기여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나온 종교인들의 행보는 그 양상을 달리한다. 극단적인 정치 도발로 갈등만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발언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자살하면 안 돼”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가 하면 ‘22대 총선 국민의힘 200석 전략’ 운운하며 신도들의 특정 정당 가입을 독려하는 등 국민의 눈살을 지푸리게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잦아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의 발언도 그렇다. 지난 14일 사제단의 지성용 신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인 투자로 검찰의 수사 대상인 김남국 의원에 대해 “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 그저 제 돈 갖고 투자한 것이고 평소 검약한
  • thumbnail - [씨줄날줄] 해외입양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해외입양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미국으로 입양된 뒤 갖은 고초를 겪다 한국으로 추방된 신성혁(48)씨에게 홀트아동복지회가 1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지난 16일 나왔다. 신씨는 2019년 “홀트와 국가가 나를 입양 보낸 뒤 기본적인 사후관리조차 하지 않아 37년간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아야 했다”며 홀트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신씨는 네 살 때인 1979년 홀트를 통해 입양됐지만 두번에 걸쳐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파양됐고, 노숙생활을 거쳐 2015년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선 과거 해외입양의 이면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씨의 경우 입양 서류에 이름이 ‘신송혁’으로 잘못 기재되는 등 입양 과정부터 부실했다. 입양 이후의 관리 역시 소홀했다. 두 번에 걸친 파양, 양부모의 학대, 시민권 취득 문제 등에 대해 홀트가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이 2021년 ‘정인이 사건’에서처럼 입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당시 정인이 사건은 아동학대가 입양 가정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학대라는 본질보다는 ‘입양의 문제’로 프레임이 씌워지는 문제를 노출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까지 “입양 관리
  • thumbnail - [씨줄날줄] 샤프파워(sharp power)/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샤프파워(sharp power)/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샤프파워’(sharp power)란 말을 만들어 낸 곳은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인 ‘민주주의기금’이다. 권위주의 정권이 국제사회 여론이나 다른 나라 내정에 교묘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지칭한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제사회는 무력에 의한 ‘하드(hard)파워’에 주목했다. 세계적 석학인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004년 ‘소프트(soft)파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연성권력이 급부상했다. 소프트파워는 상대국의 문화나 가치에 스며들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다. 자발적 동조를 끌어내는 소프트파워와 달리 샤프파워는 은밀한 정보 조작이나 경제 보복 등을 통해 상대의 굴복을 끌어낸다. 즉각적이지만 사용에 제약이 따르는 하드파워나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때론 결과가 성에 안 찰 수 있는 소프트파워의 단점을 파고든 개념인 셈이다. 서방 언론은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중국의 공자학원을 샤프파워의 수단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이 정치나 외교 갈등을 경제로 보복하는 수법을 자주 쓰면서 ‘샤프파워=차이나 불링’(China Bullying·중국의 괴롭힘)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물론 중국은 지극히 서구적인 잣대와 편견이라며 반발한
  • thumbnail - [씨줄날줄] 기피 직업인 교사/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기피 직업인 교사/박현갑 논설위원

    15일은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주고받으며 스승과 제자가 웃음꽃을 피워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2016년 김영란법 시행 이후 카네이션 주고받기는 사라졌다. 종이로 만든 꽃을 주거나 학교 돈으로 마련한 카네이션을 학생회에서 전체 교사들에게 전달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바뀐 건 또 있다. 스승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 대신 “교사는 학생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경고문이 생겼다. 교사와 학생의 마음 거리가 그만큼 멀어진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담은 카네이션을 받기는커녕 학생 지도하던 교사가 아동학대범으로 경찰에 신고당하기 일쑤이다. 교육청을 들락거리며 제자를 학대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하는 신세라니 정상적 학생지도는 언감생심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한국교총이나 교원노조가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는 교육 붕괴의 실상을 보여 준다. 한국교총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전국의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직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역대 최저치인 23.6%로 나왔다. 2006년 첫 설문에선 ‘만족한다’는 응답이 67.8%를 기록한 바 있다.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도 “그
  • thumbnail - [씨줄날줄] 한국어 쓰는 구글AI/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국어 쓰는 구글AI/이순녀 논설위원

    미국 국무부 산하 외교연구원(FSI)은 자국 외교관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외국어를 가르치고 평가하는데, 일정 수준의 구사 능력을 갖추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따라 66개 언어를 네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9개 언어는 600~750시간으로 1단계다. 한국어는 이보다 3배인 2200시간이 필요한 난이도 최상급 언어다. 영어 원어민이 구사하기 매우 어려운 언어인 4단계에는 한국어 외에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가 있다. 난이도 높은 언어임에도 세계 무대에서 한국어의 인기와 위상은 상승하는 추세다. CNN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글로벌 언어학습 앱 듀오링고 조사에서 한국어는 지난해 7번째로 많이 학습된 언어로 꼽혔다. 전 세계 5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듀오링고에서 한국어는 일본어엔 밀렸으나 중국어, 러시아어를 앞섰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케이팝과 ‘기생충’, ‘오징어게임’ 같은 영상 콘텐츠가 불붙인 한류의 거센 불길이 한국어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구글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바드’에다 영어 다음으로 한국어와 일본어 프로그램을 우선 탑재해 화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 thumbnail - [씨줄날줄] 오염수 vs 처리수/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오염수 vs 처리수/황성기 논설위원

    1994년 설립된 ‘카다브라’는 책, 비디오 등을 온라인으로 파는 회사로 출발했다.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마법과 같은 이름을 붙이고 싶어 ‘아브라카다브라’에서 따온 카다브라로 사명을 정했다. 그러나 반발에 부딪히고 대안을 찾던 중 세계 최장(7000㎞) 아마존강에서 힌트를 얻어 사명을 ‘아마존’으로 바꾸고는 매출 510조원의 공룡으로 키운다. 네이밍(작명)의 중요성을 일깨울 때 인용되는 일화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멜트다운(노심용해)된 원자로에서 나오는 오염수를 정화한 오염처리수를 놓고 혼선이 크다. 일부 언론이 정부가 오염수(Contaminated Water)를 처리수(Treated Water)로 바꿀 것을 검토한다고 보도했지만 정부는 부인했다. 원자력 학계에서는 반대다. 처리수가 일본이 반발을 줄이려고 만든 용어여서다. 그렇다고 오염수도 적절하지 않다. 후쿠시마 원자로에 해수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방사성물질을 함유한 오염수가 지하수, 빗물과 섞여 대량으로 발생한다. 이 상태는 오염수가 맞다. 하지만 오염수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정화하면 삼중수소(트리튬)가 남지만 오염수라 부르는 건 팩트가 아니다. 그게 오염수면 월성·고리 등 우리
  • thumbnail - [씨줄날줄] 잘파(Zalpha)세대/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잘파(Zalpha)세대/박현갑 논설위원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운동장이나 동네에서 공을 갖고 노는 게 일상이었다. 해가 졌는데도 공놀이에 빠져 집에 오지 않는 개구쟁이를 찾는 어머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은 공 대신 스마트폰 이용을 금지할 정도로 아이들 놀이문화가 인터넷 게임 중심으로 변했다. 거실 풍경도 바뀌었다. 유선전화가 귀하던 시절에는 자기 방에 있다가도 거실의 전화벨이 울리기라도 하면 온 가족이 우루루 나왔다. 요즘은 유선전화기를 없앤 집도 많고, 있더라도 저마다 손에 쥔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 전화받기를 꺼린다. 시대가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잘파(Zalpha)세대’라는 개념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라는 앱분석 업체는 지난달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 중 1020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카톡으로 1445만명이었고, 이어 유튜브 이용자도 1420만명이었다며 이 용어를 거론했다. 잘파세대는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자인 ‘알파세대’의 합성어다. 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사이의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MZ세대’로 한데 묶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과 함께 나온 개념이다. 잘파세대는
  • thumbnail - [씨줄날줄]이해충돌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이해충돌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의 직무수행 중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5월 도입됐다. 당초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2013년 공직자의 금품 수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입법 청원을 벌였는데 이때 이해충돌 관련 논의도 시작됐다. 김 전 위원장 등이 추진한 법안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로 입법됐다. 하지만 이해충돌 부분은 국회에서 의견 조율이 안 돼 공무원 강령을 개정하는 정도로 끝났었다. 그후 권익위를 중심으로 이해충돌방지법 필요성이 제기됐고, 2021년 21대 국회에서 결국 통과됐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직접적인 금품 수수보다는 공직자의 권한을 이용해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이득을 챙기는 행위를 예방하는 게 목적이다. 직접적인 금품 수수 행위를 금하는 형법(뇌물)과 김영란법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셈이다. 가족 채용과 수의계약 체결, 직무 관련자 거래 신고 등 10개 행위 기준과 5가지 신고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에게 적용된다. 다만 국회의원은 이해충돌방지법이 아닌 국회법에 해당 조항을 넣어 적용하고 있다. 사실 금품을 직접 받는 것보다 입법이나 인허가, 고급 정보 이용 등을 통해 자신이나 가
  • thumbnail - [씨줄날줄] 재난문자 피로감/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재난문자 피로감/이순녀 논설위원

    모임 도중 참석자들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린다면 재난문자일 확률 99%다. 조심성이 많거나 성미가 급한 사람은 바로 문자 내용을 확인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다른 누군가가 정보를 알려줄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다. 명칭은 재난문자인데도 ‘긴급하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더라’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재난문자가 발송됐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핸드폰의 알림 기능을 꺼 놓은 경우다. 하도 자주 울리다 보니 성가시다는 이유로 정보 자체를 차단한 것이다. 이처럼 대처하는 자세는 다르지만 수시로 쏟아지는 재난문자에 어느 정도 피로감을 느끼는 건 대체로 비슷하다. 실제로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필자의 핸드폰에 수신된 재난문자는 8건이었다. 실종자를 찾는 서울경찰청의 문자가 4건, 폭우 예상을 알리는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의 문자가 2건, 산사태 위기경보 주의를 안내하는 산림청의 문자가 2건이었다. 폭우와 산사태 관련 안전안내문자 4건은 지난 5일 오전 7시 46분부터 밤 10시 55분 사이 발송됐다. 2005년 시작된 재난문자는 위급문자, 긴급문자, 안전안내문자 세 단계로 구분된다. 위급문자는 전시 상황, 공습경보, 규모 6.0 이상 지진 등 국가적 위기인 경우에 발송된다. 긴급
  • thumbnail - [씨줄날줄] 근묵(槿墨)/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근묵(槿墨)/서동철 논설위원

    조선 후기 중인들의 과거시험인 한어(漢語), 곧 중국어 역과(譯科)는 흔히 대과로 불리는 문과(文科)만큼이나 어려웠다. 경제력이 있는 역관 집안에서는 분야별로 당대 최고 실력자를 2~3명씩 초빙해 전담 공부방인 가숙(家塾)을 설치했다. 개화사상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오경석 집안도 그랬다. 아들 오세창이 1871년 8세가 되자 가숙을 만들어 과거를 준비시켰고, 16세인 1879년 합격시켰다. 오경석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그의 아버지는 역관의 최고 지위인 정3품 사역원 정(正)을 역임한 오응현이다. 해주 오씨는 오지항부터 오세창까지 8대 역관 집안이 됐다. 이들이 사상과 문화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새로운 문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높은 수준의 교양을 쌓은 것도 역할을 했을 것이다. 오경석만 해도 우선 이상적에게 한어와 서화를 배웠고, 초정 박제가와 실학을 공부했다. 이상적은 제주에 유배된 추사 김정희에게 중국 서책을 전해 주곤 했던 인물이다. 의리를 저버리지 않은 제자에 대한 추사의 보답이 유명한 ‘세한도’(歲寒圖)다. 변혁의 시대, 위창(葦滄) 오세창(1864~1953)은 역관에 머물지 않았다. 1886년 박문국 주사로 한성순보 기자를
  • thumbnail - [씨줄날줄] 어린이 권리장전/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어린이 권리장전/박현갑 논설위원

    동네에 유독 아이들이 많다. 휴일이면 아빠가 리모컨으로 운전하는 미니 자동차에 탄 아이에서부터 줄넘기하는 초등학생들이 심심찮게 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목욕탕 사우나도 꼬마 손님들의 재잘대는 소리로 활기가 넘친다. 아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 등줄기의 물기를 훔쳐 주는 모습도 있다. 이런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이런 즐거움은 걱정으로 변한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노는 게 아니라 학원 순례에 나서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하교길에 음주운전 차량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많다. 어린이들의 불행은 각종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태어난 만 13세 이하 어린이들은 놀 나이임에도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5일간 노는 시간이 2017년 360분에서 2021년 142분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우울증은 늘어났다. 2017년 3만 1413명에서 5만 9527명으로 4년 새 약 2배로 불어났다. 아동 불행은 국제적으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의 아동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22위다. 그제 서울시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린이 권리장전’ 제정 등 어린이 행
  • thumbnail - [씨줄날줄] 기술유출 죄값/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기술유출 죄값/이순녀 논설위원

    지난 1월 반도체 웨이퍼 연마 관련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국내 3개 기업 전현직 직원 6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반도체 웨이퍼 연마는 웨이퍼 표면의 미세한 요철을 평탄화하는 공정으로,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돼 산업기술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이들은 2019년부터 회사 내부망에서 첨단기술 기밀 자료를 몰래 촬영한 뒤 중국 업체에 유출했다고 한다. 특허청 기술경찰, 검찰, 국정원이 지난해 3월부터 1년 가까이 공조 수사를 벌이고서야 실체가 드러났다. 글로벌 첨단기술 경쟁이 거세지면서 기술유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범죄 유형이 갈수록 고도화해 적발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정작 범인을 잡아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3건으로, 피해액이 무려 25조원으로 추정된다. 적발된 것만 이 정도니 실제 피해 사례와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3년간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법원 선고 총 445건 중 실형은 47건(10.6%)에 그쳤다. 영업비밀 해외 유출 사범에게 선고되는 형량도 지난해 기준 평균 14.9개월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국
  • thumbnail - [씨줄날줄] 음주운전 방지 장치/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음주운전 방지 장치/임창용 논설위원

    그제 전북 완주에서 대낮 음주운전 사고로 도로 갓길을 걷던 40대 부부가 참변을 당했다. 20대 운전자가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부부를 들이받았다. 훤한 대낮임에도 보행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음주운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이 부부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사고에 의한 피해는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지난달 8일 만취한 60대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 인도로 돌진해 초등학생들을 덮친 배승아양 사망 사건, 그 이튿날 경기 하남시에서 떡볶이를 배달하는 분식집 사장이 역주행하는 음주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 등 안타까운 참변이 끊이지를 않는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매년 2만건 이상의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200명이 넘는 사람이 그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 문제는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2021년 기준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적발된 사람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7회 이상 적발된 경우도 977건에 달한다. 배승아양 사망 사건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매우 높은 상황인데도 올 들어 대낮 음주운전 사고는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한다. 강화된 음주단속이 대개 밤에 이뤄지자 음주자들이 단속 사각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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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줄날줄]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이순녀 논설위원

    “버핏에게는 우리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장점도 있다. 지능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보니, 그의 두뇌는 동시에 약 5개 차원에서 가동되는 듯했다. (…) 투자에서는 내가 버핏을 물리칠 수 없다. 그러나 그를 본받을 수는 있다. 그날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버핏의 장점은 그의 지능이 아니라 그의 본성과 완벽하게 조화된 생활방식이었다. 그는 틀림없이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왔다.” ‘오마하의 현인’인 워런 버핏을 열렬히 추종하는 전문 투자가 가이 스파이어는 2007년 경매에서 버핏과의 점심 식사권을 낙찰받아 점심을 같이 하고 나서 당시의 경험담과 교훈을 정리해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펴냈다. 그는 “진실한 나를 통해서 진정한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고 그가 가르쳐 주었다”고 썼다. 버핏과의 3시간 점심에 65만 달러의 엄청난 돈을 썼지만 평생 투자의 나침반이 될 생생한 깨달음을 얻었으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점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는 ‘버핏과의 점심’은 2000년 처음 개최된 뒤 2022년 마지막 행사 때까지 해마다 화제를 모았다. 누가 얼마에 낙찰받았는지가 언론의 관심거리였다. 낙찰가는 매번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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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줄날줄] 첫발 뗀 복수의결권/안미현 수석논설위원

    2021년 2월 쿠팡이 미국 증시로 직행하자 국내 증시는 발칵 뒤집혔다. 재무제표로는 적자이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대기업을 미국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당시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직상장 이유로 차등의결권을 꼽았다. 뉴욕 증시가 김 창업자의 지분에 대해 주식 1주당 29주의 의결권을 인정해 준 것이다. 김 창업자로서는 적자를 버틸 자금 수혈과 상장에 따른 경영권 약화를 동시에 방어할 수 있는 묘수였던 셈이다. 한국 투자자들을 외면하고 미국으로 가면서 “국내 증시를 디스(폄하)했다”는 성토도 나왔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디스가 국내 증시의 오랜 체증을 뚫는 데 한몫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식에 따라 의결권을 달리 부여하자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문재인 정권 때인 2020년에는 정부 주도로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됐다. 하지만 재벌의 편법 상속에 악용될 수 있고 ‘1주 1의결권’ 원칙 파괴로 소액주주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쿠팡의 저격은 답보하던 논의에 물꼬를 텄다. 급기야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 정권에서 발의된 법안이 현 정권에서 결실을 맺은 이례적 사례다. 차등 내지 복수의결권으로 불리는 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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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줄날줄] 가짜 디스토피아/황수정 수석논설위원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 분야 팩트체크 기관이다. 이들은 6단계의 검증 결과 체계를 두고 있다. ‘사실’, ‘대체로 사실’, ‘절반의 사실’, ‘대체로 거짓’, ‘거짓’. 여기에 하나 더. ‘새빨간 거짓말’이다. 작정하고 꾸며진 거짓말은 아무리 걸러내도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폴리티팩트 같은 팩트체커들은 다양하게 등장했지만 어디서도 거짓말 사회병증이 나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 적 없다. ‘새빨간 거짓말’ 뉴스의 중독이 심해지는 것은 전 지구적 추세다. 웹주소 단축 사이트를 이용해 웹에 포스팅된 수천개의 링크를 분석한 미국의 한 연구 결과는 놀랍다. 표본 링크 중 60%를 단 한 명도 클릭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포스트를 공유하고 댓글을 다는 상당수가 기사 제목만 읽는다는 얘기다. 이런 식의 정보 소비 패턴도 점점 고착화하는 중이다. 인공지능(AI)의 거짓말 수준까지 시시각각 고도화하니 지구촌은 지금 식겁한 표정이다. AI를 이용한 음성 변조, 합성 사진, 동영상 등에 기반한 가짜뉴스와 지능형 범죄에 미국도 칼을 뺐다. 연방 상원은 이 문제를 ‘의회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유럽의 대응 방안은 훨씬 구체적이고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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