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귀의 詩와 視線] 말을 뛰어넘는 말/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은유의 기생충이 되는 것, 그게
내 존재의 일부다. 너무 쉽게 내가
함께 오는 첫 비유에 휩쓸리지 않는지,
휩쓸려 가면서 나는 되돌아오는
힘든 길을 찾아야 한다. 천천히,
내 입이라는 사실 안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들의 두꺼운 혀가 부웅푸웅,
눈들은 슬픔을 쥐어짜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거대한 대답,
무리들 복닥복닥 모여 신나 하네―
뭐가 문제야
―조던 스콧, 제목 없는 시에서
다른 때보다 더 어려운 시에 당황한 독자들이 혹 계실지 모르겠다. 이 시는 어렵게 읽히는 게 목적인 시다. 왜 그럴까. 캐나다 시인 조던 스콧은 말더듬이 시인이다. 2008년 출간된 시집 ‘blert’는 우리말로 ‘멍텅구리, 바보’라는 뜻이다. 시집 시작 부분에 있는 이 구절은 산문시인데 이 칼럼의 형식에 맞추어 행갈이를 해 보았다. 말을 제대로 못 하는 바보임을 대문에 걸어 놓고 말을 거는 시인,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지난가을 우연히 스콧의 시를 번역했다. 말더듬이 시인은 말 잘하는 사람의 흉내를 내지 않고 더듬더듬 어설픈 혀를 그대로 갖고 시를 썼다. 오, 오, 오, 오, 야, 암팡….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의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