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귀의 詩와 視線] 이런 소망/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에이즈 걸린 대통령 동성애 부통령 건강보험 없는 이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 유독성 폐기물 동네에서 자라 백혈병에 걸려야 했던 이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 병원에서, 복지부 사무실에서 줄 서본 경험이 있는 자, 실직자, 명퇴자, 성희롱 당해본 자, 추방당해 본 자를 원한다.
―조이 레너드, ‘나는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중에서
미국의 미술가이자 인권운동가 조이 레너드가 1992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 공원에 큼지막하게 설치한 선언문의 일부다. 그때 레너드는 갓 서른 넘은 나이, 당시 레즈비언 대통령 후보로 나온 아일린 마일스를 지지하는 글이었다. 지금 읽어도 매우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시가 30년 전에 나왔다. 지금도 이게 놀라운 건 아직도 약자들이 억압받는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어서다. 개인뿐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레너드의 급진적인 목소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이들의 눈을 뜨게 한다.
레너드가 실제로 원한 건 이것이지 않을까.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서 본 이, 밑바닥을 경험해 본 이, 생존을 위해 울어 본 적 있는 이, 부당한 탄압을 받아 본 이가 이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고